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홍보대사 구혜선의 초청장
“청주는 친척도 많이 살아서 종종 놀러 가기도 했어요. 이번에 청주비엔날레 준비 과정을 둘러보러 다녀왔는데, 저도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무척 궁금해요.”
인연 따지기 좋아하는 한국 사람 특유의 과장을 보태자면, 청주와 구혜선(30)은 보통 사이가 아니다. 한동안은 드라마 촬영으로 드나들며 중독된 듯 오간 식당까지 있을 정도니. 하지만 무엇보다 구혜선이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이하 청주비엔날레)의 홍보대사를 맡은 것은 아티스트들만의 축제에 그치지 않고 보다 많은 관객들이 찾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구혜선은 디자이너 이상봉과 함께 청주비엔날레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그녀는 스타 크라프트전을 통해 ‘자화상’, ‘어느 마녀의 저주’, ‘환상’ 이렇게 세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하정우, 최민수, 강석우, 유준상, 남궁옥분, 임혁필, 이화선 등 남다른 그림 실력으로 잘 알려진 스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전시다. 이미 구혜선은 구 작가로 불리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벌써 국내에서 두 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지난 6월에는 홍콩컨템퍼러리 아트페어에 초청받았으며, 상하이에서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대표 스타 화가로 손꼽히는 하정우의 그림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전에 부산에서 같이 전시회도 했었고 도록을 통해서도 봤는데 본인의 색이 정말 명확해요. 저와는 반대되는 면이 많아서 제가 평가를 하기 힘든데,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굉장히 스타일리시해요. 타고나신 거 같아요.”
예술은 놀이로 만날 것
욕심 많은 작가 구혜선의 그림은 한눈에도 섬세함이 느껴진다. 한 번에 휘리릭 그렸을 법한 드로잉 작품도 들여다보면 볼수록 선 하나하나 생각과 생각 끝에 그렸을 신중함이 묻어난다.
“제가 만족을 잘 못하는 편이에요. 볼펜 일러스트의 경우 잉크가 날아가기 때문에 스캔을 해서 보관하는데, 스캔본을 확대해서 보다 보면 가끔은 성격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작업한 것처럼 집요하게도 그렸더라고요(웃음). 그리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려요. 전에는 도예가들이 남들이 보기에는 괜찮은 작품인데 굳이 깨버리는 걸 이해 못했는데, 지금은 알 것 같아요. 저도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은) 태워버리거든요.”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홍보대사 구혜선의 초청장
“어려서 저희 집이 부유한 편은 아니었는데, 엄마가 언니는 첫딸이라고 피아노 학원, 미술 학원에 보냈어요. 그런데 좀 강제적으로 시켜서인지 언니는 오히려 관심 없었고, 언니 따라 다니던 저에게는 놀이가 됐죠. 강제로 시키지 마시고, 놀이로 받아들이게 하시면 좋을 듯해요.”
이어 아이들과 친해지는 노하우 하나를 전했다. 같은 테이블에 있던 언니가 캐러멜을 건네줘도 시큰둥하던 아이가 구혜선이 그 포장지로 꼬마 종이배를 접어서 물잔에 띄워주자 반색을 하더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움직이는 것에 관심을 보이고 즐거워하니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창의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럽게 ‘조언’을 들려주었다. 이번 청주비엔날레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홍보도 잊지 않으면서.
영리한 그녀의 예술 활동기
드라마 ‘고마워요 캡틴’으로 브라운관을 떠난 지 벌써 2년째. 잘하려다 보니 복귀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는 그녀의 얘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배우들은 스스로를 비정규직이라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연기를 하지 않을 때는 그야말로 백수가 따로 없다고. 그래서 ‘캐스팅이 되기’까지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배우의 커리어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 여자 연예인은 멋있는 줄로만 알았던 배우 연인이 알고 보니 낮에는 빈둥빈둥 TV를 보고 저녁이면 술이나 마시는 한량이더라며 실망 섞인 토로를 한 적이 있다. 영리한 배우들은 진공과 같은 시간을 활용하는 법을 안다. 구혜선도 그런 영민한 스타 중 하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두 달 쉬어본 적도 있는데, 마치 늪에 빠진 듯 기력이 없어졌어요.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생각의 끝으로 가는구나, 싶었죠. 그렇게 끝에 닿았던 생각의 형상들을 그림으로 많이 표현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제 그림은 타인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거잖아요. 잘되면 제가 잘한 것일 테고(웃음), 잘 안 돼도 제 책임이고요.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건 있어요. 그리고 그림과 연기가 아주 다른 일은 아니잖아요.”
한때 은공예에 관심이 있어서 배우기도 했었다는 구혜선은 밥 챙겨주기도 바쁠 여덟 마리의 개와 두 마리 고양이의 모습을 피규어로 만들곤 한다. 지점토를 주물러 만드는 거라 어디 내놓기는 부끄럽다지만, 그녀의 집을 찾는 손님들이 하나같이 달라고 조를 만큼 인기다. 도예에도 관심이 많은 그녀에게 금속, 도자, 유리, 섬유, 목칠 등 공예 전 분야를 망라한 세계적인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청주비엔날레는 어쩌면 거대한 놀이터가 될 수도 있겠다.
“공예비엔날레 특성상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작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요. 특히 가는 많이들 신경 써서 구입하시잖아요. 평생 쓰거나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도 있으니까요. 대량생산된 제품이 아닌 나만의 가구를 갖고 싶어 하는 분들이라면 청주비엔날레를 찾으시면 좋을 거예요. 유리잔이나 그릇류도 그렇고요. 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 없는 작품들이 있으니까요.”
추천합니다, 아름다운 사치
흔히들 ‘사치의 끝’이라는 표현을 쓴다. 옷, 액세서리, 구두, 고가의 백 등으로 이어지는 쇼핑 레이스가 궁극의 만족감을 주는 그 무엇에 이르러 비로소 끝을 맺게 된다는 의미일 터. 그런데 대부분의 고백을 듣자 하면, 그 궁극의 아이템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보잘것없거나, 탐나지 않는 물건인 경우가 많다. 여배우 구혜선이 꼽는 ‘나를 위한 최고의 사치’는 영상 편집 기능을 갖춘 컴퓨터였다. 필요 없는 것은 탐내지도, 사지도 않은 지 오래됐다. 집에 불이 났다고 해도 ‘챙길’ 것은 열 마리의 반려동물뿐이라고.
“20대 초반에는 남들이 비싼 선글라스 사니까 저도 그래야 되는 줄 알았거든요. 자주 사진 찍히는 직업이다 보니 ‘쟤는 왜 만날 똑같은 옷만 입어? 왜 똑같은 가방만 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사들이기도 했고요. 비싼 차도 사봤어요. 그런데 만날 주차장에만 두고 쓰지도 않기에 처분했죠. 저는 작품 활동을 하면서 주관이 뚜렷해졌어요.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도 타인이 정해주는 삶을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 전시회를 열 때는 작품 가격을 어떻게 책정하는지 몰라서 남들이 정해주는 대로 내걸었다. 뒤늦게 그 금액은 누군가의 월급이기도 하다는 생각에 미치자 후회가 밀려왔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접할 수 있게 하려면 경제적인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부자 될 팔자는 아닌 거 같다”라며 배시시 웃는 모습이 참 예뻤다. 청주비엔날레가 홍보대사 하나는 잘 얻은 듯하다. 거실의 예술, 내 식탁 위의 예술이라는 소시민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장이 바로 청주비엔날레이기 때문이다.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홍보대사 구혜선의 초청장
해외 아트페어에 초청될 정도로 각광받고 있는 배우 하정우, 2006년 아내 나연신씨와 2인전을 시작으로 꾸준히 전시 경력을 쌓아온 배우 강석우, 올 4월에도 자선 전시회를 가졌던 가수 남궁옥분, 서양화를 전공하고 2003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홍보대사를 역임한 개그맨 임혁필, 책과 일러스트를 통해 예술적 기질을 발휘하고 있는 배우 유준상 등 스타들의 그림과 거친 듯 섬세한 색이 묻어나는 배우 최민수의 가죽 공예품 등 스타 20여 명의 작품 1백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 2층(옛 연초제조창)에서 열리며, 전시 기간 중 경매 이벤트를 통해 저렴하게 작품을 구입할 수 있고 연예인 작가와의 데이트도 진행될 예정.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홍보대사 구혜선의 초청장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교육적 가치에 초점을 맞췄다. 어린이 동반 가족 관람객 및 초·중등 학생을 대상으로 세계 각국 유명 공예 작가들의 작품을 보다 재미있고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는 ‘전시 연계 교육’을 기획했다. 특히 한국교원대학교 미술교육학과 연구팀과 교과과정에 맞추어 개발한 비엔날레 전시 연계 교육을 통해 보다 체계적으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어린이 동반 가족 관람객에게는 동판화, 작품 스티커, 촉감 주사위, 공예책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어린이 전용 전시 연계 교육 키트와 보호자를 위한 전시 가이드북을 제공한다. 전시 관람 후 별도의 교육장에서 키트를 활용한 체험활동을 해볼 수 있다. 그 밖에 도슨트·모바일 앱·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세분화된 전시 안내 프로그램들이 준비됐고, 공예 재료들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핸즈온 체험존, 파워 블로거와 함께하는 공예 체험, 해외 작가-한국 전통 공예 작가 공동 작업 워크숍 등이 준비돼 있다.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홍보대사 구혜선의 초청장
청주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대규모 국제 아트페어로 금속, 도자, 목칠, 섬유, 유리 등 공예 장르 외에 회화, 조각, 판화, 사진, 서예 등 4백여 명 작가의 미술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화랑 부스에는 일본의 오리에갤러리, 중국의 위드갤러리, 서울의 미즈갤러리, 부산의 미고갤러리 등이 참여하는데 이응로, 변종하, 권옥연, 변관식, 남관, 박생광 등 작고한 미술인들의 작품 등을 만날 수 있으며 작품 구매도 가능하다.
개인 작가 부스에는 원로 화가인 곽덕준, 국전 초대 작가 회장인 이한우 등이 참여하고 박영대 화백 등 지역의 미술 작가 40여 명도 함께한다. 일본의 기지마 쇼고, 중국의 창신, 영국의 현대미술의 대표주자이자 콜라주 작가로 널리 알려진 콜린 브라운 등 25명의 해외 작가도 참여한다. 장소는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 1층.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홍보대사 구혜선의 초청장
1946년에 설립된 청주연초제조창은 청주를 대표하는 근대산업의 요람이었다. 연간 1백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하는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담배공장이었다. 하지만 1999년에 담배 원료공장이 폐쇄되고, 2004년에는 제조공장이 완전히 가동 중단된 뒤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올가을, 이곳에서 세계 공예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개최된다.
‘익숙함 그리고 새로운’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올 비엔날레에서는 60개국 출신 작가의 작품 6천여 점을 선보인다. 신상호, 루시 리, 케이트 맥과이어 등 당대의 주목할 만한 국내외 작가를 엄선해 수준 높은 작가들의 작품을 집중 관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총 19개국 작가가 참여한 두 개의 기획전인 메인 전시 외에도 제8회 청주국제공예공모전, 한독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독일 초대국가전, 시민이 참여하는 조각보 프로젝트, 대청호미술관 특별전 등 다채로운 즐길거리가 40일간 펼쳐진다.
기간 2013년 9월 11일~10월 20일(휴관 없음)
장소 충북 청주시 상당구 상당로 314(내덕2동 201-1) 옛 청주연초제조창 일원
시간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주말(금, 토) 오전 9시~오후 9시(주말 야간 입장권은 50% 할인-오후 5시~9시)
입장권 성인 1만원, 청소년 4천원, 어린이 3천원(예매시 성인 8천원, 청소년 3천원, 어린이 2천원) 문의 043-277-2501~3, http://okcj.org/wp
거리마켓
다양한 소비 대상을 겨냥한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열린 공예디자인 마켓이다. 새로운 트렌드를 담은 공예품을 제작하는 작가, 공방, 대학, 협회 및 기관들이 주로 참여해 관람객들이 보다 많은 공예디자인 작품을 보고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비엔날레를 방문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될 듯하다. 장소는 옛 청주연초제조창 광장.
시민홈스테이
비엔날레 기간에 국내외 외국인 아티스트 및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 가정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청주 지역을 비롯한 인근 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아티스트의 스튜디오나 시민의 가정에서 2, 3일간 머물면서 비엔날레를 관람하고 더불어 지역의 문화유적과 자연경관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체류형 비엔날레 관람 프로그램이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행사 기간 중 운영되며 추석 연휴는 제외된다. 문의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조직위원회 마케팅부(070-7204-1952)
■글 / 장회정 기자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장소 협찬 / 잇플레이스 1-1(02-534-3321) ■취재 협조 /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조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