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돌아온 전미선의 행복한 나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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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미소의 배우 전미선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씩씩하게 꿈을 키워나가는 인도네시아 어린이들을 만나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흔히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내가 가진 것을 누군가에게 나누어주는, 거창해야 할 것만 같은 실천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망설이고 걱정하고 고민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어떤 경계도 서려 있지 않은 환한 웃음으로 먼저 손을 내미는 아이들 앞에서 일행은 오히려 더 큰 위안과 뭉클한 설렘을 얻을 수 있었다. 비록 함께한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오래오래 가슴속에 남을 뿌듯한 희망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쏟아지는 햇살만큼이나 눈부신 행복이 가득했던 그곳에서의 특별한 이야기를 독점 공개한다.

작은 용기에서 시작되는 ‘나눔’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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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남부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섬나라 인도네시아. 광활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인도네시아는 발리 등 아름다운 휴양지로 잘 알려진 나라이지만, 한편으로는 잦은 자연재해와 오랜 가난으로 어려움에 허덕이는 곳이기도 하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풍부한 천연자원,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계층 간 빈부 격차가 크고 낙후된 지역이 많아 주민들은 전반적으로 힘든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굶주림과 가난에 시달리고, 제대로 된 복지나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채 힘겹게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 하지만 그러한 현실 속에서도 순수하고 밝은 마음으로 꿈을 키우며 열심히 살아가는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배우 전미선이 국제구호단체 플랜코리아와 함께 길을 나섰다. 획일화된 나눔과 기부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유로 고통받고 있는 지구촌 어린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지원하는 플랜코리아의 글로벌 프로젝트에 동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 특별한 여정에는 촬영감독인 남편 박상훈씨가 동행해 보다 큰 의미를 더했다.

전미선 부부가 찾은 곳은 인도네시아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로 손꼽히는 렘방 지역.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 섬에서 비행기로 약 한 시간, 그곳에서 또다시 차로 세 시간여를 달려야 다다를 수 있는 곳이다. 끝도 없이 펼쳐진 너른 평야를 지나 구불구불 이어진 산길을 따라서 들어가면 고유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지역 주민들을 만날 수 있다. 마을에는 한 개의 초등학교와 두 개의 유아 교육시설, 보건소밖에 갖춰져 있지 않은데다 주거 및 위생환경도 열악해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지역이다.

“이곳으로 오기 전까지 참 많은 생각을 했어요. 사실 예전부터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도 잘 몰랐고, 그렇다고 의욕만으로 섣불리 나서는 것도 주저돼 실천으로 옮기질 못했어요. 게다가 아직 우리나라에도 어려운 아이들이 많은데 해외에까지 관심을 기울일 여력이 있을까 싶어 망설였죠. 하지만 그래도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리고 아무도 손을 뻗지 않는 어려운 곳부터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용기를 내 오게 됐어요.”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 인도네시아행을 결정하기까지 수많은 걱정과 고민들이 머리를 스쳤다.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해야 할까,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과연 내가 그들에게 무엇을 전해줄 수 있을까 등 생각할수록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이며 주저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혼자서 생각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사람들 속에서 공유하고 실천해봐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나눔은 꼭 대단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한다’라는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을 거란 믿음에서였다.

장애를 넘어선 배움의 의지
렘방 지역에 도착한 전미선은 가장 먼저 팀브라강 마을에 살고 있는 열 살 소년 세툐 바스코로의 집을 방문했다. 엄마와 할머니, 삼촌과 함께 살고 있는 바스코로는 듣고 말하는 데 장애가 있는 어린이다.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나 지금껏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읽고 쓰는 능력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나누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엄마 혼자 농장에서 일한 품삯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며, 연로하신 할머니가 종일 바스코로를 돌보고 있다.

장애를 겪고 있지만 이와 관련해 아무런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있는 바스코로는 집 가까이에 있는 학교 운동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친구들이 많이 있는 학교에 다니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여러 가지 제약이 있어 그저 꿈만 꿀 뿐이다. 친구들을 따라 매일 학교까지 갔다가 혼자 운동장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주위를 맴돌다 돌아온다. 이따금씩 친구들이 운동장으로 나오는 쉬는 시간이 바스코로에게는 가장 반갑고 신나는 순간이다.

“바스코로의 엄마는 생활이 어렵다 보니 아이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는데다 아이가 장애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할까 봐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대요. 학교에서도 바스코로가 특수교사가 없는 교육과정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고요. 아무래도 장애가 있다 보니 어려운 점이 더욱 많은 것 같아요.”

바스코로에게도 다른 아이들처럼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놀고 기본적인 공부를 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 일행은 곧바로 마을의 초등학교를 찾았다.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교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기 위해서였다. 바스코로가 얼마나 학교를 다니고 싶어 하는지를 전해들은 전미선은 학교 이곳저곳을 둘러본 뒤 선생님을 만나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며 설득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침 또래 학생들 중 바스코로와 비슷한 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가 있었는데, 큰 어려움 없이 원만한 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 사례를 보고 학교 선생님들과 엄마 모두 마음을 돌렸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오는 7월부터 바스코로를 입학시키기로 한 것. 전미선과 플랜코리아도 바스코로가 앞으로 온전한 교육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이제 더 이상 혼자 시간을 보내며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바스코로는 신이 나서 운동장을 마구 뛰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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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바스코로가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공부하고 생활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거예요. 저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인지라 ‘바스코로가 잘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도 되더라고요. 하지만 아이 스스로 무척이나 원하고 있고 ‘하고 싶다’라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잘 해나갈 거라 믿어요. 또한 조금 모자라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건 안타까운 일이잖아요. 다행히 바스코로 곁에 도움을 주려고 하는 좋은 친구들이 있어 마음이 놓여요. 학교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는 바스코로의 얼굴을 보니 도와주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진심을 담아 마음으로 나눈 대화
학교에서 등록 절차를 마치고 돌아온 전미선 부부는 바스코로에게 공부방을 마련해주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뚝딱뚝딱 망치질을 해 책상을 만들고 준비해간 책과 학용품들을 채워 넣었다. 다른 아이들보다 듣고 말하는 것이 불편한 바스코로를 위해 쉽게 글을 쓰고 지울 수 있는 작은 보드와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놀 수 있는 블록 장난감도 선물했다. 한창 뛰어놀 나이인 개구쟁이 바스코로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한 선물은 무엇보다도 알록달록 예쁜 색깔의 축구화였다. 낡은 운동화 대신 새 축구화를 신고 골대를 가를 통쾌한 슛을 날릴 생각에 들뜬 바스코로는 전미선이 축구화 끈을 묶어주는 짧은 순간을 참지 못하고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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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하러 같이 운동장까지 가기로 해놓고 새 축구화를 신자마자 제 손을 탁 놓고 마구 달려가는 바람에 순간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 뭐예요(웃음). 그래도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분이 좋아요. 이곳에 오기 전 바스코로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굉장히 떨리기도 하고 아이를 어떻게 보듬어줄까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만나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활기차고 건강해서 안심이 되네요. 나이는 열 살이라도 영양이 부족해서인지 체구도 작고 장애 때문에 행동도 미숙한 편인데, 그래서인지 더욱 순수하고 밝은 것 같아요. 선물 하나에도 크게 기뻐하고 고마워하고요. 제가 너무 어른의 잣대로만 바스코로를 바라봤나 봐요. 오히려 제가 이 아이에게서 작은 것에 행복해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동네 아이들까지 한데 모여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나서야 모두들 둘러앉아 식사 시간을 가졌다. 고마운 손님이 온다는 소식에 동네 사람들이 정성껏 준비한 밥상이었다. 메뉴는 단출했지만 서로를 생각하고 아끼는 마음이 녹아 있는 맛있는 한 끼. ‘화려한 배우’가 아닌 ‘자상한 엄마’ 전미선은 바스코로와 친구들의 그릇에 반찬을 하나씩 놓아주며 식사를 챙겼고, 바스코로는 평소 가장 좋아하는 반찬인 튀긴 달걀 두 개로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아이들과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로 했다. 풍선과 비눗방울 놀이를 하고, 또 생전 처음 제기차기를 하며 깔깔댔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지만 서로의 눈과 얼굴을 바라보며 웃음으로 대화를 나눴다. 진정한 소통은 마음으로 이루어진다라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서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데다 더욱이 바스코로는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친구라 우리가 함께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서로의 이야기를 알아듣고 행동하게 되더라고요. 바스코로가 제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고, 거침없이 제 팔을 잡아 이끌 때 뭔가 묘한 감정을 느꼈어요. 이 아이가 제 마음을 믿고 답해준다는 느낌이요. 우리는 나이도, 사는 곳도, 살아온 방식도, 생각도 다르지만 지금 이 순간 같은 감정을 나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겠지요.”

그녀의 말대로 진심이 전해졌기 때문일까. 처음에는 다소 어색해하고 옆에 서는 것도 부끄러워하던 바스코로가 함께 찍은 즉석 사진을 건네자 먼저 전미선의 손을 잡고 불분명한 발음으로 이런저런 말을 건넸다. 사진 속 전미선의 얼굴을 가리키며 웃다가 더 예쁘게 찍어주겠다는 듯 카메라를 빼앗아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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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면서 신나하는 바스코로의 모습을 보면서 뿌듯한 마음과 동시에 마음 한켠이 뭉클해지는 걸 느꼈어요. 제가 이 아이의 인생을 모두 바꾸고 책임질 수는 없어요. ‘내가 큰 도움을 줘야지’라는 생각도 욕심이고요. 하지만 이 아이가 지금 이 순간 조금이라도 행복해하고, 또 앞으로 살아가는 데 제가 아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데 의미를 두고 싶어요. 아직 어린아이라 살면서 금방 저를 잊어버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누군가 자신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가슴을 설레게 한 소녀를 위해 흘린 땀방울
팀브라강 마을에서의 뭉클한 여운을 간직한 일행은 또 다른 소중한 인연을 만나기 위해 인근 지역 카자르 마을로 향했다. 그곳에는 오래전 병으로 아빠를 여의고 엄마와 단둘이 지내는 열두 살 소녀 프리얀티가 살고 있었다. 몸이 불편한 엄마는 고된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주로 집 안에서 지내고 있고, 두 사람은 아는 사람을 통해 소가 사는 헛간 한 모퉁이에 방을 만들어 그곳에서 살고 있다. 두 사람이 겨우 몸을 누일 만한 좁은 공간은 빛이 제대로 들지 않아 어둡고 허름했으며, 소와 닭 등 가축들이 집 안을 돌아다니고 있어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무엇보다 집 안 보수 및 생활환경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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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살고 있는 환경이 심각할 정도로 열악하다라는 귀띔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여기까지 오는 데 가파른 산길을 지나고 고개를 몇 개 넘었는데, 정말 이런 곳에 집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거든요. 그런데 제일 처음 뛰어나와 우리를 맞는 프리얀티의 모습을 보고 좀 놀랐어요. 너무나 예쁜 여자아이가 먼저 제 손을 덥석 잡는데 마음이 쿵쾅쿵쾅 설레더라고요. 저도 아들을 키우지만 보통 남자아이들은 무뚝뚝한 편이잖아요. 어제 만난 바스코로는 쑥스러워서인지 처음엔 자꾸 제 눈을 피하고 그랬는데, 프리얀티는 먼저 손을 내밀고 안기는 모습이 딱 애교 있는 여자아이더라고요. 처음 만났지만 어쩐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 같은 묘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 프리얀티의 손에 이끌려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받은 감정은 안타까움이었다.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무궁무진한 이 사랑스러운 여자아이가 하루 종일 어두컴컴한 집 안에서 그동안 어떤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지 안쓰럽기만 했다.

프리얀티는 초등학교 시절 내내 선생님의 칭찬을 받으며 공부를 마쳤지만 중학교 진학을 하지 못했다. 마을에는 중학교가 없어 6km 떨어진 테갈도 마을에 있는 학교를 다녀야 하는데 두 곳을 오가는 교통편이 없는 실정이다. 프리얀티가 공부를 계속 하기 위해서는 학교 등록 및 기숙사 비용으로 우리나라 돈으로 6천원 정도에 해당하는 돈이 필요하지만 이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엄마는 프리얀티와 떨어져 혼자 생활할 수 없는 상황이라 결국 공부를 포기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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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고 싶다는 의지가 충만한데도 여건이 받쳐주지 못해 포기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가슴 아팠어요. 사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모든 것을 풍족하게 누리면서도 불평만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들이 많잖아요. 저 또한 그랬고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도와주고 싶은 게 세상 모든 부모들의 마음일 텐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프리얀티 엄마도 무척 힘들 거예요. 저도 엄마로서 그 심정을 아니까 더 짠했어요. 그래서인지 프리얀티를 위해서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쁜 소녀의 환대에 힘을 얻은 전미선 일행은 우선 모녀가 좀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집 안 곳곳을 살피고 보수하기로 했다. 각자 역할을 나눠서 위험한 곳을 손보고, 낡은 벽에 페인트칠을 하고, 집 안 정리를 시작했다. 미리 준비해온 생활용품들을 차곡차곡 수납하고 당분간 두 사람이 먹기에 충분한 음식과 저장용품 등도 채워 넣었다.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힘든 기색 하나 없이 구슬땀을 흘렸다.

또한 당장 학교를 다닐 수는 없지만 혼자서라도 계속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프리얀티를 위해 책상과 선반도 만들고 책과 노트 등의 학용품을 선물했다. 프리얀티가 악기 연주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하모니카를 준비해온 전미선은 직접 동요 ‘학교종’을 들려주며 음계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프리얀티의 꿈은 소아과 의사래요. 나중에 커서 아픈 아이들을 돌봐주는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싶은데 공부할 시간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속상하다고 하더라고요. 학교도 못 다니는데다 몸이 불편한 엄마를 도와서 소 먹이도 주고 물도 길어오는 등 집에서 해야 할 일이 많대요. 지금은 비록 힘이 들더라도 언젠가는 프리얀티가 꼭 꿈을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아직 아이인 만큼 앞으로 또 다른 관심을 가질 수도, 새로운 꿈이 생길 수도 있겠죠. 다만 그것이 무엇이든 프리얀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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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마음을 다해 너의 삶을 응원한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빈곤 국가가 직면해 있는 수많은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식수로 사용할 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생활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물을 얻기 위해 뙤약볕 아래 험난한 길을 몇 시간씩 걷거나 위험 지역을 지나야 하는 어려움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곳의 사정도 비슷하다. 프리얀티는 물을 길어오기 위해 무거운 물통을 메고 매일 한 시간이 넘는 길을 다닌다. 이 일은 프리얀티의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뭐든 돕고 싶은 마음에 같이 물을 길러 가기로 했는데 막상 그 비탈진 산길을 한 시간 넘게 걸어가려니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길은 험하고 물통은 무거울 텐데, 이 어린 소녀가 매일매일 얼마나 힘이 들지 가슴이 미어졌어요. 하루 이틀에 해결될 문제도 아니라 막막한 마음만 들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손을 더 꽉 잡아주는 것밖에 없더라고요. 마음속으로 계속 얘기했어요. ‘나는 너를 아직 잘 모르지만, 너를 응원한단다. 너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잊지 말고 어려움이 있어도 꼭 이겨내다오’라고요. 그 마음이 아주 조금이라도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함께한 시간은 무척 짧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나눈 마음만큼은 깊고 가득했다. 그래서일까, 나란히 걷던 프리얀티가 발길을 멈추고 섰을 때 통역을 담당했던 이에게 뭔가를 묻더니 서툰 발음으로 한마디를 건넸다. “사랑해요”라고. 아마도 그녀를 생각하고 아끼는 전미선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진심이란 애써 드러내고 포장하지 않아도 마음의 온기를 타고 전해지는 것이니 말이다.

“처음에는 막연히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들에게 부족한 것들을 채워주고 나눠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진정한 ‘나눔’이란 서로 마음이 오고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물질적으로 뭔가를 채워주는 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거기에 진심이 담겨 있지 않다면 그저 일방적인 이벤트에 그치고 말겠죠. 대신 단 0.1초라 해도 서로간에 교감이 이루어졌다면 그 감정이 오래도록 이어지는 것 같아요. 진심을 받은 사람은 언젠가 또 다른 사람을 위해 사랑을 나눠줄 것이기 때문이죠.”

잊지 않고 지켜나갈 나눔의 약속
마치 꿈을 꾼 듯 빠르게 스쳐간 3박 5일은 전미선 부부에게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벅찬 감동과 함께 한편으로는 많은 숙제를 남겼다. 짧은 만남 속에서도 먼저 손을 내밀고 마음을 나누어준 사람들을 통해 기쁨과 희망의 단초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특별한 경험이 그저 한때의 감상만으로 남지 않도록 앞으로 두 사람은 좀 더 고민하고 노력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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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뭔가 많은 것을 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또 그렇게 하겠다는 마음이 컸는데, 오히려 제가 아이들에게 받은 것이 훨씬 많은 것 같아요. 그동안 마음은 있었지만 막상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긴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이렇게 한 번, 두 번 해나가다 보면 자연스레 사랑을 나누는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다만 의욕만 앞세워 섣부른 약속은 하지 않으려 해요. 제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이 뭔지 공부하고 고민해서 실천할 거예요.”

마음을 나누기 위해 찾아간 인도네시아에서 그보다 더 큰 행복을 발견하고 돌아왔다는 전미선 부부. 앞으로는 이 값진 경험과 교훈을 세상에 알리고 되돌려주는 데 머리를 맞대보려 한다. 섣불리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진심을 다해서 말이다.

“지금의 이 마음과 다짐, 잊지 않고 오래 가져갈 거예요. 바쁘다는 핑계로, 또 현실이 힘들다는 이유로 외면하지 않으려고요. 앞으로 살면서 나태해졌을 때 남편과 서로 꼭 깨우쳐주자고 약속했어요. 이래서 나눔은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이, 두 사람보다는 여럿이 하는 게 좋다고들 하나 봐요(웃음).”

3박 5일을 동행했던 남편 박상훈씨는 일정을 마무리하며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촬영감독으로서,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는 소감을 남겼다. 그리고 앞으로 나눔의 방법과 크기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난다면 “일단 작은 것부터 지금 당장 시작해보세요”라고 조언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세상의 이웃들을 위해 잊지 않고 마음을 기울이는 것, 이번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전미선이 스스로에게 다짐한 소중한 약속이다. 그리고 그 약속은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도 반드시 유효하다.

플랜코리아와 함께 사랑을 실천해요!
플랜코리아는 1937년 설립된 국제아동후원단체 플랜인터내셔널의 한국 지부다. 비종교·비정치·비정부 국제기구인 플랜인터내셔널은 UN 경제사회이사회의 협의기구로, 한국은 1953년부터 1979년까지 후원을 받아오다가 1996년 세계 최초로 수혜국에서 후원국으로 격상됐다. 현재 플랜인터내셔널은 21개 후원국이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등 전 세계 48개국 1백50만 명의 아이들과 9백만 명의 지역 사회 주민들을 돕고 있다.

●후원 신청 및 문의 02-790-5436 www.plankorea.or.kr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원상희 ■취재 협조 / 플랜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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