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마나 잘해놓고 살까?
품격이 남다른 법무법인 한송 대표 한정호(유준상 분)의 대저택. 대대로 살아오던 고관대작의 크고 화려한 한옥의 면면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9대에 걸쳐 최상류층이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그의 집안은 선대의 한옥을 그대로 보존하며 현대식으로 개조한 것이다. 집안에 대한 자부심과 자만심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한정호를 연기하는 유준상조차 아직 세트장을 다 둘러보지 못했다고 했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0.1%의 최상위 상류층을 보여준다지만 300평이 넘는 세트장, 드라마 세상의 과장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제 그들의 집안은 이보다 못하지 않다.

장안의 화제 ‘풍문으로 들었소’ “풍문을 추적해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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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차이 나는 결혼, 가능할까?
인상이(이준 분)와 봄이(고아성 분)같이 차이 나는 결혼에 대해 재벌가에 정통한 모 재벌 전문가는 “그렇게 되도록 애초에 만들지 않는다”라며, 자기가 아는 한 그런 결혼은 단 한 쌍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인상이와 반대로 딸들의 경우는 몇 된단다. 자기가 좋다고 떼를 쓰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나. 신데렐라보다는 부마가 오히려 더 현실성이 있다는 얘긴가. 재벌가 자제의 가출이나 혼전 임신도 아주 드물지만 더러 있단다. 그야말로 공주님 고집을 이기지 못해 어쩔 수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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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재벌가도 차이 나는 결혼이라 불리는 혼사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기준이 우리네와는 많이 다르다. 재계 순위 20위 안에 드는 모 전자회사의 둘째 아들의 결혼을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는다. 그러나…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신부는 연매출 2,000억원이 넘는 탄탄한 중소기업 사장의 딸이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좋다니 ‘격이 다르지만’ 어쩔 수 없이 시킨 결혼이라나. 흔히 재벌은 어디를 가야 만날 수 있느냐는 말들을 한다. 사실 그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그들만의 행동반경 내에 모여 있어 범인들은 도통 만날 수 없다. 다만 유일하게 그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 미국이라는 얘기가 있다. 그들 또한 유일하게 서민들과 만날 수 있는 곳을 ‘유학을 떠난’ 미국이라 말한다고. ‘차이 나는’ 중소기업 사장 딸도 미국 유학을 통해 재벌 아들을 만났다고 한다. 도장집 딸 봄이와 국내 최고의 명문가 아들 인상의 결혼이 얼마나 허구인지 짐작이 간다. “그러니 드라마!” 재벌 전문가가 기자로부터 ‘풍문으로 들었소’의 줄거리를 듣고 처음 던진 말이다.
3 사모님이 던지는 하얀 봉투, 진짜 줄까?
봉투를 들고 봄이네 부모를 찾아간 사람은 사모님도 아니었다. 한정호 대표가 늘 아버지가 물려주신 것 중 최고로 꼽는 심복 중 심복 양재화(길해연 분) 최고 비서였다. 그리고 그녀가 가지고 간 봉투 속 합의금 내역서에는 정확하게 17억5,000만원이 적혀 있었다. 그럼 그동안 숱한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이 “저 이런 사람 아니에요!” 하고 되던져버린 봉투 속 금액이 그 정도라는 말인가. 어쩌면 그 돈을 받자고 했던 봄이 아빠(장현성 분)가 더 인간적으로 느껴질 정도. 아니, 너무 자존심 없는 소린가. 그렇다면 사모님들은 맘에 들지 않는 아들의 여자친구들에게 헤어짐을 조건으로 돈, 즉 하얀 봉투를 건넬까. 준다면 얼마를 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는 사람은 주고, 안 주는 사람은 안 준다. 제아무리 재계 서열 상위 집안이라도 인심 박하고 약은 집은 절대 주지 않는다. 하지만 준다면 그들만의 암묵적인 마지노선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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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풍문 속 슈퍼 갑들, 과연 누굴까?
나라의 숨은 실세라 불리는 대한민국 최고 법무법인의 대표 한정호, 전직 장관 딸로 나오는 한정호의 아내 최연희(유호정 분), 재계 2위인 대승그룹 회장의 부인 지영라(백지연 분) 등 드라마 속에는 다양한 슈퍼 갑들이 나온다. 가공의 인물들이라지만 누군가가 오버랩되는 건, 풍문을 듣고 썼다는 작가의 풍문을 들은 탓일까. 일단 법무법인 한송을 보고 거대 로펌 김앤장을 연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실제 김앤장의 대표 변호사 집안이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 하고 많은 사람들이 추측하기도 한다. 1999년 작고한 김앤장 대표 변호사의 어머니는 ‘서울 운니동 안방마님’으로 불리며 종종 언론에 기사화되던 유명한 사람이다. 남편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고, 4남 2녀를 모두 미국 의대 교수, 세계적인 음악가, 변호사 등으로 키워냈다. 이 안방마님의 셋째 아들이 바로 김앤장의 대표 변호사다. 극 중에서 유호정이 종종 “어머니께서 자식 교육만큼은 참 잘하셨다”라고 말하는 걸 보면 자연스럽게 고매한 인품으로 이름났던 그 여사님이 떠오른다.

장안의 화제 ‘풍문으로 들었소’ “풍문을 추적해봤소”
사정 안 좋은 건설업체를 골라서 사기도 하고, 많이 배운 며느리를 얻기도 한다. 명동의 한 사채업자는 작은 건설업체 회장님 명함을 파고, 2년제 대학을 나온 자기 아들의 배필로 변호사 며느리를 찾다가 실패하고, 가난한 집 출신 의사 며느리를 얻었단다. 극 중 매사 연희를 꼬집는 영라의 짓궂음은 젊은 시절 ‘썸’을 타던 한정호의 집안으로부터 ‘돈만 있는 사채업자 딸’이라고 단칼에 거절당한 아픔 때문일 거라고 우리 모두가 짐작하고 있다. 풍문에 의하면, 주류가 되기를 염원하는 사채업 출신 모 저축은행 집안이 영라의 모델이라고 한다. 그 집안은 품격을 위해 이미 여러 개의 박물관을 사들였다고도 한다.
5 재벌집 가사 도우미는 얼마나 받을까?
한정호의 집안을 보자. 한정호를 수행하는 비서들을 모두 로펌 직원으로 제외한다고 해도, 연희의 개인 비서, 가정부와 집사가 있다. 극 중 등장하진 않지만 정원을 관리하는 정원사와 운전사 등 최소 2, 3명은 더 있을 것이다. 그럼 모두 7명쯤 된다. 소위 성북동, 평창동, 한남동에 사는 재벌가를 기준으로 따진다면 실제 한 집마다 일하는 사람들은 평균 10명 정도라고 한다. 부엌일 담당이 보통 2명으로 1명은 오로지 반찬 등 요리만 담당하고, 1명은 그 외의 허드렛일을 맡는다. 집안에 따라선 청소도 바닥과 가구, 창문 등으로 구역별 담당이 정해지기도 한다고 한다. 운전사도 회장과 회장 부인 그리고 자녀들이 타는 차 등 최소 3명은 있다. 보모도 1명을 두는 것이 아니라 전반을 책임지는 전담 보모와 예능, 언어, 예절 등을 담당하는 보모들이 함께 육아를 맡는다. 과거 인터넷상에 제주의 한 호텔에서 모 재벌가 사장의 아들을 봤다는 목격담이 떠돌았는데, 그 내용은 사장의 어린 아들 1명을 보모로 보이는 4명이 돌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진위야 확인할 길이 없지만 이 방면에 정통한 전문가의 재벌가 집안 도우미 구성 설명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

장안의 화제 ‘풍문으로 들었소’ “풍문을 추적해봤소”
하지만 절대로 모르는 사람을 들이지는 않는다. 대를 이어 일하거나 주변의 추천으로 연을 맺는다. 극 중 연희의 개인 비서 이선숙(서정연 분)은 선임자가 큰언니였다. 대를 잇는다는 것이 시대에 맞지 않는 얘기 같지만, 몇몇 집안에선 대를 이어 관계를 맺고 있다. 또 이들은 자신들의 자녀를 잘 교육시켜 모시는 분들의 자녀 가정교사로 들이는 데 주력한다고 한다. 그렇게 눈도장을 찍고 ‘주인댁’ 회사에 입사하는 코스를 노리기 때문이다. ‘아줌마’라고 불리는 가사 도우미도 10년 차 기준으로 최소 연봉 2,500만원 이상이다. S그룹 같은 경우엔 과장급 대우를 받는다고 한다. 집사도 실제 호칭은 ‘이사님’으로 불리며 그에 상응하는 연봉을 받는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대우가 좋은 댁 이야기다. 일부 요리사나 가정교사 등 특수 전문직을 제외하면 회사 직원으로 등재하지 않고 일반 도우미 급여를 준다. 특히 명절을 앞두고 사모님들 모임에서는 도우미들 보너스를 얼마에 맞출 건지에 대한 의견이 오간다고. 요즘은 도우미들의 정보력도 무시 못하는 세상, 추후 형평성 문제로 시끄러워지니까 말이다.
6 총리와 장관도 절절매는 실세, 따로 있을까?
몇 년 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김앤장 고문 경력이 문제가 되자 “그만두면 모래 바닥에 코 박고 죽어야 합니까?. 김앤장도 못 가게 하면 어쩌란 말입니까?”라고 항변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극 중 한정호는 개각에 맞춰 물러나는 총리나 장관들은 참 부지런히도 자신의 로펌 고문으로 모신다. 연봉 5억원 정도에 개인 비서와 수행 기사 등 조건도 융숭하다.

장안의 화제 ‘풍문으로 들었소’ “풍문을 추적해봤소”
그렇다면 한정호는 왜 이렇게 의전에 신경 쓸까. 평소에는 자신의 로펌 얼굴마담으로, 유사시엔 정보원 겸 커넥션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다. 이는 모두 엄청난 영업이익의 밑천이다. 퇴임 후까지 책임진다는 논스톱 서비스! 이것은 현직 총리와 장관들에게 퇴임 후에 돌아올 곳은 자신의 곁임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메시지가 된다. 보통 로펌의 고문들 연봉은 장관급은 6억원대, 차관급은 4억원대다. 그 외 의전은 별도다. 일명 대관(對官) 로비라 불리는 방식이다. 정관계와 대형 로펌이 결탁해 기득권 지배층을 이루고 있는 현실이 적나라하다. 알려진 힘은 힘이 아니라는 사실 말고는 누가 진짜 힘을 가진 자인지 알지 못한다. 적어도 한정호 말고는.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강은진(객원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사진 제공 /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