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편의 영화처럼’ 이병헌·이민정 결혼하던 날
“비가 오면 잘 산다고 하잖아요. 아침부터 천둥 번개까지 쳤으니 정말 잘 살겠네요(웃음). 아직 결혼을 한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질 않아요. 그냥 제작발표회를 하는 기분이에요.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같이 살면 조금 현실감이 느껴지겠죠.” (이민정)
“앞으로의 일들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겠지만 소소한 행복들이 저희 앞날에 있었으면 합니다. 단언컨대(웃음), 지금껏 열심히 살아온 것처럼 앞으로도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도록 치열하게 꿈틀거리며 싸우도록 하겠습니다.” (이병헌)
찬찬히 몇 번을 보아도 아름다운지, 이병헌은 한참 동안 신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같은 작품에 캐스팅되면 함께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민정이 “남편과 함께 상의해보겠다”라고 답하자 그의 얼굴이 금세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숨길 수 없는 행복함이 말문을 막은 듯 특유의 시원한 웃음이 터졌다.

‘8월의 신부’ 이민정이 선택한 웨딩드레스는 미국 브랜드인 ‘마르케샤’다. 영국 런던의 디자인 스쿨에서 만난 조지나 채프먼과 케런 크레이그가 2004년 론칭한 이 브랜드는 독창적인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소재가 특징인데, 제시카 알바, 앤 해서웨이 등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이 레드카펫 드레스로 애용하고 있다. 이민정은 국내 연예인 중에서는 처음으로 이 브랜드의 드레스를 입었으며 기자회견용, 본식용, 피로연용 총 세 벌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레스 한 벌당 평균 가격은 1만5천~2만 달러.
수입은 누가 관리할 것인지, 2세는 언제, 몇 명이나 낳을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함께한 날보다 함께할 날들이 더 많으니 천천히 신중하게, 하나하나 채워가도 되지 않겠느냐고 이들은 말한다.
“거짓말처럼 들리겠지만 그런 계획은 전혀 세우지 않았습니다. 하나가 됐건, 둘이 됐건, 셋이 됐건 감사히 키울 겁니다. 수입은 아마 각자가 관리하게 되지 않을까요? (이민정의 눈치를 보더니) 지금 막 생각해봤는데 제가 그런 부분을 잘 못해서요. 이민정씨에게 조언을 구하고 의지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웃음).” (이병헌)
스타들의 결혼식장에서 흔히 봐왔던 ‘하트 포즈’나 ‘만세 삼창’도 없었다. ‘부끄럼쟁이’ 신랑 이병헌이 “그런 건 제 마음속에 있다”라며 극구 손사래를 쳤기 때문. 대신 그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사는 데 동의해준 신부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어머니께서 혼자 살고 계신데, 이민정씨가 고맙게도 제가 살던 집에서 같이 사는 것에 동의했어요. 감사해요. 이제는 배우로서,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열심히 책임을 다해 살겠습니다.” (이병헌)
예식에 앞서 웨딩 화보로 만든 영상이 결혼식장의 스크린을 채웠다. 1부 사회를 맡은 배우 이범수의 진행에 따라 양가 부모님의 화촉 점화가 이뤄졌고, 이후 당당한 걸음의 신랑 이병헌과 수줍은 미소를 띤 이민정이 하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했다.
주례를 맡은 원로 배우 신영균은 주례사를 통해 “두 사람은 이미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인생이 행복한지 잘 알 것이지만 행복은 그런 것이 아니다. 진정한 사랑은 어려울 때 이해하고 베풀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서로 많이 표현하고 살아라”라고 덕담을 건넸다. 주례사에 이어 가수 박정현과 대니 정이 함께 켈리 클락슨의 ‘A Moment Like This’를 축가로 불렀다. 부케는 연예인이 아닌 이민정의 10년 지기 친구가 받았다.

극비리에 진행된 이병헌과 이민정의 흑백 웨딩 화보 촬영. 소박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원했던 두 사람은 평소 두 사람과 친분이 있던 사진작가에게 부탁해 가족과 친구들, 소속사 관계자들만을 초대해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결혼식이 끝난 뒤 폐백을 위해 이동하던 이병헌의 어머니는 마주한 취재진에게 “감사하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민정의 어머니 역시 “좋다”라고 짧게 소감을 전했다. 식을 마친 두 사람은 하객 1백여 명과 함께 이태원에 위치한 한 바에서 화려한 뒤풀이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두 사람은 경기도 광주 이병헌의 본가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다. 이병헌은 9월 초부터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촬영에 합류하고, 이민정은 차기작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날 결혼식에는 예약된 1천3백 명보다 적은 8백40여 명이 참석했다. 하객 1인당 식대 10만원대, 꽃 장식과 무대 장식 등에 사용된 비용 4천만원, 여기에 기타 세팅까지 포함한 가격은 1억5천만원 내외로 추정된다. 두 사람의 식장으로 사용된 그랜드볼룸은 이날 준비를 위해 1주일 전부터 별도의 예약을 받지 않았으며, 당일에도 청첩장이 없으면 내부로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했다.
“단언컨대, 앞으로의 일들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겠지만 소소한 행복들이 저희 앞날에 있었으면 합니다 ”
초호화 하객 캐스팅, 별들의 행진
이병헌·이민정의 결혼식장에는 연예계를 대표하는 스타 부부들과 유명인들이 총출동해 시상식을 방불케 했다. 주인공 못지않게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뽐낸 하객들의 포토월 뒷이야기를 정리해봤다.

‘한 편의 영화처럼’ 이병헌·이민정 결혼하던 날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인 장·고 커플. 다소 짧은 스커트를 입은 고소영 역시 남편 장동건의 리드로 포토월 단상에 올랐다. 두 사람은 손을 꼭 붙잡은 채 식장 안을 돌아다니며 부부애를 과시했다.
Fashion Point 몸에 피트되는 차콜 그레이 컬러의 슈트를 입은 장동건과 허리라인을 강조한 블랙 시스루 미니 원피스를 입은 고소영. 한여름의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이 부부는 가을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스타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눈매를 강조한 고소영의 세련된 메이크업과 셀린느의 블루 클러치백이 포인트.
유지태·김효진
등장부터 화려했던 유지태·김효진 커플은 적극적인 애정 표현으로 눈길을 끌었다. 연신 부인의 손을 놓지 않고 있던 유지태는 포토월 앞에서 김효진의 어깨를 감싸 안아 포즈를 취해 현장에 있던 여성들의 부러움을 샀다.
Fashion Point 모델도 울고 갈 ‘9등신 몸매’ 유지태·김효진 부부. 이들은 훤칠한 키와 날씬한 보디라인으로 도시적이고 세련된 매력을 발산했다. 드레이핑 디테일의 타이트한 그레이 원피스는 김효진의 늘씬한 몸매를 부각시키기에 충분했는데, 남편의 블랙 슈트와 함께 모노톤으로 매치한 커플 룩이 인상적이었다.
권상우·손태영
6년 차 부부 권상우·손태영 커플. 이들은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취재진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이병헌·이민정 커플의 첫날밤 조언과 관련한 질문에 권상우가 “손태영씨가 말해줄 것이다”라고 책임을 떠넘겼는데, 이에 질세라 손태영이 “권상우씨는 그냥 잤다. 아무래도 신부가 피곤하니까 편안하게 손 꼭 잡고 자는 게 좋을 것 같다”라고 말한 것.
Fashion Point패셔니스타 커플답게 권상우·손태영 부부의 하객 패션은 훌륭했다. 넥타이를 매지 않은 권상우는 화이트 드레스 셔츠에 블랙 슈트만으로 멋을 냈으며, 블랙&화이트 컬러가 매치된 슬리브리스 원피스를 입은 손태영은 볼드한 디자인의 화려한 목걸이로 시크하면서도 우아한 여성미를 드러냈다.
연정훈·한가인
단연 눈에 띈 커플은 연정훈·한가인 부부였다. 팔짱을 낀 채 식장에 들어선 이들은 연예계 대표 잉꼬부부다웠다. 특히 연정훈은 포토월 단상을 오를 때 치마를 입은 한가인을 배려해 먼저 단상 위에 올라 손을 내미는 자상함을 보였다. 한편 이날 먼저 온 정우성을 본 한가인이 눈인사를 건네는 장면이 현장에 있던 취재진에 의해 포착돼 ‘연정훈 질투’라는 검색어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Fashion Point 연정훈은 스리피스 그레이 슈트로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단정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한가인 역시 화려한 컬러나 디자인이 아닌, 양쪽 어깨를 드러내는 단아한 오프숄더와 트렌디한 페플럼 디테일의 블랙 원피스로 차분하게 스타일링했다. 굵은 웨이브의 헤어스타일과 작은 귀고리, 쟌니 끼아리니의 골드톤 클러치백으로 지적이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연출했다.

‘한 편의 영화처럼’ 이병헌·이민정 결혼하던 날
여자 스타들은 다양하고 개성 있는 스타일링으로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먼저 블랙 플라워 장식이 단정하면서도 독특한 느낌을 주는 드리스 반 노튼의 블라우스에 블랙 스커트를 매치한 한효주와 긴 다리를 강조한 스키니 팬츠, 골드 재킷으로 자신의 강점을 살린 최지우는 ‘하객 베스트 드레서’ 타이틀을 차지했다. 청량감을 주는 블루톤의 깜찍한 원피스 차림과 청순한 이미지를 남긴 김태희는 지나치게 예쁘다는 이유로 이날의 ‘민폐 하객’으로 등극됐다. 그녀가 입은 원피스와 시계는 샤넬 제품으로 각각 5백만원대를 호가한다고 한다. 이 밖에 강렬한 레드 원피스로 멋을 낸 전도연이 취재진의 이목을 끌었으나 일부 패션 전문가들은 무릎을 덮는 애매한 기장과 글래디에이터 수준의 스트랩 킬힐을 언급하며 그녀를 ‘워스트 드레서’로 꼽았다. 반면 남자 스타들은 대부분 올 블랙, 올 그레이, 블랙&화이트 등 무난한 컬러의 슈트를 선보였다. 페도라와 선글라스를 활용한 배우 소지섭이 데님 팬츠를 입어 튀는 정도였다.

‘한 편의 영화처럼’ 이병헌·이민정 결혼하던 날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조민정, 안진형(프리랜서), 김문석(경향신문 사진부) ■사진 제공 / BH 엔터테인먼트 ■도움말 / 박지은(스타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