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 드라마에 출연하는 아이돌 이홍기
‘결혼의 여신’을 만든 오진석 PD와 ‘논스톱’과 ‘롤러코스터’ 시리즈를 집필한 시트콤의 대가 김기호 작가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SBS-TV 주말드라마 ‘모던파머’. 록 밴드를 꿈꾸는 4명의 젊은 청년들이 시골 마을에서 배추 농사를 지으며 겪는 우여곡절을 담았다.
“어머니께서 대본을 먼저 보시고는 강력 추천하셨어요. 뭐가 그렇게 재미있냐며 시큰둥하게 읽다가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웃었죠. 지금까지 연기 활동하면서 이렇게 밝고 유쾌한 작품은 처음이라 주저 없이 출연을 결정하게 됐어요.”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 이시언, 곽도언, 박민우와 함께 결성한 밴드 ‘엑설런트 소울즈’의 리더 이민기 역을 맡았다. 최고의 로커를 꿈꾸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좌절한 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가 배추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저 요즘 농촌 생활에 푹 빠졌어요. 고추밭에 가서 고추도 따다 먹고 길을 걷다 바닥에 떨어진 감도 아무렇지 않게 주워 먹어요. 얼마 전에는 동네 과수원에서 사과 서리도 했답니다(웃음).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마냥 즐거워요.”
실제 경상북도 봉화군의 산골 마을에서 진행되는 촬영. 서울에서 자동차로 왕복 5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이라 한 번 현장에 내려가면 보름 정도 합숙을 한다. 집을 떠나 외지에서 먹고 자는 생활이 쉬울 리 없지만 동료 출연자들 모두 입을 모아 농촌 생활을 극찬한다. 그중에서도 상대역인 여배우 이하늬의 농촌 예찬은 끝이 없다.
“숙박업소도 몇 개 없을 만큼 진짜 시골이에요. 여관이나 모텔에서 생활하다 보니 잠자리도 여의치 않고 힘들 때도 많죠. 특히 재래식 화장실은 아직도 적응이 덜 됐어요(웃음). 하지만 공기 좋은 곳에서 인심 후한 분들과 함께하다 보니 그런 불편함 쯤은 별것 아니다 싶어요. 예능 프로그램 ‘4남 1녀’ 때부터 느낀 건데, 저는 아무래도 타고난 시골 체질이 아닌가 싶어요(웃음).”
하지만 농촌 미녀 이하늬를 제치고 동네 어르신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이홍기다. 싹싹하고 애교 있는 성격으로 아줌마부터 할머니까지 사로잡았다.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미남이시네요’부터 이번 작품까지, 밴드를 소재로 한 드라마에 연이어 출연하는 것이 걱정스러웠다고 고백한다.
“밴드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많이 했던 터라 당분간 비슷한 장르는 피하고 싶었어요. 지루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모던파머’의 록 밴드는 이야기의 출발점일 뿐이에요. 대부분 농촌 생활에 관한 에피소드라 부담 없이 촬영하고 있어요.”
이번 드라마를 위해 소속 그룹의 앨범 발매 시기도 늦출 만큼 열의를 보이고 있다는 이홍기. 그가 막장 드라마가 판치는 요즘, 봉화에서 생산한 청정 웃음을 안방극장까지 배달할 수 있을까.
■글 / 서미정 기자 ■사진 / 고이란(프리랜서) ■사진 제공 /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