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고영욱 사건으로 본 연예계 성폭력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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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그룹 ‘룰라’ 출신의 방송인 고영욱이 연예인 지망생 김 모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사건이 보도된 후 두 명의 피해자가 추가로 고소장을 접수해 총 세 명의 여성에 대한 성폭행 혐의로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연예계에 만연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고 있다.

충격! 고영욱 사건으로 본 연예계 성폭력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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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작업남’에서
성폭력 피의자 되기까지
고영욱(36)은 자신이 출연 중인 한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연예인 지망생 김모씨(18)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고영욱은 토크쇼 형식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했던 연예인 지망생의 촬영분 모니터를 보고 프로그램 관계자를 통해 연락처를 알아낸 뒤 전화를 걸어 “연예인 할 생각 없느냐. 기획사에 다리를 놓아주겠다”라며 자신의 오피스텔로 유인해 술을 마시게 하고 두 차례 성관계를 가졌다고 한다. 김씨는 “자신이 미성년자임을 밝혔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고영욱은 “스무 살인 줄 알았지 법적으로 미성년인 줄은 몰랐다“라며 강제성이 없었다는 사실을 주장하고 있다.

현행법상 13세 이상의 미성년자인 경우, 합의하에 성관계가 이뤄졌다면 사리분별을 할 수 있는 연령으로 판단해 처벌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실명이 공개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고영욱에게 10대 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의 신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알려진 성폭행 피해자 외에 두 명의 여성이 피해를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한 데 이어 두 명의 피해자가 더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서울 모 대학에서 10대의 성폭행 실태 조사를 위해 심층면접을 하는 과정에서 고씨에게 성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여성의 진술이 나왔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정식으로 고소장을 접수한 여성은 세 명이지만 과연 몇 명의 피해자가 더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 평소 고영욱이 ‘바람둥이’, ‘작업남’ 이미지로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활약하던(?) 터라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그가 방송을 통해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던 ‘작업’ 방식이나 연락처를 알아내는 노하우 같은 것들을 찾아내며 또 다른 폭로전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이번 고영욱 사건은 유명 연예인이라는 ‘권력’을 이용해 나이 어린 여성들에게 접근했다는 점에서 비정상적인 욕구를 지닌 어느 개인의 문제로 보기에는 많은 문제가 얽혀 있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 비상한 관심을 끌었던 연예인 소속사 내 성폭력 문제나 성상납 등 연예계 이면의 고질적인 병폐를 드러낸 사건으로 어떤 수사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걸그룹이나 연예인을 지망하는 수많은 10대가 존재하는 이면에는 권력을 지닌 얼마나 많은 남성들이 소녀들을 대상으로 육체적 관계를 통해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처럼 득세해왔는지 모를 일이다. 미성년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는 것은 원칙적으로 법적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연예인을 시켜주겠다’라거나 장담할 수 없는 대가를 내걸면서 성관계를 종용한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육체적인 폭력을 동원한 강간이 아니라고 해도 이를 순수한 합의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사건과 관련된 쟁점 몇 가지를 살펴봤다.

성희롱이 권력 관계에 의해 성립하는 것처럼 성폭력 또한 본질적으로 권력에 의해 발생하는 범죄다. 10대인 여성이라면 분명 취약한 점이 있고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으며 연예계 지망생이라면 더더욱 약자인 상황에서 자신의 성이라도 이용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 과연 이럴 때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 누구도 속 시원하게 말해준 적이 없고 그럴 수도 없는 문제다.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판명이 필요한 이유다. 그 과정에서 과도하게 가해자의 인권이 침해되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현재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니 최종 판단은 좀 더 기다려도 늦지 않을 것이다.

쟁점 1 강제성 없는 미성년자 성관계는 처벌받지 않는다?
성적 자기결정권의 문제

충격! 고영욱 사건으로 본 연예계 성폭력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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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실정법에서는 본인의 책임으로 상대방과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만 13세로 규정하고 있다. 만 20세가 안 된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하더라도 강제성이 없고 술이나 약물을 먹이는 등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를 인위적으로 만들지 않았다면 이를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13세가 넘은 중학생이 자신이 동경하는 연예인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의 꼬드김에 넘어가 훗날 후회할 선택을 한다고 해도 자신의 지위를 남용해 성관계를 가진 어른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크다.

외국에서는 ‘성관계를 할 수 있는 나이 혹은 부모의 허락 없이 결혼할 수 있는 나이’를 통상 만 16세나 18세로 본다. 그 정도 나이가 되어야 행동에 따른 책임 의무를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동은 아니지만 미성년인 상대와 합의한 성관계에 강제추행에 해당하는 형량을 부과하는 추세다.

쟁점 2 경찰은 왜 이례적으로 실명을 밝혔는가?
피의사실 공표의 문제

경찰이 언론을 통해 고영욱의 사건과 실명을 밝힌 것은 피의사실 공표죄 위반의 성격으로 볼 수 있다. 형법 126조에 따르면 ‘피의사실 공표죄’란 검찰, 경찰, 기타 범죄 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나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직무를 행하며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판 청구 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 징역 혹은 5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것이다.

이 법에 의하면 고영욱의 경찰 조사 내용을 언론에 흘린 경찰관은 기소돼 피의사실 공표죄 혐의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피의사실 공표죄가 적용된 경우는 거의 없어 사실상 사문화된 법으로 볼 수 있다. 이를 공표한 경찰의 판단에 과연 문제가 없을까. 사건 초기 고영욱이 혐의를 부인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던 것도 수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범죄 혐의를 확정할 수 없다는 법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예인 관련 사건에 대해 경찰이 미리 피의사실을 알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추후 문제의 소지가 될 여지가 있다.

쟁점 3 문란한 사생활이 성폭력과 연관 있는가?
성폭력을 판단하는 기준

일부 법관이나 수사기관의 경우 피해자의 평소 행실을 문제 삼을 때가 있다. 이제는 “성폭행을 당할 때 흥분했는가”와 같은 질문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이전의 성경험을 묻거나 애인과의 성관계를 질문하는 등 과도한 심문 때문에 수치심을 갖거나 심지어 피해자가 자살하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가해자는 행실의 문란함이 판단 기준이 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이는 주로 가해자의 입장에 서는 남성과 피해자인 여성에게 이중의 잣대를 적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성적으로 자유로운 여성은 성폭력을 당해도 된다거나 성폭력이 성립할 수 없다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고영욱처럼 성적으로 분방한 남성은 (다소 긍정적이거나 부러움을 담은 의미로) ‘남자답다’라고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이번 사건처럼 성폭력과 성관계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데다 가해자의 행실이 문제 되는 경우 더욱 그 귀추가 주목된다.

■글/ 위성은(객원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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