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없이 돌아간 배트에 맞은 볼이 홈런으로 이어지자 관중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멋쩍은 듯 그라운드를 달리던 그는 더그아웃에 들어와서야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언뜻 보기엔 무뚝뚝하지만 알고 보면 따뜻한 진심으로 가득 찬 남자. 「레이디경향」과 네이버 해피빈이 함께하는 스타 나눔 캠페인, 첫 번째 인터뷰 타자는 이대호 선수다. 소프트뱅크 호크스 이적 후에도 제 몫을 단단히 해내고 있는 그와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이대호가 쏘아 올리는 나눔이라는 이름의 홈런
프로 데뷔 이후 한 번도 들지 못했던 우승 트로피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담아 타석에 선 이대호(32) 선수. 그가 새 유니폼을 입었다. 한눈에 봐도 부쩍 살이 빠진 얼굴, 독하게 훈련하며 흘린 땀이 지난 시간의 노력을 증명한다. 4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해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그를 향한 팀과 팬들의 신뢰 또한 굳건하다.
일본으로 건너간 지 벌써 3년이 흘렀네요. 생활하는 면에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요? 음식의 경우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고, 원정을 가도 어디든 한국 식당이 있어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오히려 언어가 가장 힘들었어요. 경기장에서는 통역가인 (정)창용이 형이 항상 함께하고 3년 차이다 보니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되는데, 정식으로 배운 게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경기장 밖에서 의사소통하는 게 힘들더라고요.
첫 시즌이라 쉽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밝은 모습을 보여줘 반가웠어요. 새로 이적한 팀 분위기는 어떤가요? 적응은 순조로웠나요? 다들 착하고 재미있어요. 입단 전부터 선수들이 구단을 통해 제가 입단해서 무척 좋다는 말을 해줬고, 입단식 당일엔 개인 운동을 하러 후쿠오카 돔에 나와 있던 우치카와 세이치 선수와 코치들이 마치 오랜만에 만난 초등학교 친구처럼 허물없이 환영해줘 편안한 마음이 들었죠. 제가 야구장에서 좀 밝게 지내는 성격이거든요. 덕분에 선수들도 많이 따라주는 거 같아요. 사실 저는 야구를 잘하든 못하든 항상 웃고 즐기려고 해요. 제 기분이 안 좋다고 해서 벤치에서 인상을 쓰고 화를 내면 팀 내 분위기가 더 안 좋아지기 때문이에요. 안타를 못 친 날은 더 많이 말하려고 하고 반대로 잘 친 날은 조용히 있어요. 잘 쳤다고 떠들면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출발은 썩 좋지 않았다가 최근 페이스를 회복했는데요. 전환점이 무엇이었나요? 특히 여름에 강한 편이라는 분석도 있던데(웃음). 초반에는 달라진 분위기나 환경, 구단의 기대 등에 부합해야 한다는 생각에 많이 조급했어요. 그렇지만 지내다 보니 조금씩 컨디션이 좋아지면서 예전의 페이스를 되찾게 됐죠. 전환점이라기보다는 더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을 떨쳐내고 매 타석 좀 더 집중한 것이 효과를 본 게 아닐까 싶어요.

이대호가 쏘아 올리는 나눔이라는 이름의 홈런
최근에 9호 홈런을 시원하게 날렸죠. 홈런을 칠 때마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요. 개인적으로는 15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 중단돼 아쉬워요. 그리고 홈런은, 작정하고 치는 것이 아니라서 매번 다른 생각을 해요. 최근에는 (해피빈 캠페인에 기부하는) 쌀?(웃음)
동갑내기 오승환 선수와의 맞대결을 바라보는 팬들의 기대도 뜨거워요. 한국 톱타자와 투수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특히요. 본인의 생각은 어떤지요? 리그가 다르고 자주 만날 기회도 없지만 친구인 승환이가 한신의 마무리 선수라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둘 다 리그 우승 후 재팬 시리즈에서 만난다면 정말 좋은 승부가 될 것 같아요.
여러 타격 지표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 선수를 지켜보고 있으면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의연함이 느껴집니다. 팀의 승패와 관련해 조바심도 덜한 것 같고요. 이런 마인드 컨트롤을 하기까지 부단한 노력이 있었겠죠. 부동의 4번 타자로서 자신의 능력을 방출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롯데 자이언츠 시절 제리 로이스터 감독님께서 “4번 타자는 항상 야구장을 지켜줘야 된다”라고 말씀하셨어요. 또 “시합에서 크게 지고 있더라도 팬들은 4번 타자가 한 번 더 치는 걸 보기 위해 앉아 있는 것이므로 늘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라고 강조하셨죠. 그래서 저는 아플 때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심지어 다른 선수들이 교체될 때도 항상 9회까지 뛰고 있어요. 그 가르침을 마음속에 늘 담아두고 있죠. 몸이 부서지지 않는 한 야구장에 계속 나와 게임을 뛰려고 그렇게 마음을 먹고 있답니다.
운동선수에게 슬럼프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겠죠. 슬럼프를 극복하는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요? 슬럼프를 신경 쓰지 않는 편입니다.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항상 해오던 대로 하려고 노력합니다.
아무래도 국내 팬들의 관심은 메이저리그에 더 쏠려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팬들의 사랑이 큰 힘이 되는 선수 입장에서는 줄어든 관심이 서운할 수도 있을 텐데요. 저도 류현진 선수나 추신수 선수를 응원하고 있기 때문에 팬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서운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렇지만 저 역시 팬들의 사랑과 응원이 고마운 선수입니다. 지금도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리지만 앞으로도 더 힘낼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웃음).
한국에서 많은 후배들이 이 선수를 롤모델로 꼽습니다. 해외 진출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저는 야구를 잘하는 후배들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슬럼프 때 너무 깊이 빠지지만 않는다면, 또 자기가 하던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해외에 진출해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예요.

이대호가 쏘아 올리는 나눔이라는 이름의 홈런
잘 알려졌다시피 그는 인생 최고의 순간을 아내와 결혼한 날로 꼽는 로맨티스트다. 야구장에서 선보였던 프러포즈도 빼놓을 수 없는 일화다. 자신을 꼭 닮은 딸을 향한 부정(父情) 역시 뜨겁다. 한 인터뷰에서는 “야구를 하는 이유는 오직 가족을 위해서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하루 종일 연습만 한다’와 같은 모범 답안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연습 시간 외에는’ 무엇을 하는지에 무게를 두어 질문해봅니다. 시즌 중 절반은 집을 떠나 있을 때가 많기 때문에 홈에 있을 땐 야구장 말고는 주로 가족과 함께 집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아내, 딸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전부입니다.
박지성 선수는 비디오 게임이, 류현진 선수는 컴퓨터 게임이 취미라고 합니다. 이 선수의 취미는 연기인가요? 영화에 두 편이나 출연했는데, 혹시…. 저도 게임이 취미입니다. 영화 출연은 우연한 기회에 섭외가 들어와 하게 된 것뿐이고요(웃음).
벌써 결혼 6년 차예요. 운동선수들에게 아내의 내조는 절대적이라던데, 이 선수에게 아내는 어떤 사람인가요? 가장 좋은, 매력 포인트를 하나만 꼽자면? 제 작은 소원 중 하나가 가정을 이루고 집사람이 해주는 따뜻한 밥을 먹는 거였죠. 지금의 아내를 만나며 소원이 이루어지다 보니 야구를 하는 게 정말 신납니다. 가족만으로도 저는 평생 소원을 이룬 것 같습니다. 제게 아내는 저보다 중요한 존재이고 언제나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아내는 존재 자체가 매력 덩어리!(웃음)
아내와의 연애담이 궁금해요. 아, 잘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로요(웃음). 글쎄요. 아내는 임수혁 선배의 자선 행사에서 서빙을 하다 만났어요. 열심히 구애를 했죠(웃음). 그렇지만 막상 연애를 시작한 뒤부터는 정말 많이 싸웠다는 것?
얼마 전, 딸 효린양과 함께 인터뷰에 응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외모가 이 선수를 꼭 닮았던데요. 그날은 딸아이가 오랜만에 야구장에 온 날이었습니다. 마침 수훈선수가 되고 함께 인터뷰를 할 수 있어서 효린이에게 좋은 추억이 된 것 같아 기뻤습니다. 딸은 아빠 닮아야 잘 산다고 하잖아요(웃음).
운동선수 아빠들은 뭔가 다르게 놀아줄 것 같아요. 아이를 위해 이런 것까지 해봤다, 하는 것이 있다면? 평소에도 잘 놀아줍니다. 그렇지만 딸은 사내아이들처럼 몸으로 놀아주진 못하겠더라고요. 딸 가진 다른 아빠들하고 비슷하지 않을까요?
보통 선수들은 자녀들이 운동을 이어가길 바라지 않던데, 효린양을 프로 골퍼로 키울 생각이라고요? 피는 못 속인다, 싶을 때가 있나요? 야구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던가요? 꼭 골퍼를 시키겠다는 건 아니에요. 그래도 만약 효린이가 운동 신경이 있고, 본인 역시 하고 싶다면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야구는 아빠 나오는 경기만 좋아하던데요(웃음).
어릴 적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고 할머니 손에서 형과 함께 자란 그는, 이제는 고인이 되신 할머니를 떠올리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난 8년간 독거노인들을 위한 연탄 배달과 양로원 목욕 봉사를 해왔다. 이 선수의 이름 앞에 ‘선행 왕’, ‘기부 천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할머니에 대한 효심으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왔다고 들었어요. 연탄을 나르는 모습이 타석에 섰을 때와는 또 다르게 든든하더라고요. 네. 8년째 연탄 기부와 배달을 하고 있지만 힘든 것보다는 보람이 훨씬 크고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번 ‘해피빈 홈런 치고 사랑의 쌀 나누기’ 활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비시즌 중에 하던 일을 작게나마 연장해서 꾸준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형과 상의해서 결정했습니다. 제 개인 성적과 연관해 진행하는 이유는, 저에게 동기부여를 해야겠다는 생각과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성적으로, 선행으로 보답하고 싶어서입니다.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에 대한 욕심은 당연한 거겠죠? 끝으로 올해 각오를 말씀해주세요. 그리고 팬들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올해는 꼭 우승을 목표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금은 전 소속팀에 2.5게임 뒤진 2위지만 우리 팀이 가진 능력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대호 하면 항상 열정적으로 하는 선수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팬 여러분의 사랑과 응원, 항상 감사드립니다.
해피빈의 새로운 캠페인
‘홈런 치고 사랑의 쌀 나누기’를 소개합니다

이대호가 쏘아 올리는 나눔이라는 이름의 홈런
기부하기 해피빈 홈페이지 접속 후 캠페인 참여 메뉴를 클릭하면 이대호 선수의 ‘홈런 치고 사랑의 쌀 나누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국내 최초 온라인 기부 포털 해피빈(happybean.naver.com)은 일상 속의 새로운 기부 경험을 제공합니다. 기부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과 도움이 필요한 공익 단체를 연결해주며,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기부 캠페인을 마련하고 새로운 기부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일러스트 / 박채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