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키에 짙은 눈썹, 쌍꺼풀 없는 담백한 눈매. 모델로 더 잘 알려졌던 홍종현이 드라마에 이어 영화에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방불케하는 상극 집안의 금지된 혼사를 그린 코미디 영화 ‘위험한 상견례2’에서 주인공 철수 역을 맡은 것. 전라도와 경상도의 미묘한 지역감정을 재미있게 담아냈던 2011년 작 ‘위험한 상견례’에 이시영·송새벽 커플이 있었다면, 이번엔 홍종현과 진세연이 찰떡궁합의 호흡을 보여준다. MBC-TV 드라마 ‘마마’에서 겉으론 까칠하지만 알고 보면 순수한 지섭을 연기했던 홍종현은 걸스데이의 유라와 가상 부부로 출연했던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코미디라니!
홍종현의 첫 흥행 공약
첫눈에 사랑에 빠진 영희와 결혼하기 위해 구구단 외우기부터 시작해 죽기 살기로 공부만 한 철수. 내로라하는 도둑의 아들이지만 경찰 집안의 딸과 결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외로운 역할이다. 영화 속에서 홍종현은 기존에 쌓아온 반듯한 이미지를 잠시 내려놓은 채 허름한 운동복 차림에 다크서클이 얼굴을 가득 덮은 모습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그에게 가장 어려웠던 건 바로 애교 연기.
“애교가 많은 성격이 아니라서 세연씨와 애교 부리는 장면을 촬영할 때 조금 힘들었어요(웃음). 첫 촬영부터 둘이 알콩달콩하는 장면이 있었거든요. 삼겹살을 먹여주면서 ‘아이고, 우리 강아지’라며 세연씨 볼을 꼬집는 장면이었는데, 너무 어색해서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그 장면을 찍고 나니 애교 연기에 대한 걱정이 사라졌어요. 이후로는 편한 마음으로 촬영했죠.”
원석인 줄로만 알았던 그는 알고 보니 어느 정도 가공이 돼 있는 보석이었다. 김진영 감독은 “본인이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훌륭한 보석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라며 “촬영을 해보니 기성 배우와 작업하는 느낌이었다”라고 전했다. 신인 배우에게는 현장에서 이것저것 지시를 많이 내리곤 하는데, 그는 의연하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 지시할 것이 별로 없었다고. 하지만 흥행 공약을 거는 홍종현의 모습에서는 신인의 풋풋함이 엿보인다.
“흥행 공약은 이번이 처음이라서요. 프리 허그 같은 것을 할까요? 남성 팬 담당, 여성 팬 담당을 나눠서요.”
진세연이 관객 수가 300만이 넘으면 사람이 많은 곳에서 홍종현과 함께 영화 OST를 부르겠다는 공약을 걸자, 그는 프리 허그를 제안했다. 흥행에 성공하면 진세연과 홍종현에게 수영복을 입히고 오픈카를 태워 시청 주위를 돌게 하겠다는 철수 엄마 전수경의 말에 “아주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다”라며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는 홍종현. 과연 그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그와 프리허그를 하고, 그의 수영복 패션을 감상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 안지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