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일곱 살 소년 윤계상 “배우로 인정받고 싶어요”

서른일곱 살 소년 윤계상 “배우로 인정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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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그룹 god로 데뷔한 윤계상은 5년을 아이돌 가수로 살았고 이제 11년 차 연기자가 됐다. 그럼에도 아직 그에게선 소년이 느껴진다. “힘들어도 재밌다”라며 천진하게 웃는 눈은 영화 ‘소수의견’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깊고 형형하게 빛났다.

대중이 윤계상(37)을 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국민 그룹’ god의 비주얼 담당이었지만 지금은 연기가 무엇보다 좋은 30대 후반 배우다. 이하늬의 연인이면서 한편으로는 인테리어 매장의 사장이기도 하다. 16년 차 연예계 생활 동안 다양한 이미지를 쓰고 벗었지만 그를 움직이게 한 것은 스스로에 대한 결핍과 갈증이었다. 그래서 그는 가수도, 배우도 누구보다 치열하게 매달렸다.

서른일곱 살 소년 윤계상 “배우로 인정받고 싶어요”

서른일곱 살 소년 윤계상 “배우로 인정받고 싶어요”


그는 최근 영화에서 변호사로 변신했다. 법정 드라마 ‘소수의견’ 속 윤진원은 강제 철거 현장에서 일어난 사망 사고와 관련해 권력의 부당함에 맞서는 국선 변호사다. 2년 만에 빛을 본 작품이어서 그랬을까. 묵혀놓은 그의 갈증과 욕심은 한층 깊어져 있었다. 서른일곱의 윤계상은 여전히 궁금한 게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2013년에 촬영한 작품인데 2015년 6월에 개봉을 했어요. 소감이 어때요? 아무래도 남달라요. 실로 2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보는 소중한 작품이다 보니.
실제 ‘용산 참사’를 모티브로 했다는 사실로 화제가 됐는데, 출연에 부담은 없었나요? 처음 작품을 제안받았을 때 “이 이야기는 픽션(허구)이고 용산 참사에 모티브를 두지 않았다”라는 말을 들었어요.

다른 내용이지만 만일 그런 일이 벌어졌을 경우 관객들에게 ‘이런 이야기가 있다’라는 것을 전해주고 싶다고 감독님이 말씀하셨어요. 만일 진짜 용산 참사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더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소수의견’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요? 출연을 결정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탄탄한 배역 구도가 좋았어요. 결국에는 윤진원이라는 변호사의 성장담이죠. 지방 대학교 출신의 2년 차 국선 변호사인데 성장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는 인물이에요. 야당 국회의원으로부터 들은 “이 사건이 경력에 가장 큰 사건이 될 수도 있다”라는 말이 시발점이 돼 움직이지만 사건을 겪으며 성장해가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 이야기가 엎치락뒤치락하는 부분이 쏠쏠했어요.

주인공 윤진원과는 얼마나 닮았다고 생각해요? 처음 이 역할을 맡았을 때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았어요. 마음을 움직이게 된 데는 감독님의 영향이 컸어요. 감독님과 제가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윤진원이라는 인물도 마찬가지고요. 자존심과 열등감을 동시에 갖고 있죠.

결국 성공하고 싶은 열망일 텐데요. 감독으로서는 연출 데뷔를 해야겠고 흥행도 필요해요.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셨어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흥행작을 갖고 싶지만 배우로서 평가를 받고 싶은 마음도 포기하지 못하죠. 그런 와중에 ‘아, 내가 이 배역을 잘 만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중간에 기자 역할로 나오는 김옥빈씨에게 화를 내는 장면이 있어요. 연예계 생활을 오래 한 만큼 기자 때문에 화가 났던 일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극 중 그 부분은 더 화를 내야 한다고 봤는데 감독님께서 눌러주신 거예요. “진원이는 그렇게 하면 안 돼”라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감정적이라고, 혼자 있을 때 화내라고요(웃음).

기사를 써야 하는 기자의 입장을 이해하는 편이에요. 예전 기자님들은 다 알고 지내던 경우가 많았어요. 제가 기사 때문에 화가 났다기보다는 오히려 저의 많은 부분을 보호해주시던 기억이 있어요.

법정물인 만큼 법정 장면이 중요했을 텐데요. 촬영 전에 감독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법정 장면을 찍을 거다. 연극처럼 할 거고 콘티가 마음대로 갈 것이니 준비를 하면 된다”라고요. 이 부분에서 승부욕을 자극하는 게 있었어요.

함께 출연하는 선배님들이 워낙 연기를 잘하는 분들이라 긴장도 됐지만 왠지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검사 역할의 김의성 선배나 판사 역할의 권해효 선배 그리고 저와 같이 변호인으로 나선 유해진 선배 모두 극에 몰입했어요. 캐릭터의 의견 충돌이 실제 배우들의 의견 충돌이 되는 경우도 있었고요. 9시간 동안 촬영을 한 적도 있었죠.

유일한 여배우가 김옥빈씨였잖아요. 호흡은 어땠나요? 생각보다 친하게 지내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극 중 기자와 변호사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어요. 실수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그 상태로 끝까지 갔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 친해질 수도 있지만 소통하고 친해지면 눈빛이 달라져요. 두 사람이 멜로의 느낌이 아닌 위로와 지지의 느낌으로 같이 간다고 생각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쫑파티 때 많이 혼났어요(웃음). 사람을 어렵게 한다고요.

개봉이 2년이나 미뤄졌어요. 기다리는 동안 주연배우로서 초조했을 것 같아요. 기다렸죠. 1년 반 전에 편집본을 봤어요. 좋은 영화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는 나올 수 있을 거다. 썩히진 않을 거다’라고 생각했어요. 당시 배급을 맡았던 CJ엔터테인먼트 배급팀에서도 시기적인 문제지 다른 문제는 없다고 했었고요. 지금 돌이켜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요. 예정대로 나왔으면 ‘변호인’이랑 비슷한 시기에 맞붙었을 텐데, 그랬다면 정말 비교가 많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웃음).

정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예요. ‘소수의견’을 보면서 관객들이 어떤 점을 느꼈으면 하나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인식해주셨으면 해요. 아예 모르는 것보다는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다를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일일 수도 있어요. 그 당사자가 바로 우리가 될 수 있고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인가요? 입바른 이야기는 잘하는 편이에요. 불의를 보면 외면하지 못할 것 같아요.

서른일곱 살 소년 윤계상 “배우로 인정받고 싶어요”

서른일곱 살 소년 윤계상 “배우로 인정받고 싶어요”



한 겹 한 겹 쌓아가는 배우
2004년에 연기를 시작했으니 벌써 11년 차예요. 연기자로서 스스로를 보면 어때요? 연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무척이나 컸어요. 그런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았죠.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있는데 저는 그런 배우는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쌓아가야 하는 배우예요. 그래서 나중에는 모두가 놀랄 수 있는 경지까지 갔으면 좋겠어요. 그때까지 열심히 하려고요.

당시만 해도 아이돌 출신 연기자에 대한 선입견이 심했어요. 그럼에도 참 꿋꿋했어요. 모르겠어요. 태어나서 제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연기처럼 저를 기쁘게 하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요. 저는 맛있는 음식 먹는 것도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하는데요. 연기 하는 게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정말정말 좋아요.

지난해 god로 컴백해 오랜만에 가수 활동도 했잖아요. 대중의 반응도 뜨거웠고 오랜만에 선 무대였는데, 어땠어요? 과분한 사랑이라고 생각했어요. 중국 만리장성을 보면 ‘와, 이게 사람이 만든 거야?’ 하고 놀라잖아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올림픽 주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을 보고 기적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이렇게 환호를 받는 사람인가’ 하고 다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희열을 느꼈죠. 하느님이 주신 선물? 이런 생각까지 들었어요.

내면적으로 뭔가 꿈틀하던가요? 반성도 많이 했어요. 이렇게 감사한 선물을 한때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요. 어떤 사람이 이렇게 조건 없는 사랑을 받겠어요. 아무것도 없는 저라는 사람을 사랑해주시고,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도 아닌데 시간을 내서 와주시는 분들을 보는 것 자체가 기적이죠. 한때 연기를 좋아하고,

하고 싶은 작품을 하면서 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었던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god 컴백 활동을 하면서 ‘그게 아니구나’ 하고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이 사랑이 있으니까 지금의 제가 있는 거죠. ‘이 사랑을 배신한다면 난 정말 큰일이 나겠구나’ 싶었어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죠.

이하늬씨와 2년째 교제를 하고 있어요. 팬들만큼이나 많은 응원이 될 것 같아요. 죄송한데 드릴 말씀이 별로 없어요. 영화에 집중해주셨으면 하는 의미예요. 인터뷰를 했다 하면 대부분 기사가 다 여자친구와 관련한 것으로 나오더라고요(웃음). ‘소수의견’ 팀에는 홍보를 하면서 좀 미안한 마음이 들긴 해요. 무엇보다 이 영화를 아끼기 때문에 영화를 위해 사적인 이야기는 접어두고 싶어요. 영화와 관련된 거라면 어떤 것이든 다 말할게요(웃음).

그럼 새로 찍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그건 괜찮죠? 곧 ‘라스트’라는 드라마를 시작해요. 대본이 진짜 예술이에요. 주가 조작을 하는 인물인데, 조직폭력배의 돈을 갖고 작전을 하다가 350억이라는 거금을 잃어요. 서울역 노숙자 신세로 나락에 떨어지는데, 앵벌이 조직의 정점에 100억 규모의 돈이 있는 거예요. 왕년의 ‘야인시대’ 느낌이죠.

작품이 없을 때는 뭐 하며 지내요? 기르고 있는 강아지가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사실 강아지는 처음 길러봤어요. 제가 털 알레르기가 있기도 하고 생각조차 안 했던 일이죠. 애완동물을 기르지 않았던 건 제가 무언가를 책임질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꼬똥 드 툴레아’라는 아프리카 강아지인데 말티즈와 비숑프리제를 교배시켜 생긴 종이에요.

동료 연예인 중에 애견인으로 유명한 ‘레인보우’의 재경씨가 추천해줬어요. 털도 안 빠지고 알레르기 있는 사람이 같이 지내기 좋은 강아지라고 하더라고요. 벌써 1년이 됐네요.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고 있어요. 그리고 5월에 인테리어 매장을 차렸어요. 접시나 소품 등을 파는 곳이에요. 압구정에 있는데 월세가 싸서 지하에 얻었어요. 가게 이름은…. 이렇게 하면 많이들 찾아오시려나?(웃음) ‘썸씽 제로’예요.

장사가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어때요? 할 만한가요? 어려워요(웃음). 특히 올해는 메르스 사태 때문에 더 어려웠어요. 쉬운 일이 없어요. 강아지 키우는 일도 어렵고. 그런데 힘들지만 재미있어요. 삶의 다채로운 부분을 맛본다고나 할까요? 더 나이를 먹기 전에 이런저런 새로운 일들을 해보려고요. 연기 역시 꾸준히 다양하게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힘들어도, 그게 제 일인 것 같아요.

■기획 / 노정연 기자 ■글 / 하경헌(스포츠경향 엔터팀)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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