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랑 CEO 성공기 강현수의 지금
188cm의 훤칠한 키와 미끈한 이목구비는 옛 모습 그대로다. “이제 그냥 아저씨죠”라고 겸연쩍은 표정을 짓지만, 가수와 배우로도 활동했던 잠재력은 여전해서 어딜 가도 한 번쯤 눈길이 가는 미남 청년이다. 강현수(37). 그가 방송 활동을 접은 지도 어느새 10년이 돼간다. 연기, 예능, 노래 등 활동이 광범위해서 그만큼 노출 빈도가 높아서였을까. 그렇게 긴 세월이 그를 스쳐 지나갔는지 놀랍다. 그는 참 열심히 활동했었다.
“한창 예능을 할 때는 방송 3사 출연 횟수 2위 연예인이었어요. 1위는 유재석씨였고요. 출연료가 엄청나게 들어왔죠. 그러나 저는 그걸로 조금의 이익도 얻지 못했어요. 방송 출연료는 경비로 쓰고 제가 가져가지 않는 걸로 소속사와 계약을 맺었거든요. 그런데 본업이 가수임에도 예능을 할수록 가수 활동 영역이 좁아지는 거예요. 행사도 거의 들어오지 않았고요. 방송에 나가 노래를 부르면 관객의 표정이 애매하고 어색해져요. 방청석에서는 제 이름 대신 예능에서 러브 라인이었던 ‘박경림! 박경림!’ 이름을 외치고요(웃음). 당시에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잘못된 계약이 문제였다. 바쁜 나날을 보냈고 이름을 알렸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없었다.
“여기서 처음 말씀드리는 건데, 명색이 잘나가는 연예인이었지만 회사에서는 제 수익은 물론 담당 매니저의 월급도 나오지 않아 당장 생활비 걱정을 해야 할 정도였어요. 얼굴이 알려졌으니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없었죠. 궁여지책 끝에 매니저와 함께 마스크를 쓰고 아침 출근길 정체 도로 구간에서 수프를 한 잔씩 판 적도 있어요.”
황당함에 웃음이 나오지만 대놓고 웃기엔 좀 슬픈 상황. 그래서 그는 수프 사업으로 재미 좀 봤을까?
“예상외로 도로 정체가 빨리 풀려서 첫날에는 열두 잔밖에 팔지 못했어요. 수프 200인분을 끓여 준비했는데…. 어쩔 수 없이 ‘목’ 선정을 다시 해서 다음날 도전했어요. 매니저는 ‘창피해서 도저히 못 가겠다’라고 했죠. 그 말에 저는 ‘그럼 어쩔 건데? 안 먹고 살 거야!’라고 소리를 지르고 창피해하는 매니저를 다그쳐가며 장사를 했어요. 그렇게 버티고 버텨서 여기까지 온 거예요.”
방송 활동을 이어나갔지만 국내에서 본격 예능 프로그램이 막 붐업하던 당시, 그는 그것을 스타로 가는 발판으로 이용하지 못했다. 지금은 가수들도 서로 출연하고 싶어 하는, 기회의 등용문이 바로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당시에 그는 예능 이미지를 탈피하고 가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일부러 3년이라는 휴식기도 가졌다. 그리고 얼굴 없는 가수 브이원은 그렇게 탄생됐다.
“노래 장르도 일부러 발라드로 정했지만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또 예능 섭외가 들어왔어요. 그래서 과묵 컨셉트로 일관했죠. 그랬더니 재석이 형이 ‘목소리 깔지 마세요. 원래 강현수씨 아니에요?’ 하면서 또 웃음 코드를 만들어주셨어요. 그것 때문에 3년이나 쉬었는데….”
강현수는 유난히 유재석과 함께하는 고정 프로그램이 많았다. 일부에서는 그가 방송을 활발히 할 수 있었던 것은 ‘유라인’이었기 때문일 거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재석이 형이 워낙 사람들을 잘 챙겨주시니까요. 특별히 라인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만약에 제가 다시 방송을 한다면 재석이 형은 반갑게 맞아주시겠죠. 패널의 멘트 하나라도 다 살려주시는 분이니까요. 한창 방송 활동할 때는 친했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제가 사업을 해보니 나이를 먹다 보면 뭐든 순리대로 해야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억지로 욕심을 부리면 탈이 나게 마련이죠.”
험난한 연예계 생활에서 상처도 받고 고난도 많았지만 한 번도 우울했거나 의기소침한 적 없는 씩씩한 청년이다. 어른들이 말하는 ‘속이 없다’라는 표현에서 명랑함만 추가하면 강현수 그 자체일 것이다.

명랑 CEO 성공기 강현수의 지금
그는 순탄치 않았던 방송 활동을 접고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그 시작으로 국내 소셜커머스 업계 태동기에 재빨리 발을 들여놓기도 했다.
“아이디어만 갖고 무작정 법인을 설립해서 회사를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매출도 괜찮게 나왔어요. 첫 달에 스키장 리프트권으로 1억원 매출을 올렸으니까요. 그런데 그만큼 터질 만한 아이템이 별로 없더라고요. 그간에 경쟁 업체도 많이 생겼고요. 다행히 M&A를 통해 빚 없이 다른 분에게 잘 넘겨 정리했지요.”
그리고 지금의 스타 에이전시 일을 시작했다. 연예계 생활에서 쌓은 인맥으로 클라이언트와 연예 소속사들의 이벤트를 연결시켜주는 일이다. 광고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지역 행사부터 결혼식 축가, 돌잔치까지 모든 이벤트를 망라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지는 4년 됐는데, 제가 활동했던 시절의 매니저들이 베테랑이나 실무자급이 되셨으니 그분들에게 많이 부탁하는 편이에요. ‘엔터’ 일이라는 것이 사람 대 사람이 만나는 거라서 제가 누군지 알고 접근하는 것과 얼굴도 모른 채 전화로 하는 섭외는 정말 천지 차이거든요. 두 업체 사이의 조율이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제 가장 큰 장점이죠.”
그의 사업 수완은 다른 경쟁사에 비해 에이전시의 수익률을 높게 책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강현수는 수익보다는 일단 성사 자체에 큰 의의를 둔다. 그렇게 인맥이 쌓이면 후일을 도모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두 업체 모두 만족스러운 금액으로 이벤트가 성사되면 에이전시에 수고비 명목으로 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 것들이 또 수익이 되죠. 가끔 수고비는커녕 절대 ‘네고’가 안 되거나 에이전시를 철저히 ‘을’로 취급하는 기획사도 있어요. 그런 기획사들은 특별 리스트에 올려요. 만약 그 기획사의 소속 가수 섭외 요청이 들어오면 빨간불이 켜지는 거죠. 그럼 전 같은 급의 다른 소속사 연예인들을 추천해요. ‘회사 시스템이 엉망’이라는 평을 살짝 섞어서 말이죠. 그들도 나름의 입장이 있겠지만 결국 태도의 문제예요. 서로 공생하는 관계인 만큼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주셨으면 좋겠어요.”
기자도 종종 섭외할 때 느끼는 연예인 소속사의 지나친 언행. 왜 모르겠는가. 잠시 인터뷰를 중단하고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문제적 소속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그는 ‘나도 왕년에 잘나가는 연예인이었는데…’ 하는 마인드가 남아 있다면 에이전시 사업을 할 수 없다는 말로 분위기를 전환했다.
“주목받던 시절 생각하면 일 못해요. 섭외만 해주면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 현장에 가서 음향 시스템과 동선을 확인하고 담당자와 매니저를 만나게 해주는 것까지가 제 일이에요. 그 과정에서 후배 가수들을 만나지만 저를 알아봐주길 바란다든가 하는 마음은 전혀 없어요. 저는 그냥 행사 관계자예요. 가끔 매니저께서 ‘선배님이야. 인사드려’라고 해주면 그저 고마울 뿐이죠.”
누구든 흑역사는 감추게 마련인데 강현수는 거침없이 담백했다. 주변에서 “사업을 하려면 좀 무게감을 가져라”라는 조언을 듣기도 하지만 가벼울지언정, 쉬울지언정, 그렇게 강현수는 별일 없이 무리 없이 살아왔다.
종합 엔터 기업을 꿈꾼다
강현수가 몸담고 있는 스타코리아 에이전시(www.stars-korea.com)는 3명의 대표가 의기투합해 공동 운영하고 있다. 각자 맡은 3개 파트의 사업부가 있는데, 그가 이끄는 에이전시와 그의 연기자 친구가 운영하는 연기 보컬 아카데미 그리고 최근에 합병한 드라마 캐스팅 파트다. 캐스팅 파트에서 드라마 ‘미생’과 ‘호구의 사랑’ 캐스팅을 담당했다.
“이제 내일모레면 저도 마흔이잖아요. 제 생활은 제가 지키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여전히 생계형 연예 활동을 이어갔다면 전 방송이 고역이었을 거예요. 이제 기반이 안정되고 여건이 된다면 다시 방송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럼 욕심 없이 편안하게 자체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레이디경향」과의 인터뷰를 확정하고 난 뒤 울렁증이 생겨 3일 동안 금주와 절제된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래도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대중에게 알려드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 개인적으로는 결혼 소식도 들릴 나이다.
“제가 워낙 친근한 이미지여서인지 모르겠는데 여성분들이 이성으로 보시지 않더라고요. 정말 편하게 생각해요. 현재 만나는 사람은 있지만 식장 들어가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니까 장담할 수가 없네요. 또 며칠 전에 작은 일로 툭탁거리기도 했구요(웃음).”
결혼 상대는 자신의 불규칙한 근무 시간을 이해해주는 여성이라면 좋겠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형과 누나가 있어 집안의 눈총은 피하고 있지만 마흔 살이 되기 전에는 하고 싶다. 결혼은 가정을 꾸리는 일이다. 꿈으로만 버티는 솔로 생활과는 다르다. 벌여놓은 사업에 충실하고 기반을 튼튼히 다져야 한다.
“규모를 키우고 직원 수도 늘려서 대행사로 갈 수도 있을 거고요. 또 함께 운영하는 분들과 힘을 모아 연예인을 키우는 소속사 형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 하는 일이 블루오션은 아니지만 위험성이 크지 않아서 꽤 괜찮아요. 그렇지만 제가 50, 60대가 돼서도 영업이나 현장에서 직접 뛰기에는 무리가 있겠죠. 그때를 대비해서 큰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강현수는 “큰 욕심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신중한 발걸음을 옮기겠다는 의중일 것이다. 과장되고 잔뜩 힘이 들어간 어깨가 아니라서 마음에 든다. 스스로를 낮추고 비우더라도 상대방을 기분좋게 만들면 그것으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띤다. 요즘 예능에 딱 맞는 캐릭터인데…. 강현수를 사업가로 변신한 복고 연예인으로 마무리하기엔 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기자만의 생각일까?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박재찬 ■헤어 / 정준(라뷰티코아) ■메이크업 / 박미연(파크뷰칼라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