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닥터’ 주원, 이번에도 통했다
최고 시청률 36.3%. 운이 좋았던 그는 그렇게 소포모어 징크스도 가볍게 비껴갔다. 그리고 ‘오작교 형제들’ 종영 후 3개월 만에 ‘각시탈’의 주인공 이강토로 또 한 번 안방극장을 휘어잡았다. 데뷔 3년도 되지 않아 맡은 주인공, 시대극이라는 쉽지 않은 장르임에도 역시 높은 시청률을 견인하며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시청률 보증수표’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뮤지컬 무대와 브라운관, 시대극과 주말극을 오가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해온 그가 이번에는 KBS-2TV 월화드라마 ‘굿닥터’를 통해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 그는 자폐 성향을 갖고 있는 천재 의사 박시온 역을 맡아 다시 한번 배우로서 능력을 입증받는다.
“서번트증후군이 있는 자폐 성향의 발달장애 청년이에요. 장애와 의학적 천재성을 동시에 지닌 환상적인 인물이죠. 평생 배우 생활을 해도 맡아보기 힘든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오작교 형제들’에서 잘 이끌어주신 기민수 감독님에 대한 믿음으로 출연을 결정하게 됐어요.”
서번트증후군은 자폐증이나 지적장애를 지닌 이들이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 재능을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서번트증후군 캐릭터는 영화 ‘레인맨’에서 더스틴 호프만이 연기한 ‘레이먼드 배빗’ 정도다. 더스틴 호프만은 이 역으로 명실상부한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았다. 그만큼 연기해내기 어려운 캐릭터라는 것. 불안한 시선, 주눅 든 구부정한 자세, 감정에 따라 느리고 빨라지는 걸음걸이 등 기술적인 표현에서도 그에게는 분명 큰 도전이다.
“저도 모르게 몸을 많이 움츠리다 보니 체력 소모가 커요. 자폐 증상을 가지신 분들의 눈을 보면 허공에 쓰인 무언가를 읽는 느낌이 있거든요. 그러한 시선 처리라든지, 말할 때 보통 사람들보다 빠른 속도라든지, 정말 시온이가 된 것 같은 느낌으로 연기하고 있어요. 어려운 의학 용어를 시온이의 말투로 빠르게 연기하는 것이 가장 어려워요.”
방영 첫 회부터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굿닥터’는 단번에 월화극 왕좌에 올라섰다. 문채원, 주상욱 등 젊은 주연배우들의 호연과 무엇보다 박시온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주원의 연기력이 매회 기대감을 높인다.
“시온이를 연기하며 여전히 자폐증에 대한 안 좋은 시선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실제로 시온이보다 훨씬 사회성이 뛰어나고 치료가 많이 된 자폐 환자들이 많아요. 제가 만나본 분들 중에는 저보다 말씀을 잘하시는 분도 계셨고요. 시온이를 통해 환자분들과 가족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용기를 주었으면 좋겠어요.”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진정성, 그것이야말로 주원을 시청률을 넘어선 빛나는 배우로 만드는 힘이 아닐까 싶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김영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