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기온이 곤두박질치며 한파가 몰아닥쳤던 지난 1월 17일, 서교동의 한 북카페에서 강지환을 만났다. 지난해 영화 ‘차형사’ 이후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날씨도 추운데 바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밝은 표정이었지만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컴백! 강지환 전 소속사와 분쟁 관련 최초 심경 고백
현장에는 강지환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의 오주연 변호사와 SBS 홍보팀 스태프들이 나와 있었다. 현재 소속사가 없는 강지환은 변호사와 SBS 홍보팀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마련하고 있었다.
“저에게 무엇이 궁금하신지 알고 있고 저 역시 성심성의껏 말씀드릴 준비가 됐습니다.”
그의 말에서 그가 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현재 강지환은 전 소속사 에스플러스와 전속계약 문제로 분쟁 중이다. 전 소속사는 강지환을 상대로 연예 활동 정지 가처분 신청과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황이고, 강지환은 전 소속사를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형사고발한 상태이다. 조만간 SBS-TV를 통해 첫 전파를 타는 ‘돈의 화신’ 방영과 법원의 가처분 신청 결과를 앞두고 현재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 중이다.
쟁점 하나
전속계약 만료 시점
양쪽이 가장 큰 이견을 보이고 있는 부분은 바로 전속계약 만료 시점이다. 강지환 측은 2012년 12월 31일을, 전 소속사 측은 그로부터 10개월이 연장된 2013년 10월 31일을 만료 시점이라 주장하고 있다. 실제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 만료 시점은 2012년 12월 31일이 맞다. 하지만 전 소속사 측은 강지환의 에스플러스 이전 소속사인 잠보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 위반으로 인한 활동 불가 기간 2개월과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이하 연매협)의 보이콧으로 인한 활동 불가 기간 8개월을 합쳐 총 10개월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지환은 지난 2008년에도 당시 소속사였던 잠보엔터테인먼트와 분쟁에 휘말린 적이 있다. 전속계약이 8개월여 남은 상태에서 잠보엔터테인먼트에 전속계약 해지 내용증명을 보내고 에스플러스와 전속계약을 맺은 것. 이중계약 논란은 ‘강지환이 출연하는 작품에는 협회사 연예인들을 출연시키지 않겠다’라는 연매협의 보이콧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강지환은 이 일로 예고편까지 찍어놓았던 드라마 ‘신의’의 출연이 좌절되기도 했다. 계약 만료 시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이번 작품 계약의 타당성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1월 4일 SBS 측과 ‘돈의 화신’ 출연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강지환은 “전속계약이 2012년 12월 31일 종료됐기 때문에 SBS와의 직접적인 계약 체결은 문제가 없다”라며 “강지환이 전속계약이 만료되기 전 ‘돈의 화신’ 측에 접촉을 시도했다”라는 에스플러스 측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쟁점 둘
‘돈의 화신’ 교섭 과정
이러한 복잡한 상황 속에서 강지환은 어떻게 ‘돈의 화신’에 출연 계약을 하게 됐을까? ‘돈의 화신’은 ‘자이언트’의 장영철·정경순 작가와 유인식 PD가 뭉쳐, 돈 때문에 소중한 것을 잃은 남자를 중심으로 로비와 리베이트, 비리 등에 얽힌 대한민국의 세태를 그린 작품으로, 2월 2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그는 “진지한 감정의 희로애락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으로, 무척이나 간절히 원했던 작품이다”라며 이 드라마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에스플러스로부터 ‘돈의 화신’에 대한 시놉시스와 대본을 보고 소속사를 통해 출연 의지를 밝힌 것까지는 맞다. 하지만 계약 문제가 불거지면서 작품을 논할 수 없는 상태가 됐고 아쉬웠지만 작품에 대한 의지를 접어둘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힌 그는 “그러다 올해 1월 1일 제작사 측에서 저의 법률 대리인 쪽으로 다시 한번 출연 의사를 물어왔고 당시 전속계약이 만료된 시점이었기 때문에 직접 SBS 감독님과 제작사를 만나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에스플러스 측은 “강지환 측에서 밝힌 바와 같이 지난해 9월 제작사로부터 ‘돈의 화신’ 1, 2부 대본을 전달받아 강지환과 신중히 검토한 후 3일 만에 제작사 측에 소속사와 배우의 의사를 전달했다. 이후 제작사로부터 3, 4부 대본을 기다리던 중 지난해 10월 강지환 측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내용증명을 받아 더는 출연에 관한 내용을 진행할 수 없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1 SBS-TV 드라마 ‘커피하우스’. 2 KBS-2TV 드라마 ‘쾌도 홍길동’.
쟁점 셋
매니저 폭행설
지난해 말 에스플러스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강지환이 매니저를 폭행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매니저를 포함한 소속사 직원을 향한 무차별적인 폭언과 비상식적인 행위로 인해 12명의 매니저가 일을 그만뒀다는 주장이었다. 이러한 주장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고 강지환은 연예인으로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현재 그는 이와 관련해 소속사 대표 등 2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폭행설에 대한 질문에 그는 한참을 생각한 후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이제까지 저와 관련된 기사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매니저 동생들과 큰 문제없이 잘 지내왔습니다. 일방적인 보도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유감스럽습니다.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는 것은 형사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양심에 찔리는 것이 있었다면 입을 다물었을 겁니다. 동생들과는 지금도 잘 연락하며 지내고 있는데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저도 무척 답답합니다. 12명의 매니저가 저 때문에 그만뒀다고 하던데 정말 그쪽의 주장이 사실인지 저도 참 궁금합니다.”
에스플러스 측은 이러한 강지환의 말에 “강지환의 안하무인적인 행태는 이미 다수의 진술서와 증거들을 확보, 연매협에 재상정돼 가부가 판단될 예정이다”라며 “특히 일부 매니저에 대한 폭행 건에 대해서도 그 증거가 명백히 있는 바 그 문제를 밝혀낼 것이다”라고 즉각 대응했다.
SBS 측 역시 “솔직히 우리도 연기자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 입장이므로 강지환에게 정말 문제가 있는지 스태프들을 통해 물어봤다. 스태프들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 혹은 ‘그렇게 알고 왔는데 아니었다’였다. 법적 검토를 비롯해 강지환에게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캐스팅한 것이다”라고 밝혀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강지환의 일문일답
Q 꽤 오랜 시간 소속사와 분쟁에 시달렸는데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인가?
아무래도 작년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금 이 자리도 힘든 자리인 것 같습니다.
Q 두 번째 소속사 분쟁이다. 이런 일이 유독 잦은 이유는 무엇인지?
저도 그 부분이 참 힘듭니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소속사와 문제가 있었을 때 확실히 해명하고 정리할 기회가 있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 소속사로 옮겨가며 일이 진행됐기 때문에 이렇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법원을 통해서 판결이 난 부분은 매체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알렸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습니다.

컴백! 강지환 전 소속사와 분쟁 관련 최초 심경 고백
제가 연매협의 조정신청에 불응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분명히 변호사와 함께 연매협에 들어가서 제 입장을 밝혔습니다. 보이콧 때문에 작품 진행이 안 되는 것은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제가 캐스팅되는 것조차 힘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Q 앞으로 소속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1인 기획사를 설립할 계획입니다. 사실 제가 혼자 기획사를 차려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고 작품 출연에 대한 의지만 있었습니다. 매니저 동생과 둘이 일하려고 했는데 여러 계약이나 서류상 문제가 또 있더군요. 그러한 문제 때문에 1인 기획사 설립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Q 오랜만에 하는 촬영이었을 텐데, 첫 촬영 소감은 어땠나?
무척 떨렸습니다. 전날 밤 한숨도 못 잤고요. 힘들게 첫 촬영에 들어가서 그런 것도 있었고, 스태프 여러분께 잘 보이고 싶었습니다. ‘이놈 얼마나 잘하기에 이렇게 시끄럽게 합류했나’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까봐 티 안 나게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다행히 기분 좋게 촬영을 마쳤습니다.
Q 떨어진 신뢰에 대해서는 어떻게 회복할 계획인가?
사실상 제가 할 수 있는 건 딱 하나입니다. 저는 사업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오직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입니다. 법적인 문제가 있든 뭐가 있든 간에 신뢰 역시 작품으로, 연기로만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과 감독님, 스태프 여러분이 저를 믿고 기다려주신 만큼 연기를 통해 조금씩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많이 떨었습니다. 배우 혼자 이런 자리를 마련한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이렇게라도 입장 표명을 하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딱 한마디를 더 드리자면 제 개인적인 일로 질타를 받는 건 괜찮습니다. 작품에 피해만 가지 않았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연기에 대한 비판과 질타는 언제든지 받을 준비가 돼 있습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그는 얽히고설킨 복잡한 문제들을 해명하며 조금은 가라앉은 표정이었지만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는 연기 활동 재기에 대한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강지환과 에스플러스, SBS, 제작사 간을 둘러싼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연기자는 연기로 이야기한다는 말밖에 할 수 없을 듯하다. 그를 기다려온 많은 팬들과 시청자들에게 다시 한번 좋은 연기로 배우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주길 바란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제공 / 경향신문 포토뱅크, KBS,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