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닝 자매의 서울 구경
다코타 패닝은 영화 ‘아이 엠 샘’에서 양육권을 다투는 지적장애인(숀 펜 분)의 딸로 분해 깜찍한 연기로 전 세계 영화 팬들을 사로잡았다. 이후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고 그녀는 어엿한 할리우드의 여배우로 성장했다. 수많은 할리우드 아역 출신 배우들이 겪는 사춘기 시절의 열병이나 방황은 그녀에게 없었다. 이후 그녀는 영화 ‘맨 온 파이어’, ‘우주 전쟁’, ‘샬롯의 거미줄’을 통해 연기력을 더욱 인정받았고 수많은 상을 휩쓸었다. 최근 ‘트와일라잇’ 시리즈와 ‘런어웨이즈’ 등의 작품으로 다코타 패닝은 할리우드 차세대 배우로 안착했다. 그녀의 네 살 어린 여동생 엘르 패닝도 영화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다코타 패닝&엘르 패닝 자매 “서울서 보낸 3일, 최고의 시간이었어요”
“헬로키티 카페는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에요. 홍대에서 정말 최고의 시간을 보냈어요.” (다코타 패닝)
“홍대는 패션이 정말 훌륭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목도리와 모자로 한층 멋을 낸 것도 좋아 보여요. 제가 사는 캘리포니아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눈 오는 것이 익숙하지 않거든요.” (엘르 패닝)
패닝 자매를 캐스팅한 국내 브랜드 관계자는 두 사람은 흔쾌히 광고 제안을 수락했다고 전했다. 자매는 누구보다 가깝게 서로 의지하고 응원하는 사이다.
“저희는 자매끼리 무엇인가를 같이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함께 촬영하는 것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근사한 보석도 착용해보고, 일단 한국에 올 수 있다는 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거든요.” (엘르 패닝)
엘르 패닝이 배우의 길로 들어선 것은 언니의 영향이 컸다. 그녀에게 언니는 배우로서도 인생 선배로서도 롤모델이라고 말한다.
“어떤 자매든 동생은 언니를 따라 하고 싶게 마련이잖아요. 저도 언니의 영화를 보면서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데뷔했고, 언니와 함께 배우를 하게 됐죠.”
보통의 자매처럼 가끔 싸우기도 하지만 누구보다 친한 동료이기도 하다.
할리우드 엄친딸, 다코타 패닝의 일상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다코타 패닝 하면 영화 ‘아이 엠 샘’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어린 시절 그녀의 깜찍한 표정 연기는 누구든 저절로 미소 짓게 했다. 여섯 살 꼬마의 연기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녀가 연기를 시작한 건 우연이었다고 말한다. 가족이 캘리포니아로 이사하면서 광고를 찍게 됐고, 그것을 계기로 영화 ‘아이 엠 샘’에도 출연했다.
“그 영화에 출연할 때부터 스스로 연기를 하고 싶다는 걸 알았던 것 같아요.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참 기분이 좋았거든요.”
그녀는 ‘연기 천재’라는 수식어를 달고 어린 시절 대부분을 촬영장에서 지냈다. 그녀가 나이보다 조숙하고 당당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더불어 명확한 분별력은 그녀가 원만하게 현재의 위치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한 동력이다. 실패한 아역 출신의 배우와 다른 점은 그녀가 ‘연기’와 ‘일상’을 완벽히 구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코타 패닝은 케이블 채널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 출연해 자신의 일상에 대해 토로하기도 했다.

1 인천공항에 도착한 패닝 자매. 오전 6시라는 이른 시간임에도 수많은 취재진과 팬들이 두 사람을 반겼다. 2 제이에스티나 브랜드 행사장에서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와 함께. 3·4 홍대 거리에서 자유 시간을 보내는 패닝 자매.
그녀는 지난 2011년 뉴욕대에 진학했다. 뉴욕대는 특히 필름 및 영화 전공에서 강세를 보이는 대학이다. 해당 학과는 명문 UCLA를 제치고 미국 내에서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그녀는 연기와 공부를 병행하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를 ‘균형’이라고 말한다.
“균형이 중요한 거 같아요. 저는 일이 없을 때는 화목한 가족과 함께해요. 제가 영화를 찍는다는 건 단지 영화 작업을 사랑해서일 뿐이에요. 그 외에는 철저한 개인의 시간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균형이 필요하고, 전 적당히 균형 잡힌 생활을 하고 있는 거죠.”
최근작 ‘나우 이즈 굿’에서는 도둑질, 무면허 운전, 마약, 싸움 등을 위시리스트로 삼는 문제아였다가 사랑을 하면서 진정성을 찾아가는 사춘기 소녀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벌써 연기 13년 차다. 그럼에도 연기는 아직도 수수께끼라고 말한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다 보니 연애조차 하지 못하다고 밝히는 그녀. 아직 열아홉 살이다. ‘나우 이즈 굿’의 주인공처럼 하고 싶은 일은 백 가지도 넘게 써내려갈 수 있는 나이다. 스스로도 무언가를 정하기보다 무엇이든 경험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아이 엠 샘’을 촬영할 때부터 오랜 시간 연기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건 무척 행복한 일이에요. 평생 배우로 살아가고 싶어요.”
그녀의 팬들도 여섯 살의 다코타 패닝에서 열아홉 살 지금의 모습까지 바람직하게 커나가는 과정을 지켜봤다. 아이에서 소녀로 그리고 여인으로…. 그녀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제공 / 제이에스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