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인생 20년, 작곡가 겸 프로듀서 윤일상

음악 인생 20년, 작곡가 겸 프로듀서 윤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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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20년 후에도 여전히 새로운 음악을 하고 싶어요.
ㆍ음악 하는 사람이야 그게 삶인걸요”

이제는 음악 프로그램도 서바이벌이 대세다. 부침이 부쩍 심해진 음악계에서 20년간 활동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윤일상의 존재감은 ‘얼굴 없는’ 작곡가에서 국민 프로듀서, ‘위대한 탄생 2’의 멘토까지 달라졌지만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독설보다는 솔직한 직설에 능한 그의 진면목은 ‘소탈함’이었다.

음악 인생 20년, 작곡가 겸 프로듀서 윤일상

음악 인생 20년, 작곡가 겸 프로듀서 윤일상

독설 아닌 인간적인 면모로 승부
올해로 데뷔 20년 차, 오랫동안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수많은 히트곡을 써냈지만 그의 얼굴은 아직 시청자들에게 친근해지는 중이다. 개인 작업실에 들어서는 윤일상(37)은 방송에서의 모습보다 핼쑥한데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바쁜 스케줄 덕에 살이 빠졌나 싶었지만 사실은 다이어트 중이란다. 화면발을 잘 받기 위해서라고 한다. 다이어트를 했다는 한 출연자에게 했던 자신도 브라운관에 비친 모습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이선희, 이승환, 박정현, 윤상. ‘위대한 탄생 2(이하 위탄 2)’의 쟁쟁한 뮤지션들 사이에서 그의 캐릭터는 지난 시즌 작곡가 방시혁이 유감없이 발휘한 ‘독설’로 예상한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윤일상은 보기보다 마음이 약하다. 특히 재능이 돋보이는 나이 어린 출연자들 앞에서는 ‘아빠 미소’를 감추지 못했고 때론 극찬도 남발했다. 말을 돌려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꼭 필요한 조언을 해준다는 점에서 ‘직설’에 가깝다 하겠다.

“오늘이 금연 38일째예요. 흡연의 유혹에 시달리면서 이틀간 2kg를 뺐더니 정신이 없네요. 다이어트 비결은 없고 가능한 한 안 먹어요. 줄일 수 있는 것들은 좀 줄여보려고요. 바쁘기도 하고요. 멘토 스쿨에 들어가면 더 시간을 쪼개야 하겠지만 당분간 ‘위탄 2’와 20주년 앨범 작업에만 집중하려고 합니다.”

매주 금요일 밤 황금시간대 ‘슈퍼스타 K 3’와 맞붙었던 상황이라 시청률이나 방송 외적인 부분들도 신경 썼을 법한데, 그는 멘토링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다섯 명의 멘토들이 각자의 색깔을 살려 조언하고 평가하기에 때론 의견이 모아지지 않지만 전혀 문제가 없을 만큼 분위기가 좋단다. 특정 멘티에게 멘토가 몰리면 멘티가 멘토를 선택할 수 있는 ‘위탄’의 특성상 멘토들도 마음에 드는 멘티 앞에서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하는데 이로 인한 부담이나 스트레스는 전혀 없다. 프로듀서로서의 경험을 살려 누구라도 성장시킬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프로그램은 전혀 의식 안 합니다. 저희가 전업 방송인도 아니고요. 멘토들이 힘을 합쳐 좋은 친구들을 발굴하자고 의기투합했어요.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아도 각자 소신껏 선택하면 됩니다. 각자에게 선택권이 있으니까요. 윤상 형하고 저는 사람 보는 눈이 비슷해요. 저희 둘만 좋아하는 지원자도 있고요(웃음). 원하는 멘티가 저를 택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중에 대중적인 보컬로 잘 키울 자신이 있어요. 그게 제 보람이니까요. ‘얘 아니면 죽는다’ 이런 게 아니고 인연이 닿아야 하는 거니까요.”

음악 인생 20년, 작곡가 겸 프로듀서 윤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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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탄 2’는 지난 시즌과의 차별성을 위해 멘토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고 그만큼 멘토 섭외에 공을 들였다. 가수 이선희처럼 워낙 방송과 거리가 멀고 음악에 잔뼈가 굵은 뮤지션들을 대거 섭외할 수 있었던 것은 음악적인 부분을 잘 살리면서 멘토링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과 차별된 ‘위탄 2’만의 강점이다. 실제로 윤일상도 제작진들에게 음악성 위주로 평가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독설’도 주문받았지만 그 부분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윤상이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다.

“오래가는 아티스트를 만들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그런 친구를 찾아야지요. 녹화가 길게는 10시간까지 가는데 내내 집중하기가 힘들어요. 한 사람당 10~20분 정도 보는데 실수라도 해서 재능 있는 멘티를 놓치면 안 되니까요. 태도에 조금 문제가 있더라도 음악성 위주로 봅니다.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본인도 자신의 재능을 잘 모르거든요. 이런 과정을 통해서 성장하는 거죠. 회사에서 오디션을 볼 때는 더 짧아요. 다섯 차례나 오디션을 거친 친구들도 네 마디만 들으면 (될 지 안 될지) 알아요. 말하는 것만 봐도 감이 오는걸요.”

척 하면 감이 오는 베테랑 프로듀서
지원자들의 당락이 멘토의 손과 귀에 달렸으니 바짝 긴장해서 심사하는 게 당연하지만 마냥 부담되거나 힘든 건 아니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을 가장 일찍 발견하는 재미를 어디에 견줄까. 그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성장 가능성이 많은 지원자들을 기대주로 꼽는다. ‘위탄 1’에서 아깝게 탈락했지만 그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차여울은 여러 멘토의 극찬을 받았고, 축구 국가대표 출신 구자명도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었지만 점차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 출중한 외모와 실력이 눈에 띄는 에릭 남, 인도에서 온 혼혈 벨리댄서 푸니타에 주목하면 한층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요는 ‘몰입의 즐거움’이다. 스스로 음악에 빠져들어야 보는 이들도 매료시킬 수 있다. 부담감 때문에 집중하지 못할 경우 멘토들의 쓴소리가 당장 날아든다. 걸러내기가 힘들지만 어쩔 수가 없다.

“독설은 사실 좋지 않은 뜻이잖아요. 목숨을 건 사람 면전에다 어떻게 독설을 하겠어요. 정신 차리란 의미에서 독한 말을 할 수는 있지만 아직은 갈림길에 선 친구들이니까 음악이 전부는 아니잖아요. 사실 제가 프로들한테는 훨씬 더 무섭습니다. 정말 하고 싶어 하는데 재능이 없는 사람한테는 사실대로 말해줘요. 음악계에 한 번 뛰어들면 빠져나가기 힘든데 젊은 시절을 그냥 흘려보내기는 아깝잖아요. 10년씩 뜬구름만 잡다가 망가지는 사람도 많이 봤어요. 그러지 않게 도와야지요.”

방송이지만 실제로 키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하기 때문에 매 순간이 실제 상황과 다름없다. 충분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안타깝게 탈락한 지원자들을 볼 때마다 진심에서 우러나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그다.

“나중에라도 가수와 작곡가로 만나게 되면 오래가는 인연이 되고 싶어요. 나름 선배로서 체득한 것들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윤일상은 10대 후반에 작곡가로 데뷔, 정작 본인은 무명 생활이 길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빛과 그림자를 오가는 것을 지켜봐왔다. 대중은 변덕스러웠고 쉽사리 열광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차갑게 등을 돌리기도 했다. 최근에 알려진 것처럼 1990년대 아이돌 스타, 서지원이 죽음을 맞기 네 시간 전까지 함께 술을 마신 것도 그였다. 대중의 관심에서는 비껴나 있었지만 세월과 인기의 무상함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저도 주목받고 싶은 욕망이 없었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겠지요. 그래도 저는 제 자리가 화려한 조명 아래가 아니라는 걸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에세이 발간을 준비하고 있어서 그간의 제 삶을 돌아보고 있거든요. 고등학교 때 밴드를 했는데 보컬이 저보다 노래를 못했는데도 앞에 나서는 걸 별로 안 좋아했어요. 다른 멘토들과 다르게 무대 뒤에 있는 것이 제게는 일종의 사명 같아요.”

음악 인생 20년, 작곡가 겸 프로듀서 윤일상

음악 인생 20년, 작곡가 겸 프로듀서 윤일상

아내는 가장 든든한 지원군
‘방송 울렁증’이라도 있는 것처럼 한사코 거부하던 방송 출연을 마다하지 않게 된 걸 보면 음악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오로지 음악으로만 대중과 소통하길 바라는 마음에 어렵게 잡아놓은 방송 스케줄을 펑크내기도 했지만 이제는 일주일에 두어 번 이상씩 ‘위탄 2’ 방송 녹화에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20대에 음반을 냈지만 방송 출연에 필요 이상으로 거부감을 느꼈어요. 그땐 그게 맞는 거라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워낙 이름에 비해 얼굴이 안 알려져서 그런지 제 이름을 사칭하는 학원도 생기더라고요. 조금씩 얼굴을 알리기 위해서 방송을 시작한 거지요.”

사실 윤일상은 1990년대 가요계를 풍미한 작곡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고 싶다’, ‘하루’ 등 김범수의 발라드 스타일을 함께 만든 것도 그이고, 영턱스의 ‘정’처럼 트로트와 댄스 리듬을 접목한 시도도 당시로선 매우 획기적이었다. 내놓았다 하면 히트를 하는 바람에 자신의 곡들이 1위를 놓고 경쟁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천재’란 수식어가 따라붙었지만 그 말 뒤에 숨은 노력은 알아주지 않아 섭섭하기도 했었다. 세월이 흐르니 음악으로 승부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고 한층 노력하는 여유가 생겼다.

“제가 어떤 곡을 만들었는지 모르던 분들도 새삼 알아주시니 감사하지요. 열심히 하는 걸로는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아요. 다른 시도를 하려고 계속 노력하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작품 내기가 힘들어졌어요. 걸어온 길에 책임져야 하니까요. 사람들 귀에는 제 음악이 쉽게 들리지만 쉽게 표현하기까지의 과정은 어려워요. 20주년 음반은 기존에 발표한 곡을 다시 편곡해서 음원으로 먼저 내려고요. 절반 정도 진척됐는데 내년 초에 나올 것 같아요. 연주곡들로 밴드를 선보일 수도 있고요. 그간 못 보신 모습을 보여드릴 겁니다.”

그야말로 인생의 절반 이상을 음악으로 살다 보니 친분도 거의 음악인이다. 그는 낯가림이 있어도 막상 친해지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는 편이란다. 한 번 맺은 인연은 그만큼 오래간다.

“(김)건모 형과는 거의 15년 지기예요. 작업실에서 녹음하다 술도 마시고 심하게 붙어 지냈어요(웃음). 그러던 제가 갑자기 결혼해서 얼마나 허전했겠어요. 너무 외로워해요. 건모 형이 KBS-2TV ‘승승장구’에 출연할 때 저도 나갔는데 방송보다 괜찮은 사람이에요. 제가 ‘김건모 장가보내기 추진 위원장’이에요. 건모 형의 상대는 외모보다는 센스가 있어야 해요. 감각 있고. 현명하면 고맙죠. 제 트위터(@ilsang)로 멘션 주세요.”

작년에 늦장가를 든 그는 아직 신혼 기분을 만끽하는 중. 다만 부부가 얼굴 볼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회계연구원이던 아내는 요즘 전업주부로 요리 실력도 꽤 쌓았다고. 결혼 직후부터 바쁜 스케줄을 이해해준 아내에게 그저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지인 소개로 만났어요. 제 짝이 될 운명이었는지 네 번째 만나서 청혼했고, 일곱 번 만나서 결혼했어요. 예전에는 나름 독신주의여서 ‘음악과 결혼했다’라고 했었는데 요즘엔 가정이 더 소중한 것 같아요(웃음). 주부들이 잘 가는 사이트에 저에 관한 글이 올라오면 무슨 댓글이 달렸다고 말하면서 웃어요. 우선 바쁜 일 끝낸 다음에 여행이라도 가야죠. 그럴 땐 저작권료 수입이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아내는 ‘오빠가 죽으면 돈이 다 무슨 소용이냐? 따라 죽는다’라고 하던데 만약에 그렇게 되면 사회에 환원해야지요(웃음).”

정확한 금액은 ‘비밀’이지만 그가 받는 저작권료는 국내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20년간 일해온 결과물이라 그에게 ‘자식과도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일단 곡을 쓰고 나면 작곡가의 손을 떠나서 각자의 생명력을 갖는 경험을 여러 차례 했는데,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도 발표 당시보다 지금이 더 넘치는 사랑을 받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음악 앞에선 겸허해질 수밖에 없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보지 않고 더 열심히 해야지요. 20년이 더 지나도 여전히 새로운 음악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요. 혹자는 ‘너무 오래 해먹는 거 아니냐’ 할지도 모르지만 음악 하는 사람이야 그게 삶인걸요.”

앞으로 ‘위탄 2’에서 유감없이 발휘될 멘토로서의 면모도 포함해 그의 행보를 눈여겨봐야겠다. 20년 차 뮤지션 윤일상, 진짜 리그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기획 / 노정연 기자 ■글 / 위성은(객원기자) ■사진 / 이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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