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결혼 그리고 엄마로 살기까지…배우 전미선

연기, 결혼 그리고 엄마로 살기까지…배우 전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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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BC-TV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국무 장녹영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색다른 연기를 보여준 전미선은 출연하는 작품마다 대박을 터뜨리는 ‘시청률의 여왕’이자 ‘연기의 달인’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찾아내고 표현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 있다면서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말한다. 배우로, 아내로, 그리고 엄마로 살아가며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열심히 새로운 빛깔을 덧칠해 나가는 그녀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기, 결혼 그리고 엄마로 살기까지…배우 전미선

연기, 결혼 그리고 엄마로 살기까지…배우 전미선

내겐 너무나 어려운 연기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천생 배우다. 셔터 소리에 리듬을 타며 시선을 만들고, 모으고, 이끄는 솜씨에서 관록이 묻어난다. 요란한 모양새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평화로운 촬영장의 공기는 전미선(42)이라는 배우가 만들어낸 편안한 아우라 덕분이다.

“배우는 카메라 앞에 섰을 때 가장 행복해요. 비로소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으니까요. 오늘 오랜만에 예쁜 옷 입고 멋진 포즈 취하면서 사진 찍으니까 신이 나네요. 늘 어려운 연기만 하다가 말이에요. 연기를 한다는 것은 언제나 어렵고 힘든 숙제 같거든요.”

연기 하나로 모두에게 믿음을 주는 배우가 바로 전미선이다. 오죽했으면 얼마 전 종영한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의 김도훈 PD가 ‘이 드라마는 전미선이 아니었으면 안 됐을 것’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트위터에 올려 공개적으로 인사를 했을까. 그런데도 전미선은 시종일관 연기가 어렵다고만 한다. 부족하다고도 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고도 했다. 그저 인사치레로 던지는 겸손은 아닌 듯했다.

“김도훈 PD께서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는 말을 매니저에게 전해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재밌고 좋은 작품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에요. 감독과 연기자로 만나 작업을 하다보면 사실 마음을 제대로 주고받기가 어러워요. 그런데 김 PD님이 썼다는 트위터 글을 보고서야 비로소 ‘아! 감독님이 나를 많이 이해해주고 사랑해주셨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연기를 잘한다고 모두들 칭찬해주셔서 무척 감사하지만 사실 제가 연기를 제대로 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연기 못한다고 혼도 얼마나 많이 났는데요.”

‘연기의 신’이라고 불리는 배우가 연기를 못한다고 혼이 났었다니 믿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데뷔시 첫 작품을 망쳤던 것은 아니었지만, 꽤 오랜 시간 동안 연기 때문에 헤맸다고 한다. 심지어 연기를 못해 섭외가 들어오지 않고 일이 끊기는 수모도 겪었다. 누군가는 부러워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에게 오는 역할은 언제나 인생의 굴곡을 많이 겪은 어렵고 힘든 역할들뿐이었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귀하게 자라온 그녀가 그런 연기를 풍부하게 표현해내기란 그야말로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연기를 잘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한동안 연기를 하는 즐거움마저 잃어버렸던 시절이 있었다.

연기, 결혼 그리고 엄마로 살기까지…배우 전미선

연기, 결혼 그리고 엄마로 살기까지…배우 전미선

“제 마스크가 작품성이 있어 보이나요?(웃음) 20대라면 젊고 어린 나이잖아요. 그런데 전 그때 30대 역할도 많이 했고, 인생의 깊고 오묘한 쓴맛과 단맛을 다 표현해야 하는 역할들을 도맡다시피 했어요. 의욕 넘치고 실험정신이 투철한 신인 감독님들의 작품에도 참 많이 출연했어요. 한번은 감독님이 ‘어쩜 그렇게 연기를 못하니?’라고 대놓고 던지는 말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적도 있어요. ‘왜 이렇게 연기 호흡을 못 맞추니?’ 하고 선배님들께 혼나기도 했고요.”

슬럼프, 죽음 그리고 유서
어느 날 문득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연기란 무엇인가’와 같은 근원적인 질문들이 전미선의 마음속을 하나둘 채우기 시작하더니 이내 답을 할 수 없을 만큼 쏟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춘기로 기억될 만한 시간조차 없었을 만큼 평탄하게 지내온 인생이었는데 서른 즈음에 때늦은 사춘기가 시작됐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그때 연기는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단다.

“연기는 안중에도 없었어요. ‘해야 하는데,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혹은 ‘연기를 그만둬야지, 안 해도 그만이지’와 같은 생각 자체가 아예 없었어요. 그저 ‘전미선이라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빠져서 허우적대기만 했어요. 정체성이 흔들려버린 거죠. 아무도 만나기 싫었고, 세상만사가 다 귀찮았어요. 그래서 하루 종일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어요. 들어오는 일도 거절하고요.”

연기와는 완전히 벽을 쌓은 채 보냈다. 은둔하다시피 그렇게 흘려보낸 시간이 무려 5년이었다. 연기를 하는 사람이었지만 연기자로서도, 연예인으로서도 뚜렷한 정체성을 갖지 못했기에 연예계에 어느 정도 회의를 느껴온 터였다. 전미선은 “열심히 살아오기만 했던 과거의 부작용이었는지도 모르겠다”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 후 그녀는 내키지 않는 것은 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작품에 출연해달라는 섭외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앞으로 다시는 연기를 안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도 했었다고 한다. 미련 또한 전혀 없었다고.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으로 언론에 보도가 됐는데, 사실 5년 내내 우울했던 건 아니에요. 연기를 제외한 모든 것을 열심히 했거든요. 하고 싶었던 것, 못했던 것 다 하면서요. 주로 레포츠나 여가 활동에 전력을 쏟아 부었어요. 여행도 가고, 승마도 배우고, 결혼이 목표이기도 했죠(웃음). 결혼해서 살림하면서 아이 낳고 그렇게 살고 싶더라고요.”

완전한 일탈의 시간이었다. 돌이켜보면 그 당시에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이 가장 잘한 일이었던 것 같다고 한다. 사랑이 아닌 결혼 그 자체에 목적을 둔 일종의 도피처로만 생각했으니 그렇게 결혼을 했더라면 아마 잘 살지 못했을 것 같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 우울함은 마음속 깊은 곳에 그대로 자리한 채 사그라지지 않았다.

“바닥이 없을 것만 같았는데 바닥을 치긴 치더라고요. 어느 날 집에 있는데 제가 왜 사는지 이유를 모르겠는 거예요. 저 한 사람 없어져도 슬퍼할 사람이 없고, 세상 돌아가는 데 지장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말이에요. ‘나’에 대한 어떤 값어치를 잃어버리니까 한없이 절망에 빠지게 됐죠. 우울증이라는 병명으로도 그 느낌을 모두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허한 상태라고나 할까요? 결국 죽고 싶다는 생각으로까지 치달았어요.”

연기, 결혼 그리고 엄마로 살기까지…배우 전미선

연기, 결혼 그리고 엄마로 살기까지…배우 전미선

어느 순간 죽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적이 있었노라 고백하는 전미선. 유서를 쓰겠다고 작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살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정리는 해봐야 할 것 같아 유서를 쓰기도 했다. 끙끙대며 마음을 앓은 시간이 길었기에 뭔가 쓸 말이 많을 줄 알았지만 참 이상하게도 종이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고 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물빛처럼
“그러다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통해 5년 만에 연기를 다시 시작했어요. 제가 처음부터 연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거나 심지어 아역 출신으로 경력이 대단히 오래됐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간혹 있어요. 사실은 딱 스무 살에 데뷔했는데 말이에요(웃음). 저는 이따금 제 연기를 평가할 때 영화 ‘범지점프를 하다’에 출연하기 전과 후로 구분하고는 해요. 어떤 작품이 아쉬웠는지, 제일 못했는지 가끔 인터뷰 자리에서 질문을 받거든요. 그런데 ‘번지점프를 하다’ 이전에 했던 작품들은 다 어렵고, 아쉽고 그랬어요. ‘번지점프를 하다’ 이후로는 연기가 다소 어려울지라도 소화하려고 노력하면서 작품에 집중하는 법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처받지 않는 법을 터득하게 됐어요. 오랜 공백이 제게 준 선물이고 유일한 소득이라면 소득이죠.”

한번은 지상파 방송사의 한 드라마 주인공을 맡은 적이 있었는데 시청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아쉬운 결과를 맺었다. 그런데 그 일을 두고 드라마 PD들은 그녀를 볼 때마다 ‘주인공을 맡고도 제대로 뜨지 못한 유일한 여배우’라는 안타까운 시선을 보냈다고 한다. ‘조용한 성격에 모나지 않은 성품은 오히려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라는 기자들의 혹평도 쏟아졌다. 하지만 5년 동안 슬럼프를 겪고 카메라 앞으로 돌아온 전미선은 예전의 전미선이 아니었다. 자신을 향한 어떤 비난도 ‘아무렴 어떠하랴’는 식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 무심하게 넘길 수 있는 내공이 생겼다. 더 이상 주위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배우가 된 것이다.

“그때부터는 작품만 봤어요. 역할의 크고 작음이나 화제성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어요. 제가 대본 보는 감이 좋은 편인데,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면 어떤 역할이든 그 이야기의 구조에서 단단하게 존재감을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출연과 연기의 가치를 찾을 수 있었죠. ‘이 작품은 잘되겠다’ 싶으면 무조건 했고요. 그런데 이상한 일은 대부분 처음 섭외됐을 때는 제게 주어진 캐릭터가 초반에 죽거나 중반에 사라지는 분량이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이해한 대본에서는 이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말이에요. 그래서 작가의 행간을 이해하려고 하면서 연기를 했더니 오히려 분량이 늘어나더라고요. 드라마 ‘인어아가씨’ 때도 8회까지만 출연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무려 60회까지 등장했고요.”

작품에 집중하면서 역할에 매력을 느꼈고, 그 감정을 유지하면서 끝까지 달릴 수 있었다고 한다. 전미선의 지인들은 요즘 그녀를 볼 때마다 “일이 부쩍 잘 풀리는 것 같다”라며 부러움 섞인 축하 인사를 자주 건넨다고 한다. 그러나 그때마다 그녀는 “거저 얻은 것은 없다”라며 “사심 없이 최선을 다해 이 자리까지 온 것에 대한 인생의 답”이라고 대답한다고 한다.

연기, 결혼 그리고 엄마로 살기까지…배우 전미선

연기, 결혼 그리고 엄마로 살기까지…배우 전미선

“제가 멘토로 여기며 따르는 연기자 선생님이 네 분 계세요. 김혜자, 이미숙, 강부자, 김영애 선생님이에요. 운이 좋게도 드라마로, 연극으로 대선배이자 선생님이신 이분들과 일대일로 붙는 장면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는지 몰라요. 이분들이야말로 앞으로 제가 가야 할 미래 그 자체이잖아요. ‘어떤 색깔의 연기자가 되고 싶냐’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저는 어떤 색의 연기라도 잘 소화할 수 있는 백지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반짝반짝 빛나는 물빛처럼 하얀 백지 말이에요.”

지난 6년간 늘 힘이 되어준 남편
전미선은 지난 2006년 드라마와 영화 촬영감독으로 활동 중인 박상훈씨(43)와 결혼했다. 남편을 처음 본 느낌을 물었더니 “애 딸린 더벅머리 유부남 그 자체”였다고 한다. 미혼의 총각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단다. 그런데 그런 남자가 그녀에게 먼저 프러포즈를 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미선에게 “영화 촬영이 끝나면 장가를 가고 싶으니 여자를 소개시켜달라”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직접 고백하지 못하고 그런 식으로 에둘러서 마음을 표현하는 순진한 남자였다. 그러나 연애에 소질이 없기로는 전미선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수줍은 프러포즈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호감이 가야 연애를 할 수 있으니 외모에 신경 쓰라”라고만 대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뒤 그는 다른 데 신경 쓸 겨를 없이 한창 바쁘게 일하던 와중에 무려 체중을 8kg이나 감량해 전미선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그때도 전미선은 그가 자신을 마음에 둔 줄 모르고 다른 사람을 소개시켜주려고만 했다.

“소개팅을 주선해주려고 이상형을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다짜고짜 계약연애를 하자는 거예요. 한 달만 사귀어보고 매력이 없거나 감정이 생기지 않으면 깨끗하게 물러나겠다나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매니저에게 물어서 결정했어요(웃음).”

일반적으로 매니저라면 여배우의 연애를 반대하는 데 급급하지만, 전미선의 매니저는 박상훈씨와의 연애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고된 작업들이 반복되는 촬영 현장에서 동료 스태프들로부터 인정받은 성품이라면 자신의 배우를 맡겨도 되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미선이 박씨와 연애를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 또한 바로 그것이었다. 그와 함께 일을 해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그를 칭찬하기에 바빴다. 그렇게 전미선은 박상훈씨와 교제를 하다가 부부의 인연까지 맺게 됐다.

“결혼식 주례를 모 영화 잡지사 사장님이 맡아주셨어요. 주례 선생님과 결혼 사진을 찍는데 갑자기 뒤에서 저희 부부만 들리도록 작은 소리로 그러시는 거예요. ‘니들은 누가 더 착한지 시합하려고 결혼하느냐’라고요(웃음). 저는 그리 착한 것 같지 않은데, 남편이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죠. 정말로 남편은 연애 시절부터 지난 결혼생활 6년 동안 늘 변함없는 모습으로 제 곁을 묵묵하게 지켜줬어요.”

얼마 전 전미선은 KBS-2TV 토크 프로그램 ‘김승우의 승승장구’에 출연해 “6년의 결혼생활 동안 남편과 함께 보낸 시간이 고작 3개월밖에 안 된다”라고 밝혀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특히 임신 기간에도 혼자 있을 때가 많아 임신 우울증을 경험하기도 했단다.

“촬영감독의 스케줄이 원래 그래요. 또 배우인 제 스케줄이 그와 같고요. 같은 일을 하기 때문에 이해하며 살 수 있어요. 그래도 남편은 짬이 날 때마다 자는 시간을 포기하고 집에 와서 저를 보려고 해요. 아이도 보고요. 얼마나 집에 오고 싶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지만 피곤한 거 뻔히 아니까 그냥 ‘매번 오지 말고 숙소에서 푹 자라’라고 말하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아무리 바빠도 기념일에는 꽃바구니를 잊지 않고 보내주는 로맨틱한 남자랍니다(웃음).”

배우로, 아내로 그리고 엄마로
연기, 결혼 그리고 엄마로 살기까지…배우 전미선

연기, 결혼 그리고 엄마로 살기까지…배우 전미선

전미선은 이제 막 여섯 살이 된 개구쟁이 아들의 엄마다. 시청률의 여왕이니, 명품 배우니 아무리 많은 찬사의 수식어가 따라 붙어도 그녀는 자기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엄마’라고 말한다. 그러나 결혼생활 6년 동안 고작 3개월을 살았다는 바쁜 부부다. 아이와 함께 있어줄 시간이 있을 리 만무하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죠. 아이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이에요. 저나 남편이 촬영하러 집을 나설 때면 그리 조르거나 매달리지도 않아요. 이제 적응이 된 거죠. 그래도 몸이 안 좋거나 힘든 날은 유독 자기를 두고 가지 말라며 매달려요. 그러면 현관 앞에서 아이를 안고 다독여주면서 왜 엄마와 아빠가 일하러 나가야 하는지 차근차근 설명해줘요. 그러면 또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떨어져요. 그럴 때는 정말 가슴이 많이 아파요.”

그래서 그녀는 시간이 날 때마다 무조건 아이와 시간을 보낸다. 아침부터 놀아달라며 깨우는 아들을 모른 척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닌데, 스케줄이 없어 하루 종일 집에서 아이와 놀아주는 날이면 평소보다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것 같다고 한다.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수시로 받으면서 아들을 키우고 있지만 전미선은 가사도우미 없이 혼자서 청소, 빨래, 요리까지 손수 다 하는 편이다. 결혼 전부터 요리에 취미가 있어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지인들과 나누어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고.

“요즘은 유치원 동창이 평생 친구가 된다면서요. 그래서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 엄마들 모임에 꼭 참석하려고 노력해요. 엄마들과의 교류를 통해 학원 정보를 듣고 아이 교육에 대해서도 배워요. 아이 문제에 대해 잘 모르는 일이 생기면 무조건 주위의 엄마들에게 전화해서 물어봐요. 엄마 역할을 잘해내는 게 연기를 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힘들어요(웃음).”

늘 함께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는 엄마지만 아들은 그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속이 깊다. 며칠씩, 몇 달씩 엄마를 보지 못해도 사람들에게 “드라마 ‘해품달’ 보세요? 거기 나오는 사람이 제 엄마예요”라고 말하고 다니면서 엄마가 출연하는 드라마를 홍보할 정도라고 한다.

“한 남자의 아내로 산다는 것, 한 아이의 엄마로 산다는 것 그리고 여배우로 살아간다는 것 모두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아요. 하지만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매력을 열심히 찾아나가면서 더 멋지고 아름답게 성숙하고 싶어요. 그렇게 차근차근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누가 보더라도 반짝반짝 눈부시게 빛나는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웃음)”

여자로, 배우로 반짝이고 싶다며 환하게 웃어 보이는 전미선. 연기도 인생도 그 답을 다 찾은 것 같은 그녀가 한 가지 알지 못하는 것이 있는 듯하다. 그녀는 이미 눈이 부실 만큼 충분히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기획&진행 / 윤현진 기자 ■글 / 강은진(프리랜서) ■사진 / 원상희 ■헤어 / 강영석(W퓨리피, 02-549-6282) ■메이크업 / 장미경 ■스타일리스트 / 안수명 ■의상 협찬 / St.a·엘리타하리(02-3444-1730), BNX·망고(02-3447-7701), 제이미앤벨(070-8247-7834), 아돌포 도밍게즈 (02-540-4723), 슈즈원(02-3443-1703), 제이티아라·S&B(02-508-6033), 더슈(02-512-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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