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후 첫 악역 도전! 존재감 넘치는 배우 정우성
정우성은 멋진 배우다. 대중이 인정하는 훌륭한 외모와 매력을 갖춘 그는 데뷔 이후 줄곧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선망의 아이콘이 돼왔다. 반항기 가득한 눈빛을 간직한 청년일 때도, 사회의 바닥을 전전하는 아웃사이더일 때도, 지켜내야 하는 소중한 존재를 위해 살아가는 싸움꾼일 때도, 사랑하는 사람 곁을 지키는 순애보의 주인공일 때도 그는 언제나 잘생기고 멋있는 남자였다. 그래서 오히려 가끔은 이 세상에 없을, 낯선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다양한 성격의 작품을 넘나들며 연기활동을 펼치고 인기를 쌓아가는 동안 그는 어느새 멋진 남자의 대명사가 돼 있었다.
하지만 그가 오로지 겉모습에만 의존했다면 지금의 정우성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외모는 그에게 가장 큰 장점이자 기회가 돼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반드시 풀어내야 할 편견이자 숙제이기도 했다. 그런 이유에서 그는 주로 자신을 근사하게 포장해줄 로맨틱 코미디나 대형 액션물보다는 폭넓은 스펙트럼의 작품들을 선택해 활발히 활동해왔다. 잃어버린 꿈과 사랑을 간직한 평범한 회사원을 끝으로 오랫동안 모습을 비추지 않던 스크린에 이제껏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으로 복귀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의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영화 ‘감시자들’이라는 작품으로 정말 오랜만에 돌아오게 됐어요. 그동안 계속 극장에서 관객분들을 만나고 싶었는데 이렇게 인사드릴 수 있어 무척 흥분되고 기뻐요. 연기에 대한 갈증을 약간은 해갈했다고나 할까요? 요즘 한국 영화가 중흥기를 맞아 잘되고 있으니 이 바람을 타고 저도 좀 더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으면 해요. 데뷔 이후 이렇게 간절한 소망을 안고 영화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건 처음이에요. 영화를 쉬는 동안 동료들이 참여한 작품들을 보면서 ‘내가 저 스크린 안에 있어야 하는데’란 간절함과 아쉬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촬영 내내 몇 배로 신나고 설렜어요. 촬영 기간 동안 무척 추웠는데도 그조차 ‘즐거운 현장의 공기다’란 생각이 들 정도로 반갑고 좋았습니다.”
흔적조차 없는 범죄 대상을 쫓는 경찰 내 특수 조직인 감시반을 다룬 영화 ‘감시자들’. 이 작품에서 정우성은 철저한 계획과 고도의 전략으로 추적을 따돌리며 범죄를 이어나가는 조직의 리더 ‘제임스’ 역을 맡았다. 어떠한 위기에도 절대 흔들리거나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냉철한 범죄 설계자로, 데뷔 후 처음으로 맡은 악역이다. 감시반의 포위망이 점점 좁혀올수록 더욱 치밀한 전략을 세우는 제임스는 영화 전반에 걸쳐 긴장을 몰고 가는 인물이다. 작품 전체를 이끌어나가는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었지만 굉장한 매력을 느꼈어요. 제임스를 어떤 배우가 연기 하느냐에 따라 작품 전체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악역이지만 그 성격보다는 존재감 자체가 중요한 캐릭터라고 봤죠. 사실 처음 제작진 쪽에서 단순히 의견을 구하려고 제게 시나리오를 보여줬던건데, 이 역할에 매료돼서 ‘제가 하고 싶다’라며 먼저 나섰어요. 그랬더니 약간 당황하시더라고요(웃음). 하지만 그 존재감을 제가 꼭 채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나의 영화를 완성하는 쾌감도 느껴보고 싶었고요.”
일부러 드러내거나 강요하진 않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인물인 제임스를 통해 정우성은 ‘존재만으로도 그림이 되는 배우’에서 ‘존재감을 채우고 증폭시키는 배우’로의 도약을 꾀하고자 한다. 아마도 이번 작품을 기점으로 우리는 그동안 사랑했던 멋진 남자 정우성이 아닌, 새로운 이름의 배우를 만나게 될 수 있을 듯하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