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에서 온 틸다 스윈튼의 아우라

설국에서 온 틸다 스윈튼의 아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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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채우며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컬러를 만들어냈음에도 정작 본인은 스스로를 아마추어라고 부르는 그녀. 질주하는 영화 ‘설국열차’의 흥행 속도에 일조한 헤로인, 틸다 스윈튼을 만났다.

설국에서 온 틸다 스윈튼의 아우라

설국에서 온 틸다 스윈튼의 아우라

“계속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의 국적이 다르다는 점을 얘기하는데 저는, 예술을 하는 데 있어서 어디서 온 사람이냐에 대해서는 전혀 의식하지 않습니다. 이분들은 다 가족과 같은 분들입니다. 봉준호 감독님은 덩치 큰 가장이었습니다. 서로 재미있는 영감을 주는 사이였고 때문에 같이 작업하면서 마치 제 고향인 스코틀랜드에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국적 이야기는 그만했으면 좋겠네요(웃음).”

흔들림 없는 눈빛, 단호한 억양.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힘이 있었다. 한 템포씩 늦게 번지는 잔잔한 미소는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2년 전, 칸국제영화제에서 틸다 스윈튼(53)을 처음 만난 봉준호 감독 역시 이런 그녀의 매력에 단숨에 매료된 것이 아닐까.

제법 큰 비중을 차지하는 캐릭터였지만 그녀라면 충분히 원작 이상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기에 봉 감독은 과감히 성별까지 바꾸며 캐스팅에 공을 들였다. 봉 감독을 향한 끌림은 그녀도 마찬가지. 영화는 더 이상 찍지 않겠다고 다짐한 상황이었지만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자신을 편안하게 만드는 그와 함께라면 즐겁고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알 수 없는 기대감이 그녀를 흔들었다.

“봉 감독은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미리 계획하고, 그대로 준비하고, 그러면서도 촬영이 시작되면 그때부터는 배우가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덕분에 제가 상상했던 톤보다 더 와일드한 연기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봉 감독은 진정한 장인입니다.”

국내 영화팬들에게는 ‘나니아 연대기’, ‘바닐라 스카이’, ‘영 아담’ 등을 통해 더 잘 알려졌지만, 사실 그녀는 작품성이 부각된 독립 영화와의 끈을 놓지 않으며 탄탄하게 입지를 다져온 실력파 배우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변화를 즐겼다. 이번 영화 ‘설국열차’에서도 그녀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며 열차 내 2인자인 메이슨 총리 역을 소화해냈다.

설국에서 온 틸다 스윈튼의 아우라

설국에서 온 틸다 스윈튼의 아우라

“메이슨이 기차를 타기 전에 어땠을까, 하고 신나게 상상했습니다. 그러다가 일반적으로 우리가 신문 1면에서 볼 수 있는 지도자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자신에게 메달을 수여하기도 하고 괴상한 분장이나 가발을 쓰거나 자기가 직접 디자인한 그런 제복을 입더라고요(웃음). 외모나 몸짓이 극단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예전부터 코가 들린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거든요. 당연히 봉 감독이 거절할 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좋다, 하자’라고 했습니다. 여섯 살짜리 꼬마가 할머니 옷을 입고 분장을 하는 느낌으로 즐겁게 하려고 했습니다. 사실 이 화장을 지우면 메이슨입니다(웃음).”

유쾌하다, 진지하다, 몽환적이다, 지적이다, 열정적이다, 우아하다, 파격적이다, 신비롭다, 화통하다. 어쩌면 그녀의 매력을 한 단어나 문장으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프레임 안팎으로 식을 줄 모르는 그녀는 여전히 인생의 발화점을 찾고 있다.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김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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