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내게 가르쳐 준 것! 노현희, 다시 노현희 되기

아픔이 내게 가르쳐 준 것! 노현희, 다시 노현희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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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년이 지났다. 힘겨웠던 이별의 시간과 사람들이 수군거리던 성형수술의 부작용을 딛고 그녀가 다시 일어서려고 한다. 웃음과 따뜻한 연기로 대중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배우 노현희로 다시 거듭나기 위한 그녀의 힘찬 행보가 시작되고 있다.

인터뷰를 며칠 앞둔 늦은 저녁, 노현희(40)의 매니저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교통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무단 횡단하는 사람을 피하느라 급정거를 했는데, 그만 뒤따르던 화물 트럭이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노현희가 운전하던 차를 받았다는 것. 고속 주행 중인 차량의 추돌 사고,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매니저는 사고 당시 노현희가 머리를 부딪쳤고 두통과 구토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병원에 가는 대신 일정에 있던 강의를 하기 위해 학교에 갔다고 했다.

아픔이 내게 가르쳐 준 것! 노현희, 다시 노현희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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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강단에 선 그녀의 뚝심이 대단해 보였다. 게다가 주인공을 맡은 연극 ‘신의 아그네스’ 공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와 있는 상태. 아무래도 예정돼 있던 인터뷰는 무리일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우려와는 달리 인터뷰 당일 밝은 미소를 띤 노현희와 마주할 수 있었다. 그녀의 환한 모습이 더없이 반가웠다.

노현희를 배신하지 않는 사람들
“딱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규정 속도를 지키고 있었지만 어쨌든 고속도로였으니까요. 보행자를 구하려면 급정거를 할 수밖에 없고, 핸들을 잘못 꺾으면 옆 차선 차량들과 엉켜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죠. 말 그대로 ‘죽을 고비’를 한 번 넘긴 셈이죠. 다행히 무단 횡단하던 어르신도 무사하셨고, 뒤따르던 차량 탑승자도 크게 다치지 않았대요.”

교통사고 바로 다음 날 무대에 서야 했기에 당일 수업을 마치고도 새벽 3시까지 공연 연습을 했다는 그녀. 병원 진료와 물리 치료를 받으라는 주변의 권유도 뿌리치고 “앉았다 일어날 수 있고, 목만 돌아가면 공연하겠다”라며 고집을 피웠단다.

“이틀 전에 ‘신의 아그네스’ 서울 공연이 끝났어요. 교통사고도 그렇고 여러 가지 문제로 골치가 아팠는데, 공연 끝나고 나와 보니 제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케이크를 들고 ‘스승의 은혜’를 부르고 있더라고요. ‘교수님 사랑해요’라고 외치면서요. 오늘이 스승의 날이잖아요(웃음). 그런 학생들이 무척 고맙더라고요.”

브라운관에서 좀처럼 모습을 볼 수 없는 그녀지만 대학에서는 교수로, 무대에서는 연극배우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노현희는 현재 장안대학교 연기영상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녀가 강단에 선 지도 벌써 10년이 됐다. 인천전문대를 시작으로 명지전문대, 서울예술종합학교에서 강의를 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장안대학교 학과장을 역임하게 됐다. 다른 한편으로는 성신여자대학원에서 피부미용 관련 공부를 시작하며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연극과 뮤지컬배우로서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 ‘신의 아그네스’에 앞서 서울 공연을 마친 ‘춘향전’도 지방 공연을 준비 중이다. 6월 18일에는 ‘신의 아그네스’ 거제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노현희는 두 작품에서 모두 타이틀롤을 맡고 있다. ‘아그네스’와 ‘춘향이’로 분한 노현희를 만날 수 있는 두 작품 모두 전회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공연은 관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관객들은 저를 배신하지 않을 것 같거든요. 한 번 제 공연을 본 관객들이 다음 공연에 또 찾아오세요. 제가 울면 같이 울고 제가 웃으면 같이 웃어주는 관객이 있고, 제 마음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진정성이 표출되는 공간이니까요. 그래서 무대를 사랑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공연 무대에서는 여전히 사랑받는 배우 노현희지만 드라마를 통해서는 좀처럼 만나볼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가 마지막으로 출연했던 드라마는 2007년 방영됐던 MBC-TV ‘메리대구 공방전’이다. 라디오, 케이블채널 예능 프로그램 등의 활동도 2008년에 모두 그만두었다. 그 후 간간이 토크쇼 등을 통해 자신의 근황을 전한 것 외에는 뚜렷한 방송 활동을 하지 않았던 그녀다.

“그동안 매니저 없이 혼자 활동하다 보니 좋은 기회를 많이 놓쳤던 것 같아요. 또 공연 스케줄 때문에 드라마 출연 제의가 들어와도 못할 때가 많았고요. 단역이라도 작품 전반에 등장한다면 기꺼이 출연할 텐데, 두어 번 나가기 위해 혼자서 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 역할까지 한다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요즘 선후배들을 보면 여러 사람의 배려와 지원을 받는데 저는 그렇지 못하니까 상대적인 상실감을 느끼기도 하고…, 조금 창피하기도 했고요(웃음). 하지만 이제 새로운 매니저도 만났으니 본격적으로 활동해보고 싶어요.”

최근에는 KBS-2TV ‘여유만만’과 MBN ‘충무로 와글와글 시즌2’에 출연하는가 하면 데뷔 20년 만에 첫 영화 촬영을 하기도 했다. 영화 ‘기담’의 메가폰을 잡았던 정범식 감독의 ‘해와 달’이라는 공포영화다. 그녀가 맡은 역할은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영어유치원 교사다. 그녀는 첫 영화 촬영이 무척 재미있었다고 했다. 마흔의 나이임에도 새로운 세상에 대한 경험은 여전히 그녀를 설레게 한다. 오랜 공백을 깬 노현희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사랑받고 싶었던 그녀의 선택
노현희는 1991년 KBS 1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뒤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청춘의 덫’, ‘파도’, ‘태조 왕건’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당당하거나 혹은 발랄한 모습을 보여주며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한창 왕성한 활동을 펼치던 2002년 탤런트·아나운서 1호 커플로 세간의 관심과 축복을 받으며 신동진과 결혼했다. 그 후에도 여러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비쳤지만 결혼 전에 비해 방송 출연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10년을 대학로에서만 지낸 것 같아요. 사실 결혼은 시작부터 순탄치가 않았어요. 아이도 낳고 싶고, 사랑도 받고 싶고…. 많은 여자들의 바람처럼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그때 무대가 저의 돌파구가 돼주었어요.”

삐걱대던 결혼생활과 성형수술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었다. 그녀가 처음으로 성형수술을 했던 것은 데뷔 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에 출연하던 때였다. 충분히 풋풋하고 개성 넘치던 그녀였다. 그런데 문제는 결혼 후 다시금 성형외과의 문을 두드리면서 불거졌다.

“남편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컸죠. 여자이다 보니까 사랑받고자 했던 마음에 이런 과오를 범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또 대중들 앞에 더 예쁜 모습으로 서고 싶은 욕심도 있었죠. 그래서 유명 연예인들이 자주 찾는다는 성형외과에 갔는데 유독 저만 실패를 겪은 거예요. 그동안 서민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눈은 너무 크고, 코는 너무 뾰족했죠.”

아픔이 내게 가르쳐 준 것! 노현희, 다시 노현희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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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사랑받고 싶어 감행했던 성형수술이었지만 정작 남편과는 이렇다 할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갖지 못했다. 결혼 6년째를 맞던 2008년 겨울, 두 사람은 남남이 됐기 때문이다. ‘성형 실패 후 이혼’이라는 그녀의 스토리는 세간의 가십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괴물과 살 수 없어서 이혼을 했다더라’라는 말들을 하더라고요. 어떤 사람들은 ‘불임 때문에 이혼당했다’라고도 하고요. 그 말이 너무 슬펐어요. 결혼생활의 고충과 관련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왜 없겠어요. 하지만 그 사람도 공인인데 제 입장만 생각해 진흙탕을 만들 수는 없잖아요. 그냥 ‘내가 다 덮어쓰자, 내가 당하고 말지’ 할 수밖에 없었죠.”

한 사람의 인생에서 이혼은 커다란 변화다. 게다가 성형수술의 실패는 외모뿐 아니라 마음에도 큰 상처를 남기게 마련이다. 거기에 네티즌들의 근거 없는 소문과 비난까지 감수해야 했다. 하나만으로도 벅찬 사건을 동시에 겪으면서 당사자가 견뎌내야 했던 아픔과 고통은 오죽했을까.

“중죄인도 아닌데 은둔생활을 하게 됐어요. 모자를 푹 눌러 쓰고는 버스 타고 공연 연습을 하러 다녔어요. 집에 돌아오면 그대로 잠들었다가 다음 날 그 차림 그대로 다시 연습하러 가기도 했고요. 죽고 싶다는 생각을 왜 안 해봤겠어요. 도저히 재기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 모든 것을 한꺼번에 상실했을 때 삶의 의미까지 함께 잃어버린 거죠. 답답한 마음에 ‘내가 죽어야 그걸 알아줄까’ 하는 마음까지 들기도 했어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도, 성형수술 실패의 아픔을 이겨내는 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예전처럼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또다시 병원을 찾기도 했다. 쌍꺼풀 폭을 줄이고 콧속에 넣었던 보형물도 빼냈다. 그럼에도 과거의 얼굴을 되찾을 수는 없었다. 반복했던 성형수술 탓에 지금은 오른쪽 코로는 숨을 쉴 수가 없다.

“성형수술은 하면 할수록 부작용이 커지는 것 같아요. 코수술을 서너 번 했고, 또 수술할 때마다 한쪽 코로 마취하다 보니까 그쪽에서 문제가 터진 것 같아요. 그렇다고 병원에 찾아가 항의를 한 적은 없어요. 더 이상 뭘 어떻게 해볼 생각도 없고요. 뭐, 한쪽 코로 숨을 쉴 수 있으니까 그걸로 된 거죠. 다시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녀는 털털하게 웃어 보였다. 이런 이야기를 방송에서, 또 기자에게 할 수 있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마음에 눈이 내리면 치우지 말라고요. 임시방편으로 조금씩 치운다고 해도 길은 더러워질 수밖에 없대요. 눈이 자연스레 녹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라고요. 그래서 기다렸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기를, 아픔과 상처가 자연히 녹아내리기를….”

노현희, 새로운 사랑을 향해
시간이 흐르면서 상처는 서서히 아물었고 마음의 눈은 녹기 시작했다.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애쓰던 노력을 멈추니 오히려 부자연스러웠던 눈꺼풀이 내려앉아 조금씩 자연스러움을 찾아갔다. 대상을 알 수 없는 끓어오르던 분노도 잦아들고 마음도 편안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노현희는 변했다.

“하도 어려운 일을 당하다 보니까 내공이 생기는 것 같아요(웃음). 예전에는 아주 소심해서 쉽게 상처받고, 또 제 주장을 말하는 경우도 없었거든요. 식사 메뉴 고르는 것조차도 잘 못했죠(웃음). 이제는 웬만한 일로는 쓰러지지 않을 것 같아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어서 두려운 것도 없어요. 사실 방송활동을 재개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여러분께서 저를 설득하셨어요. 스스로를 잘 다듬어서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란 용기를 주셨죠.”

이제는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도 없고, 자신을 애써 포장하고 싶지도 않다. 지금 있는 그대로를 출발선으로 삼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싶을 뿐이다. 지난 1년간 10편을 소화할 정도로 열정을 불사르며 무대에서 연마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이제는 이혼, 성형과 같은 고단한 단어를 내려놓고 대중의 사랑을 오롯이 받을 수 있는 배우로 거듭날 계획이다.

“하고 싶은 역할이요? 제 얼굴이 자꾸 바뀌어서 그런지(웃음), 캐릭터에 구애받지 않고 정말 다양한 역할을 해왔던 것 같아요. 꼭 하고 싶은 역할을 말하라면… 남편한테 할 말 다 하고 사는 여자? 그걸 못해봐서…(웃음). 그동안 정말 좋은 작품들을 많이 했지만 제 인생의 대표작은 없었던 것 같아요. 작품마다 최선을 다하지만 정말 목숨을 걸 수 있는, 인생을 걸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그녀는 이미 새롭게 연기 인생을 시작할 준비를 마친 듯 보였다. 당장 어떤 역할이 주어져도 완벽하게 소화해낼 자신이 있을 만큼 열정이 넘쳤다. 하지만 새로운 사랑을 만날 준비는 아직 안 됐단다.

“남자가 있으면 일에 집중을 못해요. 제가 한 가지에 빠지면 오직 그것만 바라보거든요. 그 사람에 대해 강아지처럼 충성도가 높아져요(웃음). 일에 대한 욕심이 그렇게 많은데도 그 사람이 ‘일 나가지 마’ 하면 ‘응, 알았어’ 하고 따를 정도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누군가를 만나면 안 될 것 같아요.”

인터뷰 내내 노현희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차마 단도직입적으로 물을 수 없어 에둘러 질문을 던져도 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지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놓을 수 있는 여유, 돌이킬 수 없는 일에 대해 순응하는 성숙함이 묻어났다. 그녀는 분명 어두운 인생의 터널을 지나왔다. 그리고 이제 그녀에게선 다시 세상으로 걸어 나오려는 강한 의지와 희망이 엿보였다. “바닥을 치면 올라간다”라는 그녀의 말처럼 밝고 생명력 넘치는 진짜 노현희의 모습을 되찾기를 바란다. 도전하는 그녀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글 / 진혜린(객원기자) ■사진 / 이성원 ■장소 협찬 / 라 빌드 팡(02-517-8400) ■헤어&메이크업 / 지희·지윤(니케 인 뷰티, 02-514-4425) ■스타일리스트 / 지현 ■의상 협찬 / Sweet Soup·에고이스트·제시뉴욕(02-3442-0220), 액세서라이즈(02-551-5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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