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와 홍승성 큐브 대표, 두 남자의 특별한 인연
두 사람은 이미 화려한 성공을 맛본 적이 있다. 홍승성 대표(49)는 JYP 엔터테인먼트 공동 대표로 있던 2000년대 초, 무명의 연습생이던 비(31)를 발굴하고 톱스타의 반열에 올려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비가 월드 스타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함께했으며, 2007년 비의 전속계약이 만료되면서 JYP 엔터테인먼트를 떠나는 소식 역시 홍 대표가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 5월 28일, 그는 현재 대표로 있는 큐브 엔터테인먼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02년 5월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월드 스타가 되기까지 첫걸음이 된 비의 데뷔 무대가 있었던 때로, 저에게는 생각만으로도 흥분을 감출 수 없는 봄날의 기억입니다.
그동안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으로, 때로는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는 조력자이자 친구로 지내오며 점점 발전해가는 서로의 모습에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2013년의 봄, 새로운 출발선 앞에 비와 홍승성, 함께 서 있습니다”라고 밝히며 두 사람의 또 한 번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또 그는 “많은 제의들을 뒤로한 채 의리로 보답해준 비에게 고마움을 전한다”라며 “연습생 시절부터 항상 10년 뒤까지 내다보며 오늘에 열정을 쏟아 부었던 친구, 비의 동반자로서 하루하루를 준비하려 한다”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홍 대표는 1990년대부터 수많은 가수를 데뷔시키며 쟁쟁한 뮤지션들로 성공시켜온 명제작자이다. 이예린, 박기영, 린, 김동률과 함께 작업했으며 음악적 목표와 취향이 비슷한 박진영을 만나 2001년 JYP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그 후 량현량하, 박지윤, 원더걸스, 2PM, 2AM이 성장하고 데뷔하는 과정을 지켜봤고 비를 월드 스타로 키워냈다. 평소 비가 그를 ‘아버지’라고 부를 정도로 둘은 신망이 두터운 사이다. 비가 전역이라는 중요한 시점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성장시킨 경험이 있는 제작자에게 돌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요계에서 위치도, 입지도 달라진 지금 두 사람의 만남이 가져올 결과는 이전과는 분명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두 사람은 지난 2007년과 2008년 각자의 길을 선택했다. 박진영과 결별하며 홀로서기를 선언한 비는 제이튠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본업인 가수와 그룹 엠블랙의 제작자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이듬해 홍 대표 역시 JYP 엔터테인먼트를 떠나 큐브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며 제작자로서의 입지를 넓혔다. 아티스트와 제작자가 각각 회사를 차려 가요계 경쟁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행보는 다른 결과를 낳았다.
제작자와 사업가로 다양한 영역에 도전하며 승승장구하던 비는 각종 사건과 송사에 휘말리며 위기를 맞았고, 스타 하나 없이 시작한 홍 대표는 포미닛과 비스트, 지나 등 신예 스타들을 성공시키며 제작자로서의 능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2010년 제이튠 엔터테인먼트와 JYP 엔터테인먼트의 합병이 성사되며 비는 다시 JYP 엔터테인먼트의 품에 안겼고 다시 한번 비-박진영 구도가 그려지는 듯했으나 2011년 9월 계약이 만료된 뒤 재계약을 하지 않고 군에 입대했다. 자유계약 신분으로 입대한 비가 제대를 앞두고 자신의 행보에 대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홍승성 대표와 큐브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들.
비의 제대를 앞두고 그를 영입하기 위한 연예기획사들의 물밑 경쟁은 올봄부터 치열했다. 군 복무로 2년의 공백이 있었지만 비는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월드 스타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매력적인 인물이다. 특히 중국과 홍콩 등 아시아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막강하며, 여전히 할리우드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튠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면서 회사 운영이 녹록지 않다는 걸 체감한 비가 제대 후 자신이 직접 기획사를 운영하는 것보다 체계적인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갖춰진 대형 기획사와 손을 잡을 것으로 점쳐졌다. 큐브 엔터테인먼트 행을 최종 결정하기 전, 싸이와 함께 월드 스타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YG 엔터테인먼트나 친정인 JYP 엔터테인먼트를 두고 고민했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가 홍 대표의 손을 잡은 것은 우선 그동안 쌓아온 두터운 신뢰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비는 평소 여러 가지 문제나 고민이 있을 때마다 홍 대표를 찾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홍 대표는 비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마다 발 벗고 나서며 멘토 역할을 톡톡히 했다. 홀로서기를 하던 시기나 제작자로 첫발을 뗐던 당시 홍 대표에게 자문을 구했고 홍 대표 역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관계는 비가 군 복무를 하던 중에도 계속됐다. 지난 1월, 비의 불량 복무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홍 대표는 더 이상 일이 악화되지 않도록 물밑에서 노력했다. 비의 리스크를 가장 잘 알기에 가장 잘 대처할 수 있는 사람 역시 홍 대표라는 뜻이다. 이미 월드 스타 반열에 오르며 정점을 찍은 비이지만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홍 대표야말로 그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켜줄 완벽한 파트너인 셈이다.
큐브 엔터테인먼트 안효진 팀장은 “계약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온 시점은 최근이지만 두 사람은 아주 오래전부터 언젠가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왔던 것으로 안다. 꼭 비즈니스적인 청사진을 그렸다기보다 개인적인 의리와 인연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라고 재결합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로써 비는 비스트, 포미닛 등 자신을 우상으로 삼아온 후배들과 한솥밥을 먹으며 제2의 도약을 꿈꾸게 됐다. 큐브 엔터테인먼트에서 비의 활동은 전역 이후 구체적인 계획과 방향이 그려질 예정이다.
한편 홍 대표는 최근 불거진 건강 이상설에도 불구하고 비 영입에 성공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올 상반기 음원 강자로 입지를 굳힌 포미닛과 컴백을 앞둔 비스트 그리고 비의 합류까지 호재가 이어지며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큐브 엔터테인먼트는 비에게 가장 적합한 시스템을 통해 비의 제2의 도약을 서포트하고 K-Pop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각오다. 초심으로 다시 뭉친 두 사람, 기대하는 마음으로 지켜봐도 좋을 듯하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사진 제공 / 큐브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