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돼 있더라’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1백만 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리고 각 대학 연예·방송 관련 학과에는 스타를 꿈꾸는 지망생들이 넘쳐난다. 자녀를 연예인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부모들의 관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손에 닿을 듯한 스타의 꿈. 하지만 현실에서 그 꿈을 이루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어떤 사람이, 어떻게 해야 연예인이 될 수 있을까? 25년간 예능 작가로 수많은 스타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이현숙 작가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보자.
우리 아이, 연예인 시켜도 될까요?

25년 차 베테랑 방송작가 이현숙에게 듣는 연예인 되는 법
“부모들은 하나같이 자기 자식이 특별한 재능을 타고났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부모인지라 그런 마음을 잘 알아요. 한번은 부산에서 아들을 데리고 상경한 지인을 만났는데, 아들이 부산에서 알아주는 ‘얼짱’이라며 연예인을 시켜도 될지 저에게 묻더군요. 저도 이제 사람들을 보면 어느 정도 ‘되겠구나’ 하는 감이 오거든요. 그 학생은 멀끔한 스타일이긴 했지만 연예인감은 아니었어요. 제가 보는 눈이 없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가능성만으로 모자에게 잔인한 희망을 안겨줄 수는 없었어요.”
예전에는 연예인을 지망하는 아이들의 절박함을 알기에 딱 잘라 “넌 연예인감이 아니니 포기해”라고 말할 수 없었단다. 하지만 잡히지 않는 꿈을 위해 너무나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힘들어 하는 이들을 지켜보다 보니 이제는 아프지만 냉정한 조언을 해주는 편이다.
“성적으로 대학 갈 형편이 안 돼 연예 활동 경력을 발판 삼아 대학교에 진학하려는 학생과 학부모들도 많고, 본인의 재능은 생각하지 않은 채 단순히 ‘돈 잘 벌고 잘나가는’ 직업이라서 선택하는 지망생들도 많아요. 꿈과 현실을 구분해야 하는데 어디든 스타들을 접할 수 있는 세상이니 그게 안 되는 거죠. 연예인이 되고자 한다면 먼저 내가 되고 싶은 분야는 어떤 자질이 필요한지, 내가 그 자질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 기본이에요.”
더구나 요즘처럼 만능 엔터테이너를 필요로 하는 시대에는 더더욱 면밀한 준비와 피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연예인이 왜 되고 싶은지, 어떤 연예인이 되고 싶은지 깊은 고민과 철학이 필요하다.
냉정하고 면밀한 판단하에 스스로 자질이 있음을 확인했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연예계에 입문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 연예인이 되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길은 연예 기획사에 들어가는 거예요. 기획사 오디션에 합격하거나 캐스팅 디렉터에게 스카우트돼 기획사에 들어갈 수 있죠.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은 현재 가장 핫한 연예계 입문 루트로, 특별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연예인 지망생들에겐 더없이 희망적이에요. 하지만 경쟁률 또한 어마어마한 수치예요. 공개 채용이나 작품별 오디션에 참가하는 방법도 있어요. 한때는 방송국 공채 탤런트의 위력이 대단했는데, 요즘은 전보다 그 힘이 약해진 상태예요. 뮤지컬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진행하는 공개 오디션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고요. 기초가 튼튼한 극단에 입학하거나 미스코리아 대회를 포함해 슈퍼모델 선발 대회나 지역 특산물 아가씨 선발 대회, 각종 기업 모델 선발 대회도 연예인 지망생들에게는 중요한 기회의 장이 될 수 있죠.”
자신의 재능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인터넷에 올리면 입소문을 타고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함과 동시에 연예 전문 기획사의 러브콜을 받기도 한다. 유명 포털 사이트와 연예 기획사가 함께 주최하는 UCC 대회를 적극 활용해보는 방법도 추천한다. 2PM의 우영과 원더걸스의 예은이 UCC 오디션을 통해 발탁돼 스타가 된 케이스다. 길거리 캐스팅도 빼 놓을 수 없다. 전지현, 장동건, 이효리, 성유리, 이나영 모두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톱스타가 됐다. 하지만 길거리 캐스팅은 요즘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기획사별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서를 받거나 인터넷 카페를 통해 인재를 찾아내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재능과 노력, 운이 따라 데뷔를 했다면 이제 더욱 치열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신인들이 탄생하는 연예계에서 스타로 살아남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라 할 수 있다. 화려하고 달콤한 인기 뒤, 피나는 노력과 끊임없는 자기계발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하자. 이현숙 작가는 인기에 자만하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갈고 닦는 인성도 재능만큼 중요한 스타의 필수 자질이라 말한다.
“씨엔블루나 2PM, 비스트 멤버들은 신인 때는 물론이고 스타가 되고 나서도 한결같아요. 성공한 스타들의 공통점이죠. 대부분의 기획사 관계자들이 재능만큼이나 눈여겨보는 것이 인성이에요. 기본기에 충실할 것 그리고 무리한 성형으로 본인만의 개성을 죽이는 일은 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어요.”
연기자의 자질 배우에게 대사 전달력은 생명과도 같다. 대사 전달에 좋은 언어 구사력이 기본이 되기 때문에 배우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발음과 발성 연습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작품의 의도를 파악하는 분석력과 공동 작업에 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사고, 소통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가수의 자질 타고난 목소리와 풍부한 표현력을 가졌다면 정말 큰 행운이다. 뛰어난 리듬감과 정확한 음정, 음악을 이해하는 능력과, 자신의 마음을 듣는 이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표현력이 중요하다. 무대를 사로잡는 끼와 카리스마는 가수에게 실력만큼이나 중요한 재능이다.
개그맨의 자질 번뜩이는 재치와 타고난 유머 감각, 일상생활을 개그로 승화시키는 관찰력이 필요함과 동시에 어떤 무대에도 잘 적응할 수 있는 잡초 같은 생명력과 적응력도 필요하다. 개그를 맛깔나게 소화해내는 연기력과 통편집돼도 좌절하지 않을 인내력도 겸비해야 한다.
길거리 캐스팅 제의를 받았다면? 이런 사람 조심해라
내가 000을 키웠다고 말하는 사람 자신이 유명 톱스타를 키웠다고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람이라면 유심히 살펴볼 것. 톱스타의 이름을 거론하며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려는 사람을 만났다면 한 번 더 확인해봐야 한다.
성형을 권유하는 사람 “코를 살짝만 손보면 예쁘겠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당신 눈앞에 있다면 그 사람은 100% 사기꾼일 확률이 높다. 더구나 성형수술 할인을 받을 수 있다며 성형을 유도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의심해봐야 한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런 말을 꺼내는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거의 없다.
명함을 주며 자신을 방송 관계자라고 소개하는 사람 명함을 받으면 그 사람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당신이 받은 명함이 방송 관계자의 명함이라면, 거기에 당신에게 달콤한 제안을 했다면 그 사람이 진짜 그 명함에 적힌 사람인지 확인 전화를 해보는 것이 좋다. 또 방송 관계자들은 주로 방송국 근처나 방송국 내 자신의 사무실에서 미팅을 하니 엉뚱한 장소에서 만나자고 한다면 의심해볼 것.
오디션 준비 제대로 하기
오디션의 시작, 프로필 준비하기 연기 지망생이든 가수 지망생이든 기획사 오디션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을 정확하게 어필할 자기소개서와 프로필을 만들어야 한다. 프로필은 거짓 없이 솔직해야 한다. 신체 조건은 물론 학력 사항이나 출연 경력 등을 사실대로 기재하는 것은 기본이며, 특히 키와 체중은 과장 없이 기재하자. 경력 사항을 적을 때는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작성할 것. 예를 들어 영화 ‘해운대’에 단역으로 출연했을 경우, 정확하게 2009년 영화 ‘해운대’에서 ‘설경구씨와 함께 해일에 밀려 떠내려가던 엑스트라 역’으로 출연했다고 자세히 써라. 수상 경력이나 남다른 포트폴리오가 있다면 빼놓지 말고 첨부하자.
가수 지망생은 특색 있는 데모 테이프 만들기 자신이 가장 자신 있게 부를 수 있는 노래 두세 곡 정도를 고르고 노래방에서 즐겁게 불렀던 노래를 장르에 관계없이 한두 곡 정도 추가로 고른다. 반드시 듣기에 멋진 노래보다는 본인이 자신 있게 잘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선곡할 것. 남자는 SG워너비나 임재범 노래, 여자는 체리필터의 노래를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실패할 확률이 높다. 충분히 연습을 한 뒤 자신감이 생겼을 때 녹음을 하는데,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녹음 전문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에코가 많은 노래방에서 녹음한 데모 테이프와 자신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전문 스튜디오에서 만든 데모 테이프의 차이는 크다. 조금만 발품을 팔면 그리 비싸지 않은 스튜디오를 찾을 수 있다.
프로필 사진은 정직하게 오디션에는 반드시 전신, 상반신, 얼굴 정면 사진 기본 3매를 제출해야 한다. 스티커 사진, 휴대전화 사진, 캡처 사진, 포토샵 사진은 절대 금물! 전문 스튜디오에서 찍은 정직한 프로필 사진을 제출하는 것이 가장 좋고, 스튜디오가 아니라면 가능한 한 환한 곳에서 밝고 건강한 이미지를 줄 수 있도록 찍는다. 그리고 캐스팅 디렉터의 말에 따르면 학생이면 교복을 단정하게 입고 학생답게 찍은 사진이 가장 예쁘단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이성원(프리랜서) ■참고 서적 /「연예인 되기 프로젝트」(이현숙 저, 지식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