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년 차, 함께여서 행복한 소소한 일상들
찰랑거리는 목소리에선 시종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간밤 안락한 보금자리를 찾아낸 팔색조의 지저귐이 꼭 이러할까. 오랜만에 만나 진행된 인터뷰에서 백지영(39)은 달콤한 신혼기를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로 근황을 소개했다.

백지영, 더 깊게 여전히 뜨겁게
지난해 3월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 배우 정석원(30)과 결혼식을 올린 그녀는 1년 4개월여 동안 대외 활동을 멈춰왔다.
“결혼생활에 매진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음식도 배우고, 살림도 좀 익히고요.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저는 연애 때보다 훨씬 좋더라고요. 항상 안락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남편 정석원에게 100점 만점에 96점을 준 그녀다. 그것마저도 “약간 덜 채워져 있는 것이 나는 참 좋던데” 하며 웃는다. 남편 이야기를 하며 웃는 그녀의 눈매는 기어코 반달이 되고야 만다.
“석원씨가 집을 좀 어지럽혀놓는 것도, 그것 때문에 서로 티격태격하는 것도 참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싸울 거리가 있다는 게 어떻게 보면 감사한 일이잖아요.”
언제가 가장 좋으냐는 물음에 평범한 일상의 장면 여럿이 돌아온다. 그녀의 대답은 “소파에 누워 함께 영화 볼 때”와 “서로 하루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들어줄 때”였다.
그러나 꼭 좋은 일만이 뒤따를 수는 없다. 유산의 아픔이 한 차례 부부를 할퀴고 지나갔다. 그녀는 “무척 큰 사건이었고 아픈 일이었지만, 그러면서 남편의 진가를 알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라고 말을 이었다. “늘 고난으로 인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또 깨우치게 되는 건가 보다”라며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서는 아픔 뒤에 더욱 성숙해진 한 여인의 내면이 엿보였다.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모든 걸 감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석원씨가 저 대신 어려운 결정도 잘 내려주고, 주위에 대한 대처도 무척 잘해줬어요. 그래서 더 듬직했죠.”
어려운 시기를 함께 이겨낸 두 사람은 더욱 큰 믿음과 사랑으로 서로를 채우고 있는 중이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다시 2세를 계획해볼 생각이라고. 정석원은 딸을 원하지만 백지영은 “딸 키울 자신이 없다”라며 아들을 원한단다. 두 사람의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백지영, 더 깊게 여전히 뜨겁게
결혼 후 한동안 신혼의 달콤함에 푹 빠져 있던 그녀가 신곡 ‘여전히 뜨겁게’와 ‘불꽃’으로 반가운 목소리를 전해왔다. 사실 올 초부터 서서히 컴백을 준비해왔다. 곡도 수집하고, 요즘의 음악도 다시 훑어봤다. 백지영은 국내 음악계에서 댄스와 발라드로 양분되던 영역을 쉴 새 없이 오가는 몇 되지 않는 가수로도 유명하다. 마치 서로 다른 묵직한 구질을 번갈아 던져대는 유능한 투수의 면모와 맞물린다.
“예전에는 업 템포 곡(댄스)과 슬로 곡(발라드) 중 어떤 걸 소개할까 종종 고민했는데, 요즘은 좋은 노래인가 아닌가를 우선적으로 생각해요. 최근 순차적으로 ‘불꽃’과 ‘여전히 뜨겁게’ 두 노래를 받았는데 무척 좋아 비슷한 시기에 발표하게 된 거예요. 두 곡 다 공교롭게도 발라드 곡이네요.”
지난 5월 발표된 신곡 ‘불꽃’은 배우 현빈과의 만남으로 관심을 모았다. 이 노래는 현빈이 주연한 영화 ‘역린’의 배경음악으로 쓰였다. 2011년 현빈이 열연한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그 여자’를 불러 큰 인기를 누렸던 그녀이기에 3년 만에 이뤄지는 현빈, 백지영의 재회에 관심이 쏠릴 만하다.
발표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오르내렸던 ‘여전히 뜨겁게’는 백지영의 새로운 활동 곡이다. 이 노래를 들고 방송사 곳곳을 누빌 예정이다. 독일 작곡가인 아킴과 안드레아스가 멜로디를 썼는데, 한국적 발라드 정서를 한국인 이상으로 잘 표현했다. 그룹 엑소의 ‘으르렁’과 소녀시대 태티서의 ‘트윙클’이라는 노래로 기량을 과시했던 작곡가이기에 더욱 신망이 간다.
“제게도 ‘촉’이라는 게 있는데, ‘총 맞은 것처럼’이라는 노래를 처음 만났을 때 ‘아, 잘되겠다’라는 예감이 들었어요. 이번에 ‘여전히 뜨겁게’를 듣고도 딱 그런 감이 밀려들더라고요.”
“부르면 부를수록 집중력이나 몰입도가 커지는 묘한 노래”라는 것이 신곡에 대한 그녀의 평. 남편 정석원의 반응은 어땠을까? “무진장 좋다”라며 매일같이 그녀의 신곡을 틀어놓고 있단다.
god와 플라이투더스카이 등 10여 년 전 비슷한 시기에 활약하던 동료들이 줄줄이 컴백해 차트 석권 중인 요즘 가요계의 흐름 또한 흡족하다.
“역시 좋은 가수, 좋은 음악은 사라지지 않는 것 같아 기뻐요. 요즘 김건모 오빠와 고 김광석 선배님, 유재하 선배님의 노래도 자주 듣고 있는데, 들을 때마다 그 깊은 감성에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어요.”
노래, MC, 연기… 더욱 왕성한 활동 펼칠 예정
후배 가수들과의 듀엣곡도 여러 차례 성공시킨 그녀다. 결혼으로 인해 혹여 옥택연(‘내 귀에 캔디’), 용준형(‘굿보이’) 등 후배 남성 가수들과 함께 만들어온 인기 협업 댄스 곡 시리즈가 중단되는 건 아닐까?
“택연이가 최근 ‘누나 마흔 되기 전에 한 번 더 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하더라고요. 앞으로도 후배와의 댄스 곡 시리즈는 여건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어쨌거나 석원씨는 발라드 곡이 저와 더 잘 어울린다고 말해요(웃음).”
1년 4개월 동안의 휴식을 마치고 그녀는 올해 말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당장 9월부터 전국 투어에 돌입한다. 또 얼마 전 MBC 파일럿 프로그램 ‘연애고시’에 출연해 진행자로서 합격점을 받으며 곧 방송 MC로서 안방 시청자들을 만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백지영, 더 깊게 여전히 뜨겁게
연기자 남편 덕분인지 연기에 대한 관심도 달라지고 있다.
“전부터 연기 제안이 많았는데 모두 거절했어요. 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싶었거든요. 요즘 들어 석원씨를 곁에서 지켜보고 가끔씩 대본 연습을 도와주다 보니 인생과 사랑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연기와 노래가 비슷한 점이 무척 많은 것 같아요. 또 순간 집중력도 발휘해야 하고요. 제안이 들어오면 진지하게 생각해 보려고요.”
나이가 들수록 노래는 더욱 좋아진다. “노래하길 참 잘한 것 같다”라며 “데뷔 때는 노래가 절박하지 않았는데, 절박한 시간을 지내고 보니 노래가 그렇게 좋을 수 없다”라고. 아직도 무대에 서면 떨려서 솔직히 ‘애증’ 관계 같다는 생각도 든단다.
올해로 데뷔 15년 차, 이제 1등이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한다는 데 의미를 두기로 했다. 가수로서의 마음가짐이 바뀌는 요즘이라고. 보는 눈도 넓어지고 마음 역시 차분해지는 걸 느낀다.
“내년이면 마흔이에요. 정말 이렇게 오래 활동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뿌듯하고 기쁜지 몰라요. 과거에는 은퇴를 생각했던 순간도 많았거든요. 더 오랫동안 활동하고 싶어요. 음악이며 사람이며 인생이며, 이제 좀 알 것 같거든요.”
■기획 / 노정연 기자 ■글 / 강수진(스포츠경향 엔터팀) ■사진제공 / WS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