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해의 영화
한 줄 평 물 만나면 뜬다!

2014년 「레이디경향」 기자들이 뽑은 올해의 베스트
한국 영화의 흥행사를 다시 쓴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로 좋은 출발을 보인 ‘명량’은 이후 ‘최단 기간 내 ○○만 명 돌파’의 기록을 경신해 나가기 바빴다. 단지 숫자에 불과한 신드롬은 아니었다. 1597년 단 12척의 배로 3백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서 승리한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그린 이 작품을 통해 그의 리더십이 재조명되면서 서점가에는 이순신 관련 서적들이 쏟아졌다.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낸 최민식, 류승룡 두 주인공은 다시 한번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매김했다.
Plus 변호인 개봉은 지난 연말, 그러나 그 여파는 올 초까지 이어졌다. 1980년대 초 부산을 배경으로 돈 없고, ‘빽’ 없고, 가방 끈도 짧은 세무 변호사 송우석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다섯 번의 공판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고 노무현 대통령의 삶을 모티브로 했다. 영화 흥행 후 소재가 됐던 부림사건 피해자들이 33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Plus 겨울왕국 개봉 후 10개월이 흐른 시점의 핼러윈데이까지 점령했을 정도로 ‘겨울왕국’의 열풍은 대단했다. 주인공 엘사의 의상은 여자 유치원생들 사이에서 필수품이 됐고, 주제가 ‘렛 잇 고’는 2명 이상의 아이들이 모이면 언제나 울려 퍼지는 돌림노래였다.
Plus 수상한 그녀 뜻밖의 흥행 스코어를 기록한 작품이다. 스무 살 꽃다운 처녀의 몸으로 돌아간 욕쟁이 칠순 할머니가 난생처음 누리게 된 빛나는 전성기를 그린 휴먼 코미디 영화로 ‘도가니’의 황동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화제가 됐다. 톱스타 배우는 없었지만 세대를 넘나드는 나문희, 심은경의 연기가 그 빈자리를 채우기에 충분했다. 특히 심은경은 ‘써니’, ‘광해’ 이후 3연타에 성공하며 충무로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2014년 「레이디경향」 기자들이 뽑은 올해의 베스트
한 줄 평 여전히 아빠 대세, 외국인도 대세

2014년 「레이디경향」 기자들이 뽑은 올해의 베스트
‘추블리’의 인기에 도전장을 내민 막강한 경쟁자가 등장했다. 바로 송일국의 삼둥이 아들들인 대한, 민국, 만세가 그 주인공. 이제 막 말을 배운 세 아이와 고군분투하는 아빠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입가에 연신 미소를 짓게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마치 드라마 속 재벌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듯 취업, 결혼에 이어 육아까지 ‘3포 세대’가 겪고 있는 애환을 예능 프로그램의 소재로 봐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는 기자들의 예리한 평. 더불어 늘어가는 간접광고 PPL도….
Plus 비정상회담 월요병으로 힘들어하는 2030 세대 사이에서 이슈가 된 프로그램이다. 동시에 왜 우리는 그동안 이런 꽃미남 외국인을 섭외하지 못했나, 하고 기자들을 자책하게 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3명의 한국인 MC 유세윤, 전현무, 성시경과 개성 강한 11개국 외국인 패널들이 생활 밀착형 문제를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훈훈한 외모와 토종 한국인 못지않은 입담으로 진솔함을 보여준 패널들의 활약이 결정적 인기 요인이다. 그러나 일본의 ‘기미가요’를 방송에 내보내면서 시청자들에게 뭇매를 맞았으며 현재 ‘폐지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Plus 꽃보다 시리즈 할배, 누나들에 이어 청춘까지. 기존의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던 섭외력과 나영석 PD의 편집 실력에 박수를 보낸다. 준비 없는 갑작스러운 출발을 컨셉트로 하지만 결코 빈약하지 않은 여행 일정이나 그 속에서 보여주는 출연자들의 돌발 행동이 큰 웃음을 선사했다. ‘짐꾼’ 이서진과 이승기의 출연은 신의 한 수.
3 올해의 드라마
한 줄 평 케이블 드라마 강세. 오히려 공중파가 막장

2014년 「레이디경향」 기자들이 뽑은 올해의 베스트
한 자릿수 시청률로 출발했을 정도로 극 초반에만 해도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심지어 진부한 출생의 비밀과 얽히고설킨 인간관계, 억지스러운 요소가 가득한 전개, 일부 인물들의 극단적이고 패륜적인 행동으로 인해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까지 받았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흥미진진해지는 전개, 김순옥 작가의 감칠맛 나는 필력과 백호민 PD의 연출력, 배우들의 열연 덕에 논란은 화제로 급변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중계로 2회 연속 결방되자 시청자 게시판에 불만의 글이 도배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악녀’의 대명사가 된 연민정 역의 이유리가 재발견됐고, 악역 잡는 ‘탄산남’ 성혁은 남자주인공보다 더 큰 인기를 얻었다.
Plus 별에서 온 그대 ‘역시 전지현!’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던 드라마다. 14년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한 그녀는 실제인지 연기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살아 있는 캐릭터 천송이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엽기적인 그녀’ 이후 또 한 번의 주가를 올렸다. 그녀가 입었던 옷, 사용한 화장품 역시 언제나 완판. ‘대장금’ 이후 사그라지던 중국 내 한류 드라마의 불씨를 지피는 데도 공을 세웠다.
Plus 밀회 대본, 연출, 음악, 열연. 모든 것이 완벽했다. 20세 연하와 사랑에 빠진 김희애의 삶도, 그녀가 속한 상류층의 부조리나 인간의 욕망 이야기도, 3040 여성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극중 대사였던 “특급 칭찬”, 김희애의 물광 메이크업이 덩달아 화제가 됐다.
4 올해의 이슈 메이커
한 줄 평 역시나 예측불허 연예계

2014년 「레이디경향」 기자들이 뽑은 올해의 베스트
사건은 자신의 음담패설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50억원을 요구한 걸 그룹 멤버 D씨와 모델 L씨를 강남 경찰서에 신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유난히 사생활과 관련된 루머가 많았던 배우였던 만큼 사실 여부를 떠나 이번 사건은 그의 이미지에 결정타를 날렸다. 한편 사건 후 이민정과의 별거설 등에 휩싸였으나 두 사람은 미국 LA 인근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등 애정전선 이상무를 과시했다. 네티즌들은 엄앵란과 평행이론을 제기하기도.
Plus 차승원 친자 소송에 휘말리며 뜻하지 않게 가족사가 공개됐다. 프로게이머였던 아들이 불미스러운 일로 구설수에 오르내릴 때도 묵묵히 용서를 청했던 그였기에 “가슴으로 낳았다”라는 고백이 더욱 진솔하게 전해졌다. 사건 후 그는 대중들 사이에서 잘생긴 외모와 따뜻한 마음을 가진 남자 중 남자로 우뚝 섰다.
Plus 송혜교 평소 깨끗한 이미지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온 송혜교가 탈세 혐의로 세금 폭탄을 맞았다. 그러나 그보다 그녀를 더욱 힘들게 한 건 매서운 여론 폭탄. 결국 그녀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의 시사회에서 “무지에서 비롯된 잘못된 세무 처리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겠다”라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5 올해의 작별
한 줄 평 예상치 못한, 그래서 더 슬픈

2014년 「레이디경향」 기자들이 뽑은 올해의 베스트
‘마왕’ 신해철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대한민국을 비통에 빠뜨렸다. 사인은 소장 및 심낭 천공에 의한 패혈증. 유가족과 동료 가수들은 장례 절차 중 이례적으로 예정에 없던 부검을 결정했고, 이를 둘러싼 분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대학가요제로 데뷔해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였던 그는 청춘들의 우상이자 현실과 호흡하는 예술가였다. 동시에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소신 있는 발언을 한 독설가이자 소셜테이너였다. 생전에 남긴 영상 유언장이 남은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리게 했다.
Plus 김자옥 동료들이 기억하는 그녀는 언제나 밝고 따뜻한 배우였다. 대중들이 기억하는 그녀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2008년 대장암 수술을 받았던 그녀는 최근 암이 재발해 항암 치료를 받아왔는데, 병세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폐암에 따른 합병증으로 끝내 사망했다. 내년 3월, 남편 오승근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Plus 레이디스코드 리세·은비 20대 초반,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레이디스코드의 권리세와 고은비. 이들은 지방에서 진행된 KBS-1TV ‘열린 음악회’ 녹화 후 서울로 올라오던 중 사고를 당했다. 다섯 멤버 중 두 사람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가 된 케이스로, 간절히 원했던 꿈이 현실로 이뤄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 더욱 애잔하다.
6 올해의 커플
한 줄 평 한·중 커플의 결혼, 톱스타 열애 기근 현상

2014년 「레이디경향」 기자들이 뽑은 올해의 베스트
영화 ‘만추’의 감독과 배우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앞서 탕웨이가 분당에 토지를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며 열애설에 휩싸인 바 있었지만 당시에는 두 사람 모두 강하게 부인했던 터. 깜짝 결혼 발표부터 비밀 결혼식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새댁이 된 뒤 다시 찾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그녀는 “그를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로도 서로 잘 교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행복한 속내를 전했다.
Plus 채림·가오쯔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또 한 쌍의 ‘한·중 커플’이다. 두 사람은 중국 CCTV 드라마 ‘이씨 가문’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 것이 계기가 돼 사랑을 키웠다. 결혼에 앞서 가오쯔치는 베이징 시내 한복판에서 채림에게 한국어 노래를 불러주며 반지를 끼워주는 등 로맨틱한 공개 프러포즈로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10월 말, 한국에서 전통 혼례로 부부가 됐으며 자신들의 SNS 등을 통해 달콤한 신혼생활을 전하고 있다.
Plus 김연아·김원중 빙판 위에서 피어난 원조 국민 여동생의 사랑은 적지않은 충격을 안겼다. 상대는 아이스하키 선수 김원중. 보도가 된 시점은 그녀가 은퇴 발표를 한 이후였지만 두 사람의 열애는 이보다 훨씬 앞선 시기부터였다. 평소 시원시원한 성격을 드러내온 김연아 선수 측은 이를 곧바로 쿨하게 인정하며 팬들의 응원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김원중 선수가 합숙훈련 도중 숙소를 이탈하는 등 구설수에 오르내리면서, 외국의 매체들이 결별설을 제기했고 두 사람 역시 성격차이를 이유로 이를 인정했다.
7 올해의 번외
한 줄 평 빼놓기 아쉬운 그들, 일단 ‘으리’ 김보성과 ‘식탐송’ 이국주

2014년 「레이디경향」 기자들이 뽑은 올해의 베스트
발단은 배우 김부선이 살고 있는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 반상회 자리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면서부터다. 단순 폭행 사건인 줄로만 알았던 이날의 다툼은 아파트 관리비 문제로 불거진 것. 이후 서울시와 성동구청이 나서 난방비 부과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일부 가구가 난방 계량기를 조작했다는 정황이 포착됐고 경찰 수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경찰 측은 조작 의혹을 받은 입주민들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내사를 종결했다. 한편 정치권으로도 이어진 이 사건과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아파트 난방 계량기 조작 등에 대해 관리 책임을 부여하는 ‘주택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Plus 미안하다, 고승덕 지난 6·4 지방 교육감 선거 때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던 고승덕 전 후보. 그러나 오랜 기간 청소년 전문가를 자처하며 인지도를 높여왔던 그는 딸 고캔디씨가 페이스북에 ‘아버지는 교육감의 자격이 없다’라는 요지의 폭로 글을 올린 후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결국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한편 거리 유세 당시 “못난 아버지를 둔 딸에게 정말 미안하다”라며 절규했던 장면은 각종 패러디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Plus 2% 아쉬운 컴백, 서태지 신비주의를 벗은 서태지가 5년 만에 컴백했다. ‘소격동’, ‘크리스말로윈’ 등 그가 내놓은 곡들은 역시나 연일 화제와 함께 음원 차트 상위권에 랭크됐다. 또 배우 이지아와의 이혼, 배우 이은성과의 결혼, 2세 출산 등 그간 철저하게 사생활을 비밀에 부쳐왔던 그는 복귀 방법에 있어 이례적으로 토크쇼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의 파격 행보를 선택해 이목을 끌었다. 그럼에도 전성기 시절의 파워나 파장을 만들어내지 못해 아쉽다는 것이 기자들의 의견이다.
* 이 기사는 「레이디경향」 취재팀 기자들의 방담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