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0일 편안한 니트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기자회견장을 찾은 톰 크루즈(51). 한국과의 인연은 1994년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로 시작됐다. 이후 ‘미션 임파서블2’, ‘바닐라 스카이’, ‘작전명 발키리’,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등으로 이어졌는데, 내한할 때마다 젠틀한 매너와 소탈한 모습을 보인 덕에 ‘친절한 톰 아저씨’라는 애칭을 얻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그는 지난 밤, 늦은 시간에도 공항에서 자신을 열렬히 환영해준 팬들에 대한 감사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친절한 톰 크루즈, 부산 사나이 아이가!
리 차일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번 작품에서 그는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퇴역 군인 ‘잭 리처’ 역을 맡았다. 비범한 신체적·지적 능력을 갖춘 잭은 이라크 참전 군인이 벌인 의문의 총기 난사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민간 수사관으로 나서게 된다.
“잭 리처는 자존감과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외롭고 고독하게 지낸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저 역시 그가 갖고 있는 매력, 위트나 유머를 표현해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전부인인 케이티 홈즈와의 이혼 관련 궁금증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듯 개인적인 질문을 금지하는 양해 멘트가 몇 번이나 반복됐다. 대신 그는 영화나 캐릭터와 관련된 질문에는 디테일한 부분까지 열정적으로 답해 취재진을 만족시켰다.
“그럼에도 잭은 벌어지는 사건에 결국은 휘말리게 되고 맙니다. 자유분방한 사람이라 이를 최대한 피하려 했지만 사건 속 범죄와 악을 확인하고 그것을 해결하고자 능동적인 모습으로 변모하죠. 저는 그 불가항력의 힘에 이끌려 사건으로 자연스레 끌려들어가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친절한 톰 크루즈, 부산 사나이 아이가!
“아날로그적인 인물인 잭 리처를 효과적으로 표현해내기 위해 CG와 같은 기술적인 부분에 의존하지 않는, 생생한 액션을 선보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어 카 체이싱 장면의 경우엔 총 9대의 차를 동원했는데 모두 스턴트 카가 아닌 1970년대에 나왔던 동일한 모델의 차량으로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극중 잭은 운전면허가 없는 인물이기 때문에 결국 8대의 차가 부서지는 결과를 낳기도 했습니다(웃음).”
이후 전용기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간 그는 할리우드 배우 최초로 해운대 영화의 전당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했다. 이는 그동안 볼 기회가 없었던 지방 팬들을 만나고 싶다는 그의 제안에 따라 결정된 일정이었는데, 이례적으로 1시간 30분이라는 긴 시간이 할애돼 눈길을 끌었다.
톰 크루즈는 다른 일행들보다 먼저 행사 장소에 도착해 자신을 기다려준 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사인 요청과 사진 촬영에 임했으며,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친구’ 속 대사인 “친구 아이가”라는 부산 사투리를 선보여 환호를 받았다. 또 부산 명예시민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친절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의 배려는 행사가 끝난 뒤에도 계속 이어졌는데, 식사 뒤 자신의 개인 스태프들과 부산의 한 클럽을 방문한 그는 아무 제재 없이 1백여 명 팬들의 사인 요청에 응했다고 한다. 확실한 팬 서비스로 진심을 전한 톰 크루즈. 데뷔 이후 32년간 한결같이 팬들의 사랑을 받는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열렬한 환호, 영광입니다. 엑설런트!”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사진 제공 / 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