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감각도 느낄 수 없는 남자와 냄새를 눈으로 볼 수 있는 초감각을 소유한 여자. 독특한 설정의 SBS-TV 수목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는 남녀 간의 성격차로 인해 빚어지는 갈등이 주를 이루는 기존의 멜로드라마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옥탑방 왕세자’의 이희명 작가가 시나리오를 쓰고 박유천이 주인공 최무각 역으로 출연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게 됐다.

‘무감각 형사’ 박유천 색다른 변신
“(신)세경씨 캐스팅 소식을 기사로 처음 접했는데, 진심으로 반가웠고 정말 좋았어요. 실제로 만나보니 같이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제 캐릭터가 항상 무표정이어서 드라마 분위기가 지루하고 썰렁할 수 있는데 세경씨가 밝게 만들어주고 있어요.”
최무각은 후각을 잃어서 냄새를 전혀 못 맡기 때문에 변사체 앞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 미각도 잃어서 음식의 맛을 느끼지 못하지만 대식가다.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고자 중국집을 찾은 그는 게 눈 감추듯 자장면 세 그릇을 흡입한 뒤 야무진 손놀림으로 볶음밥을 후식처럼 해치운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범인과의 격투에서 아무리 맞아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 범인을 제압한다.
“맞는 장면에서 무표정을 유지하는 게 어려워요. 맞을 때 찡그리는 표정은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잖아요. 그 표정을 억제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더라고요. 맛을 못 느끼기 때문에 밥을 많이 먹기도 하는데, 정말 많이 먹어요. 저도 평소에 먹는 걸 좋아하긴 하는데, 배가 고파서 식당에 가서 먹는 거라면 참 맛있게 먹겠어요. 근데 촬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먹는 게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먹는 이야기를 하면서는 평소 육식을 좋아한다며 자신이 자주 가는 음식점까지 소개해주는 재치를 보인다. 드라마 속 오초림처럼 냄새를 눈으로 볼 수 있게 된다면 어떨 것 같은지를 묻는 질문에 잠시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음식 자체를 좋아해요. 세상에는 먹을 게 참 많잖아요. 특히 한우 ‘투뿔’을 좋아하고요. 근데 오초림처럼 냄새를 보게 된다면 굉장히 힘들 것 같아요. 그런 부분 때문에 살면서 성격도 많이 달라질 것 같고요. 전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고기 냄새를 보고 싶어요. 투뿔 살치살이랑 안창살 냄새(웃음).”
꾸준히 음반 활동을 하고 있는 JYJ의 김준수, 김재중과 달리 주로 연기를 하고 있는 박유천. 하지만 아직도 그의 마음 한편엔 가수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다. 지금은 JYJ의 두 멤버 덕분에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고.
“음악 활동하는 것도 무척 매력 있거든요. 방송 출연보다 공연하는 게 가장 재미있어요. 방송보다 공연을 더 많이 했기 때문에 무대 위에 서는 기쁨이 있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수로서의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싶어요. 요즘은 준수랑 재중이 형 앨범을 들으면서 위안을 삼기도 해요. 둘이 워낙 잘해주고 있으니까요.”
이제 ‘가수’보다 ‘배우’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리는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이 자신의 연기를 좀 더 편안하게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전한다.
■글 / 노도현기자 ■사진 / 안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