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스나이퍼’ 하정우

‘충무로의 스나이퍼’ 하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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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변신에 경의를 표한다. 조직 보스, 첩보원, 앵커, 조선족 밀항자, 살인마를 거쳐 이번엔 백정이다. 민머리에 쌍칼을 휘두르며 걸쭉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하정우의 모습을 보니 한국에 이런 배우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찡하게 고마운 마음이다.

하정우(36)란 배우는 윤종빈 감독의 페르소나다. ‘범죄와의 전쟁’, ‘비스티 보이즈’, ‘용서받지 못한 자’에 이어 최신작 ‘군도’까지 4편의 영화를 함께하며 윤종빈의 영화적 상상력은 하정우를 통해 세상에 드러났다. 하정우가 아니고 윤종빈이 아니었다면 표현하지 못할 캐릭터들이었다.

‘충무로의 스나이퍼’ 하정우

‘충무로의 스나이퍼’ 하정우

“윤종빈 감독님과 촬영하는 게 재미있어요. 오랜 시간 함께하며 두터운 신뢰가 쌓이기도 했고요. 윤 감독님 영화 특유의 흥미로운 부분들이 있는데, 그게 제가 감독님의 영화를 늘 기대하는 이유죠. 이번 작품은 명쾌하고 짜릿한 내용에 반해 자연스럽게 같이하게 됐어요.”

그는 이번 영화에서 최하층 천민인 백정 ‘도치’를 연기한다. 권력에 맞서 싸우는 군도에 합류해 백성을 위해 칼을 드는, 동화적인 인물이다.

“배우로서 탐낼 만한 역할이었어요. 도치는 처음에 그냥 주어진 대로 살아요. 때리면 맞고, 무시하면 무시당하고. 그러다 군도에 들어가면서 달라져요. 변화를 꿈꿔요.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죠. 극중에서 성장하는 아주 멋진 캐릭터예요.”

하정우는 더욱 강한 인상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삭발까지 감행했다. 영화 촬영장에서 매일 면도기로 머리카락을 밀었다는 고백을 들으니 그간의 고충이 그려졌다.

“보통 일이 아니었죠. 하루만 신경을 안 써도 머리카락이 조금씩 올라와서 아침마다 깎아야 했어요. 처음에는 전기면도기를 가져와 밀다가 나중엔 족집게, 칼 등 별별 도구를 다 사용해봤어요. 결론은 수동면도기로 미는 게 제일 낫더라고요(웃음). 생각해보니까 꽤 힘든 경험이었네요.”

그의 역경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한여름에 해야 하는 수염 분장은 곤욕이었고, 쌍칼의 무게에 손목이 시큰거렸다. 그래도 굳건히 견뎌냈건만 복병은 의외로 ‘말 타는 연기’였다.

“예전에 사극 찍으면서 말에서 떨어진 적이 있거든요. 말을 보기만 해도 무섭고 위축됐어요. 다 같이 말 타는 장면에서 혼자 뛰어가면 안 되겠냐고 할 정도였어요. 그랬더니 감독님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공포심을 없애려 상담 치료까지 받으면서 촬영했어요.”

가끔은 하정우의 변신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대명사처럼. ‘하정우잖아, 하정우니까’라며 이 배우의 노력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인 까닭이다. 그런데 매 작품마다 다른 인물을 만들어내는 일이 어찌 어렵지 않았을까. 치열한 고민과 열정 위에 뼈와 살을 깎는 고통이 담긴 것을. 미안한 마음에 새삼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시 한번 온 맘을 담아 뜨겁게. 브라보 하정우!

■글 / 서미정 기자 ■사진 / 김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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