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전문가와 풀어보는 ‘대법원 간 고영욱 사건’ 어떻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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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욱이 2010년 7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미성년자 3인에 대한 성폭행 및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1심 판결에 항소해 징역 2년 6개월로 최소 형량을 받았다. 그럼에도 판결의 부당함을 이유로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다. 법률 전문가와 함께 고영욱 측 상고의 의미와 앞으로의 상황을 내다봤다.

법률 전문가와 풀어보는 ‘대법원 간 고영욱 사건’ 어떻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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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욱, 결국 2년 6개월 실형 선고받다
그룹 ‘룰라’ 출신의 방송인 고영욱(37)이 연예인 지망생을 성폭행한 혐의가 처음 드러난 것은 지난해 5월이었다. 사건이 보도된 후 또 다른 2명의 피해자가 나타나 3명의 사건을 중심으로 고영욱이 기소됐고 이어 재판이 시작됐다.

고영욱은 3명의 피해 여성 중 2명(당시 17세와 13세)을 강제추행한 혐의는 인정하고,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선처를 호소했다. 판결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남은 ㄱ양(당시 13세)에 대한 성폭행 여부였다. 2심 재판에서는 ㄱ양이 당한 3건의 강제추행 및 성폭행 가운데 첫 성관계만 위력을 사용한 간음이 인정된다며 유죄 판결이 났고, 2건은 무죄로 판결했다. ㄱ양의 경찰 진술과 검찰 진술이 달라 피해자의 진술을 완전히 믿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그녀는 고영욱과 서울 서교동 한 클럽에서 만났고 “첫 만남에서 성관계를 가진 후 고영욱에게 연락이 왔고, 억지로 받았다”라고 진술했지만 휴대전화 조회 결과, 첫 번째 관계 후 ㄱ양이 먼저 연락했으며 고영욱에게 친밀한 문자를 보낸 자료가 증거로 제출됐다.

1심 재판부에서는 고영욱에게 징역 5년,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7년, 마지막으로 전자발찌 부착 명령 10년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불복해 고영욱 측은 항소했고 지난 9월 말 징역 2년 6개월, 신상정보 공개 5년, 전자발찌 부착 3년형을 선고받았다. 1심에 비하면 반절가량 형량이 줄어든 셈이다. 그러나 고영욱 측은 판결의 쟁점이 된 ㄱ양과의 첫 번째 성관계도 ‘무력행위 없이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라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등을 돌리는 여론
1심보다 항소심에서 형량이 대폭 줄어든 것을 본 인터넷상의 여론은 그에게서 더욱 차갑게 돌아섰다. 누군가는 ‘형량도 연예인 DC를 받은 것이냐’라며 비아냥거렸다. 실제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연예인이란 이유가 재판 판결에 참작이 된 것으로 보인다. 재판을 맡은 형사 5부는 “이미 많은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졌고, 이번 사건 또한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고영욱)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것이 필요한 일인가, 두 번 형량을 주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며 “그럼에도 연예인이기 때문에 일반인과 형을 달리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해 법이 허용하는 가장 낮은 형인 3년을 내린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고영욱이 앞으로 연예인으로 활동하기 힘든 상황과 얼굴이 알려진 사람으로서 전자발찌에 대한 의미 여부를 고려해 항소심 형량을 대폭 축소한 것이다. 고영욱은 ‘전자발찌 연예인 1호’라는 오명은 씌워졌지만 이제 그도 판결을 승복하고 죗값을 치르리라 여겨졌다. 그런데 지난 10월 2일 돌연 고영욱이 이번 판결도 1심과 같은 이유인 ‘양형부당’으로 대법원에 상고한 사실이 알려졌다. 기사를 본 네티즌들은 ‘법적 최소 형량임에도 항소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 정도 벌도 받지 않겠다는 것이냐’, ‘과거 반성문을 쓴 저의마저 의심스럽다’라는 댓글을 달며 그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와 풀어보는 ‘대법원 간 고영욱 사건’ 어떻게 되나?

법률 전문가와 풀어보는 ‘대법원 간 고영욱 사건’ 어떻게 되나?

고영욱 측은 무엇을 바라고 있나
고영욱은 기존의 판례보다 현저히 적은 형량을 받았음에도 대법원 상고를 결정했다. 이는 ‘판결을 무죄로 이끌거나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받겠다’라는 의도라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견해다. 대법원의 재판은 그동안 판결에 관한 시비만 따지는 것이지 고등법원의 2심처럼 형량을 줄이거나 늘리는 양형을 따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등법원에서 실형을 받았다면 대법원에서 이보다 낮은 형량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고영욱은 무죄를 입증할 만한 강력한 증거를 갖고 있는 것일까? 의도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그가 주장하는 ‘무력행위 없이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그가 법적으로 무죄가 될지언정 자신의 연예인 신분을 이용해 몇 명의 미성년자와 그릇된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다. 그것이 씁쓸할 따름이다.

Q&A

엄상익 변호사에게 물었다

고영욱 사건의 이모저모


Q 고영욱 측이 주장하는 ‘양형부당’이란?
A
범죄 과정이나 범죄로 인한 피해 등 피고인이 저지른 사건의 내용에 비해 선고된 형이 너무 가볍거나 무거운 것을 양형부당이라고 한다. 양형부당은 항소의 주된 이유가 되는데 형이 너무 가벼울 경우 검사가, 너무 무거울 경우 피고인이 항소하게 된다.

Q 대법원은 주로 어떤 식으로 재판을 하나? 형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는가?
A 대법원에서 형이 줄어드는 경우는 전체 재판의 1%도 안 된다. 대법원은 그동안 판사들이 법률적으로 바르게 판결을 내렸는지, 법리 적용의 판단만 하는 것이지 양형을 따지지 않는다. 때로는 심리불속행이라 해서 피의자의 상고를 기각하기도 한다.

Q 혹여 괘씸죄가 적용돼 형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을까?
A 앞서 말했듯이 대법원은 양형을 따지는 재판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형벌이 느는 경우도 없다.

Q 피해자 여성과 합의가 되면 고영욱이 무죄가 될 수도 있나?
A
아니다. 합의는 판사가 형량을 결정할 때 참고하는 것이지 무죄가 될 수는 없다. 게다가 지난 6월 19일부로 개정된 형법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돼 친고죄 규정이 폐지됐고, 피해자가 고소 취하를 하거나 합의를 했다 하더라도 검찰에서 공소를 제기해 피의자를 처벌할 수 있게 됐다.

Q 고영욱이 받은 2년 6개월 실형은 기존의 판례를 보자면 어느 정도의 처벌인가?
A
아주 낮은 수위로 판결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한 남성이 고시원 옆방에 들어가 잠자고 있는 여성을 만진 사건이 있었다. 그 피고인도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고영욱 사건은 미성년자 대상의 범죄가 아닌가.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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