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가 무려 12년 만에 후속작 ‘친구2’로 새로운 드라마를 쓴다. 과연 ‘친구’는 과거의 영광에 그치고 말 것인지 아니면 다시금 전설이 될 것인지, ‘친구2’ 탄생을 둘러싼 다양한 뒷이야기를 모아봤다.

12년 후, ‘친구’는 어떻게 다시 돌아왔나
#1 굳이 왜 2편인가
흥행 작품의 후속편은 대부분 실패한다는 명제는 거의 정설로 굳어져 있다. 지금까지 전작의 캐릭터와 설정을 이어받아 만들어진 2편의 경우 창대한 시작과는 달리 끝은 초라하게 마무리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괜히 잘못 나섰다가 기존의 성과에 흠집을 내는 결과만 초래할지도 모르기에 영화 ‘친구2’에 관한 논의 또한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이었다. 곽경택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친구’가 워낙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사실 ‘친구’ 이후 곽 감독에게 국내 각 조직에 몸담고 있는 수많은 ‘관계자’들이 찾아와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심지어 일본에서도 찾아왔을 정도라고. 하지만 조직폭력배 전문 감독으로 남고 싶지 않아 모두 거절했단다. 그렇게 마음에 묻어두었던 ‘친구’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으로 가던 차 안에서 불현듯 ‘준석이가 17년 만에 감옥에서 나온다면 어떻게 돼 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만약 동수에게 아이가 있어서 만나게 된다면 둘은 어떤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단다. 그렇게 이어보니 영화의 한 줄기가 만들어졌다.

12년 후, ‘친구’는 어떻게 다시 돌아왔나
#2 만만치 않은 세월 12년, 우리 친해질 수 있을까?
영화 ‘친구2’의 촬영이 한창이던 지난여름, 곽경택 감독이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한 말이 있다. 다른 어떤 영화 현장에서보다 최선을 다해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다고. 열심히 하고 있다는, 으레 하는 말인가 보다 했는데 그중 확 와 닿는 이야기가 있었다. 자신이 ‘친구2’를 한다는 말에 딸이 왜 굳이 다시 만드냐고 해서 굉장히 가슴이 아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만드는 내내 누군가로부터 왜 만들었냐는 말은 듣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촬영을 했다고 한다. 딸조차도 납득 못하는, 12년이나 흐른 지난 이야기를 과연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 큰 것이 사실이다. 촬영을 막 시작했을 때만 해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던 곽 감독은 개봉 직전인 요즘 자꾸만 “부담이 크다”, “걱정이 많다”라며 밤마다 편집을 하느라 밤을 샌다고 한다.

12년 후, ‘친구’는 어떻게 다시 돌아왔나
#3 “남자, 의리 아이가” 기존의 친구는 얼마나 뭉쳤나
‘함께 있을 때, 우린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라고 외치며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던 사나이들. 유독 남자들 사이에서는 언제나 변치 말고 항상 함께하며, 끝까지 같이 가자는 정서가 강하다. 영화 ‘친구2’가 개봉 전부터 특히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친구’의 흥행 신화를 쓴 주역들이 다시 뭉쳐 전작의 영광을 재현하는 데 나선다는 것이다. 8백20만 흥행 전설의 ‘친구’들이 여전히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는지 지켜보는 일도 쏠쏠한 재미가 될 것.
우선, 가장 큰 기대 요인은 바로 곽경택 감독과 배우 유오성의 재결합에 따른 이모저모다. 사실 두 사람은 꽤 오랫동안 서먹한 시간을 보냈다. 한때는 둘도 없는 친구이자 서로를 은인이라고까지 여겼던 각별한 사이였지만, 영화 ‘챔피언’ 개봉을 기점으로 광고 초상권 문제를 두고 등을 돌리게 되면서 결국 법정 싸움까지 벌어졌다. 누구보다 좋아하고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했다는 감정은 쉽게 치유되지 않았고, 송사가 어느 정도 정리된 이후에도 공개 사과 문제를 두고 불편한 감정을 갖고 지내다가 최근에야 관계를 회복했다.

12년 후, ‘친구’는 어떻게 다시 돌아왔나
또 이번 작품에는 군더더기 없는 수준 높은 영상을 선보이는 윤주환 촬영감독, 기존의 조폭 영화와 분명한 선을 긋는 깔끔한 편집의 박광일 편집감독 등 ‘친구’의 성공을 이끌었던 주요 스태프들이 다시 작업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4 메인 포스터 인물들의 의상에 숨겨진 비밀

12년 후, ‘친구’는 어떻게 다시 돌아왔나
조율은 의상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유오성은 타이를 매지 않은 채 셔츠 단추를 여유 있게 풀어주는 것으로 모진 풍파를 겪은 뒤 더욱 깊고 초연해진 인물의 강인함을 전달하려 했다. 개인 컷에서도 “수놈들한텐 그런 기 있다. 지 방식대로 대가리가 되고 싶은 욕심…”이라는 의미심장한 대사와 함께 정면을 좀 더 클로즈업해, 아무것도 두려울 것 없던 젊은 시절 ‘준석’이 그동안 어떻게 세상을 견뎌냈고 또 그만큼 단단해졌는지를 표현해냈다.
반면, 죽은 ‘동수’의 아들 ‘성훈’ 역의 김우빈은 트렌디한 슈트를 선택했다. 세련된 의상과 잘 어울리는 공격적인 눈빛은 뜨겁고 열정적인 젊음의 패기를 발산하지만, 언뜻 위험해 보이기도 해 긴장감을 자아낸다. 모델 출신답게 타고난 신체조건으로 어떤 옷이든 고급스럽게 소화하는 김우빈은 특히 “남자가 좀 대차게 살아야 안 되겠습니까”라는 선언과 함께 ‘준석’과 대립각을 세우게 되는 ‘성훈’의 존재감을 확실히 나타내기 위해 최고급 슈트를 맞춤 제작하는 반하트 디 알바자에서 우아한 느낌의 와이드 칼라 셔츠와 슬림 핏의 블랙 슈트를 미리부터 준비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준석’의 아버지 ‘이철주’ 역의 주진모는 클래식한 더블 재킷에 점잖게 넥타이를 맸다. 부산과 일본을 오가며 1960년대를 주름잡은 실세이자, 이 세계를 주먹이 아닌 재물의 시대로 이끈 인물이기에 중후하면서도 묵직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이러한 스타일을 선택한 것이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조민정 ■사진 제공 / 영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