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상중, 그를 알고 싶다

배우 김상중, 그를 알고 싶다

중견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력과 현실 정치를 꼬집는 촌철살인 대사로 정통 사극 열풍을 몰고 온 ‘정도전’에 이어 KBS-1TV 명품 대하드라마의 바통을 넘겨받은 ‘징비록’. 그 중심에서 작품을 무게감 있게 이끄는 주인공 김상중을 만났다.

배우 김상중, 그를 알고 싶다

배우 김상중, 그를 알고 싶다

배우 김상중(51)이 말했다. 이해와 공감이 가는 짜임새 있는 작품은 한 번만 읽어도 내용이 모두 머릿속에 그려지지만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은 몇 번을 읽어도 쉽게 입에 붙지 않는다고. 20년 넘게 연극 무대와 브라운관, 스크린을 통해 쌓아온 그의 연기관은 인기와 흥행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좋은 작품을 좇을 뿐이다. 덕분에 ‘나쁜 녀석들’을 소탕하기 위해 강력 범죄자들을 모으던 냉혈 형사 오구탁과, ‘추적자’에서 박근형과 손현주 사이에서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펼치던 비리 국회의원 강동윤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런 그의 차기작이기에 더욱 신뢰가 가는 KBS-1TV 대하드라마 ‘징비록’은 ‘대왕의 꿈’을 연출한 김상휘 PD와 ‘다모’, ‘주몽’ 등을 집필한 정형수 작가가 만든 작품이다. 임진왜란 당시 전시 총사령관 격인 영의정 겸 도체찰사였던 서애 류성룡(김상중 분)이 7년간의 전쟁을 겪으면서 기록한 저서를 바탕으로 당시 정치 상황과 외교, 처참한 조선의 현실을 그려낸다.

“제 연배의 배우들에게 KBS 대하사극의 주인공은,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짊어지는 걸 의미해요. 때문에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앞서 정도전이라는 인물이 드라마를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받고 많은 사랑을 얻은 만큼, 서애 선생에 대해 몰랐거나 오해하고 있던 부분을 잘 알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하늘이 내린 재상이라고 칭송받는 류성룡으로 분하기까지 오래 고민하고 꼼꼼하게 준비한 그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자신을 내치는 선조(김태우 분)와의 갈등, 동인과 서인으로 갈라져 다투기 바쁜 관료들, 그들이 버린 백성까지. 김상중은 당시 류성룡이 느꼈을 복잡다단한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해낼 예정이다.

“몇 달간 나름 서애 선생과 관련한 책과 자료를 읽고 연구했습니다. 그분에 대해 알수록 이런 인품을 가진 분을 감히 내가 연기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이 커지더군요. 어깨는 무겁지만, 서애 선생의 인생을 통해 제 삶의 방향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됐습니다.”

최수종, 유동근을 필두로 한 몇몇 ‘왕’ 전문 배우들. 김상중도 그중 하나다. 붉은색 용포를 입고 왕좌를 지키다 오랜만에 신하 역을 맡으니 불편한 것들이 좀 있다고.

“매번 왕 역할을 하다 신하가 되니까 무릎 꿇는 게 가장 힘들어요. 선조와 독대하는 장면이 많아서 한참 앉아 있다 일어나면 다리에 쥐가 나거든요. 그러다 컷 소리를 들으면 ‘선조, 자리 좀 비켜봐’ 하고 괜히 애꿎은 (김)태우를 괴롭히죠(웃음).”

SBS-TV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진행하면서 진정한 지도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는 그는 “함께 가는 사람이야말로 훌륭한 지도자”라는 뼈 있는 한마디도 덧붙였다.

“진정한 리더는 사람들에게 ‘가라’라고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가자’라고 권유하는 사람이 아닐까요.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책임지고 때로는 반성할 줄 알아야 하고요. 이번 작품을 통해 훌륭한 지도자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도 잘 그려지길 바랍니다.”

사극 연기톤과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톤이 비슷해서 걱정이라던 김상중이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수많은 작품을 통해 다양한 삶을 살아온 50대 배우의 미소. 우리 곁에 이렇게 지적이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는 배우가 있었던가. ‘징비록’을 통해 보여줄 묵직한 그의 모습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글 / 서미정 기자 ■사진 / 안지영
화제의 추천 정보

    Ladies' Exclusive

    Ladies' Exclusive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