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의 화제 ‘풍문으로 들었소’ “풍문을 추적해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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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만상 요지경 갑의 세상을 통렬하게 풍자하고 있는 블랙코미디 드라마 SBS-TV ‘풍문으로 들었소’가 인기를 더하고 있다. 제목처럼 정성주 작가가 자신이 그간 들었던 풍문을 바탕으로 썼다고 해서 드라마 시청 후기가 더욱 흥미진진하다. 슈퍼 갑들과 그들 사이에 켜켜이 쌓인 을들의 분노…. 드라마 속 풍문을 추적해봤다.

1 얼마나 잘해놓고 살까?
품격이 남다른 법무법인 한송 대표 한정호(유준상 분)의 대저택. 대대로 살아오던 고관대작의 크고 화려한 한옥의 면면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9대에 걸쳐 최상류층이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그의 집안은 선대의 한옥을 그대로 보존하며 현대식으로 개조한 것이다. 집안에 대한 자부심과 자만심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한정호를 연기하는 유준상조차 아직 세트장을 다 둘러보지 못했다고 했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0.1%의 최상위 상류층을 보여준다지만 300평이 넘는 세트장, 드라마 세상의 과장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제 그들의 집안은 이보다 못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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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종류의 과거시험을 모조리 패스해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이란 별명을 얻으며 조선의 고시계를 평정한 율곡 선생. 학력고사 수석은 물론 사시, 행시, 외시까지 모조리 패스하며 ‘환생 율곡’이라 불릴 뻔, 하다가 사시에서 살짝 삐끗한 모 선생의 대학 시절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는 까다로운 신원 조회를 통과하고 성북동 모 회장의 고등학교 손자 과외 교사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그리고 무려 3년이나 그 집을 드나들며 학생을 가르쳤고, 대학에 합격시켰다. 대망의 과외 수업 마지막 날, 학생의 할아버지가 인사를 하고 싶다고 해 따라가서야 알았다. 자신이 3년간 드나들던 대저택의 어마어마하게 큰 대문은 그저 뒷문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장안의 화제 ‘풍문으로 들었소’ “풍문을 추적해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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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한국전력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가정집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전기요금을 내는 곳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집이다. 그의 집은 한 달에 전기요금으로만 무려 2,472만1,267원을 납부했다고. 2위는 그의 아버지 이건희 회장으로 915만원가량을 전기요금으로 냈다. 성북동이나 평창동, 한남동 등에 가면 높은 담에 밖에선 한 채처럼 보이지만 지형을 이용해 정원만 3, 4개에 본채, 별채, 영빈관, 직원들이 근무하고 지내는 관리동까지 여러 채로 이뤄진 곳도 많다. ‘풍문으로 들었소’ 세트장을 만든 디자이너는 극과 극의 인상이네와 봄이네 집 세트를 만들며 “가난한 집은 구겨 넣고, 부잣집은 펼쳐놓는 삶임을 알았다”라고 했다. 여러 개의 미술관을 소유한 모 재벌집 안방마님은 집 안에 걸어두는 그림도 계절이나 기분에 따라 통상 한 달에 한 번 정도 바꾼다고 한다. 안방은 칸딘스키, 거실은 샤갈의 작품으로. 물론 진품이다. 철강 재벌로 잘 알려진 모 재벌 부인은 옻칠 공예에 푹 빠져 우리나라 최고의 무형문화재 장인에게 5억원이 호가하는 안방 장롱을 주문하기도 했다고. 여기에 비하면 한 대표님 댁, 참 소박하게 꾸며놓으셨다.

2 차이 나는 결혼, 가능할까?
인상이(이준 분)와 봄이(고아성 분)같이 차이 나는 결혼에 대해 재벌가에 정통한 모 재벌 전문가는 “그렇게 되도록 애초에 만들지 않는다”라며, 자기가 아는 한 그런 결혼은 단 한 쌍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인상이와 반대로 딸들의 경우는 몇 된단다. 자기가 좋다고 떼를 쓰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나. 신데렐라보다는 부마가 오히려 더 현실성이 있다는 얘긴가. 재벌가 자제의 가출이나 혼전 임신도 아주 드물지만 더러 있단다. 그야말로 공주님 고집을 이기지 못해 어쩔 수 없어서다.

장안의 화제 ‘풍문으로 들었소’ “풍문을 추적해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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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경우 적어도 재계 순위 50위권 안에서는 대개 사위와 사돈집에 대한 격에 맞는 세팅이 들어간다. 붕어빵을 판다면, 건실한 수산업을 하는 집안으로 둔갑하는 식이다. 작은 개인 사업을 하는 집안이라 하면 철물점이나 부동산 등 자영업을 하는 집이었을 가능성이 높고, 교육계에 몸담았던 집안은 의외로 교사 직군 같지만 학원을 하는 집일 경우가 많단다. 세팅이라고 해 턱하니 건물이라도 하나 내주거나 납품 협력 회사라도 차려줄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재벌이 후한 건 오로지 그들의 자녀뿐! 사돈 세팅은 안정적 수입이 나올 수 있는 프랜차이즈 점포 하나 정도를 마련해주고, 극 중 봄이네처럼 귀농은 아닐지라도 ‘조용히 드러나지 않게 살라’라는 강력한 무언의 약속을 받는 것이다.

물론 재벌가도 차이 나는 결혼이라 불리는 혼사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기준이 우리네와는 많이 다르다. 재계 순위 20위 안에 드는 모 전자회사의 둘째 아들의 결혼을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는다. 그러나…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신부는 연매출 2,000억원이 넘는 탄탄한 중소기업 사장의 딸이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좋다니 ‘격이 다르지만’ 어쩔 수 없이 시킨 결혼이라나. 흔히 재벌은 어디를 가야 만날 수 있느냐는 말들을 한다. 사실 그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그들만의 행동반경 내에 모여 있어 범인들은 도통 만날 수 없다. 다만 유일하게 그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 미국이라는 얘기가 있다. 그들 또한 유일하게 서민들과 만날 수 있는 곳을 ‘유학을 떠난’ 미국이라 말한다고. ‘차이 나는’ 중소기업 사장 딸도 미국 유학을 통해 재벌 아들을 만났다고 한다. 도장집 딸 봄이와 국내 최고의 명문가 아들 인상의 결혼이 얼마나 허구인지 짐작이 간다. “그러니 드라마!” 재벌 전문가가 기자로부터 ‘풍문으로 들었소’의 줄거리를 듣고 처음 던진 말이다.

3 사모님이 던지는 하얀 봉투, 진짜 줄까?
봉투를 들고 봄이네 부모를 찾아간 사람은 사모님도 아니었다. 한정호 대표가 늘 아버지가 물려주신 것 중 최고로 꼽는 심복 중 심복 양재화(길해연 분) 최고 비서였다. 그리고 그녀가 가지고 간 봉투 속 합의금 내역서에는 정확하게 17억5,000만원이 적혀 있었다. 그럼 그동안 숱한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이 “저 이런 사람 아니에요!” 하고 되던져버린 봉투 속 금액이 그 정도라는 말인가. 어쩌면 그 돈을 받자고 했던 봄이 아빠(장현성 분)가 더 인간적으로 느껴질 정도. 아니, 너무 자존심 없는 소린가. 그렇다면 사모님들은 맘에 들지 않는 아들의 여자친구들에게 헤어짐을 조건으로 돈, 즉 하얀 봉투를 건넬까. 준다면 얼마를 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는 사람은 주고, 안 주는 사람은 안 준다. 제아무리 재계 서열 상위 집안이라도 인심 박하고 약은 집은 절대 주지 않는다. 하지만 준다면 그들만의 암묵적인 마지노선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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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집안이 제안받은 액수가 10억원이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은 아이를 낳았기 때문이다. 상속권 문제를 염두에 두고 아이를 한씨 집안 호적에 올리지 않는 조건을 포함해 액수가 커진 것이었다. 위로금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합의금으로 분류되는 친자 확인 소송 전 이면합의의 액수가 가장 크다. 하지만 단순 연애의 경우 보통 1억원 이하라는 설. 그 액수도 상대 아가씨의 교육 수준이나 직업, 집안 등이 괜찮을 때 학비 명목으로 제시되는 경우다. 임신 여부도 중요하다.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조건으로는 최대 3억원 정도라고. 모 증권사 사모님은 혼전 임신을 한 탐탁지 않은 아들의 여자친구에게 3억원을 주며, 만약 약속을 깨고 아이를 낳아 친자 확인 소송을 할 경우 30억원의 위약금을 문다는 조항을 담은 각서에 사인까지 꼼꼼하게 받았다고. 하지만 이 모든 게 풍문, 봉투 속 액수는 사모님만 알리라.

4 풍문 속 슈퍼 갑들, 과연 누굴까?
나라의 숨은 실세라 불리는 대한민국 최고 법무법인의 대표 한정호, 전직 장관 딸로 나오는 한정호의 아내 최연희(유호정 분), 재계 2위인 대승그룹 회장의 부인 지영라(백지연 분) 등 드라마 속에는 다양한 슈퍼 갑들이 나온다. 가공의 인물들이라지만 누군가가 오버랩되는 건, 풍문을 듣고 썼다는 작가의 풍문을 들은 탓일까. 일단 법무법인 한송을 보고 거대 로펌 김앤장을 연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실제 김앤장의 대표 변호사 집안이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 하고 많은 사람들이 추측하기도 한다. 1999년 작고한 김앤장 대표 변호사의 어머니는 ‘서울 운니동 안방마님’으로 불리며 종종 언론에 기사화되던 유명한 사람이다. 남편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고, 4남 2녀를 모두 미국 의대 교수, 세계적인 음악가, 변호사 등으로 키워냈다. 이 안방마님의 셋째 아들이 바로 김앤장의 대표 변호사다. 극 중에서 유호정이 종종 “어머니께서 자식 교육만큼은 참 잘하셨다”라고 말하는 걸 보면 자연스럽게 고매한 인품으로 이름났던 그 여사님이 떠오른다.

장안의 화제 ‘풍문으로 들었소’ “풍문을 추적해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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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은 조부대에 기업으로 일가를 이뤘고, 바로 부모대와 당대에는 고위 관료로 입신양명한 흔치 않은 명문가의 고명딸로 설정된 최연희에 대한 추측도 무성하다. 총리 출신,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전직 정치인의 딸 이름이 실제 연희라는 둥, 기업 하는 할아버지에 관직에 있는 아버지, 정계에 있는 외삼촌까지 ‘퍼펙트한 스펙’이 딱 모 재벌 사모님의 친정 여동생이라는 둥 말이다. 연희의 친구 지영라의 실제 모델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극 중 굴지의 재벌 사모님으로 나오지만 지하시장 사채업으로 일으킨 가문이라는 오명 때문에 은근히 무시당하기 때문이다. 그 세상에서는 돈만 많은 걸로는 역부족인가 보다. 실제로 사채업이나 유흥업소와 같은 업종으로 돈을 번 사람들 중에는 하이클래스에 끼기 위해 애타게 ‘간판’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정 안 좋은 건설업체를 골라서 사기도 하고, 많이 배운 며느리를 얻기도 한다. 명동의 한 사채업자는 작은 건설업체 회장님 명함을 파고, 2년제 대학을 나온 자기 아들의 배필로 변호사 며느리를 찾다가 실패하고, 가난한 집 출신 의사 며느리를 얻었단다. 극 중 매사 연희를 꼬집는 영라의 짓궂음은 젊은 시절 ‘썸’을 타던 한정호의 집안으로부터 ‘돈만 있는 사채업자 딸’이라고 단칼에 거절당한 아픔 때문일 거라고 우리 모두가 짐작하고 있다. 풍문에 의하면, 주류가 되기를 염원하는 사채업 출신 모 저축은행 집안이 영라의 모델이라고 한다. 그 집안은 품격을 위해 이미 여러 개의 박물관을 사들였다고도 한다.

5 재벌집 가사 도우미는 얼마나 받을까?
한정호의 집안을 보자. 한정호를 수행하는 비서들을 모두 로펌 직원으로 제외한다고 해도, 연희의 개인 비서, 가정부와 집사가 있다. 극 중 등장하진 않지만 정원을 관리하는 정원사와 운전사 등 최소 2, 3명은 더 있을 것이다. 그럼 모두 7명쯤 된다. 소위 성북동, 평창동, 한남동에 사는 재벌가를 기준으로 따진다면 실제 한 집마다 일하는 사람들은 평균 10명 정도라고 한다. 부엌일 담당이 보통 2명으로 1명은 오로지 반찬 등 요리만 담당하고, 1명은 그 외의 허드렛일을 맡는다. 집안에 따라선 청소도 바닥과 가구, 창문 등으로 구역별 담당이 정해지기도 한다고 한다. 운전사도 회장과 회장 부인 그리고 자녀들이 타는 차 등 최소 3명은 있다. 보모도 1명을 두는 것이 아니라 전반을 책임지는 전담 보모와 예능, 언어, 예절 등을 담당하는 보모들이 함께 육아를 맡는다. 과거 인터넷상에 제주의 한 호텔에서 모 재벌가 사장의 아들을 봤다는 목격담이 떠돌았는데, 그 내용은 사장의 어린 아들 1명을 보모로 보이는 4명이 돌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진위야 확인할 길이 없지만 이 방면에 정통한 전문가의 재벌가 집안 도우미 구성 설명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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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들은 얼마나 받을까. 집사, 비서, 아줌마 등으로 불리는 직원들은 대부분 재벌가의 회사 직원으로 소속돼 있다. 연봉과 복리후생 등을 회사 연봉 체계에 맞게 받는다. 요리를 담당하는 가정부라 할지라도 그 스펙은 최고 호텔 주방장 셰프급이다. 그들은 아침으로 두텁떡을, 점심으로 함흥냉면을, 저녁으로 푸아그라를 낼 줄 안다. 모 화학회사 집 도우미는 무려 20년을 근무했는데, 아이들 대학 학비까지 모두 지원받았다고 한다. 옥수동 선생, 잠원동 선생으로 불리는 유명한 요리 선생들이 손님상을 차리러 따로 초빙되기도 한다. 이들은 모두 4년제 대학 이상, 혹은 그에 상응하는 전문교육을 받은 사람들로 철저한 신원 조회를 거친다.

하지만 절대로 모르는 사람을 들이지는 않는다. 대를 이어 일하거나 주변의 추천으로 연을 맺는다. 극 중 연희의 개인 비서 이선숙(서정연 분)은 선임자가 큰언니였다. 대를 잇는다는 것이 시대에 맞지 않는 얘기 같지만, 몇몇 집안에선 대를 이어 관계를 맺고 있다. 또 이들은 자신들의 자녀를 잘 교육시켜 모시는 분들의 자녀 가정교사로 들이는 데 주력한다고 한다. 그렇게 눈도장을 찍고 ‘주인댁’ 회사에 입사하는 코스를 노리기 때문이다. ‘아줌마’라고 불리는 가사 도우미도 10년 차 기준으로 최소 연봉 2,500만원 이상이다. S그룹 같은 경우엔 과장급 대우를 받는다고 한다. 집사도 실제 호칭은 ‘이사님’으로 불리며 그에 상응하는 연봉을 받는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대우가 좋은 댁 이야기다. 일부 요리사나 가정교사 등 특수 전문직을 제외하면 회사 직원으로 등재하지 않고 일반 도우미 급여를 준다. 특히 명절을 앞두고 사모님들 모임에서는 도우미들 보너스를 얼마에 맞출 건지에 대한 의견이 오간다고. 요즘은 도우미들의 정보력도 무시 못하는 세상, 추후 형평성 문제로 시끄러워지니까 말이다.

6 총리와 장관도 절절매는 실세, 따로 있을까?
몇 년 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김앤장 고문 경력이 문제가 되자 “그만두면 모래 바닥에 코 박고 죽어야 합니까?. 김앤장도 못 가게 하면 어쩌란 말입니까?”라고 항변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극 중 한정호는 개각에 맞춰 물러나는 총리나 장관들은 참 부지런히도 자신의 로펌 고문으로 모신다. 연봉 5억원 정도에 개인 비서와 수행 기사 등 조건도 융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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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방에 비해 내 사무실이 좋아 송구할 지경이네”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자신의 사무실은 고문들보다 작게 만들어놓는 치밀함까지 보인다. 의전의 달인답다. 한정호를 친히 찾아와 극비 정보를 흘려주고 ‘정보원 보호’를 해달라며 웃는 전직 총리의 표정은 어딘가 모르게 비굴함이 흐른다. 총리와 장관도 절절매게 만드는 사람들! 사람 위의 사람들이 있다. 사채업 재벌의 딸 지영라가 격을 나타낼 ‘간판’이 필요하다면, 격을 가진 사람들은 ‘돈’이 필요한 법인가 보다.

그렇다면 한정호는 왜 이렇게 의전에 신경 쓸까. 평소에는 자신의 로펌 얼굴마담으로, 유사시엔 정보원 겸 커넥션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다. 이는 모두 엄청난 영업이익의 밑천이다. 퇴임 후까지 책임진다는 논스톱 서비스! 이것은 현직 총리와 장관들에게 퇴임 후에 돌아올 곳은 자신의 곁임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메시지가 된다. 보통 로펌의 고문들 연봉은 장관급은 6억원대, 차관급은 4억원대다. 그 외 의전은 별도다. 일명 대관(對官) 로비라 불리는 방식이다. 정관계와 대형 로펌이 결탁해 기득권 지배층을 이루고 있는 현실이 적나라하다. 알려진 힘은 힘이 아니라는 사실 말고는 누가 진짜 힘을 가진 자인지 알지 못한다. 적어도 한정호 말고는.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강은진(객원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사진 제공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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