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화보로 화제 모은 FC안양 선수들의 촬영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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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프로축구 시즌이 시작하기 전 선수들은 프로필 사진을 찍는다. 대부분 소속 유니폼을 입고 깔끔하게 찍는 것이 관례. 그런데 FC안양이 공개한 프로필 사진은 말 그대로 파격적이다. 모두를 놀라게 한 그들의 문제적 촬영에 얽힌 뒷이야기를 들었다.

파격 화보로 화제 모은 FC안양 선수들의 촬영 뒷이야기

파격 화보로 화제 모은 FC안양 선수들의 촬영 뒷이야기

지난 3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충격적인 프로필 사진’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제목에는 친절하게 괄호로 묶고 ‘뒤 조심’이라고까지 적혀 있었다.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클릭하지 말라는 뜻으로, 주로 노출 수위가 높은 사진이 있음을 경고하는 일종의 신호다. 아니 프로필 사진이 충격적이면 얼마나 충격적이기에 그럴까. 궁금증 반, 기대 반으로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더니 상의를 탈의한 한 남자가 한쪽 손은 가볍게 청바지 주머니에 넣은 포즈를 취한 사진이 먼저 보였다. 배에 선명하게 새겨진 왕(王)자와 함께 탄탄한 가슴 근육을 자랑하며 남성미를 드러내고 있었지만 기대보다 무난한 수위에 이거 제목에 낚인 거구나라는 확신이 들 무렵, 강도 높은 사진들이 등장했다. 상의를 탈의하고 체인이 주렁주렁 달린 가죽 베스트를 걸친 남자, 아예 굵은 체인을 목에 건 남자, 호피 서스펜더를 두른 남자까지. 게다가 비장한 표정과 달리 어딘가 어색한 포즈라니! 사진 속 주인공들은 대체 누구일까, 대체 왜 이런 프로필 사진을 찍었을까.

이 문제적 남자들은 바로 K리그 챌린지 소속 프로축구단 FC안양 축구선수들이었다. 이 선수들을 꼭 만나야겠다.

네 선수가 말하는 사진의 여파
이번 취재는 4월의 어느 날 홈경기장인 안양종합운동장 내 라커룸에서 진행됐다. 앞서 FC안양 홍보팀과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레이디경향」 독자들을 위해 팀 내에서도 가장 멋진 선수들로 섭외해줄 것을 부탁했다. 물론 상반신 노출 화보를 촬영하느니만큼 훌륭한 복근을 가진 선수는 필수였다. 홍보팀과의 ‘긴밀한’ 협의 끝에 4명의 선수가 카메라 앞에 섰다. 주장 김태봉(28), 공격수 안성빈(28), 미드필더 정재용(26), 수비수 오스틴 베리(28) 선수가 그 주인공. 그라운드 밖에서 만난 선수들은 생각보다 앳된 얼굴이었다. 그라운드에서의 일과를 마쳤기 때문일까. 냉혹한 승부사에서 벗어난 평범한 20대 청년다운 풋풋함과 장난기 어린 모습이 가득했다. 요즘 인터넷에서 프로필 사진이 화제라는 것을 알고 있냐고 슬쩍 운을 떼자 그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정말 모르고 있는건지, 쑥스러움의 우회적 표현인지 얼핏 감지가 어려웠다.

“정말요? 저희가 인터넷을 잘 안 해서. 팬들끼리는 무슨 말이 오갔을 것 같은데, 저희에게는 직접적으로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하더라고요. 대신 지인들이 잘 나왔다고 말해주는데, 개인적으론 제 사진 별로거든요(웃음). 그래서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제 앞이라 좋게 말해주는 건지 모르겠어요.” (김태봉)

지인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은 것은 그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도 마찬가지였다. 그중에서 안성빈 선수의 부모님은 사진을 확대해 집에 걸어놓으셨다고 한다. 집에 오시는 손님은 물론 동네에선 그의 사진을 안 본 사람이 없을 거라며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압권은 미국에 계신 오스틴 베리 선수의 부모님이었다. 사진을 보고는 한국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어오셨다고. 축구를 하겠다며 타국에 간 아들이 한 달 만에 낯선 사진을 보냈으니 의아하게 여기셨던 것이다.

“최종적으로 선택된 사진을 보고 다들 볼멘소리 한마디씩 했어요. 솔직히 사진이 공개되기 전까지만 해도 저희끼리는 누가 가장 잘 나왔다라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은근히 기대했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베스트로 꼽은 사진은 다 빠지고 전혀 예상 못한 컷들이 선택되니까 좀 아쉬웠죠.” (안성빈)

아쉬운 선수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종 선택된 사진들은 다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FC안양 공식 홈페이지 내 선수 소개는 물론 탁상용 달력으로 제작돼 배포됐다. 연고지인 안양 시내 곳곳에는 평범한 유니폼 버전과 특별 버전의 프로필 사진이 함께 걸려 있으며, 홈 경기장 관중석에는 어느 방향에서든 볼 수 있는 초대형 사이즈의 현수막이 자리하고 있다. 처음에는 놀라거나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던 안양 시민도 이제는 FC안양 선수들의 이색 화보에 익숙해졌을 정도다.

파격 화보로 화제 모은 FC안양 선수들의 촬영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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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명, 여심을 사로잡아라!
이번 촬영은 새로 부임한 박영조 단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새 시즌을 맞아 분위기 전환과 팬 서비스를 위한 이벤트로 기획된 것. 촬영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 전해졌을 때만 해도 선수단 내에서는 ‘설마 찍겠어?’ 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고. 몸이 좋은 선수들은 내심 반기는 분위기였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현실을 부정하기에 급급했다는 후문. 간혹 식스팩 복근은 운동선수들의 ‘필수 아이템’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축구의 경우 체력을 기반으로 민첩성과 스피드, 지구력, 유연성을 필요로 하는 종목으로 복근을 만드는 근력운동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축구선수임에도 몸이 좋은 선수들은 훈련 외에 따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근육을 만든 것이다. 그렇게 새 시즌을 준비하는 동계 훈련을 마칠 무렵 선수들이 기대 혹은 우려하던 일이 발생했다.

“촬영 스케줄 표를 나눠주시는 거예요. 29명이 한꺼번에 가서 촬영할 수 없으니 8, 9명씩 조를 짜주신 거죠. 그 표를 받고 나서야 사진을 찍는다는 게 실감이 났어요. 이우형 감독님께서도 그 소식을 듣고 몸을 더 만들어야 하는 선수들을 챙겨주면서 멋진 모습으로 찍으라고 독려도 해주셨고요. 근데 기분 탓인지 몰라도 늘 하는 체력 훈련인데도 강도가 세진 것 같은 느낌이 들던데요(웃음).” (정재용)

어쨌든 단장님의 제안으로 찍은 사진이니 딱히 내키지 않는 사람도 있었을 터. 이 중에는 혹시 없었냐는 질문에 김태봉 선수는 “전혀요. 우리 넷 다 몸이 되니까. 외모도 준수하고요”라며 유쾌하게 답변했다. 그러고 보니 인터뷰 전 진행된 촬영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 셔터 소리에 맞춰 능숙하게 포즈를 바꿔가며 카메라를 맞았던 그들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런 걸 왜 하나 싶었죠. 그런데 막상 스튜디오에 가서 포즈를 취하니까 이런 걸 또 언제 해보겠나 싶더라고요(웃음). 간혹 다른 팀 소속 친구들이 제 사진을 보고 미쳤냐고 놀리기도 하는데, 아마 그 친구들도 은근히 부러워할걸요.” (안성빈)

원래 컨셉트는 여심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남성미를 드러내는 것이었다고. ‘오빠’ 사진을 보고 가슴 설레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소녀 팬들의 고백이 밀려들고, 곳곳에 걸린 사진들이 누가 가져가는 듯 자꾸 사라지고 있다는 사무국 측의 제보를 들으니, 사로잡힌 여심이 꽤 있는 듯했다. 하지만 보편적인 여심을 사로잡기에는 어딘가 촬영 컨셉트가 난해하다는 ‘일말의’ 의구심은 쉽게 접을 수 없었다.

소리 없이 치열했던 촬영 현장
사실 컨셉트가 난해하게 바뀐 데는 이유가 있다. 29명이나 되는 아마추어 모델들의 촬영을 진행하다 보니 포즈가 겹치기 일쑤였다. 이를 본 포토그래퍼의 긴급 제안으로 스튜디오 내에 있던 소품들을 적극 활용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체인, 중절모, 호피 서스펜더까지 등장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렇게 컨셉트는 처음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 거라고.

“선발대로 먼저 촬영을 마치고 온 선수들이 스튜디오에 의상이 있긴 한데 입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니 반드시 챙겨 가라고 해서 우린 그나마 최악은 피했죠(웃음). 그런데 키가 작은 편인 김선민 선수는 그걸 모르고 가서 결국 속옷만 입고 찍었어요. 그 사진이 동네방네 돌아다니고 있으니 굉장히 난감해하고 있죠(웃음).” (김태봉)

사무국에서 선수들에게 시안으로 올려준 해외 축구선수 화보는 결코 ‘참고’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쉬워 보이기만 했던 포즈였지만, 막상 카메라 앞에 서니 로봇이 따로 없었다. 조명 아래에서는 포즈와의 전쟁이 한창이었다면 대기실에서는 운동 경쟁이 뜨거웠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근육이 좀 더 도드라져 보이도록 너나 할 것 없이 팔굽혀펴기를 했다. 안성빈 선수는 훈련장에서보다 더 많은 운동을 한 것 같다고 말해 당시 치열했던 현장 분위기를 가늠하게 했다. 29명 선수 중 가장 포토제닉한 인물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3명이 일제히 베리 선수를 꼽았다.

“생큐!(웃음) 저랑 다른 외국인 선수인 모리스는 마지막에 둘이서만 따로 찍었거든요. 일반적인 프로필을 찍는 줄 알고 갔는데 갑자기 상의를 벗으라고(웃음). 처음엔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많이 헤맸어요. 운동장에 걸릴 줄 알았으면 더 터프하게 찍는 건데, 아쉬워요.”
(오스틴 베리)

안양종합운동장을 장식하고 있는 사진은 올 시즌이 마무리되는 11월까지 걸릴 예정이다. 경기장을 오가며 자꾸 보다 보니 아쉬움이 점점 커지는 모양. 네 선수는 하반기에 다시 촬영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멋진 포즈를 연구해서 찍고 싶다는 김태봉 선수, 지금부터 관리를 해서 더 근사한 몸을 만들고 싶다는 정재용 선수, 이번 촬영에 동참하지 않은 이우형 감독과 그 외에 코칭스태프들도 다음에는 함께 상의를 탈의하고 화끈하게 찍었으면 좋겠다는 안성빈 선수, 마지막으로 여자 모델들과 함께 찍었으면 좋겠다는 오스틴 베리 선수까지. 이 정도 열의라면 올 하반기까지는 몰라도 2016 시즌에는 보다 근사한 사진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새로운 바람을 타고 순항 중인 패기의 군단
2013년 K리그에는 변화의 바람이 일었다. 승강제 출범으로 K리그 클래식(1부), K리그 챌린지(2부) 리그로 나뉘었다. K리그 챌린지와 함께 새로운 구단들이 탄생했는데, FC안양도 그중 하나로 안양 LG(현 FC서울)가 연고지 이전을 한 지 9년 만에 창단된 시민 구단이다. 이제 창단 3년 차에 접어든 FC안양은 개막전에서 만난 ‘난적’ 수원FC를 3대 0으로 완파하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원년 멤버인 정재용 선수는 올 시즌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3년 중 올해가 가장 선수 간에 손발이 잘 맞아요. 선수 구성도 굉장히 좋아서 모든 포지션에서 치열하게 주전 경쟁을 할 정도고요. 축구를 하면서 지난해 처음 울었어요. 수원과 치른 경기에서 결국 져서 분하고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나더라고요. 올해는 그런 눈물을 흘리는 일이 없을 거예요.” (정재용)

작년 시즌을 마치고 대거 선수 이동이 있어서 우려가 컸으나, 다행히 애태운 만큼 훌륭한 선수들이 팀에 합류해 좋은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안성빈 선수는 개막전에서 골을 넣으며 자신을 믿어준 이우형 감독에게 보답을 했다. 2012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한 오스틴 베리를 1년 임대 영입한 것도 큰 수확이다.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축구를 하는 것이 꿈이었어요. 훈련이 끝나면 뿔뿔이 흩어져 개인 시간을 보내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숙소 생활을 하니까 선수끼리 가족 같은 분위기인 것도 좋아요. 모두 잘 대해줘서 고맙고요. 한국에 온 지 이제 한 달밖에 안 됐지만 오길 참 잘했다 싶어요.” (오스틴 베리)

이번 시즌은 FC안양 팀으로도 그렇고, 선수 개인으로도 그렇고 새로운 도전의 연속일 듯하다. 작년에 간발의 골 득실 차로 광주FC에 밀려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쉽다. 게다가 FC안양을 꺾고 올라간 광주FC는 이번 시즌 승격돼 1부 리그인 K리그 클래식에서 활약하고 있다.
“작년에 후반부로 갈수록 경기력이 떨어져서 결국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어요. 올해는 무조건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1부 리그로 승격하는 것이 제 목표이자 우리 팀의 목표예요. 또 재밌는 축구, 이기는 축구를 해서 많은 팬들이 경기장에 오게끔 만드는 것도 저희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김태봉)
FC안양은 경기장 안팎에서 불어오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타고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또래로 구성된 팀은 그 어느 때보다 패기가 넘친다. 축구를 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라 말하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어떤 모습으로 발현될지 이번 시즌 축구보는 재미가 하나 더 늘었다.

파격 화보로 화제 모은 FC안양 선수들의 촬영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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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용 선수 (미드필더, 등번호 42)
1990년생, 188cm, 78kg
작년 시즌 후반부터 경기력이 살아나면서 19라운드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큰 키와 다부진 체격을 활용해 경기장 안에서는 분위기를 전환하며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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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 베리 (수비수, 등번호 29)
1988년생, 188cm, 85kg
미국 프로 축구를 대표하는 수비수 중 1명. ‘더 네이버스’ 등 미국 TV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 중인 배우 로렌 요크가 그의 사촌 여동생으로, 그 역시 눈에 띄는 외모다. “축구를 싫어한다면 저를 보러 경기장에 와주세요”라고 당부하는 유쾌한 유머 감각의 소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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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봉 선수(수비수, 등번호 22)
1988년생, 175cm, 65kg
이번 시즌 주장을 맡았다. 이우형 감독의 적극 추천으로 팀 창단부터 함께한 원년 멤버. 외국인 선수들과 보다 활발한 의사소통을 위해 개인 시간에 영어 과외를 받을 정도로 선수단을 살뜰히 챙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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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빈 선수(공격수, 등번호 11)
1988년생, 178cm, 75kg
올해 팀에 입단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늘 벤치에서 보던 개막전에 이번에는 직접 출전해 골까지 넣어서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강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안양 시민들이 자신을 알아봐서 마냥 행복하다는, 알고 보면 무척 순수한 남자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이선희(프리랜서) ■사진 / 김동연(프리랜서) ■사진 제공 / FC안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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