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이야기 Y’ 이덕건 PD의 방송 뒷이야기

‘궁금한 이야기 Y’ 이덕건 PD의 방송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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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이야기들 중 단연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 ‘궁금한’ 이야기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카더라 통신’부터 9시 뉴스를 장식하는 화제의 사건 사고까지…. 불철주야 ‘왜’라는 궁금증의 해답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SBS-TV ‘궁금한 이야기 Y’의 수장 이덕건 PD를 만나 방송 후일담을 들었다.

‘궁금한 이야기 Y’ 이덕건 PD의 방송 뒷이야기

‘궁금한 이야기 Y’ 이덕건 PD의 방송 뒷이야기

경기도 안양시의 한 빌라에 살고 있는 건아네 가족은 수수께끼 같은 일을 겪고 있다고 했다. 집 뒤쪽 베란다의 창가에 누군가 꼬박꼬박 호기심을 자극하는 검은 봉지를 두고 간다는 것. 정체를 알 수 없어 무작정 가져가기도,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어 고민이라는 가족. 도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건아네 집 창가에 검은 봉지를 두고 가는 것일까? 제작진이 문제의 장소를 찾았을 때도 봉지는 그 자리에 놓여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5년째 이곳에 봉지를 두고 가는 묘연의 인물을 이웃 주민들은 ‘우렁각시’라고 불렀다. 며칠간의 ‘잠복 촬영’ 끝에 마침내 봉지를 들고 서성이는 한 여인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그녀는 건아네 집에서 불과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살고 있었다. 도대체 그녀는 왜, 우렁각시로 살아온 것일까?

화수분처럼 쏟아지는 이야기 속 비밀
어릴 적 할머니의 무릎에 앉아 들었던 옛날이야기만큼 흥미진진한 SBS-TV ‘궁금한 이야기 Y’(이하 Y)를 보고 있노라면 여고 시절 화장실에서 몰래 주고받던 비밀 이야기라도 되는 양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다.

“스무 명이 넘는 제작진 한 명 한 명이 매일매일 아이템을 고민해요. 어떤 이야기도 소재가 될 수 있다 보니 시청자들의 제보는 물론 신문 기사 귀퉁이에 실렸던 단신, 블로그에 올라온 소문이나 괴담까지 모두 아이템 리스트에 올리죠. 이미 알려진 이야기라면 또 다른 반전은 없을까, 잘못됐거나 추가로 더 나올 내용은 없을까, 하며 취재해요. 그런 아이템들을 모아 퇴근 전 전체 회의를 하다 보니 새벽에 귀가하는 일이 아주 익숙해졌어요.”

지난 4년간 방송된 이야기만 5백50여 건. 통상 한 편을 제작하는 데 사용되는 60분짜리 테이프는 적게는 10개, 많게는 50개에 이른다. 매주 방송에서 두세 편의 사연을 담아내야 하다 보니 ‘Y’의 제작진 역시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인원이 많은 편. VCR을 담당하는 PD들과 작가들만 25명이다. ‘동물 농장’, ‘그것이 알고 싶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등을 제작하며 ‘현장 체질’로 단련된 이들의 팀워크가 보다 재미있고, 보다 감동적이고, 보다 놀라운 ‘Y’를 만들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D들 사이 기피 프로그램 중 하나예요(웃음). 고생한다고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소위 말하는 편한 프로그램, 출연자들과 돈독한 관계를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무래도 더 끌리는 게 사실이죠.”

아이템이 결정된 그 순간부터 배당을 받은 담당 PD는 말 그대로 ‘생고생’을 시작한다. 작은 단서라도 찾기 위해 몇 날 며칠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건 기본, 때로는 기자가 되어, 때로는 형사가 되어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심정으로 전국 팔도를 전전한다. 물벼락에 문전박대를 당하고 그것도 모자라 고소를 당해 경찰서를 드나드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렇지만 가장 어려운 건 사람의 마음을 읽고 보듬는 일이다.

‘궁금한 이야기 Y’ 이덕건 PD의 방송 뒷이야기

‘궁금한 이야기 Y’ 이덕건 PD의 방송 뒷이야기

“단 한 번도 쉽게 섭외가 된 적이 없었어요. 충분한 설명과 설득에도 변화가 없다면, 시간을 조금 두고 기다리는 편이죠. 양말 가게를 하시며 아무도 모르게 남을 도와온 ‘욕하는 기부 할머니’ 섭외 과정도 만만치 않았어요. 시장님이 찾아가도, 신문사 기자들이 찾아가도 물을 붓고 욕을 하면서 다 쫓아내셨대요. 물론 저희들도 당했고요(웃음).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실까 더 궁금증이 생겼어요. 포기하지 않고 지켜봤죠. 할머니의 고양이와 친해지니까 할머니께서도 마음을 열어주시더라고요(웃음). 그나마 세상의 빛을 본 이야기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에요. 촬영 도중 여러 상황들 때문에 포기해야 하거나 편집 단계에서 제보자의 마음이 바뀌어 ‘불방’되는 경우들도 종종 있거든요.”

긴장감을 더하는 효과음이나 배경음악, 지나간 자동차의 타이어 바퀴 자국을 따라 자막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식의 기존에는 보지 못했던 화려한 편집 기술도 ‘Y’를 보는 또 다른 재미다.

일례로 올봄, 경남의 한 고등학교에 조폭 출신의 학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때린 교사를 찾아가서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이후 이 학부모가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달천 계곡에서 보자’라고 했다. 뭔가 의미심장하지않은가. 인적도 드문 시간에 계곡으로 나오라고 하니. 결국 교사는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고 사이는 더 벌어졌다.

“저희 제작진이 찾아가서 각각의 사연을 들어보니 결국 오해의 문제였더라고요. 순간의 화를 참지 못했던 학부모가 이후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자 ‘달천 계곡’이라고 하는 식당에서 보자고 한 거였는데 그걸 다르게 해석한 거죠(웃음). 어떻게 하면 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포장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콩트로 만들어봤어요. 당사자들에게 반응이 꽤 좋았죠. 개중엔 ‘Y’는 왜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빙빙 돌려 풍자만 하느냐고 지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이유는 문제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다 보면 그 자체가 주는 부담감에 본질을 흐리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담장을 놓고 판소리를 하거나, 범인의 심리적인 부분을 팬터마임으로 과장해서 전달하거나, 파도와 함께 글씨가 사라지는 CG를 넣는다거나 하는 식의 비주얼적인 효과를 통해 저희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려고 했어요. 그조차도 힘들 땐 오디오적인 효과를 내려고 노력했고요.”

어렵게 털어놓는 이야기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사소한 부분까지 모두 귀담아들으려고 하고, 혹여 작은 실수로 처음의 의도와 다르게 편집되지는 않을까 언제나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 특히 갈등을 전제로 하는 사연들 역시 한쪽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최대한 중립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고자 한다. 그렇지만 이심전심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궁금한 이야기 Y’ 이덕건 PD의 방송 뒷이야기

‘궁금한 이야기 Y’ 이덕건 PD의 방송 뒷이야기

“저희가 ‘강자’라고 생각하고 만든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오히려 출연자들의 입장에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하죠. 그렇지만 간혹 편집이라는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은 방송 후 왜 이야기가 다르냐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하시고, 촬영 때와 다른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그렇더라고요. 칭찬보다는 욕을 많이 먹는 일이 일상화되어가다 보니 이제는 조금 무덤덤해지는 면도 있어요. 소심한 사람들은 절대 못할 거예요(웃음). 오지랖이 넓어야 해요.”

Best ‘3Y’ Episode
1년간의 끈질긴 취재, 냉동 시신과 천사 아버지 편


냉동 시신과 천사 아버지 편.
영란씨의 특별한 여행 편.
밥 한 그릇의 기적 천원 식당 편.

냉동 시신과 천사 아버지 편. 영란씨의 특별한 여행 편. 밥 한 그릇의 기적 천원 식당 편.

영하 20도를 육박하는 차디찬 냉동고에서 무려 12년간 방치돼 있던 한 남자의 장례가 치러졌다. 병원 측은 장례를 치르기 직전까지 고인의 아버지라고 주장하는 이로부터 협박 편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 아버지는 다름 아닌 21명의 장애 아동을 돌보는 ‘사랑의 집’ 원장으로 언론에 소개된 인물 장씨.

“자식을 목숨 걸고 사랑해서 ‘목사’라고 불렀대요. 그렇게 ‘천사 아버지’로 포장된 동안 많은 분들이 후원을 해줬다고 하더군요. 실제로는 장애인인 피해자들에게 지급되는 각종 장애수당 통장을 관리하며 자신의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고, 깊숙한 산속에 살면서 거주지의 출입구를 철문으로 잠근 채 피해자들을 감금, 폭행했는데도 말이에요.”

방송이 나간 후 파장은 컸다. 장씨의 이중적인 삶에 사람들은 분노했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작진의 취재 내용을 증거로 조사를 시작했다. 검찰도 움직였다. 그렇지만 그 와중에도 ‘천사 아버지’ 행세를 멈추지 않았던 그는 반성은커녕 무단 주거침입, 협박 등의 혐의로 제작진을 고소했다.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후속 편을 통해 만난 지훈(가명)씨는 ‘사랑의 집’에서 장씨에게 물고문을 당하고 몽둥이로 맞는 아이들이 그날 이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어요. 자신은 두려움에 여러 차례 탈출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사람들에 의해 잡혀 돌아왔고요. 마지막 다섯 번째 시도 끝에 겨우 장씨에게서 벗어나게 됐다고 해요. 이렇게 여러 가지 증거가 명확한데도 장씨만 그걸 인정하지 않고 있어요.”

가족이란 이름의 기적 ‘영란씨의 특별한 여행’ 편
언제나 이름과 나이 뒤에 ‘추정’이라는 단어가 붙는 홍영란씨. 24년 전 미아가 돼 보육원에서 자란 그녀가 기억하는 것이라고는 할머니, 아버지와 살았던 것 같다는 정도의 흐릿한 정보뿐이다. 더 이상의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제작진은 전북경찰청의 도움을 받아 최면 치료를 시작했다. 영란씨가 꺼낸 단어는 집 앞 철도길, 파란 대문, 천금순이라는 이름의 할머니.

“최면 치료가 타당성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그 단어들을 모아보니 소래포구 쪽으로 좁혀졌어요. 그래서 백방으로 수소문을 해봤는데, 결국 영란씨의 가족을 찾진 못했어요.”

그런데 방송 후 기적적인 일이 눈앞에 펼쳐졌다. “영란씨를 알 것 같다”, “잃어버린 조카 같다”라는 시청자들의 전화가 빗발친 것. 그들의 거주지는 제작진이 그토록 헤맸던 소래포구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그렇게 영란씨는 가족을 찾았다. 버림받았다는 상처도 지울 수 있게 됐다.

“아무도 몰랐던 ‘홍영란’이란 사람의 과거를 되찾아주면서 삶의 엄청난 변화를 안겨다준 거잖아요. 저희들의 고생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죠. 사실 가벼운 터치로 감동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많은데, 이 프로그램에 애정이 가는 건 이런 보람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기 때문이에요.”

제작진도 감탄한 최고의 만찬, 밥 한 그릇의 기적 천원 식당 편
부잣집 외동딸로 태어나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살았다는 김선자 할머니. 사업 실패 후 배고픔의 고통을, 밥 한 공기의 절실함을 온몸으로 체득한 할머니는 누구라도 천원만 내면 당당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열었다. 덕분에 겨울철 차가운 시장 바닥에 앉아 허겁지겁 끼니를 때워야 했던 시장 노점 상인들도, 일용직 노동자도, 독거노인도, 가난한 학생도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밥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또 하나. 장사가 잘될수록 적자인 식당이 유지된 데에는 특별한 영업 비밀이 있었다. 할머니의 선행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몰래 쌀 두 가마니를, 연탄을, 달걀을 가져다놓는 사람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었던 것.

“방송 후 할머니께서 대장암 진단을 받으시고 식당 문을 닫으셨다는 소식을 듣게 됐어요. 후계자를 정해서 그 식당을 유지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공지를 했죠. 돈보다는 할머니의 마음을 이어가게 하고 싶었어요.”

후계자의 조건은 된장국을 잘 끓이는 사람, 월 관리비 20만원을 낼 수 있는 사람, 이윤보다는 이웃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많은 지원자들이 몰렸지만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최종 후계자는 할머니의 이웃이었던 상가 상인들로 결정됐다. 당번을 정해 운영하기로 했다고 한다.

“할머니 건강도 많이 좋아지셨대요. 다른 지역에서도 ‘천원 식당’을 열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여전히 천원의 가치를 생각보다 높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 정말 감동이었어요.”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김영길 ■사진 제공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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