‘어서 와’ 주인공 18세 트로트 가수 석훈이&아버지 최재용씨

‘어서 와’ 주인공 18세 트로트 가수 석훈이&아버지 최재용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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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5백 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 앞에서 자신의 신곡 ‘어서 와’를 소개하며 화려한 데뷔 신고식을 치룬 당찬 트로트 신예가 있다. 상쾌한 보이스와 가창력, 180cm의 훤칠한 키, 주먹만 한 얼굴, 자신감과 넘치는 의욕 등 연예인의 조건을 두루 갖춘 석훈이와 그의 가장 큰 버팀목인 아버지, 최재용씨를 만났다.

‘어서 와’ 주인공 18세 트로트 가수 석훈이&아버지 최재용씨

‘어서 와’ 주인공 18세 트로트 가수 석훈이&아버지 최재용씨

트로트 가수 석훈이는 18세다. 댄스뮤직을 하는 아이돌이 대세인 요즘이기에 고등학생이 트로트를 부른다는 사실이 새롭다. 길에서 가끔 마주치는, 교복에 스니커를 신고 이어폰을 낀 시크한 고등학생이 알고 보니 트로트를 듣고 있었다니…. 상상만 해도 재미있는 노릇이다. 그런데 석훈이의 데뷔 무대는 더 흥미로웠다. TV나 라디오 출연 한 번 없이 단독 콘서트를 연 것이다. 4백50석도 아닌 4천5백 석 공연장이라니, 배짱 한번 두둑하다.

“소속사가 25년간 공연을 기획해온 회사다 보니, 가장 잘하는 것으로 첫발을 내딛자고 하시더라고요. 때문에 콘서트 준비에는 어려움이 없었어요. 하지만 기존의 홍보 방식과 동떨어진 방법이라서 만류하는 분들도 많았죠. 워낙 객석이 많아서 부담도 되고 걱정도 됐는데, 의외로 절반 이상의 관객은 직접 표를 구입해주셨고, 초대장을 받으신 분들도 먼 길 마다 않고 달려와주셔서 나름 성공적인 첫 콘서트였어요.”

발라드는 멋, 트로트는 맛
사실 석훈이는 얼마 전까지 학교 친구들과 함께 구성한 록 밴드의 보컬이었다. 여느 고등학생들처럼 SG 워너비를 좋아하고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음악을 즐겨 들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유스페스티벌’에 나가 밴드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큰 규모의 여러 대회에서 상을 휩쓴 석훈이는 소울이 충만한 R&B 가수를 꿈꾸고 있었다. 그러다 ‘미스 고’와 ‘차표 한 장’ 등 여러 트로트 히트곡을 만든 조동산씨를 만난 후 큰 변화가 찾아왔다.

“지금의 소속사를 만나 가수 데뷔를 준비하는 중에 트로트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았어요. 그동안 록 발라드나 R&B 음악을 하고 싶었던 저에게는 적잖은 충격이었죠. 그런데 조동산 선생님을 만나고 나서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여러 유명 가수를 배출하신 선생님께서 ‘내가 본 신인 중에 이렇게 기본기가 충실한 신인은 처음’이라는 말씀을 해주셔서 가슴이 두근거렸죠. 제가 하고 싶은 것도 음악이고 트로트도 음악이니까 결국에는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트로트 수련에 들어간 석훈이는 남들보다 빠른 속도로 트로트의 발성 기법이나 기교를 익혀 나갔다. 타이틀곡 ‘어서 와’를 만든 조동산씨는 물론 앨범 작업에 참여한 스태프 모두 석훈이의 노래 실력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제 나이가 어리다 보니 처음에는 반신반의하시는 눈치였어요. ‘네가 사랑을 알아?’ 하시는 것 같았죠. 물론 아직 삶의 경험이 풍부하지 못 하지만 노래는 내용 전달이 아니라 감정을 표현하는 거잖아요. 가사 내용과 똑같은 경험은 아니더라도 어린 시절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 때문에 애쓰시는 부모님을 보며 가슴 아팠던 기억으로 감정 이입을 해봤어요.”

석훈이는 트로트를 부르며 ‘한국적 소울’이 가진 맛에 푹 빠지게 됐다. 발라드는 멋있지만 맛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트로트는 한국적 감성을 가득 담은 맛이 났다. 한동안 트로트에 심취해 듣다 보니 맛이 없는 발라드가 밍밍하게 들릴 정도였다.

“요즘 만나는 관객분들은 모두 어른이세요. 다들 귀엽다는 눈빛으로 바라봐주셔서 무척 감사드려요. 지금은 트로트 가수로 시작하지만 현재 조용필 선생님을 트로트 가수라 부르지 않듯이 장르를 넘나들 수 있는 훌륭한 가수가 되고 싶어요.”

친구 같은 아빠, 스승 같은 아들
요즘 ‘아들 비위 맞추기 힘들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사춘기를 맞은 아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아버지는 드물다. 서로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대화도 주고받지 않는 남보다 못한 존재. 특히 연예계 데뷔를 반대하는 아버지와의 갈등은 이미 스타가 된 연예인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자주 이야기하는 흔한 무용담이다.

그런데 석훈이와 그의 아버지 최재용씨 사이에서는 그런 냉랭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오랜 친구 같다고나 해야 할까? 같이 인터뷰하러 나온 김에 “아빠랑 오랜만에 데이트를 했다”라며 즐거워하는 석훈이에게 아버지는 아주 든든한 후원자다.

‘어서 와’ 주인공 18세 트로트 가수 석훈이&아버지 최재용씨

‘어서 와’ 주인공 18세 트로트 가수 석훈이&아버지 최재용씨

“어렸을 때는 괜히 아빠가 무섭고 두려웠어요. 밤늦게 약주 한 잔 하고 들어오시면 꼭 저를 깨워 얼굴을 부비셨거든요. 따가운 수염도 싫었고 술 냄새도 싫었어요. 늘 바쁜 아빠와 대화할 시간도 없었고요. 그러다 아빠가 사업에 실패한 뒤 여러 가지 힘든 상황을 겪으실 때 스스로 변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점점 존경하게 됐어요. 시간이 갈수록 아빠가 저를 많이 생각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니까 더 편하고 좋아요. 부자지간 사이에 이런 표현은 좀 웃기지만, 아빠와 전 진짜 아빠와 아들 같은 사이예요.”

아버지 최재용씨는 밝고 현명하게 자라준 석훈이가 늘 고맙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의 꿈을 보듬어주지 못했던 것도 미안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 개척해 나가는 것도 대견스럽기만 하다.

“석훈이의 재능을 발견한 건 아주 어렸을 때예요. 말을 하면서부터 노래방에 데려가면 음정, 박자 다 맞춰서 ‘마징가 Z’를 부르는데 어찌나 신통하던지…. 그런데 막상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수가 되겠다고 했을 때는 반대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도 석훈이가 반항을 하거나 화를 내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자신이 얼마나 노래를 부르고 싶은지를 끊임없이 노래로 표현했죠. 1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종일 집에서 노래 연습을 하는데, 어린아이의 끈기가 이토록 대단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반대해서는 안 되는구나, 이 아이는 꼭 노래를 불러야 하는구나, 그걸 깨닫게 된 거예요.”

누구처럼 쌍심지 켜고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누구처럼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뒷바라지해주지도 못했다. 하지만 듬직한 아들은 스스로 제 갈 길을 찾아갔다. 경제적으로 풍족하다면 레슨도 받게 하고 싶었지만 집안 사정 다 아는 철든 아들은 맘 편하게 레슨 한 번 받아본 적이 없다.

“석훈이는 의지가 참 강한 아이예요. 모든 행동거지에서 일말의 걱정이나 의심을 하게 한 적이 없거든요. 절대 긍정, 절대 희망으로 뭉친 아이라 저도 가끔 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자신의 가치관이 뚜렷하면서도 부모에게 순종하기란 쉽지 않은데, 그래서 오히려 제가 석훈이에게 매일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석훈이는 데뷔를 준비하며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게 된 기회가 있었다. 자신이 초등학교 3학년 때 노래방에서 부른 노래 파일을 10년 동안 간직하고 계셨던 것이다. 그때 건네받은 아버지의 노란 파일첩에는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가 담겨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석훈이가 서툰 솜씨로 직접 만든 ‘가수 최석훈(석훈이의 본명)’의 명함을 보니 얼마나 오랫동안 가수의 길을 꿈꿔왔는지, 새삼 깨닫게 됐다.

아버지는 석훈이를 위해 인터넷을 하게 됐다. 예전에는 업무상 필요한 메일 정도만 주고받는 정도였는데, 다 자란 아들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안 할 수가 없었다. 이제 웬만한 인터넷 검색에는 달인이 됐다며 석훈이와 대화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단다. 그런 아버지의 노력에 아들이 어찌 감동하지 않겠는가.

“한때 재롱이겠거니 하며 웃어 넘기셨거나 ‘넌 절대 가수가 될 수 없다’라며 의지를 꺾으려 하셨다면 전 아마도 비뚤어졌을 것 같아요. 어떻게든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겠다고 집을 나가거나 했겠죠. 그런 점에서 좋아하는 거 할 수 있게 해주셔서 무척 감사해요. 그런 아빠의 믿음, 또 콘서트에 오셔서 저의 시작을 함께해주신 관객분들, 제 노래가 좋다고 앵두같은 작은 입술로 따라 부르는 네 살배기 여자아이까지…. 그분들의 관심과 사랑이 무너지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자신감이 충만하고, 에너지가 넘치며, 거기에 재능까지 겸비한 신인을 만난다는 것은 늘 즐거운 일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 트로트를 노래방 분위기 전환용으로만 생각했던 기자의 입에 ‘어서와, 어서 와, 올 줄 알았어’라는 가사가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18세 어린 트로트 가수의 담백한 목소리, 과장된 기교 없이 딱 떨어지는 음색이 귀에서 맴돈다. 트로트 가수 석훈이, 그의 화려한 비상을 기대해본다.

■글 / 진혜린(객원기자)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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