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향의 기분 좋아지는 인터뷰

명사에게 행복을 듣다

김도향의 기분 좋아지는 인터뷰

댓글 공유하기
ㆍ행복하려면 정신 차려라!

필자가 즐겨 보는 일요일 아침 음악 프로그램에서 오랜만에 그를 보았다. 지긋한 나이임에도, 그의 노래는 발성이나 성량, 감정 표현까지 젊은이들을 압도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음악에 빠져 있는 김도향은 행복해 보였다.

“그게 아주 긴데. 아주 짧으면서 아주 긴 얘기인데….”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묻자, 언뜻 보기에도 도사 같은 인상의 김도향(67)은 울림 있는 목소리로 도사 같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행복이라는 개념은 사실 본능 같은 거예요. 모든 생명체가 똑같이 갖고 있지요. 행복을 우리말로 얘기하자면, ‘기분이 좋은 상태’예요. ‘기의 나눔이 좋다’는 건대요. ‘기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골고루 잘 퍼져 있는 상태’를 말하는 거죠. 모든 생명체가 원하는 기쁨 같은 것! 그게 그거거든요.”

[명사에게 행복을 듣다]김도향의 기분 좋아지는 인터뷰

[명사에게 행복을 듣다]김도향의 기분 좋아지는 인터뷰

긍정심리학의 창시자 셀리그먼과 같은 다수의 행복학자들은 ‘행복은 기분이 좋은 상태다’라는 일반적인 정의에는 공감하지 않는다. 단순한 ‘기분 좋음’이 아니라 의미가 부여되고 또 지속적이어야 진정한 행복이라고 했다. 솔직히 “행복은 기분이 좋은 상태예요”라는 김도향의 행복 정의를 접했을 때는, ‘단순히 기분(Mood)이 좋은 상태는 진정한 행복이 아닌데…’라는 서양의학에 바탕을 둔 비판적인 평가를 내렸었다. 하지만 첫 대화에서 이런 편견은 깨졌다. 그가 말한 기분은 무드(Mood)가 아니고 기분(氣分)이었다. ‘기의 분할’로 이해가 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단했다가도 집에서 따뜻하게 샤워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그때의 만족도 행복이에요. 정신적인 만족감과 육체적인 만족감! 이것이 우리가 계속 뜬구름처럼 잡고 있는 행복의 요체라고 생각해요. 본능적이고 손쉬운 것인데…. 인간이라는 게 고민이 많고 입력이 많이 된 컴퓨터 아닙니까? 그래서 그게 오토 프로그래밍이 되면서 권력, 욕망, 쾌락과 같은 기억들이 자꾸 행복인 줄 착각하게 되는 거 같아요. 사실 허상들인데. 입력된 게 많을수록, 지식이 많고 경험이 많을수록 행복을 착각할 수밖에 없는 거죠.”

행복은 본능과 같은 것
행복은 단순하다고 했다. 공연히 복잡하고 어렵게만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했다. 행복의 단순함. 우리에게 희망이기도 하고 깨우침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는 언제 행복할까? 기의 분할이 완벽해진 때는 언제인가?

“기분 좋다는 게, 제가 앞서 말한 것처럼 기의 분할이 좋은 상태이지 여자가 만져줘서 좋다고 느끼는 따위는 진짜 좋은 기분의 만에 하나도 안 되는 감각들일 뿐이죠. 그건 우리 오감육식(五感六識) 작용 중에 티끌도 안 되는 것들입니다. 그 자체가 기분이 좋아서 통째 갖는 행복! 그걸 말씀드리는 겁니다. 기의 분할이 어떻게 됐을 때 가장 행복하느냐면, 기의 분할이 왜 움직이느냐, 그걸 알았을 때야!(웃음) 대답이 복잡해지죠?”

복잡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마치 생각을 바꾸어 감정과 행동을 교정하는 ‘인지치료’ 강의를 듣는 듯했다. 기분이 좋아지려면 정신을 차리라고 했다. 늘 자신을 바라보고 인식하고 이해하고 있으면 좋은 기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내가 화를 왜 내고 있는지, 그것은 얼마나 심각한지, 이렇게 열불을 터뜨리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면 그 화를 조절하기 쉽다는 뜻. 기의 흐름에 따라 감정과 신체가 변화하고 불편함이 오는데, 그 모든 것이 ‘마음’대로 달라진다고 했다.

“그러니까 결국은 기가 ‘마음’대로 움직이고 있는 거예요. 그건 이해가 되죠? 내 마음이 화를 내거나 슬퍼하면 기가 막 움직이면서 불편해지지요. 반대로 마음이 고요하면 기가 덜 움직이는 거예요. 사회생활 하다 보면 (감정이) 출렁출렁 움직이게 마련이잖아요. 이때 급히 확확 움직이면 몸에 상처가 나는데, 여유롭게 중용의 도를 지키면서 슬렁슬렁 움직이면 기의 분할이 좋은 상태가 계속 유지되는 거죠.”

감정과 사고가 극단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기분이 나빠지는 원인이 되니, 중용의 도를 지키라 했다. 풀어보자면 균형 감각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치우치는 사람은 결국 불안정하게 되어 있다. 기운도 그렇겠지만, 모든 삶이 그렇다. 적당히 아파야 성장을 하듯이, 적당한 불행은 행복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조상들이 하시던 얘기 중에 ‘나를 잊지 말아라. 정신을 차려라’라는 게 있는데, 그게 행복에 이르는 방법이기도 해요. 내가 남편하고 싸우고 있다고 칩시다. 나를 의식하는 순간은 중용의 상태로 가는 거예요. ‘화가 안 난다’가 아니라 ‘화가 덜 나고 컨트롤이 된다’라는 거예요. 무작정 화가 날 때는 남편에게 재떨이라도 던지게 되는데, 나 스스로를 똑바로 보고 있으면 재떨이까지는 손이 안 가죠. 그냥 언성을 높이는 걸로 줄어들지요. 그렇게 해서 기분이 조절이 된다 이거죠. 저는 ‘행복하려면 정신을 차려라’라고 말합니다(웃음).”

불행을 알아야, 행복도 안다
필자를 찾아와 상담을 하는 이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스스로를 평가하는 데 서툴다는 점이다. 스스로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다 보니(이 경우가 더 고민이 많다) 늘 자신감이 없고 주눅 들어 산다. 거꾸로 과대평가를 하게 되면 실제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좌절하기 쉽고 세상이 원망스러워진다. 행복의 시작은 지금 내가 처한 불행을 정확히 아는 것이다. 그것이 가능해져야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다.

경험 많은 인생 선배에게 요즘 젊은이들에 대해 물었다. 자극적이고 쾌락적인 욕구에 쉽게 무너지는 젊은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면 좋을까.

[명사에게 행복을 듣다]김도향의 기분 좋아지는 인터뷰

[명사에게 행복을 듣다]김도향의 기분 좋아지는 인터뷰

“나를 자꾸 자각하다 보면, 영성 혹은 영혼 같은 것도 깨닫게 됩니다. 그 영혼에도 포지션이라는 것이 있어요. 중심을 잘 잡고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세속적인, 육체적인 즐거움에 빠지다 보면 영혼의 포지션이 말초 쪽으로 가게 되겠지요. 짐승에 가까워진 상태예요. 왜냐? 짐승들이 그런 상태니까요. 생각 않고 말초적인 감각이 이끄는 대로 살죠. 그러나 인간은 영성 공부도 하고 도덕 공부도 하지 않습니까? 영혼이 말초가 아닌, 좀 더 깊숙이 포지셔닝이 되어야 해요.”

모든 관심과 욕구가 말초적이기 때문에 인간은 쉽게 불행해지기도 하지만 반면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행복해질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요즘의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품고 있었다. 이번에는 불행에 대해 물었다. 그는 언제 가장 불행했으며 어떻게 극복했을까?

“글쎄, 모든 것은 생각의 차이인 거 같아요. 제 인생의 가장 큰 난관은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서 대마초 사건으로 모든 활동이 중단됐을 때예요. 당시 음악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잡혔어요. 황당하죠. 정신없이 방송을 하다가 갑자기 일자리를 잃고 제 삶이 탁 멈춘 거예요. 다들 돌파구를 찾으려고 난리가 났었죠. 그런데 저는 찾지 않았어요. ‘쉬면 쉬지 뭐. 너무 바빴었는데 쉬라고 그런 모양이다. 그건 자연의 이치다’라고 쉽게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CM송에서 우연찮게 대박이 났고….”

1974년이었을 것이다. 포크송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가수들이 줄줄이 대마초 혐의로 활동을 중단했던 때가. 위법이라는 것 자체를 몰랐던 시절이라고 했다. 이후 그는 이후 맛동산, 브라보콘, 스크류바, 아카시아껌, 뽀삐, 삼립호빵 등의 CM송을 줄줄이 히트시키며 또 다른 전성기를 맞았다. 아등바등하지 않으니 새로운 길이 열렸던 것이다. 긍정적인 그의 성격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미래가 불투명한 많은 젊은이들에게 포기하지 말라는 조언이 이어졌다.

“하여튼 그런 상황에서도 편하게 생각하는 것이 제 나름의 극복법입니다. 젊은이들도 ‘지금의 불행은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 불행하다고 느끼고 고통이라고 느끼는 건 내 마음의 착각이다’라고 생각을 바꾸면 어때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진짜. 더구나 우리 젊었을 때랑 달라서 지금은 자기 의지만 있으면 굶어 죽진 않잖아요. 우리 때는 굶어 죽었어요. 지금 젊은이들은 훨씬 행복한 상태죠. 그러니 모험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요. 정신만 차리고 보면 세상만사가 다 즐겁고 행복한 거만 보일 겁니다.”

나에게 집중하세요
결국 그의 행복론은 ‘정신을 차리자’로 집약된다. 자신의 생각, 감정, 행동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고 이해하려는 정신분석적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어떻게 하면 정신을 제대로 차리고 살 수 있을까? “혹시 쉽게 정신을 차리는 법은 없을까요?”라고 묻자 기다렸다는 듯이 답이 나왔다.

“항문을 조이세요. 항문은 불수의근이에요.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조여져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라고 일부러 정력에 좋으니 조이라고 포장했더니, 본질적인 문제는 제쳐두고 그놈의 정력에만 관심을 갖더란 말입니다(웃음). 실은 더 깊은 뜻이 있습니다. 정신을 차리는 것이지요. 딴 생각하면 조여지지가 않아요. 여기만 집중하니까 그 순간은 나와 그것밖에 없는 거예요. 일종의 명상이에요. 영성이 개발되는 쪽으로 가는 겁니다.”

[명사에게 행복을 듣다]김도향의 기분 좋아지는 인터뷰

[명사에게 행복을 듣다]김도향의 기분 좋아지는 인터뷰

그는 복잡한 사회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장차 세계 제일의 대한민국을 이끌 일꾼이 되려면 태교부터 잘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태교 음악을 만들기도 했다. 태아를 위해서 영어 공부까지 시킨다는 도를 넘어선 요즘의 태교 광풍은 오히려 해가 될 것이라며 부모들부터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따끔하게 경고했다. 태교 음악을 만든 또 다른 이유로는 음악이 갖고 있는 치유의 힘을 들었다. 음악은 오장육부와 교감하고, 영혼과도 소통하며, 심신의 고통을 다스리는 효과가 높아 ‘소리치료’로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파괴적이고 반문화적인 현실에 놓인 작금의 인류를 구할 수 있는 것도 역시 음악뿐이라고 했다. 환갑을 훌쩍 넘어선 그가 지금도 음악을 놓지 않고, 음반 작업을 꾸준히 하는 이유인 셈이다.

끝으로 주부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법에 대해 물었다.
“아무리 어려워도 내가 지금 살아 있는 게 가장 기쁜 거예요. 내가 죽으면 다 소용없는 거잖아요. 귀신들이 제일 부러워하는 게 인간의 육체래요. 오감을 느끼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요(웃음). 이 귀중한 육체를 갖고 있다는 자체가 무척 행복한 거잖아요. 성에 덜 차더라도 남편이 안 죽고 살아서 이렇게 함께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해요! 난 솔직히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아침이면 마누라가 안 죽고 살아있는 게 정말 기뻐요(웃음).”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통에 살아 있는 기쁨을 잊고 살고 있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콧속으로 공기가 들어오고, 귀를 열면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들리는 이런 기쁨을 잊고 살기에 불행하다고 했다. 말초적인 행복의 한계를 넘어서 그 이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자신의 곁에 있는 파랑새 같은 행복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행복하려면 정신 차리라’라고 그리 강조하는 그는 정신줄을 놓을 때가 없을까? 갑자기 심통 맞은 질문을 해보았다.

“아유, 너무 많죠. 그런데 저도 예쁜 여자가 배꼽을 내놓거나 하는 모습을 보면 정신 잃죠. 그걸 보는 순간 정신을 안 잃으면 예수님이죠. 부처님의 경지고. 저도 정신을 잃어요(웃음). 그러다가 ‘아참,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하고 나를 빨리 찾아오죠. 매일매일 나를 찾아오는 데 집중하다 보면 ‘컴백’하는 시간이 줄어들어요. 1초라도 빨라지는 거죠(웃음).”

김도향은…
명문 경기중고를 다니며 ‘괴짜 천재’ 소리를 듣던 그는 의사라는 사주팔자에 반항이라도 하듯 연극영화과에 진학했고 가수가 됐다. ‘바보처럼 살았군요’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이듬해 돌연 입산을 하며 명상과 수련에 빠져들기도 했으며 명상 음악, 태교 음악, 마음을 다스리는 음악 등의 음반을 내며 의사 못지않은 치유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가요계 데뷔 40주년을 훌쩍 넘겼지만, 여든까지는 현역 활동을 하겠다고 공언한 뒤, 요즘도 하루 두 시간씩 노래 연습을 하며 어제보다 조금씩 나아지는 실력을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명사에게 행복을 듣다]김도향의 기분 좋아지는 인터뷰

[명사에게 행복을 듣다]김도향의 기분 좋아지는 인터뷰

김진세 박사는…
여자보다 여자 마음을 더 잘 아는 여성심리전문가로 유명한 정신과 전문의. 고려제일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일상의 스트레스에 지친 이들을 위한 상담을 하는 한편, ‘행복연구소 해피언스’를 통해 기업체를 대상으로 임직원의 스트레스 관리와 행복 찾기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행복 멘토’라 불리고 있다. 2008년 1월호부터 3년간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을 통해 서른여섯 명의 긍정 아이콘을 만나 그들이 가진 긍정의 힘과 행복 노하우를 독자들과 공유해왔다. 저서로는 「마흔의 심리학」(공저), 역서 「뜨겁게 사랑하거나 쿨하게 떠나거나」, 「심리학 초콜릿」, 「스타트 신드롬」, 「애티튜드」가 있다. 트위터 @happy_mentor

■글 / 김진세 ■기획 / 장회정 기자 ■사진 이주석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Ladies' Exclusive

      Ladies' Exclusive
      TOP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