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레 다가온 운명의 끌림

작품 속 인연이 현실로, 부부가 된 지킬&루시…뮤지컬 배우 김선영·김우형 부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킬과 루시, ‘미스사이공’의 존과 엘렌으로 한 무대에 서며 배우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던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이 전해지자 수많은 팬들의 축하가 쇄도했다. 꾸준히 두 사람을 응원해온 열혈 팬들을 비롯해 ‘선영앓이’, ‘우형앓이’를 자처하던 마니아들까지 모두 두 사람의 행복한 출발에 박수를 보냈다.
“뮤지컬계에서는 한동안 뜨거운 이슈였다고 해요.(웃음). 모두들 진심으로 축하해주신 것 정말 감사드려요. 사실 저희는 연예인도 아니고, 평소에 뮤지컬 배우들이 대체로 팬들과 가깝게 지내는 편이다보니 팬들은 아는 오빠가 장가가고 친한 언니가 시집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시나 봐요.” (김우형)
“저희가 6년을 만났잖아요. 동료 배우나 스태프들 사이에서는 ‘얘네 정말 결혼을 하긴 할 건가’ 하는 의구심이 있었던 모양이더라고요(웃음). 공식적으로 결혼 발표를 하고 난 뒤에 ‘놀랐다’라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팬들 중에는 저희가 연인 사이인지 몰랐던 분들도 꽤 있던 터라 화제가 됐었나 봐요. 게다가 연상 연하 커플이기도 하고요.” (김선영)
두 사람 모두 현재 대한민국 뮤지컬계를 주름잡고 있는 대표 배우들이다 보니 공연 스케줄이 워낙 빡빡하게 잡혀 있어 결혼 결정 후 함께 결혼 준비를 하기는커녕, 서로 제대로 얼굴 볼 시간도 없을 정도로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냈다고. 김우형은 올해 초부터 시작된 ‘미스사이공’ 지방 공연으로 인해 4월 말까지 울산, 대전, 부산에서 살다시피 했고 김선영 또한 ‘엘리자벳’의 타이틀롤을 맡아 5월 중순까지 계속 무대에 올랐다. 두 사람 모두 얼마 전에야 온 마음을 바쳐 열연했던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떠나보내고 한숨 돌리지도 못하고 결혼식을 치른 터라 아직까지 잘 실감이 나지 않는 듯했다.
“그래도 그 바쁜 와중에 결혼 준비를 무사히 마쳐서 다행이었어요. 결혼식도 그렇고 모든 것을 최대한 복잡하지 않고 차분하게, 경건하게 진행하려 했어요. 중요한 건 겉으로 드러난 게 아니라 앞으로 우리 두 사람이 하나가 되어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거니까요. 결혼 준비를 하다 보면 많이 싸우곤 한다고 하던데, 저희는 정말 수월하게 진행했어요. 한 번도 다툴 만한 일이 없었고요. 사실 평소에도 이제껏 거의 싸워본 적이 없었어요. 서로 성격이 잘 맞는 편이거든요.” (김우형)
“결혼을 결심하고 이런저런 현실적인 준비를 하면서 더 많이 느꼈어요. 우리가 참 잘 맞는 사람들이라는 걸요. 우형씨는 남자답고 적극적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척 계획적이고 꼼꼼한 편이에요. 반면 저는 좀 헐렁한 성격이고요. 준비해야 할 것들은 우형씨가 이것저것 따져서 알아본 뒤에 저한테 알려주면 제가 그 안에서 결정하는 방식으로 처리해 나갔어요. 우형씨는 저를 배려해서 제안을 하고, 저는 우형씨를 믿고 따라가니까 특별히 문제가 생길 일이 없었죠.”(김선영)
특유의 리더십으로 상대를 이끌어가는 남자와 신뢰할 수 있는 상대를 믿고 힘을 실어주는 여자가 만났으니 합이 잘 맞을 수밖에. 결혼 후에도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춰나가듯 서로에게 자신을 채워나간다면, 지금보다 더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

작품 속 인연이 현실로, 부부가 된 지킬&루시…뮤지컬 배우 김선영·김우형 부부
두 사람의 결혼은 뮤지컬계 남녀 최정상급 배우의 만남이라는 것과 더불어 작품 속 인연이 현실까지 이어졌다는 점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는 함께 ‘지킬 앤 하이드’에 출연했던 두 사람의 ‘절친’ 조정은 배우가 결혼식 축가를 부른 것을 두고 지킬, 루시, 엠마의 ‘불편한 삼각관계’에 의미를 부여하며 즐거워할 정도. 과연 언제부터 지킬과 루시가 진짜 사랑을 느끼게 된 건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많다.
“선영씨는 데뷔 전부터 무척 좋아하는 배우이자 선배였기 때문에 처음 만나던 날 정말 많이 설랬어요. ‘과연 실제로 보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고요. 처음 시작은 그거였죠. 사람에 대한 호기심. 그런데 딱 마주한 순간 다른 사람들과는 느낌이 다른 거예요. 아직 100% 확신은 못하지만 저는 운명적 사랑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돌이켜보면 지난 6년 동안 순간순간이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시작은 조용했지만 내적으로는 굉장히 강렬했어요.” (김우형)
“원래 지킬 커버가 따로 없었거든요. 그런데 지킬 커버로 새 배우가 온다는 거예요. 사실 저랑 특별히 마주칠 일도 많지 않고 크게 상관하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이상하게 많이 궁금했어요. 그리고 처음 인사를 나눴을 때 사실 저보다 한참 후배인데다 상대 배우도 아니라 편하게 굴어도 괜찮았을텐데 무척 어렵고 조심스럽더라고요. 아마 그런 부분이 우형씨가 말하는 운명이라는 건가 봐요.” (김선영)
처음 만났을 때부터 두 사람 모두 마음속에는 강렬한 파도가 일었지만 특별히 내색을 하지는 못했다. 그냥 좋은 사람을 대할 때 생기는 자연스러운 감정이겠거니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차츰 시간이 흐를수록 딱히 어떤 행동을 취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애틋한 감정도 깊어졌다. 아마도 운명처럼 서로가 서로를 끌어당겼나 보다.
“지금은 거의 같은 위치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지만, 그때는 우형씨가 신인이었고 나이 차이도 꽤 나는 편이라 솔직히 현실적으로 연인이 될 거란 생각을 못했어요. 게다가 우형씨는 자기 사람이 되기 전까지는 먼저 잘 표현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마음을 짐작할만한 어떤 제스처 같은 것도 없었고. 그냥 그러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흘러 시작됐던 것 같아요.” (김선영)
달콤한 사인 대신 자연스러운 끌림으로 시작된 연애는 의외로(?) 무척이나 순조롭게 흘러가 오히려 두 사람을 놀라게 만들었고, 그렇게 한 해 두 해 시간이 흐르고 서로를 더 자세히 알아가면서 이제는 상대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란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유난스럽게 사랑을 드러내고 확인하지 않아도, 마음과 머리를 일치시키려고 애쓰지 않아도, 서로가 있어 삶이 충만해짐을 깨달을 수 있었고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됐다.
“맨 처음엔 연애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선영씨는 결혼에 대해 부정적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고, 저는 결혼을 생각하기에는 다소 어린 나이였고요. 그런데 5년 정도 지나니까 ‘이 사람과 같이 살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우리 둘은 연애만 하다 헤어지기에는 너무 아까운 관계란 생각이 들고, 끝까지 곁에 있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됐어요.”(김우형)
“아무리 자유롭게 생각하려 해도 결혼은 인생의 구체적인 실천이고 현실이잖아요. 그냥 좋다고 덥석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요. 그런데 어느 날 제가 나이 들고 늙었을 때 이 사람이 옆에 있는 그림이 그려지더라고요. 구체적으로 ‘나도 결혼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 건 이 사람이 처음이었어요.” (김선영)
데칼코마니처럼 신기하게 성격이 잘 들어맞는 것도 좋았지만 미래에 대한 생각이 비슷한 것도 두 사람을 가깝게 했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앞으로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하기 위해서는 인생에 대한 계획이나 미래에 대한 꿈도 공유해야 할 텐데, 이 또한 잘해나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것저것 갖다 붙일 수 있는 말은 많겠지만 사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딱 한 가지예요. 선영씨가 좋았어요. 같이 일을 하면 힘들고 불편하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는 매번 볼 때마다 좋았어요. 어떤 모습으로 만나든 편안하고 좋은 것 같아요.” (김우형)

작품 속 인연이 현실로, 부부가 된 지킬&루시…뮤지컬 배우 김선영·김우형 부부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할 미래
결혼은 연애의 끝이 아니라 오히려 길고 긴 사랑의 시작이라 했던가. 두 사람 앞에는 이제 6년의 연애를 훌쩍 뛰어넘는 더욱 긴 시간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지금껏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해왔던 것 이상으로 훨씬 많이 노력하고 보듬어나가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까지 잘 해왔던 것처럼 어떤 풍랑이 닥쳐와도 지금 잡은 서로의 손을 놓지 않는다면 씩씩하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또 하나. 서로를 위해서라도 각자 현재의 자리에서 한 발짝 더 발전하는 배우로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사랑스러운 남편·아내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으로 원동력을 채워나가며.
“결혼을 통해서 더 좋은 에너지를 얻었으니 배우로서도 훨씬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은 좀 막연하긴 하지만 뭔가 편안하고 안정되는 느낌이 들거든요. 결혼한 선배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개 연기도 훨씬 좋아진다고 하더라고요. 아마도 인물을 표현하는 데 있어 깊이를 더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우형)
“아무래도 저는 여배우라 주변에서 결혼에 대한 의미를 크게 부여하기도 해요. 하지만 두렵지는 않아요. 결혼을 떠나 여배우로서 한 단계씩 밟아 나가는 과정에서 그런 고민은 언제나, 그리고 자주 겪어 왔거든요. 오히려 저는 결혼을 통해 제 인생이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거란 생각을 해요. 지금껏 저는 저만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살아왔는데, 앞으로는 나한테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한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도 들고요. 이런 생각들이 배우 김선영에게 더 깊고 넓은 시야를 갖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요.” (김선영)
당장 7월부터 창작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공연을 시작하는 김우형은 요즘 본격적인 연습에 돌입했다. 많은 이들의 가슴을 적셨던 동명의 멜로영화를 무대로 옮긴 이번 작품에서 김우형은 사랑을 둘러싼 섬세한 감정의 결을 표현해낼 예정이다. 기존의 남성적이고 강렬한 캐릭터와는 확연히 다른 인물이라 잘해낼 수 있을지 설레고 긴장도 된다. 한편, 대망의 ‘엘리자벳’ 공연을 끝낸 김선영은 당분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며 숨을 고르려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굵직굵직한 작품을 맡아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 부었던 터라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많이 지쳐 있는 그녀는 뮤지컬 데뷔 후 실로 오랜만에 맞이한 휴식을 만끽할 생각이다.
“제가 쉬는 동안 우형씨한테 돈 많이 벌어오라고 했어요(웃음). 개인적으로 몸과 마음이 많이 방전된 상태예요. 당분간은 쉬면서 제 삶을 찾아보고 싶어요. 결혼도 했으니 아내로서의 삶도, 주부로서의 삶도 즐겨보려고요. 일단 요리를 배우러 다닐 거예요. 평일에 혼자 이곳저곳 돌아다니기도 하고 햇살 좋은 날엔 동네 카페에 앉아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요. 우형씨한테 맛있는 음식도 해주고 내조도 해보려고 해요. 그리고는 제가 즐길 수 있는 역할이 또 뭐가 있을까 찾아봐야죠. 무대 위에서 즐겁게 발산할 수 있는, 개성 넘치는 좋은 인생을 만나고 싶어요.” (김선영)
서로를 가장 아끼는 연인이자 한편으로는 각자 배우 김선영·김우형의 가장 열렬한 팬이라는 두 사람. 다만 무대와 일상의 경계는 확실하게 지켜주는 것이 부부의 뜨거운 연애 감정 유지 원칙이란다.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 김선영과 소탈한 매력의 여자 김선영, 씩씩하고 남자다운 배우 김우형과 어른스럽고 세심한 남자 김우형. 그 두 사람이 만나 앞으로도 변치않는 진솔한 사랑을 키워나갈 것이다.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각자의 길을 걸어온 두 사람, 이들이 이제 ‘부부’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어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 서려 한다. 시작부터 기립 박수를 치고 싶은 기대되는 멋진 무대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이주석 ■스타일리스트 / 지현 ■헤어&메이크업 / 진주·이창은(라메종0809) ■장소 협찬 / 라베르샤(02-549-1477) ■의상 협찬 / 마시모두띠(02-3413-9820), 소다옴므(02-546-7764), 액세서라이즈(02-551-5685), 스튜디오아파트먼트·제이티아라(02-509-6033), 제시뉴욕(02-3442-0220), 마이엥로즈 (02-466-9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