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 여배우 이연희 “출발은 이제부터”
이번 영화는 지난 2011년에 개봉된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후속작이다. 당시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이 그대로 연기했고 이연희만 새로운 여주인공으로 투입됐다. 현장 적응이 쉽지 않았을 터다.
“저를 뺀 다른 연기자들은 모두 1편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분들이잖아요. 그래도 김명민, 오달수 선배님이 마음부터 열어주셔서 그 진심이 느껴졌어요. 예전에는 현장에 와서 처음 만나는 선후배, 동료 연기자와 말을 섞는 일이 힘들고 어색해서 오히려 스태프와 친하게 지내곤 했거든요. 제가 먼저 다가가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거죠. 지금은 많이 편해졌어요.”
그녀는 그동안 밝고 어두운 캐릭터를 골고루 연기해왔다. 시청자는 밝은 역에 더 호응했고 덕분에 인기도 얻었다. 그러나 다양한 스펙트럼은 배우로서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원래 성격은 진지한 편이에요. 팬들은 밝은 역을 좋아해주세요. 드라마 ‘파라다이스 목장’에서 맡았던 ‘캔디’ 같은 역할 말이죠. 하지만 배우로서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말도 들었어요. ‘배우로서 좋아하는 역을 해야 하나 아니면 대중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나 선택해야 한다’고요. 전 제가 원하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배우로서 새로운 면을 드러내고 성숙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거죠.”
연기에 대한 의지와 열정이 빛을 발한 걸까. 한동안 혹독한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던 그녀는 2013년 드라마 ‘구가의 서’ 윤서화 역으로 비로소 연기력을 조금씩 인정받고 있다.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캐릭터가 끌려서 선택했어요. 오히려 주인공이면 극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도 있으니까요. 분량이 짧으니까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전 작품을 택할 때 인물에 대한 설명이 없으면 걱정이 많아져요. 내용을 본 뒤 그 인물에 대해 이해하면 작품을 결정하죠. 어느 순간부터 책임감이 커졌거든요.”
그녀는 어린 나이에 데뷔해 그저 바쁘게 돌아가는 생활에만 익숙해져 살았다. 이제는 행복을 포함한 구체적인 삶의 태도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다. 이연희는 점점 어른이 돼가고 있다.
“지금은 저 스스로 그 행복을 찾으려고 해요. 순간순간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고, 감사함이 행복으로 이어져요. 예전에는 일이 바쁘면 투덜거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저를 찾아주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요.”
늘 밝고 명랑하고 또 수다스러울 것 같은 그녀는 조용하고 낯도 많이 가리며 신중한 성격이다. 그저 집에서 영화 감상을 하는 것이 그녀의 휴일 일상이다.
“최근에 줄리엣 비노쉬의 영화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를 재밌게 봤어요. 프랑스의 자비에 돌란 감독의 영화 ‘마미’, ‘로렌스 애니웨이’도 좋았고요. 멜라니 로랑 감독의 ‘잘 있으니까 걱정 말아요’도 좋아하는데, 주로 여성 감독들의 영화를 즐겨 봐요.”
모두 소소하고 차분한 이야기들이다. 기회가 된다면 실제 자신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긴 듯한, 요란스럽지 않고 진중한 역할도 해보고 싶다. 그래서 여배우 이연희는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두렵지 않다. 비록 먼 길을 돌아왔지만 어쨌든 방향성을 잃지 않고 꿋꿋이 나아가는 모범적인 여배우의 모습이다.
■글 / 하경헌 기자(스포츠경향 엔터팀)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