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눈부신 청춘 김우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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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위해 배운 오토바이는 작품이 끝난 뒤 집에만 고이 모셔두고, 스마트폰으로 꼼꼼하게 감사 일기도 쓴다. 반듯하기로 소문난 배우 김우빈이 ‘답 없는’ 스물을 연기했다. 데뷔 4년 차, 스물일곱의 김우빈은 거칠 것 없이 달려 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토록 눈부신 청춘 김우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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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물’은 고등학교 동기생인 3명의 친구 차치호(김우빈 분)와 김경재(강하늘 분), 강동우(이준호 분)가 스무 살이 되면서 겪는 청춘의 보고서 같은 영화다. 그중 김우빈은 꿈도 의욕도 없는, 인기만 좋은 스무 살 차치호를 연기했다. 아무 생각 없이 놀면서 스무 살을 보내다가 영화 연출에 관심을 갖게 되고, 신인 여배우인 여자친구를 만나면서 매니저 역할도 한다. 말 그대로 자신의 생각만을 좇는 인물이다.

“치호는 숨 쉬는 게 목표인 아이로 보이지만 나름의 치열한 고민과 경험을 하고 있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어떻게 하면 용돈을 받을까’, ‘어떻게 해야 저 여자를 꼬실까’ 이런 고민이요. 감독님이 생각하셨던 그림은 완성되지 않은, 그야말로 이제 막 성인이 돼 헷갈리는 아이들의 풋풋함인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도 계속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던졌죠. ‘이게 다 형들이 말하는 사랑인가? 의리인가?’ 하고요.”

극 중 인상적인 장면 하나, 바로 차치호가 왕가위 감독의 영화 ‘아비정전’ 속 아비 역으로 나온 장국영의 맘보춤을 아무 말 없이 따라 추는 장면이다. 차치호는 이 영화 속 아비의 허허로운 삶을 따라 살고 있었다. 단지 장국영의 그것이 조금 진지하고 무거웠다면, 차치호의 그것은 좀 더 가벼웠다고 할까.

영화 속 “다리가 없는 새가 땅에 내려올 때는 죽을 때 뿐”이라는 대사처럼 차치호의 스무 살도 목적 없이 방황하는 듯 보였다. 눈부신 햇살 속에 움직이던 그의 긴 팔과 다리, 탄탄한 근육은 지워지지 않는 인상을 남겼다. 이 장면을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영화 ‘스물’ 속 배우 김우빈은 한 마리 ‘말’과 같았다. 며칠씩 집에서 숨만 쉬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말, 때로는 “네 엉덩이에 내 XX를 비비고 싶어”라는 말(言)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말 그리고 역마살이 끼어 한 번 나서면 며칠씩 집에 오지 않는 말. 한 마리의 ‘미친 말’ 같았다는 기자의 말에 김우빈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예상보다 센 수위에 놀라신 분들도 계셨을 거예요. 남자들끼리의 이야기다 보니 야한 부분도 있지만, 친구들끼리 모였다고 야한 얘기만 하는 건 아니에요. 물론 남자 셋이 있고, 주변에 예쁜 여자가 지나간다면 일제히 눈길이 가긴 하겠죠. 여자분들이 영화를 보시고 남자친구들을 너무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영화 ‘스물’ 중에서.

영화 ‘스물’ 중에서.

여기서 잠시 배우 김우빈과 인간 김우빈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스물’ 속 차치호의 연기가 얼마나 대단한 변신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드라마 ‘학교 2013’과 ‘상속자들’, 영화 ‘친구2’ 그리고 ‘기술자들’에서의 김우빈은 전형적인 반항아였다. 능글맞거나 때론 거칠었다. 하지만 현실의 김우빈은 반듯한 청년이다. 오히려 재미가 없는 편이다. 연기를 위해 배운 오토바이는 다칠까봐 촬영이 끝나고부터는 타지 않으며, 집에서 중국 음식 ‘1인 세트’를 시켜 혼자 먹는다. 스마트폰에 꼼꼼하게 감사 일기도 쓴다. 그를 만나기 전 가장 먼저 드는 궁금증은 과연 ‘이 역할을 어떻게 소화했느냐’였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서 이렇게 망가지라고 했다면 못했을 거예요. 인간 김우빈으로서 망가지는 거잖아요. 하지만 영화에서 캐릭터로 표현하는 건 전혀 두려움이 없었어요. 마음이 내키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연기했어요. 영화를 언론 배급 시사회 때 처음 봤는데 못생기게 나왔더라고요. 재밌었어요.”
그는 배우와 배역의 간극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원래 영화 ‘기술자들’ 촬영을 마치고 한 달 정도 쉴 계획이었지만 시놉시스를 받자 다시 열정이 불타올랐다. 무리한 일정이었고, 결국 다른 배우들보다 한 달 정도 늦게 촬영에 들어가게 됐지만 ‘스물’은 김우빈의 필모그래피에서 큰 의미로 남을 작품이 됐다.

“행복한 기억이었어요. ‘뭐가 힘들었어?’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웃음을 참는 일’이라고 대답할 만큼 즐거운 하루하루였죠. 좋은 친구들을 얻었고 좋은 경험을 얻었거든요. 또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힘을 얻었어요.”

무모했기에 용감했던 스무 살
그러고 보니 또 남자들 이야기다. 김우빈은 유독 남자들과 어울리는 작품이 많았다. 드라마에서는 이종석과 이민호, 영화 역시 유오성, 고창석, 김영철 등 남자 배우들과 호흡이 좋았다. 이번 영화에서는 동갑인 강하늘, 이준호를 만나 펄펄 날았다. 데뷔 시기도, 취향도 비슷한 세 사람은 금세 친해졌다. 배우와 가수로서 각자의 길을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스무 살을 보냈다는 것 역시 통하는 부분이었다. 이번 영화를 통해 모처럼 스무 살 당시의 친구들과 해후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는 김우빈에게 스무 살은 어떤 의미를 가진 나이일까?

“다들 스무 살이 좋겠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정작 스무 살은 불안한 시기인 것 같아요. 지금 느끼는 감정이 뭔지 잘 모르겠고 믿음도, 자신감도 없는 그런 시기요. 보통 청춘물이 그렇잖아요. ‘젊으니까 두려워 말고 도전하라’라고. 하지만 이 영화에는 그런 메시지가 없어요. 막연한 희망도 없고 이를 애써 포장하지도 않죠. 비슷한 고민을 가졌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이토록 눈부신 청춘 김우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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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한 달째를 맞은 ‘스물’은 현재 전국 관객 300만 명에 가까운 흥행 성적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이로써 김우빈은 자신이 출연한 주요 영화 ‘친구2’, ‘기술자들’, ‘스물’이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성과를 냈다. ‘스물’은 전국 관객 160만 명이 손익분기점이었다. 이 정도면 믿고 투자할 만한 흥행 파워를 입증한 셈이다. 자연스럽게 충무로의 많은 시나리오가 그에게 몰리고 있다. 20대 중반, ‘배우로서 황금기’라는 주변의 말에 그는 동의하지 않는 듯했다.

“앞으로 50년 더 연기를 한다고 하면 저는 아직 걸음마도 안 뗀 수준이에요. 만족하고 싶지도 않고 만족해서도 안 되죠. 선배들에게 ‘본인이 연기한 장면을 편하게 모니터하실 수 있으세요?’라고 물으면, 모두 ‘아니’라고 하세요. 좋은 배우를 채우는 기준을 100가지라고 하면 한 작품에 하나씩 답을 찾아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이죠.”

스무 살의 김우빈은 꿈 때문에 주변을 돌아볼 여력이 없었다. 갈망하던 패션모델이 되고자 고등학교 때부터 문을 두드렸고, 드디어 런웨이에 섰다. 사회생활이 뭔지 잘 모르는 나이였지만 학교가 재밌고 런웨이에서 워킹하는 일이 재밌었다. 차치호와 마찬가지로 김우빈 역시 가진 게 없었고 그래서 더욱 용감하게 도전하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지금 김우빈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20대 배우 중 한 명이 됐다.

“지금까지의 일들은 처음부터 능력 밖이었어요.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저에게 주시는 믿음들을 배신하고 싶지 않아요. 예전보다는 좀 더 나아갈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졌다는 생각이 들지만 스스로 돌아보면 한참 부족한 게 많아요. 열심히는 하고 있는데…, 모르겠어요. 책임감이 커지는 만큼 신중해져요. 갈수록 더욱 행동도 조심하게 되고요. 이게 아마 어른이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인터뷰 때마다 항상 조심스럽게 대답한다는 느낌을 주지만 모델에서 연기자로, 스스로 꿈을 택하고 지금까지 달려온 과정에서는 후회가 없어 보였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가장 잘한 도전이기도 했다”라고 말하는 그다.

인터뷰에서 돌발적인 ‘우문’을 던져도 질문을 던진 사람이 오히려 무안해지는 ‘현답’을 내놓는 배우. 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서 자신의 의지를 실천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배우. 출연하는 작품마다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그를 ‘미친 말’에 비유해도 될까. 올해 스물일곱인 그는 거칠 것 없는 속도로 달려나가고 있다. 김우빈의 청춘이 한창이다.

■기획 / 노정연 기자 ■글 / 하경헌(스포츠경향 엔터팀)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사진 제공 /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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