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멋진 남자 연정훈의 아틀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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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여운 있는 배우를 만났다. 아니, 사람을 만났다. 연정훈은 솔직하면서도 세련되게 표현하는 능력을 갖췄으면서도 냉철한 지성을 겸비한 남자였다. 햇빛 찬란한 5월의 토요일을 더욱 즐겁게 만든 그와의 만남을 담았다.

이토록 멋진 남자 연정훈의 아틀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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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충무로. 대한민국 카메라 특구인 이곳의 한 갤러리에서 연정훈(35)을 만났다. 조도가 낮은 갤러리에는 흑백 혹은 세피아톤의 작품 18점이 전시돼 있었다. 그리고 말끔하게 차려입은 연정훈. 장난기 어린 표정의 그를 보자 농담을 던지고 싶어진 기자가 “여기는 어쩐 일이시냐”라고 묻자 “굉장히 재능 있는 사진작가가 첫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놀러 왔다”라고 농을 친다. 적당한 위트, 시작이 좋다.

고백컨대 연정훈은 기자에게 다소 얄미운 캐릭터였다. 인터뷰 장소로 오는 동안 연정훈에게 없는 것은 ‘결핍’이 아닐까, 생각했다. 소외감, 열등감을 토대로 성장하는 치열함 따윈 연정훈과 거리가 멀다고 여겼다. 대신 그는 항상 여유로움과 당당함, 자신감에 차 있었다. 삐딱한 기자는 실패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게서 나오는 긍정의 에너지를 ‘가진 자의 특권’이라 단정 지었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풍족한 사람과 인생을 즐기는 사람은 다르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예상하다시피, 그는 후자였다.

연정훈, 사진작가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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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 남성들은 오랫동안 연정훈을 선망과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재력은 물론이고 미모의 아내와 함께 인생을 즐기는 남자처럼 부러운 존재가 또 있을까. 더불어 여행과 자동차를 사랑하는 자유로운 감성까지 갖추었다면 말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카메라를 들었다. 앵글에 자신의 예술적 감성을 담기로 결정한 것이다. 다시 한번 쏟아지는 질투 어린 시선들. 그에게 물었다. 갑자기 웬 카메라냐고. 연정훈은 “지금 관심이 있고,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사진이다”라는 간명한 답을 내놓았다.

‘애즈 잇, 헨스(As it, Hence…)’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의 의미와 작품 소개 부탁합니다.
이번 사진전의 주제는 풍경과 경치입니다. 자연 속에 있는 낡거나 폐쇄된 건축물들을 찍었어요. 강원도 산골의 문 닫은 공장이나 바다를 비추는 낡은 등대는 사람의 마음을 겸손하고 차분하게 만들죠. 그 느낌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난해 겨울부터 전시회를 준비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성숙해지는 시간이 됐습니다. 화려했지만 이제는 폐쇄된 건축물의 사진을 찍다 보니 저의 20대를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저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차분하게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보자는 마음으로 전시회를 준비했습니다. 이런 느낌을 담기 위해 사진도 흑백이나 세피아톤으로 처리한 거고요. 그나저나 미래의 찬란함을 꿈꾸기보단 인간의 유한함을 떠올리다니. 30대 중반이라 그런가요. 저도 나이가 들긴 들었나 봐요.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모두가 전시회를 개최하진 않죠. 전시회를 연 이유가 있나요? 사진에 대한 열정이 그만큼 커서인가요?
사진을 찍는 것만큼 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아무래도 보면 볼수록 감각이 발달하니까요. 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놀라운 세상을 발견했어요. 인터넷에 사진을 올리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사진만 보면 프로 못지않습니다. 그분들의 사진을 보면서 ‘인터넷으로만 보긴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분들은 전시회를 열 생각은 별로 하지 않더라고요. 제가 먼저 용기를 냈습니다(웃음). 봐라, 할 수 있다. 뭐 이런 식으로요. 제 전시회가 선례로 남았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풍경이나 개념 사진을 찍을 생각인가요?
인물 사진보다는 그쪽이 더 매력적이에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시대상이 담긴 인물 사진도 훌륭하지만 시각적인 부분을 좀 더 강조한 사진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앞으로는 미술의 추상 개념과 비슷한 개념 사진을 중심으로 작업하고 싶어요. 지금은 아직 연습하는 단계입니다.

풍경 사진은 오랜 기다림은 물론 발품도 많이 팔아야 할 텐데요.
늘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일상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물론 가끔은 사진 촬영을 위해 따로 여행 일정을 잡기도 하지요. 국내에선 강원도나 제주도를 자주 찾았습니다. 저기, 저 사진 보이시나요. 검은 바다와 멀리 보이는 작은 등대가 있는 사진이요. 저 사진에 자그마한 불빛이 있잖아요. 사실은 등대에서 나오는 빛이 아니에요. 제가 만든 거예요. 밤중에 사진을 찍다가 인근 가게에서 손전등을 하나 구입했어요. 손전등으로 이곳저곳 비춰보다가 찍은 사진이에요. 풍경 사진은 오래 기다려야 하고 발품도 많이 팔아야 하지만 저만의 변주를 줄 수 있어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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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아쉬운 곳이 있나요? 다시 가서 사진을 찍고 싶은 곳이요.
스페인이요. 페라리의 연례행사 ‘페라리 파이널즈’를 위해 스페인 발렌시아에 갔어요. 깜빡하고 카메라를 숙소에 두고 온 날이 있었는데, 하필 그날 하늘이 완벽했어요. 저 멀리 하늘에 뭉게뭉게 떠 있는 구름. 촉감이 느껴지는 그런 구름이었어요. 카메라를 두고 온 걸 탓하며 할 수 없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어요. 보세요. (연정훈이 보여준 동영상의 하늘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에 나온 하늘과 닮아 있었다. 대기는 맑고 청명했으며 하늘은 짙었고, 구름은 10대 소녀처럼 순수하고 상큼한 느낌이었다.) 정말 대단하죠? 요즘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어요. 드라마가 끝나면 다시 가보고 싶어요.

카레이싱 vs 카메라
그는 스포츠광으로 유명하다. ‘연정훈’ 하면 배우로서의 대표작보다 카레이싱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재력과 고도의 드라이빙 실력을 갖춰야 하는 카레이싱을 즐기는 남자. 그래서일까. 저절로 우둔한 질문이 떠올랐다. 카레이싱과 카메라 중 어떤 취미가 더 좋은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형의 단순하고 답이 뻔한 (둘 다 좋다는) 질문이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카레이싱이나 수상 스포츠만 즐기는 줄 알았는데 사진은 의외네요.
실질적인 계기는 케이블 채널 XTM ‘탑기어 코리아 시즌2’였어요. 자동차 성능을 검증하는 프로그램인데 제가 카레이싱을 좋아해서 MC를 맡았거든요. 그때 공동 MC가 조민기 선배와 김진표씨였고요. 자동차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으니 아무래도 쉽게 친해졌어요. 기계를 좋아하는 남자 셋이 모여서 서로 으샤으샤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거죠.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게 됐어요. 그중 하나가 사진입니다. 두 분은 사진작가로도 유명하잖아요. 조민기 선배는 청담동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할 정도고요. 두 사람에게 사진은 단순한 취미를 뛰어넘습니다. 덕분에 그동안 접어뒀던 사진에 대한 열정이 다시 살아났어요.

‘다시’라니요. 예전에도 사진 찍는 걸 즐겼나요?
어릴 땐 미술 공부를 많이 했고요. 대학과 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산업디자인에서는 디자인뿐 아니라 제품을 어떻게 보여주느냐 하는 부분도 중요하게 다루죠.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사진이에요. 각도나 빛에 따라 제품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지기도 하거든요. 일부 프로젝트에서는 직접 제품 사진을 찍기도 했고요.

연정훈이 직접 촬영한 아름다운 아내 한가인.

연정훈이 직접 촬영한 아름다운 아내 한가인.

카레이싱과 카메라, 각각 어떤 매력이 있나요?
짧게 설명하기 어려운데요. (어느새 그의 눈이 점점 커지면서 빛나고 있었다.) 카레이싱은 굉장히 매력적인 분야예요. 보통 카레이싱 하면 폭발적인 스피드를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이런 부분은 일부고요. 정작 카레이서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평정심입니다. 시속 수백 km로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앞차를 앞지를 때 느끼는 승리감은 말로 다 표현 못하죠. 제 목표는 우승이 아니에요. 한 경기에서 한 대의 차량만 앞지른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대의 차량만 앞질러도 심리전에서 성공한 거니까요. 예를 들어 뒤차가 바짝 따라붙으면 운전자는 긴장하기 시작하죠. 어느 순간 뒤차가 전방으로 나가면 당황한 운전자가 트랙을 이탈하기도 합니다. 그 운전자는 뒤차와의 심리전에서 완전히 패배한 거죠. 자동차 성능이나 바퀴의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정작 경기에서는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우선입니다. 저는 카레이싱이 주는 냉정함과 치열한 심리전을 즐깁니다. 다른 취미도 색다른 즐거움을 주고요. 사진은 제가 일상에서 즐기는 모든 순간을 기록하는 매개체고요.

또 다른 논란에 서다
연정훈이 사진을 찍는다는 소문이 돌자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왔다. 일부에서는 그의 사진보다는 카메라에 주목한다. 스웨덴 H 브랜드의 중형 디지털 카메라로 저렴한 모델이 4천만원대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된 기사에는 다양한 댓글이 달렸고 그중 악플도 여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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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훈’ 하면 멀쩡한 남자들도 이성을 잃고 인신공격성 발언들을 쏟아냅니다. (대한민국 3대 도둑이 (한가인의 남자) 연정훈, (김태희의 남자) 비 그리고 간장게장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번에는 카메라죠. 그렇게 좋은 카메라라면 누가 찍어도 작품이 될 거라는 악플도 있던데요?
저도 봤습니다. 조금 부담스러운 부분이에요. 일부 사람들은 사진이 아니라 카메라, 그것도 카메라의 성능보단 가격에 초점을 맞추죠. 사실 비싸긴 합니다(웃음). 하지만 그 카메라가 가진 장점이 무척 많아요. 포기할 수 없는 장점들이죠. 무엇보다 제가 바라본 풍경을 확실히 담을 수 있고, 후반 작업을 하더라도 사진이 왜곡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빛나게 만들 수 있죠. 일전에는 다른 카메라를 사용했는데요. 아무래도 제겐 현재 제가 사용하는 카메라가 잘 맞습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18점의 작품 모두 같은 카메라로 찍었어요.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카메라가 엄청나게 무겁거든요.

그 훌륭한 카메라로 아내 사진은 안 찍어주나요?
물론 아내 사진도 찍죠. 저는 모든 순간을 담고 싶은데 아내 직업이 배우잖아요. 막무가내로 찍진 못해요. 개인적으로는 민낯이 더 예쁜데, 아내는 메이크업한 상태에서 사진 찍는 걸 더 좋아하더라고요. 제가 찍은 아내 사진을 왜 전시회에서 공개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아직까지는 그럴 계획은 없습니다. 부부 사진은 오롯이 개인적인 추억 소장용입니다. 일전에 공개된 홍콩 여행 사진은 아내 팬 카페에 올린 거였어요.

아내, 처음으로 찬성하다
부부의 결혼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공식석상에 좀처럼 함께 나타나지 않았으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서로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삼가자 사람들의 의심은 더 커져갔다. 그럼에도 이 부부는 자신들의 사생활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하지만 톱스타 부부의 사생활은 언제나 궁금한 법이다.

한가인씨는 남편의 새로운 취미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사진은 아내가 유일하게 응원해준 취미예요. 수상 스포츠나 카레이싱은 부상의 위험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좋아하진 않았어요. 처음에는 다시 생각해보라고 하다가 말려도 안 되니까 “그래, 해라 해” 이 정도 수준이었죠(웃음). 이번에는 굉장히 좋아합니다. 아무래도 제 전공과 관련된 일이라고 생각해 더 지원해주는 부분이 있는 듯합니다. 기본적으로 제가 문화를 즐기는 걸 존중해주는 편이기도 하고요.

부부가 취미생활을 함께하면 좋을 텐데요. 사진을 찍을 때 한가인씨와 함께하나요?
예술가에겐 어느 정도의 고독이 필요한 법이잖아요(웃음).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사진을 찍는 편이지만 지방이나 해외로 갈 때도 있죠. 가끔은 아내와 함께 떠나기도 합니다. 해외에 나가면 아내는 아내대로 사진을 찍어요. 서로의 모습을 찍어주기도 하고요.

부부 모두 배우이다 보니 직업도 공유하는 셈인데요. 일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나요?
중점을 두는 부분이 조금씩 달라요. 저는 드라마의 틀이나 상황에 대해 고민하는 것에 반해 아내는 연기못지 않게 비주얼에 신경을 많이 쓰더라고요(웃음). 헤어스타일이 배역과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거나 얼굴이 푸석해 보인다거나 이런 부분이요.

취미는 스트레스를 풀고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말하는 연정훈. 하고 싶은 일이 많아 행복한 그는 연말 즈음에 또 다른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가족과 함께한 전시 오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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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4일 오후 3시 즈음 오픈식이 시작됐다. 오픈식을 앞두고 갤러리는 북새통을 이뤘다. 가장 먼저 도착한 손님은 연정훈의 부모님. 그의 아버지인 배우 연규진과 어머니는 오픈식 시작 시간에 맞춰 모습을 드러냈다.

어머니가 들어서자마자 연정훈은 소년이 됐다. 해맑은 미소로 달려가 포옹하는 연정훈의 모습에서 돈독한 가족애를 엿볼 수 있었다. 아들과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는 어머니와는 달리 아버지는 갤러리에 들어서자마자 말없이 사진을 둘러보기만 했다. 과묵한 아버지와 다정한 어머니, 전형적인 가족의 모습이다.

이후 한지혜와 홍석천, SS501의 김형준 등 절친한 연예인들이 속속 도착했다. 예정보다 늦게 도착한 한가인은 시부모님을 챙기고 남편을 응원하는 등 든든한 내조를 아끼지 않았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박은혜(프리랜서) ■사진 / 김영길 사진 제공 DC 인사이드 한가인 갤러리, 홍석천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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