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프로듀사’가 발견한 별 하나, 배우 노수산나

드라마 ‘프로듀사’가 발견한 별 하나, 배우 노수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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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직 대중에게 알려진 게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이번 인터뷰가 조금 더 특별했는지도 모른다. 드라마 ‘프로듀사’를 통해 존재감을 알린 배우 노수산나.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새롭다.

드라마 ‘프로듀사’가 발견한 별 하나, 배우 노수산나

드라마 ‘프로듀사’가 발견한 별 하나, 배우 노수산나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어색하다고 말하지만 표정이나 포즈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꽤 오랜 시간 무대 위에 섰던 배우라서 그런지 자신을 무척 다양하게 표현해냈다. 그동안 연극배우로 활동한 노수산나(29)는 얼마 전 또 다른 시작을 했다. KBS-2TV 금토드라마 ‘프로듀사’를 통해 드라마 데뷔를 한 것. 그녀는 이 드라마에서 하늘에 있는 별도 달도 섭외할 수 있다는 능력 있는 섭외작가 역을 연기했다. 비록 이름 없는 작은 역할이었지만, 배우 이희준의 전 연인으로 기억되던 한때에 비하면 이제는 오롯이 그녀의 이름만으로 기억되기에 충분할 만큼 존재감을 드러냈다.

수산나라는 이름이 정말 특이해요. 세례명이에요. 세례명인 줄 단번에 아시는 분들도 있고, 꽃 이름 수선화로 착각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순수 한글 이름이냐고 물어보시기도 하고요. ‘노’씨에 ‘수산’을 붙인 ‘농수산’이라는 별명도 생겼어요. 수산시장이라고 불리기도 하고요(웃음). 그래도 이름이 특이하고 네 글자다 보니 한 번 들어도 서너 번은 들은 것처럼 느껴지시나 봐요.
연극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열 살 때 인천의 한 성인극단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영어 연극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부모님께서 영어 공부시키려고 저를 보내셨는데, 하라는 공부는 하나도 안 했죠. 영어 대사 밑에다가 발음을 한글로 썼어요. ‘아임 유얼…’ 이런 식으로요. 어렵긴 했지만 정말 재밌는 거예요. 그 이후로 방학 때마다 공연에 참여했어요.

초등학생 때부터면 정말 오래됐네요. 처음 무대에 오르던 때를 기억하나요? 당연하죠! 첫 무대에 대한 기억이 아주 강렬하게 남아 있어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들’에서 ‘모르지아나’라는 여자 주인공을 맡았어요. 첫 공연을 앞두고는 몸에 열이 확 오를 정도로 무대 위에 선다는 것에 대한 긴장감을 느꼈죠. 초등학교 3학년짜리 꼬마가 배꼽티를 입고 칼춤을 추던 게 생각이 나네요. 어렸을 때 신데렐라, 흥부전, 크리스마스 캐럴 등에서 맡았던 역할들은 다 악역이었어요. 백설공주에선 왕비를, 신데렐라에서도 계모를 맡았죠. 피부가 까무잡잡해서 백설공주를 시킬 순 없었던 것 같아요(웃음).

연기를 하는 게 정말 즐거웠나 봐요. 조명이 비추고 사람들이 집중하는 무대에 있다는 것이 참 좋았어요. 내가 연기를 하면 관객들이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게 즐거웠던 것 같아요. 다른 친구들과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는 재미에 푹 빠지기도 했고요. 방학 때마다 6~7시간씩 땀 흘리면서 연습하곤 했는데, 여러 사람이 함께 어울려서 극을 완성한다는 그 느낌이 굉장히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지금은 극단에 소속돼 있는 건가요? ‘차이무’라는 극단에서 데뷔를 했고 이후로는 계속 프로덕션 개념의 외부 작업을 하면서 여러 극단과 만났어요. 프리랜서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차이무에서 연극배우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마음은 항상 그곳에 있어요. 매년 선배님들을 만나 뵙고 공연도 보러 가곤 해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은 어떤 것인가요? 데뷔작이었던 ‘B언소’요. 처음이기도 했고 일인 다역을 맡아서 여러 가지 캐릭터를 연기했기 때문에 공연 자체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작년에는 ‘썸걸즈’와 ‘날 보러 와요’ 두 편을 같이 했어요. ‘썸걸즈’에서는 똑똑한 20대 의사, ‘날 보러 와요’에선 형사를 짝사랑하는 다방 아가씨 역할로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맡았죠. 하루는 아는 거 없지만 순수한 다방 아가씨, 하루는 똑똑한 의사 역할을 번갈아가면서 연기했는데,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새로운 기회, ‘프로듀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졸업한 뒤 꾸준히 연극 활동을 해오던 그녀에게 드라마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발을 디딜 기회가 찾아왔다. 오디션을 보러 갈 때만 해도 이렇게 크게 주목받을 작품일지는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프로듀사’에서 일명 ‘독수리 5 스태프’ 중 하나였던 그녀는 라준모 PD(차태현 분)를 필두로 한 예능국의 ‘1박 2일 팀’에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프로듀사’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원년 멤버이신 윤성호 감독님의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어요. 그때 인연으로 오디션을 보게 됐죠. 오디션 당일에 대본을 받았는데, 이 드라마는 등장인물이 무척 많다고 하시더라고요. 5명 정도를 연기했던 것 같아요. 여러 인물들의 대사를 한자리에서 읽어보니 무척 재미있었죠. 처음엔 그냥 금토드라마 정도로 알고 있었어요. 짧고 가벼운 프로그램인가보다 했는데, 조금씩 내용이 드러나는 걸 보니 차태현 선배님이 주인공이라는 거예요. 나중에야 규모가 큰 작품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드라마와 연극은 어떤 점이 다르던가요? 공연은 어찌됐건 연습 기간이 있잖아요. 다 같이 모여서 극을 만들어가는 시간이 있는데, 드라마는 혼자 준비해서 현장에 와야 해요. 리허설을 하긴 하지만 딱 한 번 맞춰보는 정도고요. 그래서 현장에서 순발력이 굉장히 중요해요. 촬영하면서 카메라의 앵글, 화면의 구도를 하나하나 배워가는 게 정말 즐거웠어요. 연극 무대에서는 관객들이 보고 싶은 곳을 보잖아요. 그런데 드라마는 카메라가 잡아주는 부분만 화면에 보이니까 저도 모르게 외적으로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로 실물이 훨씬 나아요. 그런데 실물보다 화면이 괜찮다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래서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웃음). 아직까지는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화면에 어색함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계속 카메라에 노출되면서 흔히 말하는 카메라 마사지를 받으면 좀 더 자연스러워지지 않을까요?

드라마 ‘프로듀사’가 발견한 별 하나, 배우 노수산나

드라마 ‘프로듀사’가 발견한 별 하나, 배우 노수산나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궁금해요. 팀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어요. 어쩌다 보니 스태프 역할을 맡은 5명이 대부분 서로 아는 사이였죠. 상대방의 친한 친구가 저와도 친분이 있는 식으로 연결고리가 있어서 더 가까워질 수 있었어요. 또 저같이 드라마보다는 연극 경험이 많은 배우들이라서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고요. 계속 팀으로 움직여서 대기 시간에도 항상 함께 있으니 친해질 수밖에 없었어요. 차태현 선배님께는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초반부터 저희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시면서 거리낌 없이 다가와주셨어요. 고기도 사주시고(웃음). 선배님을 떠올리면 참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 정도로 정말 잘해주셨어요.

특별히 친분을 쌓게 된 배우가 있나요? 서브 작가 손지연 역할을 맡았던 이채은 언니랑 많이 친해졌어요. 언니가 저보다는 카메라 앞에 선 경험이 많아서 제게 이것저것 많이 가르쳐줬거든요. 제가 아직 소속된 회사가 없어 혼자 다니는데, 다른 배우들은 다 소속사가 있어요. 그래서 나머지 4명이 저를 특히 많이 신경 써줬죠.

예능국 전체가 운동회를 하던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각자 속한 팀이 있으니까 다른 팀 배우들은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운동회 촬영 날엔 예능국 사람들이 전부 모였죠. TV에서만 보던 뮤직뱅크 팀, 신입 PD 팀이 모두 한자리에 있으니까 정말 신기했어요. 배우끼리 서로 마주치면 TV에서만 보던 얼굴이라며 신기해했죠. 단체 사진이라도 남기자는 말이 나왔는데 결국 타이밍을 놓쳐서 찍진 못했어요. 무척 아쉬웠어요.

첫 드라마였잖아요. 전체적인 소감을 부탁해요. 예능국에서 제작한 드라마라고 해서 많이 다르다는 얘기가 나왔잖아요. 그런데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다른 드라마 촬영하는 거랑 비슷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드라마가 처음이라 잘 몰랐지만요. 현장 분위기 하나는 정말 좋았어요. 시간이 촉박한 가운데 촬영해서 다들 너무 바쁘고 정신없었는데도 누구 하나 큰소리 낸 사람이 없었어요. 정말 즐겁게 촬영했고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차근차근 걷는 배우
지금까지 연기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온 노수산나에게 얼마 전부터 계속 카메라 앞에 서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특별히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는 건 아니다. 차분하면서도 깊은 상처가 있는 역할도 해보고 싶고, 전혀 생각 없어 보이는 발랄한 역할이라도 상관없단다. 스펙트럼을 조금씩 넓혀가면서 자신 안에 또 어떤 매력이 숨겨져 있는지를 찾아보고 싶다고.

한길만 걸어왔어요. 후회한 적 없나요? 후회는 없어요. 제가 한번 시작하면 다른 곳으로 눈을 잘 안 돌리는 성격이거든요. 어느 순간 조바심이 밀려올 때도 있지만 ‘어떻게 잘되겠지’라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아요. 지금은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활동한 지 5년 차인데, 그동안 무대 연기만 해왔잖아요. 이제 방송이나 영화의 영역으로도 발을 넓혀보고 싶어요. 작년부터 이런 마음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는데, 신기하게도 때마침 ‘프로듀사’에 출연하게 돼서 정말 기뻤어요.

흔히 연극배우는 배고픈 직업이라고 말하기도 해요. 배고픈 건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금전적이고 생활적인 부분을 생각하다 보면 한없이 작아지고, 고민이 많아지죠. 하지만 그 생각만 하면 공연을 할 수 없어요. 많은 배우들이 공연만 하면 돈이 안 되니까 다른 분야로 돈벌이를 하는데, 이 경우엔 무대로 잘 못 돌아오더라고요. 조금 벌더라도 끊임없이 연기를 하는 게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지금까지 계속 무대에 서 왔어요. 정말 돈이 없을 때는 부모님께 손을 벌리기도 했고요. 신기한 게, 돈이 없어서 ‘나 어떡해’ 할 때쯤 용돈벌이라도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들어와요. 그래서 더 꾸준히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치고 힘들 땐 어떻게 마음을 다독이나요? 종교가 있으니까 기도하면서 마음을 내려놓곤 해요. 제가 존경하는 선배님, 선생님들을 만나서 조언을 듣기도 하고요. 더 좋은 역할, 더 좋은 작품을 맡고 싶은 조급함이 생길 때가 있는데, 그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마음이 진정돼요. 특히 차이무이 예술감독이자 대학 은사님이신 이상우 선생님을 만나면 제 모든 고민이 싹 사라져요. 쉰이 넘은 연세에도 아직까지 연출에 대한 열정이 누구 못지않으세요. 선생님께서는 아직도 열정이 넘치시는데 내가 왜 이런 고민을 하고 있나, 하고 되돌아보게 되죠.

노수산나가 꿈꾸는 배우는? 연기는 사람을 이해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연기할 때도 인물의 삶을 연기하고, 관객의 입장일 때도 등장인물의 삶을 보죠. 사람들이 제 연기를 보고 희망을 얻거나 같이 아파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배우 ‘줄리안 무어’를 좋아하거든요. 줄리안 무어는 출연한 모든 작품에 굉장히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요. 저도 그녀처럼 자연스럽게 비쳐졌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오는 11월에 극단 차이무가 20주년을 맞아서 기념 공연을 해요. 20주년인 만큼 선배님들께서 대거 출연하시죠. 저도 참여하게 됐는데, 그 무대에 오른다는 게 벌써부터 기대되고 떨려요. 이제 여름이니까 짧게라도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빨리’라고 표현하면 조급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하루빨리 영화나 드라마 현장에서 바쁘게 생활하고 싶어요.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 박재찬 ■의상&액세서리 협찬 / 레페토(02-3447-7701), 슈즈원(02-3443-1703), style by sonne(www.sonnestyle.co.kr) ■헤어&메이크업 / W퓨리피(02-549-6282) ■스타일리스트 / 김영아, 윤은주(어시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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