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간 ‘톱스타’로 살아온 신인 감독 박중훈의 고백

28년간 ‘톱스타’로 살아온 신인 감독 박중훈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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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흔히 감독의 예술이라 말한다. 배우의 연기는 물론 시나리오, 촬영, 편집 등도 각각 중요하지만 그 모든 것을 지휘하고 하나로 엮어내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로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많은 이들이 감독을 꿈꾼다. 뻔한 듯해도 결코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이름인, ‘대한민국 대표 영화배우’로 28년을 살아온 배우 박중훈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28년간 ‘톱스타’로 살아온 신인 감독 박중훈의 고백

28년간 ‘톱스타’로 살아온 신인 감독 박중훈의 고백

타고난 배우라 생각했다.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하며 청춘 스타로 발돋움한 박중훈(47)은 한국 영화 뉴웨이브의 시작을 함께 했고, 1990년대 ‘박중훈표 코미디’라는 하나의 장르를 형성할 정도로 최전성기를 누렸다. 이후 파도처럼 오르락내리락 성공과 실패를 겪었고,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여유와 미래를 찾아나가는 법을 배웠다. 학창 시절부터 간절하게 배우가 되기를 열망했던 그는 스무 살에 스타가 됐고,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로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이제는 박중훈을 배우가 아닌 ‘감독’이란 이름으로 불러야 할 듯하다. 그가 연예계의 감춰진 이면을 그린 영화 ‘톱스타’를 연출하며 새로운 필모그래피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배우로 28년이란 시간을 살아오면서 연예계의 속살을 누구보다 깊숙이 들여다봤기에 누구보다 솔직하고 섬세하게 현실을 그려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에서 시작한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표현되는 연예계는 박 감독이 가장 잘 아는 세상인 만큼,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막기 위해 라이벌 스타의 스캔들을 만드는 것부터 오로지 톱 배우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주인공의 모습 등 연예계의 각종 비화는 물론 성공을 향한 강렬한 욕망에 휩싸여 앞만 보고 달려가는 인물들을 흥미롭게 담아낸다.

“그동안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흥’과 ‘망’을 지켜봐왔어요. 가장 많이 느꼈던 건 자신의 위치에 따라 관계가 크게 변한다는 거였어요. 잘됐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그 사람의 태도와 마음가짐 그리고 생각들이 달라지는 것을 목격했죠. 이른바 주종 관계가 대등 관계가 되고, 또 경쟁 관계가 되는, 그러면서 그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었어요.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제가 누구보다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톱스타에게서 탄생해 더욱 리얼한 영화 ‘톱스타’는 감독의 오랜 현장 경험이 바탕이 된 적절한 연출력으로 한층 빛을 발한다. 박 감독은 배우들의 옷소매까지 만져줄 만큼 꼼꼼하게 각 장면을 챙겼고, 감정신 촬영 때는 톤이나 기복에 대해 직접 시범을 보여가며 주인공들에게서 최상의 연기를 이끌어냈다. 배우 출신 감독이라는 장점은 최대한 살리려 노력하면서도,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과 선입견에 대해서는 먼저 이해하며 적극적으로 깨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28년간 ‘톱스타’로 살아온 신인 감독 박중훈의 고백

28년간 ‘톱스타’로 살아온 신인 감독 박중훈의 고백

“처음 제가 연출 의사를 밝혔을 때 오히려 친한 사람들이 말리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배우로서야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일했으니 대중도 이제 아주 조금은 저를 인정 해주시지만, 감독으로서는 의구심을 갖고 계시겠죠. 하지만 갑자기 어느 날 결심한 건 아니고 굉장히 오랜 시간, 아주 간절하게 하고 싶었고 또 생각했습니다. 이 영화도 5, 6년 전부터 구상해서 2년여 전부터 준비를 시작했어요. 고민을 많이 했기 때문에 끝까지 해낼 수 있었던거죠. 제가 구상한 이야기에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를 더해서 영상을 빚어냈을 때의 그 희열은 정말 연기할 때 못지않게 컸어요. 배우는 하나를 깊게 판다면, 감독은 전체를 넓게 봐요. 전 배우를 오래 해서 감독으로 시작한 분들보다 시야가 넓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어요. 앞으로 그런 것들을 극복해 나가야죠.”

박중훈은 오랜 시간 배우로 지낸 자신의 경력이 신인 감독으로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는 양날의 검처럼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분명 장점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엄격한 시선과 싸워야 한다는 부담감과 불안감이 큰 것이 사실이라고. 개봉을 앞둔 지금은 며칠씩 잠을 설칠 정도로 기대가 되고 떨리기도 한단다.

“감독으로서 현장에서 지내는 동안 매우 외로웠어요. 원래 배우는 대접받는 사람이거든요. 제가 잘나거나 특별해서가 아니라, 카메라 앞에서 가장 예민한 상태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대접을 해주는 거죠. 매번 그렇게 카메라 앞에 서다가 나를 죽이고 반대로 배우를 살피는 역할을 하려니 쉽진 않더군요. 감독이라고 해서 확실한 뭔가가 있는 것도, 또 흔들리지 않는 것도 아닌데 현장에선 사람들에게 믿음을 줘야 하니까요. 차기작이요? 이번 작품이 안 되면 저도 ‘앞으로’를 기약할 수 없는 거라(웃음), 열심히 했으니 꼭 잘됐으면 좋겠어요.”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제공 / 딜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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