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국에서 온 틸다 스윈튼의 아우라
흔들림 없는 눈빛, 단호한 억양.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힘이 있었다. 한 템포씩 늦게 번지는 잔잔한 미소는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2년 전, 칸국제영화제에서 틸다 스윈튼(53)을 처음 만난 봉준호 감독 역시 이런 그녀의 매력에 단숨에 매료된 것이 아닐까.
제법 큰 비중을 차지하는 캐릭터였지만 그녀라면 충분히 원작 이상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기에 봉 감독은 과감히 성별까지 바꾸며 캐스팅에 공을 들였다. 봉 감독을 향한 끌림은 그녀도 마찬가지. 영화는 더 이상 찍지 않겠다고 다짐한 상황이었지만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자신을 편안하게 만드는 그와 함께라면 즐겁고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알 수 없는 기대감이 그녀를 흔들었다.
“봉 감독은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미리 계획하고, 그대로 준비하고, 그러면서도 촬영이 시작되면 그때부터는 배우가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덕분에 제가 상상했던 톤보다 더 와일드한 연기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봉 감독은 진정한 장인입니다.”
국내 영화팬들에게는 ‘나니아 연대기’, ‘바닐라 스카이’, ‘영 아담’ 등을 통해 더 잘 알려졌지만, 사실 그녀는 작품성이 부각된 독립 영화와의 끈을 놓지 않으며 탄탄하게 입지를 다져온 실력파 배우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변화를 즐겼다. 이번 영화 ‘설국열차’에서도 그녀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며 열차 내 2인자인 메이슨 총리 역을 소화해냈다.

설국에서 온 틸다 스윈튼의 아우라
유쾌하다, 진지하다, 몽환적이다, 지적이다, 열정적이다, 우아하다, 파격적이다, 신비롭다, 화통하다. 어쩌면 그녀의 매력을 한 단어나 문장으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프레임 안팎으로 식을 줄 모르는 그녀는 여전히 인생의 발화점을 찾고 있다.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김영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