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에 빠진 남자, 지성
“저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시청하면서 이종석씨와 이보영씨가 키스할 때 감동을 받아 울었어요. 그런데 주변의 반응은 다르더라고요. 하나같이 ‘너 열 받아서 어떻게 해?’, ‘괜찮아?’라고 묻던데요?(웃음) 남자가 애인한테 열등의식 갖는 거, 진짜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애인이 어디 가서 인정받고 예쁨 받으면 좋은 거죠.”
말 많고 바람 잘 날 없는 연예계에서 묵묵히 지켜온 6년간의 사랑. 두 사람의 결혼 앞에 붙는 ‘마침내’란 수식어가 낯설지 않다. 이보영에 대한 마음을 털어놓는 지성(36)의 담백한 고백은 지금껏 그래왔듯이 유난스럽지 않으면서도 달달하다.
“이렇게 결혼에 골인하게 될 줄 알았어요(웃음). 언제였더라, 기억도 잘 안 나는데 몇 년 전에 결혼 기사가 난 적이 있어요. 친한 기자 형님께서 전화를 해 물어보시더라고요. 신기하게도 당황스럽지가 않았어요. 그때도 마음은 이미 결혼한 상태였거든요(웃음). 정말 태연하게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씀드리면서 결혼에 대한 생각이 더 굴뚝같아졌던 것 같아요. 지난 5월에 날을 잡고 ‘아, 빨리 이야기하고 축하받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이토록 단단하게 사랑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서로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매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결별 기사의 주인공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지만 그때마다 두 사람은 여유롭게 웃어 넘겼다. 그리고 묵묵히 각자의 일에 충실했다.
“그냥 적당한 때를 기다렸어요. 저희들의 사랑을 과시하고 싶지도 않았고, 연애의 깊이를 다른 누군가에게 평가받고 싶지도 않았거든요. 그렇지만 애써 감추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얼굴을 가리고 나간 것도 아닌데 잘 모르시더라고요(웃음). 오히려 주위에서 저희가 함께 가는 길을 순탄하게 내버려두지 않아 힘들었어요. 해마다 둘이 헤어졌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정작 저희들은 이별 기사를 보면서 팥빙수를 먹으러 가고 그랬어요(웃음). 어쩌겠어요. 모든 소문들에 일일이 다 해명할 순 없잖아요.”

사랑에 빠진 남자, 지성
결혼식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 새신랑이 되는 준비만으로도 벅찰 그가 새로운 작품으로 안방극장의 문을 두드린다. 네 남녀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그린 정통 멜로물 KBS-2TV 수목드라마 ‘비밀’이 바로 그것.
“끌리는 마음을 설명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그냥 처음부터 하고 싶었어요. 좋은 일을 앞두고 있어서 신랑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려고 했는데 감독님을 보고 나서 바로 결정하게 됐죠. 지금은 제 선택이 옳았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재밌게 찍으면서 캐릭터에 몰입 중이에요.”
극중 지성은 인격을 제외한 모든 것을 갖춘 재벌 2세 조민혁 역을 맡았다.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준 연인을 자동차 사고로 죽인 여자 강유정(황정음 분), 그녀와 지독한 사랑에 빠지며 선 굵은 감정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간의 착실하고 진중하며 조용한 모습은 잠시 잊어도 좋을 듯싶다.
“(이번 배역은) 정말 망나니예요. 안하무인 격으로 항상 자기 마음대로 살아가고, 자신만의 울타리를 갖고 사는 사람이죠. 덕분에 이번 기회에 마음껏 나쁜 남자가 돼볼 생각입니다.”
얼마나 열정과 애정을 갖고 있는지는 어린아이처럼 들뜬 목소리에서도 느껴졌다. 첫 방송 직후인 9월 27일 결혼식이 있는 만큼, 불가피하게 신혼여행까지 반납했다. 물론 예비신부 이보영의 배려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지성·이보영의 스페인 웨딩 화보 . 한국에서부터 다양한 준비를 해간 지성은 화보 촬영이 끝난 뒤 현장 스태프들의 도움을 받아 이보영에게 정식으로 프러포즈한 것으로 알려졌다.
괴테는 “사랑하는 것이 인생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결합이 있는 곳에 기쁨이 있다”라고 말했다. 올가을을 사랑으로 채울 남자, 지성. 그의 인생에도 기쁨이 가득하길 바라본다.
“(함께 출연하는) 배수빈씨와 많이 친해지지 못했는데 촬영장에서 얼굴을 보면 일단 웃어요. 그리고 ‘준비 잘되고 있어요?’라고 물어요. 이게 저희 첫 인사예요. 수빈씨가 저보다 조금(9월 14일) 먼저 장가를 가더라고요. 좀 더 빨리 준비하셨기에 이것저것 경험담을 듣고 조언도 구하고 있어요. 배우로서 본연의 일에 충실하고, 일상생활로 돌아가서는 거기에 충실하답니다. 정말 행복하네요.”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조민정 ■사진제공 / 그라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