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문으로 들었소’ 주역들의 중간 점검 인터뷰 中 밉지 않은 ‘슈퍼갑’ 유준상 인터뷰 전문 공개
그럼요, 모든 이야기는 다 작가 선생님이 만들어주시는 겁니다.
애드리브는?
전혀요. 하나도 없습니다. 대본에 쓰여 있죠. ‘어떤 타이밍에 머리를 툭툭 친다’라고 지문에 적혀 있습니다. 정말 디테일하게 쓰여 있어요. 얼마나 디테일하냐면, ‘그래요’라는 대사 옆에 (나는 전혀 그런 마음이 없음)이라고 적혀 있는 거죠. 그러면 괄호 속 내용을 제가 되뇌면서 대사를 하는 거죠. 시청자분들은 그걸 모르잖아요? 그런데도 그렇게 디테일하게 지문에 넣어주세요. 그러니까 배우들이 그 하나하나를 살리지 않을 수가 없는 거예요.
대본이 빨리 안 나온다는데도 디테일을 그리 살린다는 게 대단하네요.
우리 유호정 언니(유준상은 유호정을 ‘언니’라고 불렀다)가 연기 내공으로! 그래서 저희가 대본이 나오면 다 모여요. 바로 리딩해요. 다 같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수도 없이 맞춰보죠.

‘풍문으로 들었소’ 주역들의 중간 점검 인터뷰 中 밉지 않은 ‘슈퍼갑’ 유준상 인터뷰 전문 공개
일단 저 집이 내 집이었으면(웃음). 막상 저 집에 살려고 하면 너무 많은 인원이 필요하고 번거로울 거 같아요. 청소도 그렇고요. 저런 경험은 여기서 끝내는 걸로 할 텐데…. 사실 한정호는 엄청난 인물이죠. 아직도 파헤쳐지지 않은 인물인데, 실제로 이런 인물이 분명히 존재할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연기하고 있죠. 지금은 이 인물이 귀여워 보이는 면도 있지만 사실은 이 인물들이 우리 사회에 필요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제가 지금 저를 디스하고 있는 거지만(웃음)- 되게 어려운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걸 작가 선생님이 교묘하게 잘 풀어가고 계셔서 앞으로도 상당히 기대가 되는 드라마죠.
‘갑’인데 미워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거든요.
그러게요. 의도치 않은 거거든요.
갑의 입장을 맡은 적이 거의 없었죠?
거의가 아니라, 한 번도 갑의 입장을 연기해본 적이 없어요. 무척 재밌고,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대사가 어렵잖아요. 대사 속에 역사적 인물도 많이 나오고요. 그 대사 속에 역사적 인물이 나오면 지식백과 다 찾아서 보거나 전자책 구입도 해요. 법률 책도 사서 보고요. 요즘 지식이 엄청 늘어나고 있어요. 이 드라마가 나에게 지식까지 주면서 하는 드라마구나(웃음). 장단음까지 찾아가며 하고 있거든요. 그만큼 이 한정호라는 사람이 말 한 마디, 한 줄조차 최적화된 문법의 어휘를 구사하는 거죠. 그래서 특히나 감독님도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써’로 발음하면 바로 NG를 외치고 다시 하게끔 하죠. “그런 거 틀린 것, 맞는 것만 찾는 분들이 있다고. 그런 분들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게 감독님의 말씀이세요. 그렇다보니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닌 거예요. 자연스럽게 공부가 되고 이 인물에 적합한 말투가 나오는 거예요. 발음까지.
원래 그렇게 지적 호기심이 많은가요?
지적 호기심이 나이가 들수록 더 생기네요. 변호사 관련 책은 정말 많았어요. 찾아서 읽고, 팟캐스트 듣고. 그리고 감독님이 뛰어나세요. 정말 많은 책을 보시거든요.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죠. 얘기하다 보면 책들이 술술 나와요. 그럼 그거 듣고 저도 구입해서 틈틈이 읽어보고.
지금껏 맡은 역할 중 가장 지적인?
아주 지적이죠. 최고죠,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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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랑 호흡이 아주 잘 맞아요. 제가 언니라고 부르는데, 실제로 저보다 10개월이 많거든요. 우리 언니가 빠른 69예요(유준상은 1969년생). 우리가 또 ‘빠른’은 68로 가잖아요. 그래서 제가 만나자마자 언니라고 했어요. 감독님이 그러셨어요, 유호정씨가 여기 나오는 모든 인물을 다 받쳐주는 거라고. 그게 맞는 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유호정씨가 그렇게 연기를 안 받쳐주고 본인이 드러나려고 했더라면…. 그런데 (그렇게 안 해도) 본인이 더 잘 보이잖아요? 그 조화를 이뤄줬기 때문에 여기 있는 모든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거라는 말씀을 담담하게 얘기해주셨는데, 저한테는 상당히 큰 의미로 다가왔어요. 아, 진짜 내가 파트너를 정말 잘 만났구나.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김남주씨도 그렇고 유준상씨와 같이 하는 배우들이 워낙 호평을 하잖아요?
제가 워낙 여배우 복이 있어서요. 호정 언니를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죠(웃음).
앞으로 이렇게 전개됐으면 하는 방향이 있나요?
이 드라마는 예측이 안 돼서 정말 좋은 거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예측이 안 됐으면 좋겠어요. 사실은 대본이 좀 늦게 나오기 때문에 다른 쪽에서 어떠한 이야기가 펼쳐져 나가는지 몰라요. 방송 보고 알게 돼요. ‘와, 이렇게 이야기가 갔구나! 와! 그래? 정신 번쩍 차려야지!’ 이렇게 세밀하게 인간심리를 다루고 있는데 정신 번쩍 차려서 내 역할을 정확하게 해주지 않거나 정말 한 순간이라도 놓치면 훅 가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러니까 연기할 때는 최대한의 에너지를 여기에 다 쏟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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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된 사람, 난 사람, 든 사람’이거든요. 이걸 전부 다 갖고 있는 사람이라서 어렵고 입체적인 사람이죠. 그런 사람이 (손자) 진영이 앞에서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 사람을 모르는 거죠. 그래서 어떻게 흘러갈지를 모르는 거예요. 하지만 한정호가 계속 추구하는 것은 된 사람, 든 사람, 난 사람. 절대 사람들에게 피해를 안 주는 거죠. 그 누구한테도 하찮게 대하지 않는 거고요.
그게 이중적이잖아요? 겉으로는 그렇게 하지만 속으로는 다른?
그걸 받는 사람은 절대로 이중적이라는 걸 모르는 거죠.
그런 이중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죠. 이게 너무 대단하기 때문에 범접할 수 없는 거고요. 이 사람이 사회에 나쁜 일을 저지른다면 어마어마하게 저지를 수 있어요. 조심해야 됩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갈지 몰라서…. 저를 통해서 어떤 인물까지 보여주는지는 모르겠지만, 거기에 적합한 인물이 되기 위한 과정인 거죠. 이제 반이 지났고, 사실은 호정 언니도 어려운 순간인 거 같아요. 정말 사람의 세밀한 심리를 다루는 거기 때문에. 호정 언니 표정하나로도 봄이(고아성 분)가 보이잖아요? 호정 언니가 당하는 걸 보고 우리가 즐거워하고. 얼마 전에 나온 신에서 선숙이(이선숙 비서 역의 서정연) 무릎을 꿇고 있고 그 다음 나온 신이 어떻게 됐는지 모르지만 호정 언니가 계단 내려오면서 그 장면을 보고 ‘아아’ 하는 신으로 끝나잖아요? 우리 연기자들이 그렇게 (시청자가 못 본 장면을) 알아서 표현해줌으로써 전달이 되잖아요. 또 한정호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데 이미 그 안에서 모든 걸 조정하고 있고, 그걸 시청자들은 나중에 알았잖아요? 저도 방송 보면서 놀라는 거죠. 이런 드라마였구나! 내가 엄청나게 많은 걸 하고 있었던 거죠.
한정호의 가면을 벗기는 재미로 이 드라마를 본다는 시청자가 있어요.
그건 모르겠습니다만, 하여튼 저희는 끝까지 작가 선생님의 쓴 주어진 글 안에서 - 글이 주옥같잖아요? 정말 기가 막힌! 저도 적은 나이는 아니기 때문에 이게 좋은 글인지 나쁜 글인지에 대해 볼 수가 있는데, 이런 대본을 내가 할 수 있다니! 그것도 호정 언니와 할 수 있다니 좋은 거죠.
당초 시놉시스도 안 보고 출연을 결심하셨다고요?
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후회는?
없죠.
쉽지 않은 결정이잖아요?
그게 안판석 감독, 정성주 작가라서 가능한 것일 거예요.
이전에 함께 작업해본 적이 있나요?
안 해봤죠. ‘밀회,’ ‘아내의 자격,’ ‘하얀 거탑’을 봤고 또 저분들에 대한 얘기를 풍문으로 듣잖아요.
왜 그렇게 연기자들이 두 분을 좋아할까요?
(영화배우들이) 홍상수 감독, 강우석 감독님과 한번 해보고 싶다, 라고 하는 것처럼 드라마 쪽에서는 ‘안판석 감독님과 해보고 싶다!’ 그런 걸 거예요.
실제로 함께해보니까 어떤가요?
아, 드라마 쪽의 거장이신 거죠. 괜히 그 이름이 안판석이 아니구나, 라는 걸 체험하는 거죠. 그래서 더 건강하게 오랫동안 많은 작품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풍문으로 들었소’ 주역들의 중간 점검 인터뷰 中 밉지 않은 ‘슈퍼갑’ 유준상 인터뷰 전문 공개
빵빵 터졌죠. 원래는 뛰어넘어가는 설정이었는데 연습하다가 진짜 걸린 거죠. 그래서 감독님이 바로 작가 선생님한테 전화를 했죠. ‘낭심 사건이 일어났으니 이걸 반영해주십시오’. 그래서 그 다음 회에 내용이 바뀐 거예요.
NG는 없었나요?
리허설 때 한 번 보여드리고 스태프들 다 뒤집어지고(웃음). 레디 액션했을 때, 한 번에 간 거죠.
아팠겠어요?
아팠죠.
그거 하나 애드리브하신 거네요?
만약에 애드리브라고 하면 유일한 애드리브네요.
어떤 결말은 바라나요?
봄이(고아성 분)가 대통령이 된다는 얘기도 하고, 인상이(이준 분)가 제일 멋진 캐릭터가 될 거라고도 해요. 그런데 아무도 예측을 못해요. 아, 우리끼리는 이런 얘기도 있어요. 우리 부부가 진영이 때문에 셋째를 가질지도 모른다(웃음). 우스갯소리로 봄이가 대통령되면 얼마나 멋질까, 라고도 하죠. ‘봄이를 대통령으로 만든 한정호’ 이렇게 되는 거고. 모르죠. 그래서 재밌어요. 예측이 전혀 안 돼서.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요?
배우들과 연출자, 스태프가 서로 의지하면서 하고 있어요. 우리 팀워크가 무척 좋거든요. 대본 나오면 모든 비서진과 집사님들 다 모여서 한 자리에서 연습해요. 대본이 늦게 나와서 힘들지만 누가 시키지 않아도 다 모여서 연습해요. 정말 대본에 집중하는 거죠.
심지어 진영이 역의 아기까지도 연기를 잘한다고요?
아기도 잘했죠. 저도 놀랐습니다(웃음).
■글 / 장회정 기자 ■사진 제공 /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