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예슬 3년만에 복귀 ‘그녀는 예뻤다’
한예슬(33)이 브라운관에 돌아왔다. 2011년 드라마 촬영 당시, 제작 환경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무단이탈해 미국행을 택했던 그녀다. 방송가의 평판은 물론 대중의 시선도 곱지 않았던 게 사실.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 게스트로 출연한다는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이 “도망은 잘 다니겠다”라며 비아냥댈 정도였다.
“3년이 이렇게 길 줄 몰랐는데, 살다 보니 인생에 시련이 오는 때도 있더라고요. 쉬는 동안 연기자로서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조금은 더 성숙해진 것 같아요. 현장으로 돌아오기까지 쉽지만은 않았지만 정말 놓치고 싶지 않은 작품이라 용기를 냈습니다. 이제는 지나간 일들 말고, 어려운 상황을 겪고 다시 시작하는 제 모습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녀가 운명처럼 이끌렸다던 복귀작 SBS-TV 주말드라마 ‘미녀의 탄생’은 ‘마이더스’, ‘내 사랑 나비부인’을 연출한 이창민 PD와 ‘잘 키운 딸 하나’, ‘태양의 신부’를 집필한 윤영미 작가가 호흡을 맞춘 작품. 남편(정겨운 분)에게 버림받은 뚱뚱하고 억척스러운 아줌마가 남편의 불륜녀를 짝사랑하는 한태희(주상욱 분)의 도움으로 전신 성형을 받고, 절세미인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내용이다.
“대본을 읽자마자 출연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어느 여배우라도 탐냈을 만큼 매력 있는 캐릭터라 저에게 이런 배역이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라고 생각했죠. 이왕이면 밝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컴백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웃음).”
지난 6회 방송분까지는 불륜녀와 재혼을 앞둔 남편을 되찾기 위한 한예슬의 고군분투가 코믹하게 그려졌고, 앞으로는 그녀를 돕는 조력자 주상욱과의 러브 라인이 전개될 것으로 짐작된다. 두 남자의 사랑을 독차지한 그녀가 과연 누구를 선택할지 시청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예슬 3년만에 복귀 ‘그녀는 예뻤다’
그녀는 이번 드라마에서 미녀로 변신해 제2의 인생을 사는 주인공 ‘사라’ 역을 맡았다. 겉모습은 완벽하지만 내면은 전직 유도 선수 아줌마의 억척 근성을 그대로 지닌 발랄하고 정감 넘치는 인물이다. ‘로코퀸’의 귀환은 반갑지만 “꼬라지 하고는~”이라는 유행어로 한예슬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전작 ‘환상의 커플’의 캐릭터와 어쩐지 비슷한 느낌도 든다.
“‘환상의 커플’ 때 맡았던 역할은 훨씬 오버스럽고 엽기적이었죠. 사실, 개인적으로 이런 역할을 좋아해요(웃음). 원래 성격이 그래서 그런가 리액션도 훨씬 자연스럽고요. 사라 덕분에 요즘은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편하게 연기하고 있어요.”
이번 드라마에 임하는 그녀의 노력과 자세는 남다르다. 한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모래사장을 질주하고, 맨몸으로 호수에 뛰어들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에 상대 배우인 주상욱이 “이런 자세라면 뭘 해도 될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한)예슬이가 3년을 쉬면서 마음을 단단하게 먹었나 봐요. 촬영장에서 힘든 내색을 전혀 안 해요. 다쳐서 피가 나도 그냥 웃어넘기더라고요. 이렇게 목숨 걸고 하면 세상에 못할 게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니까요(웃음). 그동안 연기가 얼마나 절실했는지 느껴져서 보고 있으면 짠한 마음도 들어요.”
인터뷰 도중 이창민 PD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냈다. 그녀의 여권이었다. “이번 드라마 끝날 때까지 이건 제가 갖고 있을 테니까 걱정 마세요. 한국 절대 못 떠납니다!” 그의 ‘여권 퍼포먼스’에 이어 동료 배우들은 그녀가 떠나지 않도록 보증이라도 서겠다고 말해 인터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모두의 애정과 비호를 받은 덕분일까. 한예슬은 요즘 물오른 미모와 연기력으로 ‘미녀의 탄생’ 시청률 상승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방송 다음날 포털 사이트에는 어김없이 그녀의 연기를 칭찬하는 기사가 올라온다. 특유의 사랑스러움으로 대중의 냉랭한 반응도 조금씩 녹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예쁜 모습을 3년간 보여줄 수 없었던 게 억울하지도 않았을까. 먼 길을 돌아온 그녀를 환영한다.
“살다 보니 인생에 시련이 오는 때도 있더라고요. 쉬는 동안 연기자로서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조금은 더 성숙해진 것 같아요.”
■글 / 서미정 기자 ■사진 / 안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