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후, ‘친구’는 어떻게 다시 돌아왔나

12년 후, ‘친구’는 어떻게 다시 돌아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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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마이 봤어도 또 볼 거다 아이가”

영화 ‘친구’가 무려 12년 만에 후속작 ‘친구2’로 새로운 드라마를 쓴다. 과연 ‘친구’는 과거의 영광에 그치고 말 것인지 아니면 다시금 전설이 될 것인지, ‘친구2’ 탄생을 둘러싼 다양한 뒷이야기를 모아봤다.

12년 후, ‘친구’는 어떻게 다시 돌아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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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친구’는 한국 대중문화사에서 하나의 상징적인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1년 개봉 당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었음에도 전국 8백20만 관객 동원이라는 기념비적 흥행 기록을 세웠고, 극장에서 보지 못했어도 지난 10여 년 동안 많은 이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 영화를 접했을 것이다. 영화의 이야기와 캐릭터는 또 다른 작품을 낳기도, 드라마와 뮤지컬로 확장되기도 했다. 전 국민의 말투를 부산 사투리화시켰던 몇몇 대사들은 아직까지도 지겹도록 패러디되고 있다. 누구나 ‘친구’를 알기에 그만큼 더 이상 새롭지도, 궁금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무려 12년 만에 ‘친구’가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1 굳이 왜 2편인가
흥행 작품의 후속편은 대부분 실패한다는 명제는 거의 정설로 굳어져 있다. 지금까지 전작의 캐릭터와 설정을 이어받아 만들어진 2편의 경우 창대한 시작과는 달리 끝은 초라하게 마무리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괜히 잘못 나섰다가 기존의 성과에 흠집을 내는 결과만 초래할지도 모르기에 영화 ‘친구2’에 관한 논의 또한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이었다. 곽경택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친구’가 워낙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사실 ‘친구’ 이후 곽 감독에게 국내 각 조직에 몸담고 있는 수많은 ‘관계자’들이 찾아와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심지어 일본에서도 찾아왔을 정도라고. 하지만 조직폭력배 전문 감독으로 남고 싶지 않아 모두 거절했단다. 그렇게 마음에 묻어두었던 ‘친구’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으로 가던 차 안에서 불현듯 ‘준석이가 17년 만에 감옥에서 나온다면 어떻게 돼 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만약 동수에게 아이가 있어서 만나게 된다면 둘은 어떤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단다. 그렇게 이어보니 영화의 한 줄기가 만들어졌다.

12년 후, ‘친구’는 어떻게 다시 돌아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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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기간 동안 밤마다 시나리오 작업을 한 곽경택 감독은 주변 사람들에게 초안을 보여줬고, 재미있다는 반응에 자신감을 얻어 진행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지난 12년간 사적인 자리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모두들 자신에게 물었던 질문-“정말 준석(유오성 분)이 동수(장동건 분)를 죽였나요?”-에 대해 사람들이 확실한 답을 원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제대로 털어놓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친구를 잃은 그날,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시작됐다.

#2 만만치 않은 세월 12년, 우리 친해질 수 있을까?
영화 ‘친구2’의 촬영이 한창이던 지난여름, 곽경택 감독이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한 말이 있다. 다른 어떤 영화 현장에서보다 최선을 다해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다고. 열심히 하고 있다는, 으레 하는 말인가 보다 했는데 그중 확 와 닿는 이야기가 있었다. 자신이 ‘친구2’를 한다는 말에 딸이 왜 굳이 다시 만드냐고 해서 굉장히 가슴이 아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만드는 내내 누군가로부터 왜 만들었냐는 말은 듣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촬영을 했다고 한다. 딸조차도 납득 못하는, 12년이나 흐른 지난 이야기를 과연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 큰 것이 사실이다. 촬영을 막 시작했을 때만 해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던 곽 감독은 개봉 직전인 요즘 자꾸만 “부담이 크다”, “걱정이 많다”라며 밤마다 편집을 하느라 밤을 샌다고 한다.

12년 후, ‘친구’는 어떻게 다시 돌아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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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의 간극을 메울 곽 감독의 히든카드 중 하나는 심혈을 기울인 캐스팅이다. 특히 장동건의 빈자리를 대신해 동수의 아들 ‘성훈’ 역에 요즘 가장 ‘핫’한 스타 김우빈을 캐스팅했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 ‘학교 2013’ 등에서 주로 거침없는 반항아 역을 맡아왔던 김우빈은 ‘친구2’로 영화에 첫 도전한다. 사실 곽 감독은 이전까지 김우빈이란 배우를 알지 못했는데 고등학생인 조카에게서 ‘삼촌, 영화 찍는다던데 김우빈 주인공 시켜주면 안 돼? 요즘 짱이야!’란 문자를 받고 어떤 배우인지 찾아보게 됐다고. 요즘 인기 있는 꽃미남 외모의 배우들과 달리 새로운 느낌의 얼굴이라 직접 만나보고 싶어 ‘학교 2013’ 촬영 현장에 찾아가봤고, 그의 솔직한 성격에 금세 매료됐다는 후문이다. 또 김우빈의 강인한 눈빛과 목소리가 ‘성훈’ 역할을 표현하는 데 적격이란 판단 덕분에 조카의 소원이 이루어졌다.

#3 “남자, 의리 아이가” 기존의 친구는 얼마나 뭉쳤나
‘함께 있을 때, 우린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라고 외치며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던 사나이들. 유독 남자들 사이에서는 언제나 변치 말고 항상 함께하며, 끝까지 같이 가자는 정서가 강하다. 영화 ‘친구2’가 개봉 전부터 특히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친구’의 흥행 신화를 쓴 주역들이 다시 뭉쳐 전작의 영광을 재현하는 데 나선다는 것이다. 8백20만 흥행 전설의 ‘친구’들이 여전히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는지 지켜보는 일도 쏠쏠한 재미가 될 것.

우선, 가장 큰 기대 요인은 바로 곽경택 감독과 배우 유오성의 재결합에 따른 이모저모다. 사실 두 사람은 꽤 오랫동안 서먹한 시간을 보냈다. 한때는 둘도 없는 친구이자 서로를 은인이라고까지 여겼던 각별한 사이였지만, 영화 ‘챔피언’ 개봉을 기점으로 광고 초상권 문제를 두고 등을 돌리게 되면서 결국 법정 싸움까지 벌어졌다. 누구보다 좋아하고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했다는 감정은 쉽게 치유되지 않았고, 송사가 어느 정도 정리된 이후에도 공개 사과 문제를 두고 불편한 감정을 갖고 지내다가 최근에야 관계를 회복했다.

12년 후, ‘친구’는 어떻게 다시 돌아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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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불화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번 영화가 큰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곽경택 감독에게 유오성과의 인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빙그레 웃으며 “(유)오성이와는 전생에 뭔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더할 나위 없이 사이좋게 지내다가 10년 정도를 안 좋게 지내다가 또다시 뭉쳐 영화를 찍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세월이라는 것이 주는 미덕 중 하나가 조심성인 것 같아요. 저도 예전에 비해 현장에서나 작업 중에 많이 조심스러워졌고, 오성이 역시 현장에서 굉장히 진중해졌더라고요. 같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편안해졌어요”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유오성 또한 “솔직히 예전에는 곽 감독과 싸움을 많이 했는데 나이를 먹고 시간이 지나보니…”라며 한참 생각에 잠기더니 “곽 감독과 다시 작업하게 돼 진심으로 즐겁고 기분이 좋습니다. 촬영하는 내내 저한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입고, 좋은 친구와 소풍을 떠난 기분으로 작업했어요. 자기 옷이라는 건 배역을 말하기도 하지만 촬영 현장의 진행 방식이라든지, 연출가의 연출력 등도 해당되죠. 마치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상당히 편안하고 좋았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이번 작품에는 군더더기 없는 수준 높은 영상을 선보이는 윤주환 촬영감독, 기존의 조폭 영화와 분명한 선을 긋는 깔끔한 편집의 박광일 편집감독 등 ‘친구’의 성공을 이끌었던 주요 스태프들이 다시 작업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4 메인 포스터 인물들의 의상에 숨겨진 비밀
12년 후, ‘친구’는 어떻게 다시 돌아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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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는 때론 영화의 모든 이야기와 느낌을 대변하는 하나의 메시지다. 관객과 만나는 첫 번째 길이자, 영화와 관객 간 대화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영화의 포스터를 잘 살펴보면 영화에 대해 좀 더 깊고 풍부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의외의 재미들도 발견할 수 있다. 세 남자의 강렬한 눈빛이 인상적인 ‘친구 2’의 메인 포스터도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각각 다른 시대를 살았던 주인공들의 성격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전체적으로는 그들 사이에 얽힌 인연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될 수 있도록 시선을 집중시키고자 했다. 포스터 속 유오성, 김우빈, 주진모는 완벽하게 슈트를 차려입고 나란히 서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데, 모두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중에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다른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조율은 의상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유오성은 타이를 매지 않은 채 셔츠 단추를 여유 있게 풀어주는 것으로 모진 풍파를 겪은 뒤 더욱 깊고 초연해진 인물의 강인함을 전달하려 했다. 개인 컷에서도 “수놈들한텐 그런 기 있다. 지 방식대로 대가리가 되고 싶은 욕심…”이라는 의미심장한 대사와 함께 정면을 좀 더 클로즈업해, 아무것도 두려울 것 없던 젊은 시절 ‘준석’이 그동안 어떻게 세상을 견뎌냈고 또 그만큼 단단해졌는지를 표현해냈다.

반면, 죽은 ‘동수’의 아들 ‘성훈’ 역의 김우빈은 트렌디한 슈트를 선택했다. 세련된 의상과 잘 어울리는 공격적인 눈빛은 뜨겁고 열정적인 젊음의 패기를 발산하지만, 언뜻 위험해 보이기도 해 긴장감을 자아낸다. 모델 출신답게 타고난 신체조건으로 어떤 옷이든 고급스럽게 소화하는 김우빈은 특히 “남자가 좀 대차게 살아야 안 되겠습니까”라는 선언과 함께 ‘준석’과 대립각을 세우게 되는 ‘성훈’의 존재감을 확실히 나타내기 위해 최고급 슈트를 맞춤 제작하는 반하트 디 알바자에서 우아한 느낌의 와이드 칼라 셔츠와 슬림 핏의 블랙 슈트를 미리부터 준비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준석’의 아버지 ‘이철주’ 역의 주진모는 클래식한 더블 재킷에 점잖게 넥타이를 맸다. 부산과 일본을 오가며 1960년대를 주름잡은 실세이자, 이 세계를 주먹이 아닌 재물의 시대로 이끈 인물이기에 중후하면서도 묵직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이러한 스타일을 선택한 것이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조민정 ■사진 제공 /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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