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이 떴다! 실장님보다 ‘지질남’

그들이 떴다! 실장님보다 ‘지질남’
국선 전담 변호사.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지만 파고들수록 감당할 수 없는 지질함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숨겨져있다. 열의와 정성은 갸륵하나 눈치가 없어 보는 이들을 답답하게 하고, ‘허당’ 오지랖으로 사서 고생하기 일쑤다. 만원 엘리베이터 안에서 짝사랑 하는 여자에게 ‘소싯적’ 멘트로 추파를 던지는 행동을 로맨스라 믿는다. 검은 정장에 흰 양말을 매치하는 등 패션 테러리스트의 가능성도 다분히 보인다.
‘빠마 머리’입니다만 ‘직장의 신’ 오지호
막강한 스펙을 가진 정규직 영업사원으로 신입사원들 사이에서 전설적인 인물로 통하지만 단 한 사람, 계약직 직원 미스 김 앞에서는 한없이 지질해진다. 한껏 멋을 부린 자신의 헤어스타일을 한낱 보잘것없는 ‘빠마 머리’로 전락시키는 그녀를 향한 ‘돌직구’ 응징도 여러 차례. 그때마다 상대적으로 착하고 매너 좋은 동기와 비교되며 ‘밉상’ 상사로 낙인찍힐 뿐이다. 온 몸으로 지질함을 표현하는 재주가 있고, 혹 자신의 카리스마에 스크래치가 날까 전전긍긍하는 편이다.
이별의 선물은 착불로 ‘연애의 온도’ 이민기
현실 세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지질남’의 유형. 3년간 비밀 사내 연애를 하다 헤어졌다. 서로의 생활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나아가 지적까지 한다. 밤낮으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선물했던 아이템들을 회수하고, 보란 듯이 ‘새파랗게’ 어린 여자친구도 만들었지만 정작 전 여자친구의 소개팅 소식을 접하고는 상대 남자를 찾아가 험담을 하는 못난 짓까지 서슴지 않는다.
Step 2 지질남의 정석

그들이 떴다! 실장님보다 ‘지질남’
아버지로부터 “성에 차질 않는다”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성적이 오르지 않자 성적표를 조작하는 과감함으로 지질함의 싹수를 보이기도 했다. 그저 자식이 불쌍하게만 보이는 어머니의 ‘오냐오냐’ 가르침은 그를 이기적이고 충동적인 인간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첫사랑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녀의 친구와 결혼까지 했지만 결국 그녀를 버리고 첫사랑과 재혼한다. 이후 양육권을 두고 벌이는 그의 밉상 짓에 시청자들은 날마다 “이놈, 저놈, 나쁜 놈” 3종 세트를 외쳤다.
엄마가 그랬어 ‘백년의 유산’ 최원영
엄마의 뜻에 따라 아내와 이혼까지 했지만 철썩같이 믿었던 아내의 불륜이 바로 엄마의 계략이었다는 사실을 안 뒤에는 애처가로 노선을 변경했다. 이후 엄마가 정해준 여자와 재혼 했지만 수면제 협박, 가출 등으로 전처에게 매달렸다, 물론 결정적 한 방이 없어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욱하는 성격을 버리지 못하고 전처의 새 남자에게 달려들었다가 되레 주먹 한 방에 맥도 못 추고 떨어져나갔다. 집착, 아집이라는 개인기도 있다.
Step 3 미워할 수 없는 지질남
뒤끝 있는 ‘건축학개론’ 이제훈
압구정동, 서초동, 방배동에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 이른바 ‘압서방파’ 선배에게 미묘한 질투를 느껴 그녀를 놓쳤다. 몰래 한 도둑 뽀뽀를 첫 키스라 믿는다. ‘짝퉁 GUESS 티셔츠’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다. 훗날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에게 그녀의 ‘어장 관리’를 거친 욕으로 응징하며 지질했던 첫사랑의 열병을 극복한다. 많은 30, 40대 남성들이 그에게 빙의돼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무능함도 죄 ‘내 아내의 모든 것’ 이선균
아내의 말이 곧 법이다. 아내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화장실에서 큰일을 보면서도 그녀가 손수 짜준 녹즙을 받아먹는다. 결국 옆집에 사는 세기의 카사노바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아내를 유혹해달라고 부탁하지만 스페인어와 프랑스어에 능통하고, 수컷 향기를 물씬 풍기는 카사노바와 친해진 아내가 연애 초반의 순수했던 모습을 되찾으면서 자신과 함께 살 때는 발견하지 못했던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자 다시 그녀에게 애걸복걸 매달린다.
Step 4 지질남의 최고봉

그들이 떴다! 실장님보다 ‘지질남’
늦바람이 무섭다. 띠 동갑의 애인과 살겠다고 아내에게 ‘당당히’ 이혼을 요구한다. 화가 난 아내가 “토끼 주제에”라고 비아냥거리자 “식어빠진 사발면을 1분이면 배 채우지 20, 30분에 걸쳐서 먹냐”라고 대응할 정도로 뻔뻔하다. 하지만 정작 내연녀가 임신을 했다는 거짓말로 그를 잡으려 하자 전전긍긍하며 불안에 떨고, 급기야 아내에게 돌아가겠다며 관계를 정리한다.

그들이 떴다! 실장님보다 ‘지질남’
천하의 하정우도 지질남의 시기를 거쳤다. 시작은 ‘멋진 하루’. 그는 헤어진 애인의 돈을 갚기 위해 아는 여자들을 찾아다니며 특유의 넉살로 돈을 뜯어내는 신공을 발휘했다. 이후 복습 편에 해당하는 ‘러브 픽션’에서 그는 “나는 모자도 털모자만 쓰고, 만두도 털보 만두만 먹고, 성격도 털털하단 소리 많이 들어. 그리고 TV도 디지털이야”라는 대사로 지질함의 정점을 찍었다. 잠자리 횟수를 정확하게 기억한다.
번외 편_지질남의 원조

그들이 떴다! 실장님보다 ‘지질남’
소심이 지나쳐 지질함으로 발전한 케이스다.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끝끝내 고백하지 못하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녀가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사랑에 무지했다. 또 그녀의 결혼식장에서 마지막 반전의 기회를 노려볼 법도 하건만 그는 축가를 부르며 자신의 옛사랑을 고이 묻었다.
‘먹튀’ 전문 ‘잘 알지도 못하면서’ 김태우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초청됐지만 영화인들과의 술자리를 핑계 삼아 본업은 뒷전이다. 평소에는 남의 눈치를 보느라 할 말도 못하지만, 술만 먹으면 그간 꽁하게 담아두었던 불만들을 털어놓는다. 열등감이 하늘을 찌른다. 두루뭉술하고 확실하지 못한 성격, 자신과 얽혀 있는 오해들을 얼렁뚱땅 넘기는 데 강하다.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일단 도망간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봄날은 간다’ 유지태
지질남의 원조이자 차인 남자의 대명사. 20대 청춘의 그는 30대 이혼녀와 연애를 하며 참담한 인생의 쓴맛을 경험한다. “라면 먹고 갈래요?”라는 그녀의 말 한마디에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사랑에 충성했건만 시원하게 걷어차이고는 죄 없는 자동차에 분풀이만 한다.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사진 제공 / SBS, MBC,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