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인 바이러스’ PD가 말하는 화성인 섭외부터 출연까지 모든 것

‘화성인 바이러스’ PD가 말하는 화성인 섭외부터 출연까지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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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덕후’, ‘누렁이녀’, ‘CCTV남’, ‘난장판녀’, ‘야맘바남’, ‘화장집착녀’ 등 이름만 들어도 독특하다. 실제로 방송을 보면 더욱 놀랍다. ‘화성인’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세상에 어쩜 저런 사람들이 다 있을까 하고 경악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tvN ‘화성인 바이러스’의 이근찬 PD를 만나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평범하지 않은 화성인들을 찾아 소개하기까지의 풀 스토리를 들었다.

‘화성인 바이러스’ PD가 말하는 화성인 섭외부터 출연까지 모든 것

‘화성인 바이러스’ PD가 말하는 화성인 섭외부터 출연까지 모든 것

지상파 예능 부럽지 않은 폭발적인 인기
요즘 가장 ‘핫’한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는 단연 케이블 채널 tvN에서 매주 화요일 밤 12시부터 전파를 타는 ‘화성인 바이러스’다. 지난 2009년 3월 말 첫 방송을 시작으로 2년 5개월여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화성인 바이러스’는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독특한 인물, 일명 ‘화성인’을 매주 두 명씩 소개한다. 다소 늦은 시간대에 방송됨에도 불구하고 매회 방송이 끝날 때마다 그날 소개된 출연자와 관련된 이야기들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후끈 달아오른다. MBC-TV ‘무한도전’이나 KBS-2TV ‘해피선데이-1박2일’ 부럽지 않은 대단한 인기다.

‘화성인 바이러스’는 다섯 명의 PD와 일곱 명의 작가들이 똘똘 뭉쳐 만들어낸 프로그램이다. 그중에서도 이근찬(37) PD는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2개월째 때부터 투입되어 지금까지 ‘화성인 바이러스’를 가장 오랫동안 이끌어온 숨은 주역이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기상천외한 이력을 자랑하는 출연자들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인기 비결이요? 글쎄요. 일단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매번 새로운, 그러면서도 굉장히 독특한 주인공들이 나오잖아요.”

프로그램의 색깔은 처음에 비해 많이 바뀌었다. 방송 초반에는 출연자들을 ‘화성인’이라는 이질적인 존재로 부각시키고 그들을 변화시키려고만 했지만, 요즘 ‘화성인 바이러스’는 일반인들과 조금 다른 ‘화성인’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을 사회 속에 흡수시키기 위해 이해하고 배려하자는 취지로 제작되고 있다. 항간에는 출연자들의 개성이 예전에 비해 좀 약해진 것 같아 아쉽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근찬 PD는 ‘화성인 바이러스’를 마니아 전용 프로그램이 아닌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선택에 더 만족한다고 한다.

“누구나 화성인의 기질을 조금씩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단지 얼마나 깊고 얕으냐의 차이에 따라 일반인과 화성인으로 분류되는 것뿐이죠. 처음에는 화성인에게 ‘그렇게 살지 말라’라고 가르치는 성격이 강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프로그램 분위기도 유쾌해졌고요. 시청률도 더 올랐어요(웃음).”

이경규·김구라·김성주
세 MC의 활약이 성공 비결

이근찬 PD가 생각하는 ‘화성인 바이러스’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무엇보다 세 MC의 뛰어난 진행 능력이다. 이경규, 김구라, 김성주는 대본 없이 ‘화성인 바이러스’를 진행한다. 촬영장에 도착하면 출연자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와 진행 방향만 던져줄 뿐, 그 외의 구체적인 내용들은 그들이 녹화를 진행하는 동안 출연자와의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알게 된다고 한다.

“주어진 대본을 읽는 것이 아니라 MC들이 스스로 궁금해서 출연자에게 질문하는 방식이에요. 그래야 놀랄 때 정말 놀라는 표정이 나오고, 경악스러운 상황 앞에서는 인상을 찌푸리게 되는 자연스러운 상황이 나오죠. ‘화성인’에 대해 미리 알게 되면 촬영장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놀랄 만큼 다 놀랄 테니까 막상 녹화가 시작됐을 때는 반응이 좀 덜할 수 있잖아요.”

방송 말미에 등장하는 ‘화성인을 위한 처방전’도 세 MC가 화성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즉석에서 생각나는 충고나 조언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한다. 프로그램에 대한 깊은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하고, 녹화 내내 출연자와 마음으로 교감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MC들 스스로부터 ‘화성인 바이러스’에 대한 애착이 정말 남달라요. 녹화가 다 끝난 후에도 대기실에서 자신들이 그날 놀란 점, 현장에서 느낀 점 등을 주고받느라 침이 마를 정도거든요. PD인 저도 가끔 깜짝 놀라요. 제작진보다 현장을 더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니까요. MC들이 우스갯말로 ‘다른 프로그램들도 ‘화성인 바이러스’만큼 촬영이 좀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적도 있어요(웃음).”

세 MC는 출연자들을 제작진보다 더 잘 이해하고 배려한다. 김성주는 아나운서 출신 전문방송인답게 능숙한 진행 솜씨를 발휘하고, 김구라와 이경규는 기존의 ‘드센 이미지’와는 다르게 출연자들에게 진심을 다해 귀 기울이고 반응한다.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녹화 들어가기 전에 김구라씨가 제일 걱정된다고 해요. 시니컬하게 질문하고, 무슨 말을 해도 거칠게 맞받아칠 것 같으니까요. 물론 방송에서는 캐릭터상 센 모습이 많이 들어가죠. 하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세 MC 중 출연자에게 가장 인간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바로 김구라씨예요.”

어느덧 125회를 넘긴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는 그동안 약 250명의 화성인이 출연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어느덧 125회를 넘긴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는 그동안 약 250명의 화성인이 출연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경규는 출연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편이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그들의 사생활을 되도록 많이 공개해야 프로그램의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데, 오히려 이경규는 ‘이렇게까지 많이 드러내는 건 출연자에게 위험하고 좋지 않을 것 같다’며 번번이 제작진을 제재한다고 한다. 사람에 대한 배려뿐만 아니라 소통과 이해의 능력도 연륜 깊은 프로답다.

“잘 믿기지 않으시죠?(웃음) 처음엔 저도 놀랐어요. 이경규씨는 MC 중 나이가 제일 많은데 가장 유연해요. 출연자들과 전혀 소통이 안 될 것 같고 잘 이해하지도 못할 것 같은데, 저희보다 더 쉽게 그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바라보려고 해요. MC들의 이런 노력이 프로그램에 묻어나오니까 인기가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는 거겠죠.”

온갖 방법 동원하는 섭외와 설득의 노하우
프로그램의 뜨거운 인기만큼 그에 부응하고자 뒤에서 노력하는 제작진들의 고충도 크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을 좌우하는 관건인 출연자 섭외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매주 독특한 스타일의 화성인을 찾는 것부터 그들을 설득해서 촬영장으로 이끌어내기까지는 그야말로 한바탕 전쟁을 치르는 것과 같은 기분이라고 한다.

출연자를 찾기 위해서는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한다. 심지어 화성인 기질이 다분한 친척에게 출연을 부탁했다가 된통 욕을 먹은 작가도 있다. 그나마 다행히 요즘에는 사회적인 트렌드가 많이 바뀌어서 미니홈피,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양한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남의 시선에 상관없이 자신의 끼를 분출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제작진은 바로 그러한 사람들을 관찰하고 공략한다. 간혹 스스로 출연 신청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주위 친구들이 대신 사연을 보내거나 제작진이 직접 부탁을 한다.
“특이한 점이 발견되면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요. 그래서 괜찮다 싶으면 일단 접촉을 하고요. 출연을 요청하면 ‘내가 왜 화성인이냐’라며 웃어요. 자신은 누가 봐도 지극히 정상이라고 우기기도 하고요(웃음). 저희가 볼 때는 정말 이상하고 신기한데, 그들에게는 이미 그게 익숙한 일상이다 보니 잘 깨닫지 못하는 거죠.”

1백 명에게 출연을 요구하면 그 중 열 명 정도만이 제작진과의 미팅에 응한다. 직접 만나서 설득할 때는 끈질기게 매달리거나 혹은 진심을 담아 간절하게 부탁하는 방법 둘 중 하나다. 하지만 출연하기로 약속해놓고도 녹화 당일 현장에 나타나지 않고 ‘잠수타는’ 출연자들이 간혹 있어서 사전에 최대한 접촉을 많이 해서 미리 촬영을 여유 있게 해둔다고 한다.

“사실 그들이 잘 씻지 않고, 망상에 빠져 있고, 쓰레기를 쌓아두고 사는 등의 행동은 범죄가 아니잖아요. ‘틀렸다’가 아니고 ‘다르다’는 것뿐이니까요. 그런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설득해요. 당신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다른 사람들에게 욕을 먹고, 지탄을 받으며 답답하게 살아야 하느냐고요. 오히려 프로그램을 통해 시원하게 공개해서 숨지 말고 떳떳하게 살라고 하기도 하고요.”
방송 이후의 파장에 대해서도 미리 설명한다. 대신 악성 댓글을 보며 주저앉지 말고, 위로하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보며 스스로 변화를 시도해보라고 강조한다. 그래도 도저히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면 출연하지 않아도 좋다는 당부까지 덧붙이는 것이 제작진의 섭외 노하우다.

“그럼에도 흔쾌히 출연을 결정한 사람들 중 95% 이상이 방송에 나가길 잘했다며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어요. 당당히 고백하고 나니까 속이 다 시원하다는 출연자들이 많아요. MC들의 따뜻한 조언에 감동했다는 출연자도 있었고요. 미리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타고난 화성인들이라서 그런지 악성 댓글에도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것 같아요. 심지어 잔뜩 기대하고 출연했는데 이슈가 되지 못해서 그런지 악성 댓글이 많이 안 달려서 서운하다고 했던 분들도 있어요(웃음).”

출연료와 조작 여부에 대한 진실
시청자들이 ‘화성인 바이러스’를 보며 섭외 다음으로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대체 돈을 얼마나 많이 주기에 저렇게까지 자신을 공개하느냐’이다. 하지만 출연자들의 출연료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출연료를 많이 물어보시는데 극비 사항이라서 알려드릴 수 없어요. 그러나 결코 그 돈이 많지 않다는 것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백만 원도 안 될 만큼 적어요. 출연자들은 결코 돈을 보고 출연 여부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그들이 돈에 얽매여서 살았다면 화성인으로 못 살았겠죠. 화성인으로 출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돈이나 명예, 권력을 초월하고 별로 관심도 없는 경우가 대다수예요. 그러니까 더 다른 거겠죠.”

제작진의 이러한 수고에도 불구하고 ‘화성인 바이러스’는 늘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서 조작 논란에 휩싸여왔다. 출연자들의 개성이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 만큼 경악스러울 때 논란은 더욱 거세진다. 시청자들은 ‘혹시 제작진에 의해 이 모든 상황이 연출된 것이 아니냐’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그때마다 PD와 작가들의 마음은 타들어간다고 한다.

“오죽하면 다른 부서 선배들까지 ‘그건 너무 심하게 꾸며놨더라’라고 했겠어요. 하지만 저희 방송은 정말 100% 사실 그대로예요. 화성인들이 마치 대본을 외운 것처럼 말을 무척 잘한다고 의심하는 분들도 있는데, 자신이 늘 겪는 생활 자체를 털어놓다 보니 당연히 말이 술술 나올 수밖에요. 그동안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질문과 공격을 받았겠어요. 늘 사람들이 던지던 질문들에 다시 한번 대답하고,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설명하다보니 마치 대본을 만들어두고 연출한 것처럼 비쳐지나 봐요.”

‘화성인 바이러스’ PD가 말하는 화성인 섭외부터 출연까지 모든 것

‘화성인 바이러스’ PD가 말하는 화성인 섭외부터 출연까지 모든 것

얼마 전 ‘난장판녀’로 출연했던 화성인은 사람들이 자신을 의심하고 거짓으로 바라보는 것 자체가 더 답답하다고 제작진에게 전화를 걸어왔다고 한다. ‘나는 정말로 이렇게 산다’라고 해명하는 글이라도 써서 인터넷에 올리고 싶다고 했다는 것을 이근찬 PD가 만류했다고.

“방송이 나간 후 인터넷에서 ‘난장판녀’를 두고 난리가 났었어요. 저건 명백히 연출된 상황이지 그렇지 않고서는 사람이 저렇게 살 수는 없다는 의견이 많았죠. 그런데 당사자인 ‘난장판녀’는 오히려 그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오죽하면 억울하다고까지 했겠어요(웃음).”

‘화성인 바이러스’ 제작진은 8월 중순을 기점으로 전폭 물갈이됐다. 이근찬 PD 역시 기자와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 ‘화성인 바이러스’를 떠났다. 오랫동안 정들었던 만큼 아쉬움이 크다.

“아마 평생 못 잊을 것 같아요. ‘화성인 바이러스’는 시청자들에게도 큰 재미를 선사했지만, PD인 저에게도 인생의 큰 가르침을 줬거든요. 수많은 화성인을 만나면서 저와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웠고, 그들을 통해 제 자신도 되돌아보게 됐어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아요.”

삶에는 정답이 없다. 때문에 어느 누구의 삶도 오답의 인생이라고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우리와 조금 다르다고 해서 ‘틀리다’라고 간주할 수 없는 것처럼, ‘화성인 바이러스’는 ‘다른 취향’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또 다른 화성인을 찾아 우리의 이해와 배려를 구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근찬 PD가 뽑은 역대 화성인 BEST 4
① 십덕후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미소녀 캐릭터의 열혈 팬.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베개에 웨딩드레스를 입히고 집 근처의 한 교회에서 결혼식까지 올려 주위를 경악케 했다. 이 때문에 일본 애니메이션에 광적으로 빠져 있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오타쿠’의 우리식 신조어 ‘오덕후’를 능가한다는 의미에서 ‘십덕후’라는 별명을 얻었다.

② 난장판녀 온통 쓰레기로 뒤덮인 자취방에서 사는 20대 초반의 패션 디자이너. “일이 너무 힘들어서 치우는 것을 미루다 보니 이렇게 살게 됐다”라는 그녀는 평범한 외모와 달리 6개월 넘게 방치된 이불 사이로 곰팡이가 가득 낀 음식물 쓰레기와 벌레가 가득한 방 안에서 숙식을 모두 해결하고 있어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③ 누렁이녀 초등학교 3학년 때 이후로 10년간 이를 닦지 않았다는 스무 살 소녀. 중요한 자리가 있을 때는 물티슈를 이용해 앞니만 쓱쓱 닦거나 혀를 이용해 음식물을 정리해왔다고. 누렇게 변색된 치아에는 치태와 치석이 가득 끼여 있고, 제작진과 함께 찾은 치과에서는 치료용 기구만 갖다 대도 피가 흐를 정도로 치아 상태가 심각했다.

④ IQ 187 천재 화성인 IQ 187의 두뇌를 가진 40대 중반의 남성. 머리가 너무 좋아 IQ를 낮추고 싶을 정도라는 그는 카드 52장을 임의로 섞고 한 번만 보여줘도 모양과 순서를 완벽하게 기억해낼 정도로 비상한 기억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사람들과 수준 차이가 나서 대화도 잘되지 않고, 세상만사가 모두 시시해 보인다”라며 사회와 단절된 채 홀로 외롭게 살아가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었다.


■글 / 윤현진 기자 ■사진제공 / 안진형(프리랜서),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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