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재, 이번엔 완벽한 파이터로 변신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지금까지 접해본 적 없던 새로운 형식의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래에 보여드린 진중한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던 차에 ‘이거다!’ 싶었죠(웃음).”
이정재(41)가 맡은 역할은 주인공 최익호. 능글맞은 성격의 스타 격투기 선수이자 맨주먹으로 게임 미션을 풀어나가는 인물이다. 전작 ‘관상’ 속 수양대군의 카리스마와 무게감을 훌훌 털어버린 코믹하고 재기 발랄한 모습이다.
“운동을 꽤 많이 했어요. 몸무게도 6kg 정도 늘렸구요. 몸이 격투기 선수 같아야 관객들이 ‘쟤 싸움 좀 하겠는데’라며 몰입이 될 테니까요(웃음).”
보다 완성도 높은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그는 촬영 5개월 전부터 복싱과 레슬링을 배웠다. 그렇지만 대역 없이 고난이도의 액션신을 소화하다 보니 촬영 내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는 건 피할 수 없었다. 절친 정우성 역시 올해 영화 ‘신의 한 수’로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 바 있지만 마흔을 살짝 넘긴 지금, 액션 영화가 부담되진 않았을까.
“(정우성을 가리켜) 그 아저씨는 저처럼 많이 뛰어다니진 않았어요!(웃음) 저는 이번 작품에서 정말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다녔거든요. 액션신이 워낙 많은 작품이라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어요. 게다가 제가 아주 젊지는 않잖아요(웃음). 뛰는 속도도 늦고 발도 좀 엉키고, 다음 장면 찍기 전까지 쉬어야 하고. 뭐 그런 어려움이 있었죠.”
이정재는 요즘 연기력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배우로서 참 좋은 시절을 보내는 중이다. ‘도둑들’부터 ‘관상’까지 그가 최근 2년간 동원한 관객 수를 모두 합치면 2천6백만 명에 이른다. 이쯤 되면 제2의 전성기라는 수식어도 손색없다.
“20년 정도 연기를 하다 보니 영화가 잘되건 못되건 조금은 초연해진 것 같아요. 이제는 인기나 흥행에 연연하기보다는 좋은 작품이라면 작은 역할이라도 마다하지 않으려고 해요. 다양한 배우들을 만나고 그 과정을 통해 뭔가를 배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해요.”
인생의 절반을 배우로 살아온 그. 20년간 톱스타의 자리를 놓친 적 없는 이정재가 이토록 담백한 사람인 줄은 몰랐다. 운이 좋아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게 아니다. 비움과 노력 덕분이다. 지금까지는 서막에 불과했고, 진짜 전성기는 지금부터다. 앞으로 더 더욱 승승장구할 그를 기대한다.
■글 / 서미정 기자 ■사진 / 안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