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4기, 죽음의 문턱에서 음악으로 기적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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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슈퍼스타K3 결승전에서 만난 울랄라세션

이변은 없었다. ‘울랄라세션(임윤택, 박승일, 김명훈, 박광선)’의 우승이었다. 실력으로 보나 인기로 보나 ‘버스커 버스커(장범준, 브래들리, 김형태)’ 또한 만만치 않은 팀이었지만 울랄라세션의 저력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이는 프로급의 수준을 자랑하는 가창력, 뛰어난 곡 해석 능력, 관객을 사로잡는 무대 장악력, 화려한 퍼포먼스 때문만은 아니었다.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울랄라세션을 응원할 수밖에 없었던 그 이유를 Mnet ‘슈퍼스타K3(이하 슈스케3)’ 결승 무대에서 직접 확인했다.

위암 4기, 죽음의 문턱에서 음악으로 기적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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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무대의 그 뜨거운 열기
지난 11월 11일 늦은 밤, 1만3천 석 규모의 잠실 실내체육관은 발 딛을 틈이 없었다. 객석은 물론 계단과 통로에까지 관객들이 빼곡히 들어 앉아 있었다. 색깔을 맞춰 풍선을 들고 온 젊은 팬들도 많았지만 젖먹이를 안은 엄마와 머리가 희끗한 노부부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성별과 세대를 막론하고 다양한 관객들이 한 자리에 모여 새로운 슈퍼스타K의 탄생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난 3월 오디션 접수를 시작으로 8개월간 이어온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슈스케3’ 마지막 생방송이 드디어 시작되고 버스커 버스커와 울랄라세션의 자율곡 대결이 펼쳐지면서 객석은 각 팀을 응원하는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금까지 치열한 대결을 펼쳐왔기 때문인지, 타이틀곡 대결이 남아 있기 때문인지 자율곡 대결 무대는 잠시 쉬어가는 느낌이 더 강했다. 버스커 버스커는 이수영 원곡의 ‘I Believe’를, 울랄라세션은 이소라 원곡의 ‘난 행복해’를 안정적으로 선보였지만 이전의 감동에는 미치지 못했다.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은 마지막까지 혹독했다. 버스커 버스커는 ‘장범준의 음정이 노래와 어울리지 않았다’, 울랄라세션은 ‘지금까지의 공연 중 최고로 못했다’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타이틀곡 대결 무대에서는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버스커 버스커는 역시 신선했다. 그들이 바라보는 서울 사람들에 대한 시선에서 재치가 번뜩였다. 작곡가 박근태의 곡에 리더 장범준의 아이디어를 더한 ‘서울 사람들’은 뛰어난 창의력과 젊은 에너지로 가득했고 강한 흡입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물론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울랄라세션의 우승을 점쳤지만 버스커 버스커의 ‘서울 사람들’의 공연이 끝나자 ‘이제는 그 누구도 우승을 장담할 수 없다’라는 분위기가 객석을 가득 메웠다. 사전 문자 투표에서 3주간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았던 버스커 버스커였다. 톱 11에도 포함되지 못했다가 진출자의 중도 포기로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하며 결승 무대에까지 오른 기적의 사나이들이었다. 마지막 무대에서 또 다른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어 울랄라세션이 역시 작곡가 박근태의 곡 ‘너와 함께’로 무대에 올랐다. 빠른 비트에 잘 짜인 안무,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면서도 안정적인 보컬 실력을 뽐내는, 이른바 울랄라세션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무대. 매번 프로급의 실력을 보여주던 그들의 무대는 회가 지날수록 그 완성도를 더해가고 있었다. 그런데 노래를 부르던 울랄라세션의 리더 임윤택이 갑자기 모자를 벗어던졌다. 항암 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진 것을 감추기 위해 지역 예선전부터 써왔던 모자였다. 마치 처음부터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병마를 모두 날려버리겠다는 듯 그는 객석을 향해 있는 힘껏 모자를 던졌다.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는 ‘다 괜찮다’라는 듯 ‘너와 함께’의 무대를 열정적으로 이어갔다. 누가 그를 위암 4기 환자라고 하겠는가. 눈에 띄게 핼쑥해진 모습이었지만 무대 위에서의 그에게는 어두운 병마의 그늘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죽음의 위기가 가져다준 진정성
이제 우승자 호명만을 남겨둔 상황. 이미 객석은 울랄라세션의 우승을 확신한 듯 보였다. 결과는 총점 982점 대 627점으로 울랄라세션이 압도적인 점수 차로 우승했다.

울랄라세션이 호명되는 순간. 멤버들은 서로를 뜨겁게 끌어안았다. 박승일, 김명훈, 박광선은 감격의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하지만 리더 임윤택만은 혀를 내밀며 장난꾸러기 같은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15년간 길거리에서 춤을 추고, 미사리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를 하며 세상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던 울랄라세션. 가진 것은 평균 이하의 외모와 음악에 대한 열정밖에 없었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오늘의 기적을 일궈냈다. 그리고 그 기적의 중심에 리더 임윤택이 있었다.

생방송 직후 울랄라세션을 마주했을 때, 멤버들은 우승으로 인한 감격에 한껏 상기된 표정이었다. 임윤택은 “너무 갑작스러워서 아무 생각이 안 난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여기 나올 때 동생들에게 ‘형 한 번만 믿어줘. 15년 동안 나 믿은 거 보상해줄게’라고 했어요. 아파서 목숨 건다기보다 최선의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어요. 그리고 다 끝나면 이야기하려 했는데, 사실 생방송이 시작된 후 하루에 두 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어요. 오늘도 한 시간 자고 아침까지 연습했어요. 멤버들에게 돈 한푼 안 줬는데도 15년 동안 함께했죠. 그러면서 손가락질도 많이 받았어요. 서른 넘어서 아직 그러고 사냐는 말도 많이 들었죠. 그렇지만 영원히 이렇게 살 거예요. 바보같이 영원히 음악하면서 살 거예요.”

1 마지막까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신선한 무대를 선사했던 버스커 버스커. 2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수술 후 항암 치료를 받았다던 임윤택이지만 무대에서만큼은 활기 넘치는 모습으로 팀의 분위기를 이끌었다. 3 우승자로 호명되는 순간 멤버들의 부모님이 무대에 올라 함께 축하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1 마지막까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신선한 무대를 선사했던 버스커 버스커. 2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수술 후 항암 치료를 받았다던 임윤택이지만 무대에서만큼은 활기 넘치는 모습으로 팀의 분위기를 이끌었다. 3 우승자로 호명되는 순간 멤버들의 부모님이 무대에 올라 함께 축하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임윤택은 바보 같았다. 그가 위암 4기 판정을 받은 것은 올해 초의 일. 서른두 살의 젊은 그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사건이었을 것이다. 암 선고를 받고 한 결정이 ‘슈스케3’ 출전이었다. 수술과 항암 치료에 매진해도 모자랄 판에 그는 다시 음악에 자신의 몸을 맡겼다.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긍정의 힘 덕분이에요. 처음에 수술받았을 때는 휠체어 타고 하도 돌아다니니까 정신과 진료를 받아보라는 권유도 받았어요. 그랬던 저인데…. 인생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에요. 하루를 살더라도 마지막처럼 살고, 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 마음을 전하고 사는 긍정의 힘이 있다면 그 누구라도 괜찮아질 거예요.”

그는 ‘슈스케3’ 출전과 투병생활을 함께했다. 때론 그가 응급실에 실려 갔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고, ‘무대에서 쓰러지면 어떡하나’하는 팬들의 우려 섞인 반응도 많았다.

“저에게는 ‘괜찮냐’라는 걱정보다 ‘무대 정말 재미있었어요’라는 말이 더 힘이 돼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아픈 것도 빨리 나을 것 같거든요. 전 아침에 일어나서 제가 아프다는 생각을 안 해요. 치료하면 되잖아요. 불치병도 아니고 난치병일 뿐이니까요.”

울랄라세션은 기적을 노래했다. 하지만 그들의 진짜 기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좋은 기획사를 만나는 일부터 첫 앨범을 발매하고 꾸준한 활동을 해나가는 것까지, 그들에게 남겨진 과제가 많다. 무엇보다 임윤택이 다시 건강한 모습을 찾는 또 다른 기적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 곁에 영원히 아름다운 기적으로 머물러 주길 기대한다.

긍정의 힘을 보여준 슈퍼스타K3 최종 우승팀 ‘울랄라세션’ 감동 인터뷰
총 5억원이라는 국내 최대 규모의 상금. 197만 대 1이라는 치열한 경쟁. 매주 금요일 밤 수천만 국민의 휴대폰을 바쁘게 만들었던 화제의 오디션 ‘슈스케3’의 세 번째 주인공 ‘울랄라세션’. 그 영광의 주인공을 만났다.

울랄라세션 멤버들은 상금 전액을 리더 임윤택을 위해 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위암 투병 중인 임윤택을 제외한 울랄라세션 멤버 박승일, 김명훈, 박광선 세 멤버는 14일 CJ E&M센터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의견에 입을 모았다.

“처음부터 상금을 타면 윤택이 형을 위해 쓸 생각이었어요. 윤택이 형이 집을 사고 싶다면 집을 사고, 여행을 가고 싶다면 여행비로 썼으면 좋겠어요. 치료비는 이제 그만 썼으면 좋겠네요.”(박승일)

위암 4기, 죽음의 문턱에서 음악으로 기적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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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스케3의 참여도 윤택이 형의 치료가 목적이었어요. 사실 가난은 조금 불편한 거잖아요. 그 불편함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요. 저희는 윤택이 형이 돈이 없어서 겪는 불편한 부분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싶었어요. 병원비가 다가 아니에요. 생활적인 스트레스도 없었으면 좋겠어요.”(김명훈)

울랄라세션의 리더 임윤택은 인터뷰 자리에 멤버들과 함께 참석하지 못했다. 이유는 건강 악화가 아니라 앞으로의 일정을 위해 휴식을 취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의사선생님께서 암세포 수치도 떨어졌고 안정된 상태라고 말씀하셨어요. 충분한 휴식을 통해 컨디션 조절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 스케줄은 저희가 쉬라고 했어요(웃음).”(박광선)

그렇다. 이들의 ‘슈스케3’ 지원은 서로를 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리더 임윤택은 자신을 믿고 따라와준 동생들에게 앞길을 마련해주고 싶었고, 동생들은 윤택이 형의 치료비를 위해 도전하게 됐다. 때문에 이들의 팀워크는 남달랐다. 울랄라세션의 팀워크는 ‘슈스케3’의 엄청난 상금 때문에 만들어지거나 날조된 것이 아니다.

5천만원의 빚 그리고 해체?
15년간 무명생활을 해온 이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기도 했고,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흔들림 없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처음부터 돈과 명예를 바라고 시작한 음악활동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꿈을 위해, 끝없이 쏟아지는 끼와 열정을 발산해야 했다. 그러던 중 리더 임윤택이 군 입대를 하게 됐고, 그는 동생들에게 뭐라도 해보길 권유했다.

“입대 전 윤택이 형이 한 얘기도 있었고, 모두 음악에 대한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음악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Man of K’라는 그룹을 결성해 음반을 발매하게 됐죠. 결과는 상처와 빚뿐이었지만…(웃음).”(박승일, 김명훈, 박광선)

음반 실패로 인해 멤버들은 5천만원이라는 빚을 지게 됐다.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이들은 ‘음악’을 잃지 않았다. 멤버들은 빚을 갚기 위해 미사리나 홍대 등에서 공연을 펼치며 돈을 벌기 시작했다. 리더 임윤택이 2년 2개월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시점에도 3백만원이라는 빚이 남아 있었다. 현실은 이들의 꿈인 ‘음악활동’에 대해 잔인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멤버들은 지치기 시작했고, 지난 시간에 대한 반성도 필요했다.

“긴 시간 꾸준히 노력해왔는데 결과적으로 과연 이뤄낸 것은 무엇인가, 회의가 들기 시작했어요. 그때 윤택이 형이 더 나은 팀을 위해 잠시 떨어져서 반성하는 시간을 갖자고 얘기했죠. 각자 자신들의 음악 공부를 하며 흩어져 있었어요. 그리고 다시 만났죠. 재회가 예정된 이별이었음을 모두 알고 있었으니까요.”(박승일)

다시 뭉친 네 남자에게 닥친 위기…
서로를 위한 도전과 기적

다시 뭉친 이들은 새롭게 꾸밀 무대를 꿈꾸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시커먼 먹구름이 찾아왔다. 팀을 결성하고 한결같이 동생들을 이끌어왔던 리더 임윤택의 위암 선고가 바로 그것. 위암 4기라고 했다. 심지어 담당 의사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순간 멤버들은 모든 게 다 무너진 느낌이었다고. 동생들은 리더를 위해 거리 공연을 하며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위암 4기, 죽음의 문턱에서 음악으로 기적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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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이 형이 병에 걸린 자신 때문에 동생들이 돈을 모으는 모습을 보고 미안했나 봐요. 자신도 뭔가 우리들을 위해 선물을 해주고 싶어 했어요. 톱 10까지 올려놓을 자신이 있으니 슈스케에 나가보지 않겠냐고 얘기했죠. 그래서 형에게 물었어요.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예요, 아니면 우리들 때문이에요?’ 했더니 ‘하고 싶어서’라고 답했어요. 그래서 여기까지 오게 됐죠.”(박승일)

“그리고 아무도 그 양반 고집을 못 꺾어요. 워낙 확고했고,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거든요.”(김명훈),

“저는 형들이 제시한 의견에 대해 발언권이 없습니다. 막내라…(웃음).”(박광선)

울랄라세션은 그렇게 슈스케에 도전하게 됐고, 리더 임윤택의 약속대로 톱 11 안에 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매주 울랄라세션만의 무대를 만들며 수천만의 관객을 감동시켰다. 냉혹하게 평가하는 심사위원 이승철에게 기립박수를 받고,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라는 극찬을 들었다. 심사위원 최고점을 받으면 자동 통과가 되는 ‘슈퍼세이브’ 제도를 3주 연속 울랄라세션이 독차지하기도 했다. 그 같은 무대를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묻자 멤버들은 허름한 무대든, 단 한 명의 관객뿐인 무대든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자신들의 노래를 듣는 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할 뿐이라고. 아직 춤도, 노래도 부족한 게 많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춤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고 어느 한 부분 자신 있다고 얘기하기에는 아직도 턱없이 부족해요. 윤택이 형이 말하길 ‘다들 부족해서 모인 게 팀’이라는 말에 공감해요. 함께 모여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거죠.”(김명훈)

배고프고 가난하게 살았지만 불행하다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도, 다른 무엇을 위해서도 아닌 그저 음악이 좋아 서로 단단히 뭉쳐 있다가 기적을 만났다고. 물론 이들을 단단히 뭉치게 만들고, 기적을 이룬 그 중심에는 리더 임윤택이 있다. 당초 그가 암진단을 받았을 때 수술조차 불가능한 상태였으나, ‘슈스케3’에 참가하면서 빠른 속도로 암세포가 줄어들어 담당 의사도 놀랐다는 희소식이 전해졌다. 앞으로의 활동도 철저하게 리더 임윤택의 건강 상태와 치료를 고려해 진행할 예정이다.

■글 / 진혜린, 조혜원(프리랜서) ■사진&제공 / 박동민,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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