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TV ‘불타는 청춘’ 싱글 중년들의 유쾌한 청춘 찾기
가식 0%의 중년 스타들이 온다
유재석의 ‘말발’도, 삼둥이나 사랑이의 재롱도, 대세 아이돌의 늘씬한 비주얼도 필요 없다. 그저 중년 연예인들이 나오는데 웃음 폭탄이 터진다. ‘불타는 청춘’은 개그맨 김국진, 가수 강수지, 기타리스트 김도균, 배우 양금석과 홍진희, 김혜선, 이근희가 주축 멤버다. 그 밖에 성악가 김동규, 가수 조정현과 이덕진, 배우 박찬환과 김일우 등이 ‘청춘’ 여행에 다녀가며 기존 멤버들과 동심의 시간을 즐겼다. 그동안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싱글 중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프로그램은 거의 없었다. ‘돌싱’부터 순수 미혼 중년까지 출연진 구성이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조합. 출연진들도 또래들끼리 모인 덕분에 더 편안한 것인지 드라마나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맨얼굴을 드러낸다. ‘설정일까?’, 하고 의심하게 만들던 다른 예능 프로그램의 인공적인 맛이 전혀 없어 보기 편안하다.

SBS-TV ‘불타는 청춘’ 싱글 중년들의 유쾌한 청춘 찾기
중년 연예인들이 모였더니 의외의 재미가 폭발한다. 일단 또래끼리 여행을 떠나는 것이니 나이를 의식할 필요가 없다. 중년의 관록인지 누가와도 스스럼없이 쉽게 친해지고 이심전심 서로를 챙긴다. 비슷한 세대끼리 모이다 보니 동심으로 돌아간 것처럼 깔깔대며 뛰어놀아도 “주책맞다”라며 핀잔주는 선후배의 지적도 없다. 오랜만에 모인 초등학교 동창회 같은 정겨움도 물씬 풍긴다. 매력 넘치는 남녀들이 모이니 자연스레 호감과 설렘도 피어난다. 눈길을 끄는 건 김국진·강수지 커플, 양금석·김도균 커플. 커플 매칭 프로그램처럼 인위적으로 짝을 지어주는 장치가 없는데도, 출연진들끼리 자연스럽게 서로 호감을 표현하고 있다. 김국진은 강수지의 요청이면 뭐든 발 벗고 나서는 적극적인 모습을, 강수지는 “오빠는 뭐든 잘하고 힘도 세다”라고 칭찬하며 김국진을 으쓱하게 만드는 등 의외로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장 흥미진진한 커플은 양금석·김도균이다. 먼저 호감을 표시한 양금석에게 다소 주춤거리던 김도균도 이제는 “우리는 콤비”라며 양금석 곁에 딱 붙어서 점퍼도 벗어주고 앉을 자리에 수건도 깔아주는 등 자상하게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해 앞으로의 전개를 기대하게 한다. 조급하거나 유치하지 않고 은근한 중년의 ‘썸’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추억의 놀이 대방출!
어릴 때 골목길에서 즐겼을 법한 추억 어린 놀이들이 대거 등장해 향수를 자극한다. 부대 자루를 타고 언덕에서 눈썰매를 타는가 하면 ‘말뚝박기’를 하며 아이들처럼 승부욕을 불태우기도 하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며 시간을 잊는다. 그깟 게임이 뭐라고 눈에 불을 켜고 투지를 다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저들이 중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천진난만하다. 젊은 사람들은 다 안다는 ‘눈치게임’이 뭔지 몰라 30분 동안 설명해야 하지만, 놀이에 열중해 즐기는 모습만큼은 제대로 된 청춘이다. 하지만 여기저기 쑤시고 아플 나이라 그런지 신나게 놀고 나면 곳곳에서 관절을 어루만지며 “아구구” 소리가 절로 터져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당장 달려가고 싶은 여행지
또 다른 재미 포인트는 산 좋고 물 좋은 시골 마을의 경치다. 강원도의 눈 덮인 산골 마을에서 출발해 매화가 만개한 섬진강 매화마을을 거쳐 노란 유채꽃과 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남해마을, 대나무 숲 우거진 초록빛 담양마을까지. 시청자들이 안방에서 눈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전국의 풍경 좋은 시골 마을을 모두 찾아다닐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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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터프한 모습 처음이야! 김국진(51) 제작진의 말에 의하면 자신이 남자 출연자 중 막내라는 사실에 ‘꽂혀서’ 출연을 결심했다는 이 남자. MBC-TV ‘라디오스타’에서의 소심한 모습과는 영 딴판인 적극적인 성격을 보여준다. 성악가 김동규와 힘겨루기, 장작 패기 대결을 즐기는가 하면, 말뚝박기 게임에서는 불타는 승부욕을 보여주며, 강수지의 “오빠, 물고기 보고 싶어요”라는 한마디에 거침없이 강물로 뛰어드는 등 열정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출연진들을 이끌고 상황을 정리하는 역할도 깔끔하게 소화한다. 확실히 ‘불타는 청춘’ 안에서의 김국진은 이전보다 훨씬 생기 가득하고 매력 넘친다.
중년이 된 1990년대 원조 여신! 강수지(49) 가냘픔의 대명사였던 강수지가 쉰을 눈앞에 두고 있다니, ‘불타는 청춘’을 보며 새삼 놀란다.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살았을 것 같은 소녀 같은 외모는 여전한데, 부침개며 해물탕도 척척 잘 만들어내고 김국진에게 스스럼없이 “오빠”라고 살갑게 부르며 은근히 챙겨주는 등 한층 꾸밈없는 모습이다. 한편 이제는 새하얀 원피스보다 펑퍼짐한 옷이 더 잘 어울리게 된 중년의 강수지를 보는 원조 남성 팬들의 마음은 여전히 설렌다는 반응.
이 언니의 매력에 빠져든다… 빠져든다! 양금석(55) 미처 몰랐다. 이토록 강력하고 다채로운 색깔을 가졌는지. ‘불타는 청춘’에서 양금석은 그간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차가운 이미지를 벗고 성숙한 여인의 매력을 제대로 발산 중이다. 흐드러지게 핀 매화 아래에서는 창 한 소절을 멋들어지게 뽑아내는가 하면, 김동규와 즉석에서 자이브를 선보이기도 했다. 장발의 김도균이 수돗가에서 혼자 머리를 감으며 힘겨워하자 조용히 다가가 머리를 감겨주는 누나 같은 포근함까지. “도균씨가 마음이 참 예쁘다”라며 호감을 보인 양금석은 김도균에게 공연을 같이 보자며 “로맨스가 되면 안 돼?”라고 ‘돌직구’를 날리는 화끈함도 갖췄다. 심지어 49세의 이덕진까지 “누나는 어색하고, 여자로 보인다”라고 고백했다니, 앞으로 펼쳐질 이 여인의 끝없는 매력이 몹시 기대된다.
웃음 담당 예능 새싹! 김도균(52) 그가 없으면 ‘불타는 청춘’이 이토록 웃기지는 않았을 거다. 오십이 넘어서도 흉하지 않게 천진난만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 보이는 이 남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할 줄 모르고, 미끼로 쓰는 지렁이가 아플까 봐 낚싯바늘을 들고 쩔쩔 맬 만큼 못하는 것투성이지만 호감을 느끼는 양금석 앞에서 ‘헤헤’ 웃는 모습에선 어딘가 모성애를 자극하는 마성의 캐릭터다. 그의 엉뚱함과 순박함이 ‘불타는 청춘’을 유쾌함으로 물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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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담당 막내! 김혜선(47) 드라마 촬영 현장에 가면 ‘선배님’, ‘중견 연기자’로 깍듯이 대접받을 나이건만 ‘불타는 청춘’에 오면 꼼짝없이 ‘우리 막내’다. 그런데 김혜선은 막내 취급을 받는 것이 싫지 않은 기색. 1박 2일간의 여행 동안 궂은일을 도맡아 하며 부엌일을 능수능란하게 해치우는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때 소년 팬들의 ‘책받침 여신’으로 불렸던 김혜선은 또렷한 미모는 그대로, 이제는 푸근함과 편안한 느낌까지 풍기며 언니, 오빠들을 살뜰히 챙기는 막내로 거듭났다. 얌전히 일만 하다가도 비닐하우스에 마련된 간이 노래방에서는 ‘당돌한 여자’를 온몸으로 열창하는 등 숨길 수 없는 흥을 발산하기도 해 앞으로 어떤 의외의 재미를 줄지 기대되는 다크호스.
넉살 좋은 분위기 메이커! 이근희(56) 한동안 TV에서 모습을 볼 수 없던 배우 이근희가 ‘불타는 청춘’의 분위기 메이커로 등극하고 있다. 낯선 출연자에게도 스스럼없이 친근하게 말을 붙이거나 순식간에 분위기를 흥겹게 띄우는 재능을 보여준다. “예전에는 말 붙일 수도 없었던 여신들과 방송을 한다”라며 감격스러워 하는 모습, ‘술 메이트’ 홍진희와 커플 모자를 쓰고 들떠 하는 모습, 홍진희가 이덕진에게 호감을 보이자 은근히 질투하는 모습을 보면 어딘가 귀여운 아저씨의 매력이 느껴진다.
“카메라 속 모습이 리얼 100%입니다”
‘불타는 청춘’ 박상혁 PD
중년 싱글 연예인들을 모아서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을 하다니, 신선했어요. 이 프로그램 전에 ‘룸메이트’를 만들었어요. 그 프로그램을 하면서 문득문득 느꼈던 갈증을 ‘불타는 청춘’에 풀어낸 거예요. 예컨대 아이돌같이 어린 스타들과 오랫동안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찍어보니 한계가 있었어요. 설령 서로에게 호감이 있어도 마음을 표현하는 데 제약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또 연령대가 다른 집단이 모여서 생활하다 보니 처음에는 신선했는데 점점 서로 공감대가 약해지고요. 그래서 나이는 중년, 현재 싱글, 이 조건을 충족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인물을 모아보자 한 거죠. “어떻게 싱글, 중년을 이렇게 다양하게 모았느냐”라고 궁금해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제는 출연진들이 “OO도 싱글이고 재밌는 애”라며 추천해주셔서 앞으로도 다양한 분들이 출연하실 예정이에요.

SBS-TV ‘불타는 청춘’ 싱글 중년들의 유쾌한 청춘 찾기
실제 커플이 탄생할 조짐이 보여요. 양금석·김도균씨 말씀하시는 거죠? 저희가 설정한 건 절대로 아니에요. ‘친구 찾기’가 프로그램 방향이긴 한데, 워낙 매력 있는 남녀들이 모이다 보니 서로 자연스럽게 호감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촬영 없을 때도 종종 연락 주고받고, 촬영장에서 귀가할 때 같은 차를 타고 가기도 하세요. 이근희·홍진희씨 같은 경우는 ‘카풀’해서 함께 촬영지로 오시기도 하고요. 관계가 어떻게 발전해 갈지는 저희도 기대되는 부분이에요.
‘불타는 청춘’ 현장에만 있는 게 있다면? 일단 다들 카메라 의식하는 것 없이 솔직하세요. 불쑥불쑥 야한 이야기도 거침없이 즐겨 하시고요. 19금 코멘트들이라 편집하느라 애를 먹을 정도로요(웃음). 그리고 다들 집에서 음식이며 술을 그렇게 바리바리 싸오세요. 덕분에 현장에 늘 먹을 게 풍부하죠. 싱글 중년으로 사는 것에 대한 허심탄회한 속내도 오가는데, 여기에 공감 가는 분들도 많을 테고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만드는 PD들은 ‘어떻게 더 실제같이 뽑아낼까’를 고민하는데, 이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저는 그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니 정말 행운이죠. 새로운 경험도 해요. 중년 대상 예능 프로그램이다 보니 시청자분들께서 홈페이지 게시판에 후기를 올리기 보다는 “재밌게 봤다”라며 방송국으로 직접 전화를 하시는데, 신기해요.
반대로 없는 건 뭐예요? 체력이요. 오래 촬영하질 못해요. 다들 금방 지치세요(웃음). 뛰어놀 때는 잠깐 나이를 잊으시는 것 같은데 조금 놀다 오면 방에 들어가 누우세요. 그리고 스마트폰 없는 분들이 많아서 보통 흔히 만드는 출연자 SNS 채팅방도 없고요. 그래서 요즘 다들 잘 안 쓰는 ‘문자메시지’로 공지를 보내요. ‘폰카’도 없어요. 젊은 친구들이랑 촬영하면 출연자들끼리 수시로 ‘셀카’를 찍기 바쁜데, 다들 그런 거엔 관심이 없으세요. 막내인 김혜선씨만 유일하게 가끔 ‘셀카’를 찍으세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나요? 중년들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서 자유롭고 즐겁게 노는 모습을 최대한 많이 보여드리려고 해요. 중년이란 존재가 나이도 먹고 인생 경험도 쌓였지만 마음만은 20대 청춘이랑 똑같은 면이 있잖아요. 그런 꾸밈없는 면을 많이 끌어내고 싶고요. 낯선 사람들끼리 만나서 점점 친구가 돼가는 모습을 계속 담을 거예요. 그래서 고정 출연진들로만 가지 않고, 수시로 새로운 중년 친구들이 등장해요. 한 번 왔던 분들이 다음에 또 오실 수도 있고요. 지금 중년인 분들, 중년을 지나온 분들, 중년을 앞둔 분들 모두 편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꾸려갈 겁니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정성민(프리랜서) ■사진 / 안지영 ■사진 제공 /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