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밀하게 위대하게’ 김수현, 반전 캐릭터로 흥행 성공
“뼛속까지 요원으로 살아오던 스파이가 남파 공작 임무를 맡아 한 마을에 정착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예요. 시간이 지나며 마을 사람들과 정을 느끼고 그 안에서 사회화를 경험하는 인물입니다.”
남한 달동네에 잠입한 북한 최고의 스파이들을 통해 가족과 평범한 삶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누적 조회 수 4천만 건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보유한 데다 1백만 독자를 거느린 웹툰계의 대작이다. 독특한 소재와 훈훈한 드라마, 긴장감을 더하는 액션까지 다양한 매력이 녹아 있는 웹툰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영화인들이 탐내던 작품. “원작에 대한 기대에 압도되지 않고, 대담하면서도 잠재력과 야심이 있는 배우가 대한민국에 딱 한 명밖에 없었다”라는 장철수 감독의 말처럼 김수현은 쉽지 않은 두 얼굴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정체를 숨긴 바보를 연기하기가 어려웠을 법도 한데 의외로 즐거웠다는 것이 그의 소감이다. 김수현이 연기하는 바보는 어떤 모습일까?
“마을 꼬마부터 할아버지까지 누구나 편하게 다가오고 말 걸 수 있는 바보를 염두에 두고 연기했어요. 아이들이 봐도 재밌어 할 우스꽝스러운 몸짓들도 많이 보여드렸고요. 사실 ‘바보를 어떻게 보여줄까’라고 연구하기보다는 내 안에 있는 걸 어떻게 꺼낼까를 생각했어요. 사람들마다 마음속에 바보 같은 모습 하나씩은 있잖아요(웃음).”
지난해 전 국민을 매료시켰던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 이어 천만 관객을 모은 영화 ‘도둑들’까지 연이은 흥행 성공에 대한 부담감을 묻는 이들이 유독 많다. 인기에 대한 부담보다 원작과의 비교가 겁이 난다며 전작만큼만 흥행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단다. “마흔한 살쯤에 스물한 살 여자를 만나 결혼하고 싶다”라는 폭탄 발언으로 누나들 마음을 덜컹하게 했지만 그래도 거부할 수 없다. 이 영리하고 재능 있는 청년을 말이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조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