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물네 살 엄마의 화려한 외출…양성연의 ‘슈퍼 디바’ 도전기
레이디경향(이하 LADY) 요즘 성연씨 얘기가 화제예요. 딸이 언니라고 부른다는 사연도 그렇지만 걸그룹 외모의 도전자로 기사에도 많이 났어요. 실감하세요?
양성연 아뇨, 전혀요. 한 달 넘게 합숙 생활을 하고 있거든요. 인터넷도 못하고 휴대폰도 소지할 수 없어요. 합숙 초기에는 정말 ‘걸그룹 식단’으로 먹었어요. 삶은 달걀에 소스 없이 생채소를 먹는 식으로요. 처음엔 먹고 싶은 음식 생각밖에 안 나고 되게 힘들었는데 2주 지나니까 괜찮더라고요. 운동도 많이 했는데 평소에 좋아해서 힘들지는 않았어요. 생방송을 앞두고부터 잘 먹고 있어요. 갑자기 간이 된 음식을 먹어서 탈이 나기도 했지만 밥을 먹으니 혈색은 훨씬 좋아지더라고요. 살이 많이 빠지니까 화면도 잘 받아서 뿌듯해요.
LADY 한동안 떨어져 지내서 그런지 남편이 무대를 바라보는 표정이 다시 사랑에 빠진 것 같더라고요. 아내가 연예인같이 보였나 봐요.
양성연 생방송 출연자 중에 제가 막내예요. 남편이 “어린 너를 전쟁터에 보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좀 그렇다. 너한텐 첫 사회생활인데”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땐 또 어린애 취급한다고 했는데, 이젠 무슨 뜻인지 좀 알 듯해요. 제가 막내로 자라서 눈치도 없고 그랬는데 이번에 오디션을 치르면서 ‘사회생활이 이런 거구나’ 싶어요. 또 남편이 평소 애정표현도 잘 안 하고 무뚝뚝한 편인데 떨어져 지내다 보니 갑자기 보고 싶고 애틋해졌어요.
LADY 다들 일찍 결혼한 줄만 알았지,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이라는 건 늦게 알려졌어요.
양성연 네, 제가 연기 전공이다 보니 과하게 연기하는 것 같다는 지적을 많이 들었어요. 처음에 드림메이커(심사위원) 주영훈씨가 안타까워하면서 “다른 인물의 감정이 아니라 성연씨의 진실한 자기 감정으로 노래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라고 하셨어요. 처음엔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는데 한 달이라는 합숙 기간 동안에 배운 것 같아요. 보컬 트레이너 전시은 선생님께 배우고 또 노력하면서 많이 좋아졌어요.
LADY 결혼과 방송, 학업을 병행하는 게 가능한가요?
양성연 올 초에 휴학했어요. 2008년에 입학하고 그해 7월에 결혼했거든요. 원래 기숙사에 있다가 남편이 공군 장교여서 결혼 후 수원 비행장 관사에 들어가서 살았어요. 학교까지 왕복 네 시간 걸려요. 급할 때는 서울역까지 기차 타고 다니곤 했죠. 친구들이 ‘통학녀’에 ‘품절녀’로 인정해주고 다들 고생한다며 한마디씩 했어요. 그런데 학교에서 방송 출연을 절대 허락하지 않거든요. 4학년 1학기를 등록하고 오디션에 참가했다가 교수님들께 조언을 구하고는 결국 휴학하게 됐어요.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휴학을 하니 마음이 다잡아지고 정말 열심히 연습하게 되더라고요. 그때가 김건모의 ‘핑계’를 준비하는 시즌이었거든요. 집중도가 높아져서 짧은 기간에 많이 달라졌다는 호평을 들을 수 있었죠.
딸과 함께 살고파 ‘슈퍼 디바’ 도전
LADY 왜 그렇게 일찍 결혼을 하셨어요? 게다가 배우 지망생인데.
양성연 남편과는 이맘때쯤 처음 만나서 밤새 얘기만 했어요. 영화 ‘비포 선라이즈’랑 똑같았어요. 남편이 군인이라 보수적이긴 해도 감성적인 부분이 있고, 저는 연기를 하니까 그런 게 잘 맞더라고요. 문 닫은 치킨집 앞에서 달랑 커피 한 잔 들고 얘기를 하다가 해가 뜨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딸에 대한 얘길 많이 했는데 남편이 철이 없더라고요. 이혼한 후에 사귀게 된 사람을 딸한테 보여주기도 하고, 또 헤어졌다고 얘기하면 딸이 오히려 위로를 해줬대요. 딸은 아빠가 만나는 여자를 엄마로 받아들일 준비를 살짝 했거든요. 그런 상황이 몇 번 반복된 것 같더라고요. 딸 생각에 마음이 아팠어요.

스물네 살 엄마의 화려한 외출…양성연의 ‘슈퍼 디바’ 도전기
양성연 제가 새엄마 밑에서 자랐거든요. 20년 동안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저도 모르게 처음으로 남에게 털어놓은 거예요. 눈물 한 방울 안 흘리고요. 그러고 나니 ‘이 사람과 결혼할까’라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남편도 이 여자가 딸의 엄마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대요. 그리고 한 달 뒤에 결혼하게 된 거예요. 여배우를 평생 직업으로 삼기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는데 부모님이 결혼을 반대한 것도 당연했죠. 부모님이 ‘널 어떻게 키웠는데 그런 곳에 시집가느냐’라고 하셔서… (연락을 끊은 거죠). 협상이나 합의가 안 된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아직까진 부모님 얘기하면… (눈물이 나네요).
LADY 지금은 연락하시나요? 방송에 나오는 딸을 보고 좋아하셨을 것 같아요.
양성연 어버이날에 합숙소에서 연락할 수 있는 시간을 주셨어요. 엄마가 “방송하는 거 힘들지 않느냐. 노래도 좋지만 몸부터 챙겨라. 건강이 최고다. 살이 너무 많이 빠졌다”라며 걱정하셨어요. 합숙 기간 중에 제 생일이 있었거든요. 선물로 남편과 통화하게 해줬는데 남편이 그 사이 엄마랑 통화했다고 하더라고요. 방송 끝나면 오랜만에 가족들 만나서 회포도 풀 수 있을 것 같아요.
LADY 연기 오디션이 아니라 노래 프로그램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양성연 집에 TV가 없어서 음악만 다운받아서 듣다 보니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는 줄 전혀 몰랐어요. 통학 버스에서 TV를 보다가 광고에 아는 분이 나와서 유심히 지켜보는데 그때 오디션 광고가 나왔어요. 저게 뭐지? 여자만 나오는 오디션? 무엇보다 상금이 3억원이라기에 나가야겠다 싶었어요. 저희 부부가 딸이랑 살려고 부단히 노력해서 청약부금도 넣고 분양 신청도 했는데 잘 안 됐거든요. 딸이 초등학교 6학년인데 시댁에서 지내요. 얼른 데려와야 하는데 상금 3억원이면 집도 마련해서 같이 살 수 있겠다 싶었어요. 마지막 서울 예선 날짜가 다가오는데,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서 남편하고 상의해서 출전하게 됐죠.
LADY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사연을 다 털어놓기가 쉽지 않았을 듯해요. ‘슬픈 인연’ 부르실 때 정말 울컥했어요. 그동안 힘들고 외로웠겠구나 하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졌거든요.
양성연 제가 배우로서 자리를 잡은 것도 아니고 아직 학생일 뿐이잖아요. 또 용기 있게 결혼은 했지만 제 사연을 다 털어놔야 할지 고민이 됐어요. 거짓말해서 반짝 인기를 얻는 것보다는 사실을 얘기해서 관객들에게 진실되게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털어놓고 나니 정말 잘한 것 같아요. 진실이 통했고 오히려 저를 위로하고 격려해주시니까 무척 감사하죠.
LADY 남편과는 어때요? 아내로서의 성연씨 모습도 궁금해요.
양성연 군대 관사에 있을 때는 많이 싸우기도 하고 좀 힘들었어요. 그래도 시험 기간 빼고는 삼시 세끼를 다 챙겨줬어요. 학교가 멀어서 남편 밥 챙기고 나가려면 새벽 6시에 일어나야 해요. 지각을 여섯 번하면 낙제거든요. 남편이 집안 내력 때문에 위가 많이 약해요. 위궤양도 있고 변비약을 항상 챙겨 먹을 정도로 고질병이 있었는데 제가 먹던 대로 현미로 밥을 지었더니 남편 변비도 낫고 정기검진을 받았는데 위장이 선홍색으로 아주 건강하다고 해서 뿌듯하더라고요(웃음).
노래와 연기로 진실된 모습 보여줄 터
LADY 사람들이 성연씨를 이해해주고, 또 본인의 노래로 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 행복하겠어요.

스물네 살 엄마의 화려한 외출…양성연의 ‘슈퍼 디바’ 도전기
LADY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양성연 이번(16강전)에 남편이 처음으로 친구들도 데려오고 플래카드도 만들어왔더라고요. 저더러 ‘마더+시스터=마스터’래요. 딸에게 제가 엄마이자 언니잖아요. 평생 친구 같은 엄마이고 싶어요. 딸이랑 통화할 때 제가 “사랑해”라고 하면 만날 “네, 알아요” 이랬는데 이번 어버이날에는 “저도 사랑해요” 그러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딸이 제게 마음을 연 게 느껴져서 울컥 눈물이 솟았어요. 평소에도 같이 살자고 하면 “난 할머니랑 있는 게 편해”라고 했는데, 어린이날에 남편이 “언니 우승하면 같이 살자” 했더니 “그래”라고 했대요. 딸이 친엄마도 만나고 있기 때문에 제가 빼앗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언니라고 불러도 절 엄마라고 생각한다는 걸 믿고도 싶고요. 16강전에서 (김)혜정 언니가 아들을 생각하면서 ‘죽어도 사랑해’를 불렀잖아요. 과연 저도 딸을 생각하면서 노래할 때 저만큼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언젠가는 불러줄 수 있겠죠.
LADY 앞으로의 계획과 함께 시청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양성연 제 모습이 어린 주부들에게 위로와 자극이 됐으면 좋겠어요. 자기 꿈을 마음껏 펼쳐보고 결혼한 분들과 그렇지 않은 분들은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다른 것 같아요. 절 보면서 용기 내시고 아직은 꿈꾸고 있는 것들을 할 수 있는 나이라는 걸 아셨으면 좋겠어요. 저처럼 힘든 사람도 다들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제 꿈은 전도연씨처럼 팔색조 같은 배우가 되는 거예요.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드릴 테니 기대해주세요.
‘슈퍼 디바’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지만 노래를 사랑하는 주부를 무대에 설 수 있게 하는 tvN의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오디션은 많지만 TV의 주 시청자인 주부가 직접 무대에 선 케이스가 드물다는 점에서 착안해 열정적인 주부들을 ‘맘마미아’의 주인공처럼 화려한 디바로 데뷔시켜준다.
지난 5월 18일 박화요비의 ‘어떤가요’를 부른 양성연의 도전은 아쉽게도 8강전 무대에서 끝을 맺었다. 남다른 사연이 아닌 일취월장하는 노래 실력으로 우승 후보로 점쳐진 그녀였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다시 학생으로, 주부로 돌아갔지만 언젠가는 멋진 배우로 만날 때를 기다려본다.
■글 / 위성은(객원기자) ■사진 / 이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