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랄랄라 새끼 치는, ‘응답하라’ 대형 잡채 양으로 승부하는 ‘먹방’도 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등장한 하숙집 안주인 이일화의 식탁 메뉴들이 그렇다.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대형’ 잡채. 극중 쓰레기 역의 정우는 “잡채가 새끼를 치는가 보네요”라는 명대사를 남겼고, 남편 역의 성동일은 “잡채를 너무 많이 먹으니까 똥이 순대가 된다”라고 투덜대 웃음을 유발했다. 또 삼천포 김성균 역시 ‘신인류의 사랑’의 리듬에 맞춰 “우~ 샤랄랄라, 우~ 대형 잡채”라고 애드리브를 넣어 불러 시청자들을 폭소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접시에 수북이 쌓인 느낌을 주기 위해 잡채 60인분을 만들었다는 것이 제작진의 뒤늦은 고백이다.
변호인을 뜨겁게 한 송강호의 돼지국밥 돼지국밥은 영화 ‘변호인’에서 빼먹을 수 없는 음식이다. 극중 젊은 시절 국밥 값을 내지 않고 도망갔던 송강호가 이후 사법고시에 통과한 뒤 그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매일 점심으로 돼지국밥만을 먹고, 국밥 집 아들의 변호까지 맡았기 때문. ‘후루룩’ 소리까지 내며 먹는 모습에 영화를 보고 나와 국밥을 찾은 이들이 많았다고 하는데,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송강호는 국물과 밥만 떠먹었다는 비밀이 숨어 있다.
LTE급 폭풍 흡입, 추사랑의 김 윤후에 대적할 만한 강적이다. KBS-2TV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마스코트 추사랑은 때때로 변비로 고생해 아빠 추성훈의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먹는 모습 하나만큼은 최고로 사랑스럽다. 특히 추사랑이 흠뻑 빠져있는 먹을거리는 김. 아빠가 손수 아침으로 준비한 주먹밥에서 김만 골라 먹는 개인기를 선보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매출 효자가 된 윤후의 짜파구리 MBC-TV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 가?’ 코너에 소개되며 화제가 된 ‘짜파구리’는 출연자인 김성주가 ‘짜파게티’의 짜장 양념과 ‘너구리’의 우동 면발의 특징을 살려 선보인 요리다. 윤민수의 아들인 윤후가 복스럽게 먹으면서 출출한 시청자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데 성공했는데, 실제로 방송 직후 두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농심 본사에 조리법과 관련한 문의가 빗발쳤다는 후문이다. 결국 농심 측은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해 윤민수 부자와 김성주 부자를 ‘짜파게티’ 광고 모델로 캐스팅했고, 이는 약 30% 이상 매출액이 증가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윤후는 이례적으로 기존의 아역 스타에게는 큰돈인 억대 단위의 계약금을 받았다고 한다.
*연관 검색어 ‘윤후의 트리플 악셀’_윤후의 ‘짜파구리’ 사랑은 그 후로도 계속됐다. 늦은 시간 촬영장에 도착한 윤후는 김성주가 ‘짜파구리’를 만들어주겠다고 하자 박수를 치며 제자리에서 연속 돌기를 선보였다. 그 모습에 제작진이 ‘정말 좋아서 트리플 악셀’이라는 자막을 넣으면서 연관 검색어가 됐다.
은근히 닮은 이영자 모녀의 붕어빵 ‘모전여전’의 식성이다. KBS-2TV 예능 프로그램 ‘맘마미아’에 출연 중인 이영자는 어머니와 함께하는 일상을 공개하며 ‘먹방’ 퍼레이드를 펼쳤다. 두 사람은 붕어빵, 단팥빵, 한과 등의 간식은 물론 갈비찜, 게장, 식혜를 끊임없이 흡입해 ‘먹방 모녀’에 등극했다. 특히 사전 인터뷰 영상에서 “기름기 있고 느끼한 음식을 싫어한다”라고 말한 어머니가 딸과 경쟁하듯 소갈비를 먹어 재미를 주었는데, 이에 제작진은 ‘지금 여러분은 모녀 먹방 배틀을 보고 계십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내기도 했다. 다음은 진지한 표정이 더해져 더 큰 웃음을 선사했던 어머니의 어록이다. “이영자는 어렸을 때 먹성이 좋지 않았다. 정말 말랐었다.”
날마다 ‘식샤’하는 이수경의 피자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는 ‘먹방’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다. 매회 주제가 되는, 소재로 등장하는 요리들이 검색어에 오르내린다. 그중에서도 이수경, 윤두준, 윤소희 3명의 주인공들이 피자를 먹는 장면은 마치 한 편의 광고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리얼했다. 길게 늘어진 모차렐라치즈와 페퍼로니 등의 토핑까지 섬세한 디테일이 살아있었던 것이다. 두 손에 묻은 해물찜 양념을 야무지게 쪽쪽 빨아 먹는 장면도 피자에 버금가는 명장면이었다.
*연관 검색어 ‘미국판 올드보이 문어’_리메이크 버전인 미국판 ‘올드보이’에서는 주인공 조시 브롤린이 만두가 아닌 컵라면과 우유를 먹는다. 또 산낙지가 아닌 수조 속에 갇혀 있는 문어가 등장한다. 문화적인 차이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업그레이드된 메뉴가 감독의 마음에는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일까? 그의 옥살이 기간은 최민식보다 5년이나 늘어난 20년이었다.
살아 있네, 하정우의 탕수육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 TV’에서 BJ들이 음식을 먹으면서 이야기하는 포맷의 방송을 뜻하던 단어 ‘먹방’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한 주인공은 바로 하정우다. 이후 탄생한 ‘먹방’ 스타들은 언제나 하정우와 비교된다는 점에 비춰볼 때 현재로서는 그의 ‘먹방’ 기록을 깰 사람이 없어 보인다. 대표하는 음식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영화 ‘무인시대’의 닭백숙, ‘추격자’의 ABC 초콜릿, ‘범죄와의 전쟁’의 크림빵과 탕수육, ‘의뢰인’의 쌀국수, ‘황해’의 국밥, 김, 핫바, 어묵 등이 간추려본 그의 ‘먹방’ 리스트다. ‘베를린’에서는 빵을 정말 맛있게 먹는 장면이 극의 몰입에 방해했다는 이유로 아쉽게 편집됐고, ‘더 테러 라이브’에서는 물 마시는 장면까지 화제가 됐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깨작깨작 먹는다고 먹었는데 보는 관객들이 그렇게 맛있어 보인다고 하시더라”라며 기존에 계약이 체결된 것을 제외하고는 먹는 CF는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연관 검색어 ‘하정우 중국집’_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촬영 장소였던 중국집에는 ‘범죄와의 전쟁’ 세트라는 이름의 양장피와 탕수육 메뉴가 있다.
부동의 야식, 김동완의 골빔면
스타들의 기발한 야식 메뉴로 목요일 밤을 점령한 KBS-2TV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 시즌3’의 야간 매점. 개인적으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야식으로 김동완의 ‘골빔면’을 베스트 메뉴로 꼽아본다. 이는 제작진이 뽑은 베스트 3에도 들어 있는 것으로 방송 당시 김동완은 “프랑스 요리사 친구에게 조언을 받았다”라고 소개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시중에 판매하는 비빔라면에 액상 수프와 먹기 좋게 썬 골뱅이를 넣어 비비고 오이, 파, 참기름, 깨 등을 얹으면 된다. 이 밖에도 데프콘의 ‘닭갈비 만두’, 신보라의 ‘비빙수’, 최원영의 ‘짜치계’, 이효리의 ‘배드 걸 피자’, 지성의 ‘지성만두밥’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먹을 것만 보면 마치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표정을 지어 보이는 샘 해밍턴. 그는 MBC-TV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를 통해 군대에만 있는 특식들을 ‘민간인’들에게 소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군대에서만 맛볼 수 있는 햄버거 ‘군대리아’를 비롯해 봉지에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라면 ‘뽀글이’, 자판기 메뉴에 있는 바나나라테 등을 처음 접하고는 여과 없는 감탄으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 여전히 그는 PX를 천국이라 여긴다.
*연관 검색어 ‘샘 해밍턴 다이어트’_지난 1월 방송에서 샘 해밍턴은 100kg이 넘는 과체중으로 인해 건강소대로 편성됐다. 현재 그는 다른 훈련병들이 식사를 할 동안 체중 감량을 위한 특별 훈련을 받고, 소식을 하는 등 건강소대의 프로그램에 따라 다이어트에 몰입 중이다.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사진 제공 / KBS, MBC, SBS,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