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겸 가수 한영 “이젠 MC로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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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을 그룹 ‘LPG’의 멤버로 시작한 예쁘장한 방송인으로 생각한다면 당신은 그녀를 50%밖에 모르는 거다. 정갈하고 재치 있는 말솜씨로 여자 MC계 유망주였던 사실을 기억한다면 90%. 그리고 179cm의 늘씬한 신장에 완벽한 몸매를 가진 슈퍼모델 출신이었다는 것까지 안다면 당신은 99.9%의 한영을 알고 있다. 5년 만에 돌아온 그녀의 남은 0.1%의 깊은 매력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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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의 시작은 ‘비움’이었다
시상식 레드카펫, 잡지 화보 혹은 야구장 시구행사에서… 여자 연예인 노출의 시대다. 그녀들이 늘씬하고 섹시한 몸매를 앞세우는 모습은 저열한 마케팅이 아닌 당당한 여성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한영(36)이 나왔다면 그녀의 위상이 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그룹 활동을 제외한 방송 활동 내내 과감한 스타일을 즐기지 않았다. 마치 몸매를 감추기라도 하듯 단정한 스타일을 고수했고, 매의 눈을 가진 몇몇 남성들만이 그녀의 진가를 알아볼 뿐이었다. 그렇게 방송인으로 거듭나 활동했던 한영은 어느 순간 TV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녀를 흠모하던 남성 팬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한영 요즘 뭐 하나요?”라며 종종 궁금해했을 따름이다.

“그동안 갑상샘암 진단을 받고 수술받고 요양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5년이란 공백기가 생긴 건데, 아예 활동을 접었던 건 아니고 사이사이 일을 했어요. 건강 때문에 힘들었던 건 딱 2년 정도였죠.”

그러나 복귀의 부담은 컸다. 연예인이 오래 쉬다 보면 ‘예전의 환대를 받을 수 있을까’ 두렵게 마련인데, 가수이자 방송인인 그녀는 수술 후 목소리조차 잘 나오지 않는 상태였다고 한다.

“수술시 갑상샘의 위치가 성대랑 가까워서 그쪽 신경을 건드리지 않을 수 없었어요. 수술한 뒤에는 얼마간 상대의 귀에 가까이 대고 말을 해야 겨우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어요. 사람에 따라 금세 원래 목소리를 찾는 분도 계시지만 저는 기간이 오래 걸린 편이었어요.”

3개월이 지나서야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그러나 그녀의 본업은 가수다.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기까지 8개월이 걸렸다. 한영이 5년 만에 발표한 노래, 포크 가수 추가열이 만든 흥겨운 룸바 리듬의 ‘빠빠’라는 곡이다.

“복귀 무대는 정말 힘들었어요. 과거에 쌓아놓은 것들을 모두 무너뜨리고 처음으로 되돌리는 첫 작업이었으니까요. 과거 팬들의 환호성에 대한 기억을 싹 지우고, 마음을 비우고 무대에 올랐어요. 복귀 무대뿐만 아니라 계속 그런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크게 가져갔다면 언젠간 크게 돌려줄 것이다.’ 한영이 늘 마음속으로 되뇌는 말이다. 복귀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이들은 별말 없이 그저 바라봐주시는 부모님이다.

“부모님은 제게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으세요. 주변에서 무슨 말을 들으셔도 아빠, 엄마는 모른 척 그저 조용히 계세요. 그게 가장 제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거라는 걸 알고 계시죠. 늘 감사해요. 대신 엄마는 요즘 뭐 좀 먹으라는 잔소리가 많아지셨어요(웃음).”

결혼 적령기인 딸에게 빨리 시집가라고 다그치는 일도 없다. 워낙 일이 간절했던 그녀고 재기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인지 지금은 연애조차 흥미가 없단다.

“엄마가 안 갈 거면 나중에 결혼할 사람이라도 데려와 보여달라고 하셨어요. 제가 결혼을 안 할까 봐 걱정되나 봐요. 근데 저 독신주의는 아니거든요.”

모델겸 가수 한영 “이젠 MC로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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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의 밑바탕은 건강
우리 몸에서 호르몬 분비를 관장하고 있는 갑상샘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 만성피로는 물론 무기력증, 우울증까지 올 수 있다. 수술은 잘됐지만 관련 기관에 손을 댄 만큼 피로 저항력은 여전히 약해진 상태다.

“최근 가진 사인회에서 한 팬이 오더니 ‘저도 같은 수술을 했는데, 언니는 지금 몸 괜찮아요?’라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전 ‘그럼 잘 아시겠네요. 괜찮겠어요?’라며 동병상련의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요.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쉽게 피곤해져요. ‘몸이 물에 젖은 솜뭉치 같다’라고 말하는 갱년기 어머니들의 마음을 알 것 같아요.”

갑상샘 기능으로 인한 피로는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한다. 병은 그녀를 스포츠 우먼으로 거듭나게 했다. 방송을 쉬고 있을 때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됐던 골프도 꾸준히 하고 줌바댄스, 에어로빅도 시작했으며 가끔 혼자 산에 오르기도 한다. 이제 루어 낚시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연세 지긋한 어르신께서 나오는 한 프로그램을 봤는데요. 젊음은 계속 뭔가를 하고 싶다는 의지라고 말씀하신 것이 인상에 남았어요. 포기하는 순간 늙는 거라고요. 열심히 운동하고 고단백 식단으로 건강관리를 하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은 한영의 복귀를 반겨줬다. 과거 그녀가 가장 큰 인지도를 얻었던 분야는 모델도 가수도 아닌 MC였다. 복귀 첫 행사에 MC 섭외가 들어올 정도로 그녀는 여전히 MC 한영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다들 저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씀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여성 MC의 부재였던 당시에 유망주로 잘 활동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라져 안타까웠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모델라인을 통해 활동하다 슈퍼모델로 입상한 그녀가 MC로 두각을 낼 거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건 도전이라고 말한다.

“모델 시절부터 함께 일해온 매니저들도 ‘네가 그렇게 말을 잘하는 줄 몰랐다’라고 하셨죠. 저도 몰랐고, 부모님도 몰랐어요. 결국 사람은 그 자리에 안주하면 앞으로 혹은 다른 분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내 자신도 모르는데 남이 어떻게 나를 알겠어요?”

한영은 가수뿐 아니라 MC 활동 재기의 기회도 노리고 있다. 벌써 몇몇 프로그램의 러브콜을 받은 상태다.

“조만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아마도 봄 개편에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겁날 건 없어요. 무책임해 보일지 모르지만 할 수 있으면 하는 거고, 못하면 하지 않으면 되는 거예요. 끝까지 도전해보고 안 되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문을 두드려보고 싶어요.”

화려하고 북적이는 곳에서 마음껏 빛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철저히 혼자가 돼 병마와 싸우던 고독한 시간도 있었다. 비록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무척이나 행복한 요즘이다.

모델겸 가수 한영 “이젠 MC로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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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언니로 돌아왔다
한영이 본지에 또 다른 소식을 전했다. 한 의류 브랜드의 명예 디자이너로 스카우트돼 정기적으로 의류 회사에 방문해 디자이너들과 함께 옷을 만들고 있단다. 인터뷰를 하기로 한 날짜가 마침 그녀가 회사로 출근한 날이었다.

“회사 대표님은 연예인을 통한 홍보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옷에 대한 실전 노하우가 있는 사람을 원했나 봐요. 수많은 쇼에 서면서 옷을 많이 입어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이 브랜드의 스타일이 꽤 맘에 들어서 전문 디자이너들에게는 송구스럽지만 선뜻 참여하게 됐네요.”
한영은 유행 아이템인 네오프렌 원단과 청바지를 결합시키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는 디자이너들의 만장일치로 브랜드의 주력 상품이 됐다. 청바지는 먼저 샘플을 만든 뒤 이를 실사 3D 프린팅을 통해 그대로 네오프렌 원단에 인쇄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입어보면 마치 진 청바지를 입은 듯하나 원단 특성상 매우 편하고 보온 기능까지 갖추었다.

“저는 아이디어만 낸 거고 만드는 기술은 모두 회사에서 개발한 거예요. 세계에서도 유일한 기술이고, 이미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가품 제작 불가 판정을 받을 만큼 특수한 공법이라더군요.”

과감하고 화려한 스타일보다는 무난하고 심플한 것을 선호하는 그녀지만 그 안에서도 자신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아이템을 살짝 추가하는 스타일을 좋아한단다. 옷을 설명할 때는 한영의 또 다른 모습이 보인다. 모델 출신이란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줄 정도로 진지해진다.

“어떤 진이라도 일단 독특한 포인트가 들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기본 라인의 청바지임에도 주머니나 끝단 밴딩 처리에 장식 하나만 있어도 아주 다른 느낌이 들거든요.”

한영이 방송이나 행사 스케줄을 소화하며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조금 무리일지언정 지금 그녀에게 주어진 것들은 모두 기회의 장이고 수업료를 내지 않는 좋은 강의라고 생각한다.

“제 브랜드를 갖는 것이 또 하나의 꿈이에요. 그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홈쇼핑 게스트로도 많이 출연해요. MD 공부도 되고 소비자의 취향을 바로 알 수 있거든요. 경험도 쌓고 돈도 벌고 얼마나 좋아요? 얼마 전에는 홈쇼핑에서 새로 론칭한 브랜드의 부츠 판매에 제가 게스트로 가세했는데 실적이 좋았대요. 아무래도 전 판매에 일가견이 있나 봐요(웃음).”

아픔을 겪은 이후 한영은 삶을 보는 시각이 더욱 적극적으로 변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자. 순간순간 1분도 허비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아이돌 걸 그룹의 전성시대가 열리면서 TV 속 여성들의 나이는 점점 어려지고 있다. 그 속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것을 보여줄 당당한 왕언니의 등장, 환영한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김성구 ■의상 협찬 / 라리사(02-511-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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